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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4호] 대안영화 단편 GT
2015-08-08 18:50:02
NeMaf <> 조회수 1266

 

8월 8일 산울림소극장에서 대안영화 섹션의 단편들을 상영했다. 조세영 감독의 ‘물물교환’, 김형주·이정식 감독의 ‘요코하마에서의 춤 2008’, 프셰메크 벵그즌 감독의 ‘자장가’, 김소윤 감독의 ‘레이스’, 제시 맥린 감독의 ‘피츠버그엔 비가 와’로 총 다섯 편이 상영되었다. 이 다섯 작품의 감독 중 조세영 감독, 김형주 감독, 김소윤 감독이 영화가 끝난 후의 GT에 참석했다. 이하는 설경숙 프로그래머의 진행으로 이뤄졌던 감독들과 관객들과의 대화를 일부 기록한 것이다.

 

지금까지 주제전인 ‘노동, 인간’에 관한 단편 영화들을 감상하셨습니다. ‘노동’이라는 단어는 항상 우리 곁에 있어 왔지만, 단어 자체로 힘들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사회에서 노동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었고, 그 속에서 인간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모습을 조명한 영화들을 모아서 보여드렸고, 조금 더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방금 보신 작품들 중 세 작품의 감독님들을 모셨습니다. 레이스의 김소윤 감독님, 요코하마에서의 춤 2008의 김형주 감독님, 물물교환의 조세영 감독님이십니다. 한분씩 짤막하게 영화에 대한 소개 말씀 부탁드릴게요.

 

김소윤 : 레이스는 추상적인 작품으로, 자기 자리에서 버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만든 작품이에요. 이 작품을 네마프에서는 노동이라는 관점으로 엮어서 보여주셨고, 저도 새로운 맥락에서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었네요.

김형주 : 오늘 이정식 감독이 참여하지 못했는데, 다음 주 수요일에 있을 GT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저희 둘의 이야기가 다를 수 있는데, 비교해서 보셔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조세영 : 우리 사회의 시스템이 정글의 법칙 같다고 생각했고, 그 안에 ‘감시’라는 키워드를 넣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어요. 네마프에서는 제 영화를 여성 노동이라는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본 느낌이네요.

조세영 감독님은 다큐멘터리를 하다가 처음으로 영화에 도전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동안은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취했다면, 이번에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신 것이잖아요. 저는 보면서 사회에 대한 대유라는 생각이 들던데, 작품을 만들면서 어떠셨나요?

 

조세영 : 해당 작품의 원작은 따로 있어요. 원작에서는 계절적 배경이 여름이었고, 그러다 보니 작품 속에서 서민의 음식을 나타내는 것으로 참외를 사용했죠. 또한 폐휴지를 줍는 할아버지와 현장을 지키는 여자 둘만의 이야기였어요. 저는 그러한 소재들을 차용했고, 소재들에 있어서 조금씩 변화가 있었죠. 특히 참외에서 가져온 과일이 온정의 느낌이 나는 귤이었고, 이러한 귤이 자본주의와 맞닿으면서 상품성을 가지게 된 것으로는 한라봉을 사용했어요. 현장을 지키는 여자 같은 경우는 모든 것을 감시하는 판옵티콘의 형태로 표현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잘 드러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러한 면에서 조세영 감독님과 김소윤 감독님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김소윤 감독님 같은 경우는 그동안 회화와 캐릭터 작업을 많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을 시도하셨어요. 그리고 애니메이션 속에서 정체성 없이 버티고 있는 캐릭터들이 광범위하게 해석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러한 부분을 노동의 관점으로 바라보면서 인간의 가치를 생각해 보자는 해석을 시도해 봤는데, 작품을 만드시면서 어떠셨나요?

 

김소윤 : 애니메이션 작업은 작년부터 시작했고, 이번 작품인 레이스가 두 번째 작품이에요. 작품 속의 인물들이 정체성이 없다고 표현하셨는데, 정체성이 없다기보다는 알 수 없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 속 인물들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이고, 저나 제 주변의 인물들이 바탕이 되었죠.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인물들은 기존 젠더 체계에 있어서 경계에 있거나 경계를 넘나드는 모호한 인물들이에요. 자신의 행위나 순간의 환경에 따라서 개개인의 정체성이 변화하거나 정의될 수 있는 인물들로 생각을 하고 작업을 했죠. 하지만 확실히 이전의 저의 회화나 드로잉을 보셨던 분들이 아니라면, 영상 작업만으로는 인물들의 정체성을 알기 어려운 점이 있는 것 같아요. 2005년부터의 제 작업을 참고하시고 레이스를 보면 이해가 수월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인물과 상황을 표현하고자 하신 작품이군요. 김형주 감독님은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얻으셨다고 들었는데요.

 

김형주 : 영감이라기보다는 작품에 나오는 ‘하나’라는 인물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에요. 하나라는 인물이 이정식 감독의 오랜 친구인데, 요코하마에서 성노동자로 일하다가 부고기사로 신문에만 남아있는 게 안타까웠죠. 그래서 큰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었고, 그 작업 중 일부가 이 작품입니다. 이와 비슷한 작업으로, 이정식 감독이 하나라는 인물의 삶 자체를 새로운 눈으로 보고 기록해서 만든 책도 있어요. 이 책을 보신 후 작품을 보시면 조금 더 이해가 되실 것 같습니다.

다음은 작품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레이스에서 인물들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데, 이 음악은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느낌이에요. 이를 통해, 지금이 아닌 과거에 연주되던 어느 시점에서 벗어나지 않고 버티려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또한 춤 동작 자체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었습니다.

 

김소윤 : 음악은 생각하신 부분이 맞아요. 1920년대에 축음기로 녹음된 ‘G선상의 아리아’를 사용했고, 뒷부분은 제가 리믹스를 했죠. 이 음악은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클래식이고 버전도 굉장히 다양해요. 이 버전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음악에 노이즈도 굉장히 많고, 음악 자체에서 연주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점이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부분과 맞았어요. 작품 속의 인물들을 아마추어 무용수의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인물들이 취하는 어떤 동작은 굉장히 어려운데, 어떤 동작은 일상의 동작이잖아요? 그동안 제가 표현해왔던 환경에 따른 정체성의 변화를, 이러한 표현들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어요. 시작은 2005년에 했던 동명의 드로잉이었고, 그 당시에는 배경을 경기장의 트랙으로 설정하여, 한국 사회에서 살다보면 요구되는 속도와 방향성을 표현하고자 했죠.

 

환경 안에 있는 구성원들을 거리를 둔 채 바라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세 작품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물물교환은 마지막에 가서 모호하게 끝난다는 생각이 들어요. 희망적인 마무리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요. 어떤 결말을 표현하고 싶으셨나요?

 

조세영 : CCTV를 깬 시점에서 영화는 끝났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 뒤의 이야기는 사족 같은 부분이죠. 작품 내내 CCTV 화면이 너무 어둡게 나와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는데, 사실 그 안에는 공사현장의 사각지대와 같이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았던 부분들을 표현했어요. 그렇기에 CCTV는 체계를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체계를 부숨으로써 그 후에 여자가 어떻게 될지는 관객들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가져가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요코하마에서의 춤 2008은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의 추모와 관련된 내용이라고 하셨잖아요. 그 내용을 실루엣과 내레이션을 통해 표현하는 방법이 독특했어요.

 

김형주 : 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영상을 의도하고 제작한 것이 아니라, ‘춘천마임축제’의 프로젝트로 제작한 거라서 사운드스케이프에 중심을 뒀어요. 영상으로는 최대한 간단히 볼 수 있도록 표현했고, 이정식 작가랑 같이 고민하면서 기억과 소수성이라는 키워드로 이 작품을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억될 수 있는 존재에 대한 가능성. 그리고 사람이 어느 정도의 소수성을 가지고 있을 때 기억되지 못하고, 우리는 어떻게 부여잡아야 하는가. 그러다 보니 단순히 짧은 부고기사로 끝내지 않고, 앞뒤로 편지와 픽션으로 대사를 넣었던 거죠. 그 사람이 가장 많이 듣고, 가장 많이 했을 것 같은 말들을 상상해서 넣었어요. 저희가 알 수 있는 것은 부고기사밖에 없으니, 요코하마에서의 그 사람의 인생을 상상해서 액자 형식을 통해 강한 실루엣을 표현했죠,

 

 

※대안영화 단편은 8월 12일 수요일 오후 세시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진행  |  설경숙 프로그래머

참여 작가  |  김소윤 김형주 조세영 감독

기록  |  문지은 루키

사진  |  정지수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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