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작품은 무형을 유형화하기 위한 작업이 얼마나 행정적으로 처리될 수 있는지를 극명히 보여준다. 누구의 탓이라 하기에는 무형문화재를 남길 만한 적절한 대안 마련도 아직이라 그조차 애처롭다. 극단적으로 모든 춤사위를 없애고 무보(舞譜)*에 적힌 글과 낭독으로만 춤을 표현한 시도는 분명한 도전이며 뚜렷한 목적이 느껴지지만, 관객을 조금만 배려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감독이 의도한 바는 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지지만, 아쉽게도 너무 의도에만 충실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음악이라도, 부연 설명 한 줄 이라도, 사진 몇 장이라도 실어주었다면 조금은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의 의의 또한 이 부분에 있지 않을까 싶다. 감독도 분명 관객들이 느낄 아쉬움과 지루할 정도의 정적인 흐름을 예상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화려할 수 있는 춤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의 예상되는 지점들을 모두 배제한 감독의 소신에 한편으로는 박수를 보낸다. 덕분에 무형의 춤을 아카이빙 하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 일인지, 당혹스러움과 아쉬움, 의아스러움이 극에 달한다.
*무보(舞譜): 춤의 동작을 악보처럼 일정한 기호나 그림으로 기록한 것.
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