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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순례(김수진) - 김다예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1870 추천수:1 121.162.174.61
2016-08-23 17:12:00

스크린에 가장 먼저 나타난 것은 차갑다라는 짧은 형용사였다. 영화는 그 차갑고 창백한 느낌을 끝까지 끌고 간다. 두 여인의 움직임은 처절하고, 열정적이지만 그들이 속해 있는 잿빛 콘크리트 건물과 슬픈 배경음악은 뜨거운 분위기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의상 역시 배경과 비슷한 무채색이어서 역동적 움직임 속에서도 인물들이 어딘가 갇혀있다는 답답한 느낌을 준다. 영화 말미에 불이 등장하지만, 불꽃의 열기보다는 무언가를 향해 고통스럽게 전진하는 여인의 서글픈 움직임이 화면을 지배한다. 차가운 탄생, 그리고 더 차가운 죽음. 삶이란 참으로 냉정하다.

인생을 순례의 여정에 비유했을 때, 여성을 삶의 원천에서 역동성의 상징으로, 결국은 생명의 종착점으로 표현한 것이 흥미로웠다. 특히 이 작품이 마덥쿠워라는 네팔 청년 노동자의 서글픈 죽음에 대한 고찰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여성 무용수들의 상징성은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여인들의 만남과 헤어짐을 리드미컬하게 따라가던 카메라의 움직임이 점점 단조로워지는 것은 서서히 잃어가는 생명력의 표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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