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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7호] 잠재적 공간 +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GT
2015-08-12 14:05:03
NeMaf <> 조회수 1049

  

8월 11일 오후 1시 산울림 소극장에서 구스타브 아모스. 카트야 프라체 감독의 <잠재적 공간> 그리고 허욱 감독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상영이 있었다. 영화 상영 후에는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허욱 감독과 변성찬 영화평론가가 관객들과 함께 영화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허욱 감독이 여러차례 일본을 방문하여 틈틈이 채록한 일종의 ‘트레블 로그(Travel Logue)'이다. 영화 속에는 일본의 여러 시공간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런 다양한 시공간의 기록을 통해서 학습된 기억 속의 일본과 일상적인 모습의 일본이 서로를 반영하며 펼쳐진다. GT에 참석한 관객들은 변성찬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허욱 감독과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는 어떻게 보면 사적인 여행기록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사적인 기록을 어떻게 영화라는 형태의 공적인 작품으로 만들 결심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작품 속에는 제가 사적으로 여행 혹은 출장을 가서 촬영한 장면도 있고, 작품의 의도를 가지고 촬영한 작품도 있습니다. 때문에 온전히 사적인 기록물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니며 다양한 것들을 카메라에 담다보니, 그 공간에 대한 저의 감정이 생기게 되었고, 그 때부터 이 공간을 나의 시선으로 담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작품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순간부터는 카메라의 위치나, 톤 등도 모두 영화적 의도에 맞게 세팅한 것입니다. 특히 톤의 경우는 일부러 조금 밝게 가져갔는데, 일본이라는 땅이 가진 불안함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일부러 밝은 톤을 가져가는 등 영화적 의도를 가지고 제작하셨다면, 가장 중점을 둔 편집 방향은 무엇인가요?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된 가장 첫 계기는 ‘트레블 로그(travel logue)’라는 선(先)다큐 장르에 대해 공부하면서부터입니다. 트레블 로그는 영화가 찍힌 공간을 관객들이 있는 공간에 끌고 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관을 기차모양으로 만들어 이러한 트레블 로그를 상영하기도 했는데, 여행을 체험하게끔 하는 거죠. 트레블 로그에 대해 알게 되면서 여행자의 입장에서 정보에 대한 강요 없이 객관적이고 관찰적이면서 동시에 관객들과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위해 서사가 없이 작품을 찍었고 서사 대신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위험’사인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등을 통해서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철길의 경우 교통수단이기도 하지만 과거로 들어가는 진입출구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라는 제목이 인상적인데요, 이 제목을 붙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와 세계의 끝>을 떠올리실 텐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소설 속 등장하는 두 개의 모순적인 공간의 차이가 ‘내가 느끼는 공간’과 ‘실제 공간’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인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이 제목이었던 것은 아니고 훨씬 지루한 제목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말리더라구요(웃음).

‘원더랜드’라는 단어에는 판단할 수 없는 모호함이라는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사람들은 하나의 공간을 특정한 단어로 일반화하는데 모든 공간에는 과거와 현재가 섞여있고, 때문에 모든 공간은 쉽게 판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를 담아 처음에 ‘원더랜드’라는 키워드를 떠올렸고, ‘하드보일드’는 뱃부의 ‘바다지옥’을 보면서 떠올린 키워드입니다. 뱃부의 바다지옥에서는 온천수로 삶은 달걀을 파는데 그 모습이 굉장히 천연덕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말 그대로 ‘지옥’같은 공간에서 한가하게 달걀을 까먹는 거니까요. 그런 모습이 우중충하면서도 텐션이 있게 느껴졌습니다. 이 두 가지 키워드를 떠올렸기 때문에 제목이 ‘하드보일드 원더랜드’가 된 것입니다.

 

 

작품을 보고 일본감독의 작품이 아니라 한국감독의 작품이라 놀랐습니다. 원폭 피해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피해자로서의 일본’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져 한국 관객들을 다소 불편함을 느낄지도 모르는데 이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으신가요?

저는 여행자로써 특정 공간을 갈 때 그 공간에 대해 일반화를 가지지 않는다는 철칙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한국인이기 때문에 처음 일본에 여행을 갈 때에는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무의식적으로도 일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이 사과하지 않은 제국주의 정체성이 저를 짓눌렀는데, 막상 일본에 가고 보니 평범하고 다양한 ‘일본 국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일본이라는 국가는 미워할 수 있어도 일본 공간의 상처 그리고 일본 국민에 대해서는 연민을 해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역사를 국가주의적 시작으로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계층적 갈등으로 볼 것인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재해 혹은 정치 사회적인 것 속에서 무고하게 죽었던 일반 대중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던 거죠. 보셨다시피 영화에서는 계속해서 어두운 장면과 밝은 부분이 교차되어 나타나는데, 굉장히 공포스러운 땅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마쯔리’라는 마을 축제를 통해서 불안함을 토해내는 혹은 폭력과 공포마저 축제로 즐길 수밖에 없는 이들의 마음을 포현하고자 했습니다.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의 교차편집을 의도하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 가장 인상적인 것이 일본 학생들의 브라스밴드 연주장면이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죽어간 공간에서 활기찬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모순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두 의견 중 감독님의 의도는 어디에 더 가까운가요?

히로시마에 딱 하루 있었는데 우연히 만나게 된 장면입니다. 마침 그 날이 전국 고등학교 브라스밴드 경연대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히로시마 평화 기념과 맞은편에서 신나는 브라스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경연대회이다 보니 활발한 음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그래도 ‘과연 이 아이들이 이 장소의 의미를 알까?’싶은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다리 위에서 핵무기 반대 성명을 받는 아이들이나 사진을 찍는 관광객 모두 이 공간에서 있었던 과거의 사람들의 그 시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동정심을 느낄까요? 사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저도 정확한 답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특정 공간에서 우리는 현실을 보지만 모든 공간은 다양한 층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을 바라볼 때에는 결정주의적인 시각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자 분의 질문처럼 모순 그 자체를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결정보다는 물음표를 가지고 나아가면 일본 뿐 아니라 다양한 공간을 바라볼 때 더 솔직한 개인의 감상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행  |  변성찬 영화평론가

기록  |  윤하영 루키

사진  |  정지수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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