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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INTERVIEW] 백기은 작가
2017-08-22 15:40:37
NeMaf <> 조회수 956

 

백기은 작가는 드로잉을 통해 그의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한다.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로컬구애전X’에서 백기은의 설치 작품과 영상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개막식 전날,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작품 설치 준비에 한창인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에 대해 간략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아홉 개의 이야기로 이뤄졌지만, 그 안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넣었어요. 움직일 수 없는 세계에서 잘못된 방법으로라도 하늘을 날아 봤으면 하는 이들의 이야기,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 내장을 뺏긴 채 하늘높이 던져진 개구리의 죽음, 모든 의지들이 높이높이높이로 끝없이 경쟁하는 상황들. 이모든 이야기의 끝에는 <새로운 세계>가 있습니다. 최종 목표, 미래일 수도 꿈의 실현일 수도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래서 3단계의 재조합된 상황을 넣었어요.

첫 번째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는 공간의 이미지, 둘째는 첫 번째 공간의 요소들로 조합된 공간에서 놀이처럼 움직여 보는 공간, 셋째는 마구 엉켰던 것들이 하나하나 풀어헤쳐지는 장면을 넣었어요. 그리고 엔딩에는 만날 수 없는 친구를 다시 만나는 장면을 넣었어요. 여덟 개의 이야기들은 필연적으로 아홉 번째, 새로운 세계를 위해 달려가는 영상들이었지요. 영상과 함께 설치된 철사로 만든 입체작들 또한 재조합된 몸, 움직일 수 있는 구조체들, 일명 프로펠러 동물들의 공간을 나타냈습니다.

 

 

 

이번 작품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주제를 미리 정하지는 않았어요. 늘 해야 하는 이야기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건 드로잉을 하면서 끝에 정했거든요. 어떤 형식으로 표현해야 할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명절에 5살 조카를 만났는데, 오랜만에 만나면 참 짠하지만 명절은 힘들잖아요. 자기 전에 동화책 몇 권을 읽어 주다가 목도 아프고 피곤해서 조카한테 읽어달라고 했는데, 꼬마가 글자 하나하나 짚어가며 읽는데 너무 잘 읽어주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조카가 글을 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주차금지’를 ‘강아지 조심’으로 틀리게 읽는 거예요. 그래서 물어보니 조카가 글을 아직 모른대요. 어제 몇 권을 읽었는데 하나도 안 틀렸었거든요. 오히려 설명을 해주면서 내용과 맞는 얘기를 한지라 너무 놀랐어요.

그 뒤로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따라 내용이나 상황이 다르게 읽힌다는 점을 알았어요. 그리고 그때 당시 세월호 사건 등으로 패닉이 되어있었던 때였는데 밤이고 낮이고 모든 사람이 힘들었잖아요. 이 시대에 하는 작업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을 돌아봐 주는 어떤 지점에서 맥락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암울해서 다시 무엇을 꿈꿀 수 있을지 반문할 때에 이야기 책 읽어가는 그런 마음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백기은 작가님에게 드로잉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냥 자기 전에 일기처럼 쓰고 자는 거에요. 요즘 주제는… (드로잉을 보여주며) 좀 삶이 힘든가 봐요. 이십 대 이후에 혼자 살기 시작한 후로부터, 하루라도 안 힘든 날은 없었지만 왜 힘들어야만 하는지 그걸 생각하는 거죠. 아무 생각이 안 날 때는 그냥 종이에 끄적거려보기도 하고, 어떤 공간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거 같아요. 편안한 상태 또는 장소를 종이에다 그려 보는 것 같아요. 생각을 그려보며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하는 상상을 합니다. 드로잉의 힘을 빌린 상상의 장치, 그냥 이미지가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적인 것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계속 했어요. 결국은 움직이는 영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고요. 이렇게 뭔가를 그리며 마무리하고 자는 거죠. 저에게는 이게 매일매일 하는 작업이에요. 결국은 사는 어려움들에 관한 싸움을 일기로 정리하는 과정이 저에게 필요했던 거에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길을 못 찾기 때문에 하는 거죠. 이것으로 숨을 쉴 수가 있구나 하는 거죠.

 

 

 

자기 생각과 감정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이나 고민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예술가들은 법적으로 보호가 되는 상황이 아니에요. 노동착취라고 얘기를 하는데 그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감수해야 해요. 눈뜨고 작품을 뺏기거나 기증 당하는 경우도 많죠. 전 작년까지만 해도 노동자라는 단어에 매우 슬퍼했는데,  하는 일을 그만 두고 미지급된 급여에 대해 노동청에 신청했는데 노동자가 아니어서 안 된다는 판례가 나왔어요. 꽤 낙담했죠. 월세는 높아만 가고 살 곳은 없는데, 저의 위치는 프리랜서 혹은 개인 사업가 사이의 미묘한 지점에 있고. 그냥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느낌인거죠.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하며 살겠다고 늘 생각해요. 새로운 작업, 더 나은 작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계속 보인다는 것이 이 모든 답답함을 아무것도 아니게 하더라구요.

 

 

 

작가님이 창조해내는 생명체들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심해동물이나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동물들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이러한 생명체의 형태들을 어디서 착안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굉장히 단순화된 생물체들이 매우 많은데, 생물체를 드러내기 위한 건 아니고 대상이 필요했어요. 이 대상은 가까이 있고 매우 단순하지만, 손가락처럼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더듬더듬 움직여 바깥을 보는 거예요. 기관 중에서 감각하는 지점, ‘촉수’라는 게 가장 기본적인 형태잖아요. 그런 것들을 한 촉수, 두 촉수 만들어 가다 보니 여기서 더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고, 계속 시리즈로 작업하다 보니 심해 해양생물들의 공간과 비슷해졌죠.

패닉, 충격의 시간에서 알게 되는 것이 있어요. 전 두세 번 정도 그런 시간이 있었어요. 처음의 패닉은 갑작스런 친구의 죽음이었고, 그 다음은 자취 생활 10년을 함께 한 토끼가 죽었을 때였고, 또 그 다음은 5년을 힘들게 암 투병했던 아버지의 죽음이었죠. 가족...그런 감정들을 말로 하기가 항상 어렵지요. 제겐 시간 말고 있는 것이 없었고 틈틈이 드로잉, 철사작업을 계속 하면서 집중하는 동안 위로를 받은 것 같아요.

늘 함께라고 생각했는데 죽음, 헤어짐이라는 건 너무 허망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정말 나는 혼자 버려졌다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어떻게 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죠. 이런 기분과 느낌을 무엇으로 어찌할지 몰라서 의자에 앉을 때면 반복적으로 무언가를 만들거나 그렸어요. 매일 나를 봐 주었던 그들의 기억들, 느낌들이 펜에서 내 손, 혹은 몸 속 흐르는 피 속에 돌다 어느 날 종이 한 켠에 나와 그림 속에서 다시 만나는 기분이 들었어요. 더는 만날 수 없으니 너무 그립지요. 아버지가 암 투병하실 때 치료를 다하지 못해 한 맺힌 상황들도 계속 떠오르고요. 생각한다는 것이 뭔가를 떠올릴 때마다 그 상실감이라는 것도 계속 반복되었어요.

한동안은 시간이 흐르도록 그냥 두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았고, 그 때문에 사물의 존재감, 그 표면이라든지 질감, 촉감, 감각들에 집중하려고 한 것 같아요. 깊이를 말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만지작거리며 오래 작업하게 된 것 같아요. 더 나아가 이야기, 고민, 이뤄지지 않는 바람들을 영상의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고, 이렇게 살았죠. 이 속에 제가 느껴왔던 바가 들어 있기도 해요.

 

 

 

이전에도 네마프에 참여하신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와 비교해 작업이나 전시 준비 면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네마프가 ‘인디비디오페스티벌’이었을 때 1회, 2회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졸업 무렵이었어요. 아무 것도 모를 때라 망설임이 없었고, 그래서 더 용감했고. 무척 즐거웠을 때죠. 지금은 많은 사건을 겪고 난 이후지만. 그래도 작업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어떻게 나아갈지 준비하고 있죠. 그냥 되는 것은 없으니까요.

17년, 18번째네요. 그 긴 시간 동안 네마프가 계속 있어서 고맙고, 네마프를 통해 많은 작품들을 보는 것이 정말 힘이 돼요. 많은 작가들이 작품들을 어렵게 만들어내서 매해 올리는 걸 보면 너무 좋아요. 여름하면 네마프를 같이 떠올리죠. 특별한 공부의 시간이라고 할까요. 그냥 ‘있구나’하고 인지하는 것과 ‘어떤 지점에서 이 사람들이 이렇게 해왔구나’, ‘이렇게 다양한 시선들이 있구나’라고 느끼는 지점은 매우 다르죠. 학교나 교육기관을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 스스로 찾아와서 배우는 것의 차이를 아는 것. 이런 것이 달라진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백기은 작가는 인터뷰 내내 정성스럽게 답변해주었다. 또한, 직접 드로잉노트와 작품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는 모습에서 그의 드로잉에 대한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부분을 드로잉을 통해 섬세하게 풀어낸다. 백기은 작가의 다음 드로잉 작품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취재 | 이은아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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