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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FORUM] 얀 슈반크마예르 특별포럼
2017-08-21 21:38:39
NeMaf <> 조회수 1112

 

8월 20일 4시 30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얀 슈반크마예르 특별포럼이 열렸다. '연금술사의 밀실: 이종배아 시네마와 정치성'이라는 제목으로 대략 2시간가량 행사가 진행되었다. 먼저 한양대학교 현대영화연구소 정찬철 연구교수의 [이종배아 시네마:정치적 알레고리]와 나호원 애니메이션 연구가의 [호문클루스, 라이브 액션과 애니메이션의 이종배아에서 태어나다] 강연이 진행되었다. 강연의 열기를 이어받아 체코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할 차브카 감독,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과 함께 토론도 계속되었으며, 질의 시간을 가지며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얀 슈반크마예르를 깊이 알 수 있었던 이번 포럼의 현장을 더욱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1.강연

1-1. 정찬철 [이종배아 시네마: 정치적 알레고리]

 얀 슈반크마예르는 대부분 작품에서 이종배아의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라이브 액션과 애니메이션 기법이 두 가지의 이질적인 요소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넣어 기괴하고 끔찍한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형식을 통해 체코 사회의 부조리를 꼬집고 더 나아가 인간 문명에 대해 냉소적 시선을 보냈습니다.

 얀 슈반크마예르의 많은 작품은 그 당시 체코 사회를 특징짓는 공산주의에 대한 정치적 저항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특히 그의 라이브 액션과 애니메이션의 결합은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것에 대한 비판과 거부라는 점에서 정치성을 담고 있죠. 그의 작품은 초기부터 공산주의가 원하는 선전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정권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중단되거나 정치적 감시의 대상이 되어왔습니다.

 <레오나르도의 일기장>,<대화의 가능성>을 만들면서 작품 활동이 금지되기도 하였으며, <보헤미아의 스탈린>,<죽음의 식탁>,<오테사넥>의 작품을 통해서 정치적인 메시지를 어떻게 담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볼 수 있습니다.

 

 

 

1-2.나호원 [호문클루스, 라이브 액션과 애니메이션의 이종배아에서 태어나다]

 애니메이션이 전공인 사람들은 얀 슈반크마예르감독의 작품을 보고 자극을 받기도 합니다. 그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죠. 하지만 모든 것을 다룰 순 없기 때문에 슈반크마예르의 형식과 가장 비슷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캐비닛, 서랍, 재료들, 호문클루스와 같은 키워드들을 사용하여 슈반크마예르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데요. 예를 들어 캐비닛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키워드입니다. 실험실 혹은 연구실, 밀실, 옷장, 진열장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옷장이라는 키워드는 한정된 방안을 무대 세트로 삼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에서 필수적인 소품으로 등장합니다.

 이번 강연을 준비하며 저에게 얀 슈반크마예르는 이렇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상자 속의 누군가가 들어있고, 그 누군가를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또 누군가를 흉내 내기도 하고, 외부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오기도 하죠. 그리고 놀라게 해주기도 하고, 신비함을 자아내며, 때로는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한다고 느꼈습니다.

 

 

 

2.토론

정찬철: 왜 얀 슈반크마예르는 감정이라는 이미지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 했나요?

 

미할 차브카: 애니메이션 속에서 살아있지 않은 사물들을 살아나게 하고,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 사물들이 보통 때 하는 역할보다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나호원: 오브제로 작업하는 것은 그림을 그려서 작업하는 것과 상당히 다릅니다. 영화에 찍혔던 사물들이 밖으로 나와서 만질 수 있는, 입체적인 실체 오브제라는 것이 강하게 작동을 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을 합니다.

 

정천철: 저는 사라진 것들에 대한 감정의 추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태어났을 때의 감정들, 어른이 되어서 완전히 잊게 된 순수한 감정의 이미지를 촉각적으로 다루고자 하지 않았을까요. 잃어버린 감정에 대한 추구였고 감정의 이미지를 통해서 그것을 찾고자 했던 그의 노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찬철: 3D 애니메이션 영화가 감정 이미지를 전달하기에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2D는 어떤가요?

 

아네타 차브코바: 애니메이션 감독들을 인정받지 못하는 배우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감독이 어느 정도 연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그 주변을 둘러보고 감각화 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항상 줄거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주변을 살펴보고 그 줄거리와 주인공을 통해서 제가 전달하려고 하는 내용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정찬철: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에서 혀가 많이 등장합니다. 그는 왜 사물들과 신체 중에서 굳이 혀를 등장시켰나요?

 

나호원: 일단 작품 안에서 상징적으로 보자면 에로틱하기 때문입니다. 또 혀가 표현하기 어렵지만 다루기 쉬울 수도 있고요. 혀라는 것은 촉각이자 미각이고 통각까지 느끼고 있는 것이죠. 혀를 사용함으로써 감각이라는 것을 극대화시키고 그것을 잘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미할 차브카: 얀 슈반크마예르가 고기와 동물의 부위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말해보자면, 고기의 부위들은 원래 살아있었던 생물체였죠. 그런데 동물을 죽이고 나서 살아있었던 생물은 사물로 변화합니다. 그는 사물들을 가지고 애니메이션 영화 속에서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영화는 원래 살아있었던 사물에게 다른 역할을 줄 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그는 고기나 혀를 보면 징그럽지만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가 어렸을 때 병에 걸려 살이 많이 빠졌었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양원에서 고기를 많이 먹어야만 했죠. 그러한 기억 때문에 영화에서 이러한 기억들을 표현한 것 같습니다.

 

 

 

정찬철: 얀 슈반크마예르가 혀에 집착했다면 다른 감독님들이 집착하는 사물이나 대상이 있나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미할 차브카: 애니메이션에서 공기를 불어서 쓰는 사물을 많이 사용합니다. 예를 들면 풍선 같은 것들이요. 풍선들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도 있고, 또 다른 영화에서는 공기를 불어넣은 인공 여자주인공이 나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 촬영할 때 그런 아이디어들이 나와요. 일부러 원해서 넣은 것이 아닌 무의식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얀 슈반크마예르처럼 어린 시절에 기억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어렸을 때 공기를 넣은 장난감을 좋아했거든요. 그런 것에서 영감을 받는 것 같습니다.

 

아네타 차브코바: 다섯 살 때 아버지가 공포영화를 보여주셨어요. 그런 공포영화를 볼 나이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최근에 만들었던 영화와 책을 보니까 흡혈귀나 괴물이 항상 나와요. 아마 그 공포영화를 봐서 그런 것 같습니다.

 

나호원: 스탑모션을 했던 친구들이 집착하는 이미지가 텍스쳐였던 것 같아요. 축축함과 녹슮이요. 기계의 녹슮이나 살점의 축축함과 같은 것들이요. 그러한 것들을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정찬철: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보면 집착하는 사물들이 나오고 계속 매달리는 감정들이 공통적으로 속해 있어요. 예를 들어서 고다르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여성의 삶에 대한 질문들이 참 많아요. 저도 같거든요. 그런 질문들이 해법 또는 답안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그의 영화를 보면 이별이나 그리움 같은 순수한 감정이 많이 등장해요. 관객들과 감독들도 집착하고 있는 사물이나 감정들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특정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찬철: 동시대 혹은 이후 시대의 애니메이션 작가 중에서 누가 얀 슈반크마예르를 계승하고 있는지 혹은 누군가가 영향을 많이 받았는지에 대해서 체코 감독님 두 분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미할 차브카: 얀 슈반크마예르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인정받는 감독이기 때문에 후계자들이 많습니다. 가장 중요하고 가장 잘 알려진 감독들이 총 세 분 있습니다. 첫 번째로 팀 버튼감독이 있고요. 두 번째는 몬티 파이튼의 성배로 알려진 테리 길리엄. 그리고 세 번째는 퀘이 형제인데요. 이 형제들은 얀 슈반크마예르를 기념하고 축하하기 위해서 캐비닛이라는 영화를 바쳤습니다. 후계자뿐만 아니라 팬들도 엄청 많습니다. 새로운 영화 촬영하게 되면 전 세계의 팬들이 체코에 모여서 무상으로 영화촬영을 도와줘요. 그리고 보상으로 엔딩 크레딧의 자막으로 이름이 나오고 자기가 좋아하는 감독과 함께할 수 있다는 점이 있죠.

 

아네타 차브코바: 제가 애니메이션과를 졸업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는데요. 학생들이 입학할 때 어떤 감독을 좋아하고, 또 어떤 되고 싶은지 물어보면 대부분 얀 슈반크마예르라고 대답합니다. 얀 슈반크마예르의 작품에 감탄하여 애니메이션과에 들어간 사람도 있고요.

 

 

3. 질의

관객1: 미할 차프카 감독님과 아네타 차브코바 감독님은 얀 슈반크마예르의 어떤 영화에 영향을 받았고, 이를 영화에 어떻게 반영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아네타 차브코바: 얀 슈반크마예르 감독님의 작품에서 감탄하는 것은 음향입니다. 음향을 만들 때 실제처럼 느껴지는 것과 미미한 것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미미하고 자세한 것까지 생각하면서 예술작품을 만들면 전체적인 인상이 좋아져요. 저도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이런 미미한 것, 자세한 것 촬영하려고 노력합니다. 예 들어서 여자가 머리를 빗을 때 그냥 빗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굽실거려 잘 빗겨지지 않은 순간 같은 거요.

 

미할 차프카: 제가 프라하국립공연예술대학교 영화학부에서 공부했을 때, 얀 슈반크마예르와 같이 작업하고 프로덕션 했던 야르미아 칼릭스타로부터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 분이 프로덕션에 대해서 가르쳤고 항상 얀 슈반크마예르 영화를 예를 들어서 예산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영화 촬영하는 과정이 어떤지 설명해주셨습니다. 또 얀 슈반크마예르 아들과 같이 학교에 다녔습니다. 그 아들과 친구가 되었고, 친구 덕분에 얀 슈반크마예르와 직접 만날 기회도 몇 번 있었어요. 그리고 졸업 영화 촬영 당시 그를 기념하기 위해서 저도 혀의 사물을 사용했습니다. 그처럼 따로 쓰지는 않았고 <프리매멀스Premammals>라는 제 영화에서 공룡 혀로 활용을 했습니다. 조그마한 동물을 먹기 위해서, 땅속에 있는 구멍으로 혀를 넣고 동물들을 잡는 장면이 있습니다.

 

 

 

관객2: 얀 슈반크마예르가 <앨리스> 이전에는 단편 애니만 작업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얀 슈반크마예르가 정치적으로 대중들도 쉽게 잘 접근할 수 있었나요? 또 어떤 식으로 알려졌고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미할 차브카: 체코 사람들은 그 당시에 그의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상영했을 때 뉴스, 단편영화, 장편 영화 순으로 상영되었거든요. 그때 그는 단편영화만 촬영했기 때문에 장편영화가 나오기 전 그의 단편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장편영화는 보통 공산국가에 알맞은 영화가 대다수였습니다. 많은 사람이 장편 영화 표를 사서 단편만 보고 나올 때도 있었죠. 정부의 대표자들이 그의 작품을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년 동안 상영금지 한 적도 있어서 볼 수 없었을 때도 있었습니다. 영화 <앨리스>는 외국자본을 받아 촬영된 영화였기 때문에 혁명 이후에 상영이 가능했습니다.

 

 

 

관객3: 정찬철 사회자님의 질문 중에 사물 오브제들의 촉각적인 변환을 다룬 부분이 있습니다. 변환하면서 이성과 육체에 대한 주제를 주로 담으셨는데 그 변환을 담게 된 연결성이 궁금합니다. 또 아까 3D 애니메이션에서 감정 이미지를 표현하기 쉽다고 하셨는데 그 점도 궁금합니다.

 

정찬철: 제가 질문을 제대로 이해한 건지 모르겠네요. 얀 슈반크마예르의 영화를 보면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이 다 함께 살아서 움직입니다. 그 둘이 결합하였을 때 제3의 사물, 새로운 생명체가 탄생합니다. 혹은 이 둘이 각각 독립된 생명체라고 하더라도 같은 시공간에 있게 되면서 초현실적인 세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런 영화들을 속에서 인간들은 그냥 실패하거나 소통하지 못하는 존재로 묘사되죠. 다시 말해서 이런 인간의 존재 혹은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에 대한 냉소적인 시선은 슈반크마예르의 전편을 가르는 하나의 공통된 주제의식이라고 봅니다. 육체와 이성, 살아있는 것과 살아있지 않은 것을 연결하는 이종 배아 형식은 주제의식을 전달한 완전한 하나의 매개물인거죠.

두 번째 질문에 답변을 드리자면 3D 영화가 입체성이 있으므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편견일 수도 있었겠네요.

 

 

 

관객4:감독님들과 사회자님들께서 얀 슈반크마예르의 좋아하는 작품과 그 이유에 대해서 듣고 싶습니다.

 

나호원: <대화의 가능성>을 좋아합니다. 제일 처음 봤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또 수업 중 수 백 편의 작품을 보여줘도 학생들이 항상 제목을 물어보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흔히 생각하던 애니메이션과 다르기도 하고 촉각적인 사운드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아네타 차브코바: 각각의 영화들이 큰 아이디어가 있고 감정적인 영화라서 한 가지만 고르긴 어려운데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앨리스> 인 것 같습니다. 얀 슈반크마예르가 상상력을 가장 많이 활용했던 영화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제가 참을 수 있는 공포만 나오거든요. 나머지 작품은 공포가 심해서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미할 차브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대화의 가능성>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하고 많은 국제영화제에서 영화상을 받은 영화였죠. 정말 다양한 기법과 재료를 결합해 활용한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장편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쾌락의 공범자들>입니다. 이 영화가 촬영되었을 때 대학을 다녔었어요. 당시 얀 슈반크마예르의 프로듀서와 스튜디오를 다니면서 영화 촬영하는 경험이 쌓였어요. 특히 사운드 녹음할 당시 구경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정찬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역시 <쾌락의 공범자들> 인데요. 영화를 보시면 직접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감정과 느낌인데도 불구하고 간접적으로만 충족시키는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오늘날 저희도 직접적인 소통보다는 이미지나 기계와 같은 간접적인 방법을 통해서 소통하며 살고 있죠. 또 그것에 익숙해져 있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모두 그렇습니다. 순수한 감정임에도 불구하고 간접적인 매개체만을 통해서 소통합니다. 우리 사회에 대한 정확한 묘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기억하고 복원해야 하는 감정들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정리 | 신민정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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