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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7호] [네마프 토크] 노동과 영화 ST
2015-08-12 14:04:36
NeMaf <> 조회수 1467

8월 11일 산울림 소극장에서 오후 5시에 하룬 파로키, 안트예 에만의 <노동의 싱글숏> 상영이 있었다. 영화의 상영 이후, 오후 6시부터 서현석 영화연구가와 함께 하는 네마프 토크 ‘노동과 영화’의 시간이 이어졌다. 근대 이후 모더니즘은 영화를 노동이라는 키워드 안에서 어떻게 파악했는지, 특히 하룬 파로키의 작품에서 노동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또한 강의가 끝난 후에는 관객들과의 대화시간을 통해 노동과 영화에 대한 더욱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하는 네마프 토크‘노동과 영화’를 요약한 것이다.

모더니즘 그리고 작가주의

1950년대에 모더니즘이라는 사조가 등장합니다. 모더니즘은 회화의 평면성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60년대에는 ‘매체’에 대한 질문으로 확대됩니다. 이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다양한 형식적인 실험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영화와 미술에서 ‘작가’의 존재가 중요해집니다. 형식적인 실험을 하는 주체가 사회적, 미학적으로 고도의 기술 내지는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또한 대중들 역시 이런 작가들을 인정하게 됩니다. 요즘 하고 있는 <마크 로스코 展>을 예로 들자면, 마크 로스코가 작가주의의 정점으로 평가받기 때문에 전시회를 가면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작가의 삶이나 가치관이 강조되어 있죠. 이런 작가주의는 모더니즘의 많은 유산 중의 하나입니다. 거창하게 말하면 ‘근대적인 주체’의 탄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때부터 개인의 생각은 모두 고유하고 하나의 인격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작가들은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오늘 중점적으로 다룰 하룬 파로키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영화라는 이름의 노동

모더니즘과 함께 아방가르드 역시 부흥하게 됩니다. 이런 의식을 통해 영화는 창작임과 동시에 노동이라는 인식 역시 팽배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인식의 원류를 찾아가면 한 명의 감독을 만날 수 있는데 바로 지가 베르토프(Dziga Vertov)입니다. 베르토프는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사유를 작품을 통해 매우 이르게 펼쳤는데, 대표적인 작품은 <카메라를 든 사나이>(1929)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세상의 여러 모습의 노동을 찍은 작품입니다.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해나가는 상황에서 영화를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생겨났고, 베르토프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노동’이라고 한 것입니다.

하룬 파로키 역시 베르토프에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베르토프를 '20년대의 아방가르드'라고 명칭한다면 파로키는 '60년대의 아방가르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즉 유사한 만큼이나 두 감독사이에 차이점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파로키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인 <꺼지지 않는 불>을 보면 이 지점들을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 미국의 고엽제 사용을 고발하는 내용의 정치적인 반전(反戰)인데, 이 영화에서 독특한 점은 이미지의 사용이 최소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파로키가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에 대한 의심을 잘 보여줍니다. 즉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죠. 단순하고 충격적인 이미지로 담아내기에는 그 당시 국제정세와 자본주의는 이미 매우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과 악의 구분이 모호해진 것이죠. 이 때문에 파로키는 이미지를 통한 형식적인 실험을 최소화합니다. 때문에 <꺼지지 않는 불>은 반전영화를 넘어서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더 나아가 영화라는 노동이 어느 지점을 향해가야 하는지에 대해 은유적으로 성찰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매체/장치로서의 영화

파로키의 영화와 노동에 대한 사유를 더욱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개념에 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바로 '매체로서의 영화', 그리고 '장치로서의 영화'라는 개념입니다. 매체로서의 영화에 대한 고민은 물질로서의 영화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즉 필름, 카메라와 같은 것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형식실험은 물질로서의 영화에 대해 고민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반면에 장치로서의 영화는 비물질적인 것, 비가시적인 것에서 영화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는 사유체계입니다. 영화가 담아내고 있는 가치관, 영화가 하고 있는 질문 그리고 영화의 정치성 등이 장치로서의 영화가 알아내고자 하는 부분입니다. 즉 극장을 떠나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룬 파로키와 노동

다시 하룬 파로키로 돌아오면 파로키는 '장치로서의 영화'에 대한 사유를 조금 더 넓힌 작가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미지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고, 영화라는 장치 자체가 사회 곳곳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이를 소재로 한 작품도 제작한 바 있구요. 즉 영화라는 장르가 우리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어떤 가치관을 생성하는가에 대해 성찰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파로키는 ‘영화라는 매체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모더니즘적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고민의 범위를 일상까지 확대하면서 모더니즘을 이탈한 작가가 됩니다. 후기에 가면 이러한 경향은 더욱 확대되어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관찰하는 아티스트로 변모합니다.

이러한 파로키의 사유를 오늘의 테마인 ‘노동’으로도 충분히 풀어볼 수 있습니다. 베르토프가 생각한 노동으로서의 영화는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로키는 영화가 어떻게 소비되는지 토론하고 이를 통해 담론의 장을 만들어가는 것 역시 노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즉 영화를 관람하는 것 역시 노동이 될 수 있으며 또 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파로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영화가 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였지만 끝내 그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 대답에 대해서 함께 고민하기를 원했습니다. 파로키에게는 같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영화를 만드는 행위이자 노동이었기 때문입니다.

 

QnA

 

하룬 파로키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한국작가의 영화나 비디오작품을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특정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파로키와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한다는 것 자체가 작가의 흔적이 매우 희미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노동의 싱글숏’에서도 볼 수 있듯이 카메라의 존재감이 매우 약하죠. 이런 작품들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는 순간 우리의 손에서 엇나가기 시작합니다. 아마 개인을 내세우지 않고 집단 창작을 하거나 익명을 내세우는 작가의 작업들이 비교해볼만한 화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룬 파로키의 작품에서 ‘노동과 영화’라는 이야기를 더욱더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파로키가 생각한 ‘노동’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파로키는 과연 ‘노동’을 무엇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사실 파로키의 생각을 강의 형식으로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파로키의 작품세계와는 다소 모순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때문에 제가 알고 있는 한에서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파로키는 결과중심적인 노동에서 탈피해 '과정중심적인 노동'에 집중하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즉 노동이라는 테마를 자본주의와 분리해서 보고자 했던 것입니다. 보통 이런 영화를 운동영화 혹은 저항영화라고 부르고 대개 정확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만 파로키의 영화에서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파로키의 목표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민주적으로 담론을 만들어가는 것이지 답을 내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화와 토론의 과정에서 대안적인 노동의 형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때문에 <노동의 싱글숏>역시 여러 사람이 함께 찍은 결과물로 이루어져 있죠. 때문에 이 작품에서는 파로키를 감독이 아닌 프로듀서라고 부릅니다. 파로키는 이와 같은 다양한 방법론적인 시도를 통해 대안적인 노동의 틀을 확장시켜 나가고자 했을 것입니다.

 

강연  |  서현석 영화연구가

기록  |  윤하영 루키

사진  |  유현식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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