Audience criticism
홈 > 대안영상예술 웹진 > 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19] 르모(백미영)-이수진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1576 추천수:2 222.110.254.204
2019-09-06 13:04:38

 

누군가가 나에게 다가와 자그마한 빨간 공을 던지기 시작한다. 처음에 나는 그 공에 무관심하지만, 어느새 그를 향해 공을 던지고 있다. 나의 공은 큰 코끼리로, 또 사나운 사자의 모습으로 그를 경계하다가도 조심스레 안기는 토끼가 되었다가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가 된다. 그런데 그는 예전만큼 열성적으로 나에게 공을 던지지 않는다. 결국, 그는 질척거리는 두꺼비로 변한 나의 공을 버린다. 이제 건너편 자리는 공석이다. 그가 떠난 것이다. 그리고 꽃처럼 상대에게 피었던 나의 마음은 그의 변심에 시들고, 나는 텅 빈 마음속 깊은 심연에 빠진다. 나는 그 심연에서 그를 사랑했던 마음의 잔재를 건져 올려본다.

이처럼 영화에서 두 사람이 공을 주고받는 것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영화의 제목인 ‘le mot’(표현)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공으로 가시화된 마음을 서로에게 표현한다. 하지만 아무리 재미난 공놀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지치고 질리는 시간이 찾아오고 공의 포물선도 점차 낮아진다. 영화는 이러한 공의 핑퐁으로,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과 불균형적일 수밖에 없는 마음의 무게를 여실히 보여준다. 만남에서 오는 경계심과 설렘을 지나 상실로 인한 허무와 무기력까지, 영화는 다양한 동물과 꽃으로 변하는 빨간 공을 통해 그 감정들을 표현한다. 영화 속 인물처럼 우리 모두 마음속 심연에서 상대에 의해 피었던 마음의 꽃잎을 날려 보내거나 건져 올려본 적 있을 것이다. 영화는 이처럼 마음의 잔재가 떠도는 망망대해를 보여주어 사람으로부터의 설렘과 허무 등 모든 감정이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하며, 관계와 사랑에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넨다.

 

SNS 공유

댓글[0]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