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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LECTURE]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 특별강연
2017-08-23 11:26:22
NeMaf <> 조회수 603

 

8월20일 탈영역우정국에서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특별강연이 진행되었다. “겉도는 말, 헛도는 삶”이라는 제목을 가지고 독립영화의 미학과 나아갈 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김종갑 몸문화연구소 소장의 강연과 질의응답으로 구성된 강좌였다. 질의응답은 설경숙 모더레이터가 진행했다.

 

 

 

설경숙: 분리의 수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 소수자의 이야기, 제도의 분리에 대항하는 목소리를 많이 내려고 하는데 그런 경우에서도 우리는 또 다른 분리를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해진 수사,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한번 떨어져서 지켜보자. 그러한 취지에서 강좌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김종갑 교수님 모시고 강연 듣겠습니다.

 

 


1. 강연

1) 넘쳐나는 정보와 새로운 정보

정보가 넘치는 사회에서, 오히려 대다수의 정보들은 의미를 획득하기 어렵다. 사람들은 각자의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은 어느 정도의 위계나 제도를 따라서 만들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공간은 차등화, 의미화가 나뉘는 공간이다. 이를 통해서 사회가 굴러갈 수 있으며 ‘사회란 무엇이다’ ‘영화란 무엇이다’라는 식의 지식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연한 정보를 다시 반복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독립영화 또는 뉴미디어 장르에 있어서 작업이란 비판적인 과정이며, 사회 참여적이고, 전복적이며,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어떤 길일 것이다. 제도권 내에서 안전하고 신뢰받는 상식적인 정보가 아니라, 어떤 새로운 정보를 말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하지만 잠재가치가 높은 일이다. 즉 우리가 영화를 만들고, 미술작품을 만들 때 정해진 패턴을 따른다면 가장 인정받기 쉬운 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해야 할 작업이란 위계화된 것들을 어떻게 전복, 재배치, 변혁할 것인가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그 문제는 의미와 정보를 어떻게 다루고 재구성하며 재배치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2) 현대: 심리적 사회

예술, 영화라는 허구적인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런 저런 감동을 받거나 세상에 대해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상업영화들이 소재로 삼는 것이 독립영화/뉴미디어 작업의 소재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사회를 전복하고 비리를 드러내고, 저항하는 이야기들이 사실상 영화의 생명을 구현한다. 많은 영화의 플롯이 잘못된 시스템에 대한 저항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영화를 보고서 사회적 질서가 엉망이다, 이런 말들을 하게 되지만 사실 그건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기에 새로운 인식이나 지식이 생기지는 않는 것이다.

한편으로 상업영화에서 더 흥미를 끄는 인물은 악당 혹은 팜므파탈들이다. 막스 베버는 현대 사회를 심리적인 사회라고 정의한다. 그 까닭은 도덕적 사회에서 윤리적인 사람들이 높은 위치에 오른다면 심리적 사회에서는 도덕적 옮고 그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기준으로 삼는 좋고 싫음이 중요하다. 어떤 취향에 권력이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영화의 악당들은 매력을 얻는 것이다. 따라서 어찌 보면 우리가 사회적 악을 지적하고 제도적인 문제점들을 비판하는 작업을 할 때, 이미 모든 것이 비판되어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또 달리 말한다면, 이미 알고 있는 것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할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3) 상업영화가 잡음 없이 주는 것

다시 정보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간다면, 너무나 많은 정보들에 우리는 둘러싸여 살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각 매체를 다룬다면 어떻게 많은 정보 사이에서 압축된 메시지로 하나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라는 고민이 들 것이다. 만약, 상업영화의 경우를 들어본다면 감독은 수많은 시각적 정보 사이에서 하나의 보여주고 싶은 것을, 관객으로 하여금 보도록 해야 합니다. 보여주고 싶지 않은 장면은 잡음이라고 할 수 있다. 관객이 잡음만 본다면 아마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감독은 엄청나게 많은 잠재적인 정보들을 다듬어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 이야기로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어떻게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낼 것인가 라는 것이, 상업영화의 지향점일 것이다. 잡음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써 여러 가지 영화적 장치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가령 <정글북>의 한 장면, 뱀이 모글리를 자신의 눈만 보도록 조종하는 것이 아마 영화가 노리는 효과일 것이다. 잡음들은 전부 배제하고 메시지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 따라서 주고 싶은 정보로 시선을 한정시키기 위해 영화가 선택하는 장치 중 하나는 클로즈업, 혹은 스테레오타입이다.

 

 

 

4) 대항영화는 어떻게 ‘잡음’을 재구성할 것인가.

상업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어떻게 수많은 잡음을 걸러낼 것인가의 문제라면 대항영화, 대안영화의 경우는 반대일 것이다. 축소된 잡음들을 어떻게 듣도록, 드러내도록 만들어낼 수 있을까? 상업영화가 억압해야했던 것들, 그리고 영화 내에서 무시하도록 조작된 정보들을 어떻게 재활용하여 우리의 작업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따라서 새로운 작업을 한다는 것은 하나의 단일한 정보가 아니라 잡음들에 주목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참고할 개념은, 프로이트가 말했던 독일어 Unheimlich이다. Unheimlich란 익숙한 것이 어느 순간 낯설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길들여지지 않은 잡음이 영화 속에서 새어나올 때, 그 순간 우리는 낯설음을 느낄 것이다. 상업영화가 배제한 낯설음 사이에서 우리는 일상을 계속 낯설게 만들어야 한다. 질서 잡힌 코스모스가 아니라 무질서한 카오스적인 것에 변화가 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 체계와 상징질서에 맞지 않는 이질적인 목소리들을 찾아내야 한다. 일상에 감춰진 비일상적인 것들을 드러내는 가능성에 아마 상업영화적 문법이 아니라 타자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서 다른 문법이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독립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노마드적인 행위일 것이다. 엄청난 정보들을 제도나 권력이 범주화한다면, 그에 대항해 선악/미추로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의미와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이 대항적 예술이 취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지 않을까.

 

 

 

2. 질의

설경숙: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잡음을 부활시키며 대항예술의 역할을 하고 있는 작품을 예로 들어주신다면 어떤 것일까요?

김종갑: <낮술>이나 <똥파리>를 들고 싶습니다. <똥파리>의 경우에는 너무 분명한 메시지만 있기는 하지만, 굉장히 극적으로 탁월하게 효과를 내는 영화입니다. <낮술>의 경우는 일상과 일상 사이의 경험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경우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스스로 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사실 잡음을 드러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죠. 우리가 너무 주위를 의식하지 않으면, 오히려 잡음을 더 드러내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관객1: 바흐친을 언급하셨는데, 지금 선생님이 언급하신 부분과의 접점이 어떤 것인지 듣고 싶어요.

김종갑: 아까 잠시 보여드린 베이컨 자화상이 바흐친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통 자화상이라면 그 개념이 있거든요. 그 자화상의 주인공이 화가이고 위대하다, 지적이다, 등등 어떠한 기대지평을 가지고 바라보거든요. 그것을 뒤흔들고 그래서 그러한 경계를 유발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그러한 화폭의 문법을 구사하지 않았는가. 아름답다, 아름답지 않다, 그러한 범주로 환원되지 않는 제3의 가능성이 바흐친적인 작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설경숙: <대화의 조각> 같은 경우에는 그러한 주류매체에서 사용하는 의도가 있는 이미지와 말이 아닌 말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의 가능성을 비춰보잖아요. 단어가 아닌 표정이나 제스처에는 이런 해석의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대화의 조각>은 또 초점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잡음을 드러냈을 때 초점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김종갑: 대항영화, 잡음을 살리는 영화라고 하더라도 초점이 없으면 안 되죠. 새로운 초점을 들여오거나 다 초점을 이용하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사실은 그런 세계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수 있고요.

 

 

설경숙: 작품의 구조나 진행 방식에 있어서도 다른 배치를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김종갑: 다른 배치라는 것이 영화든 글이든 플롯을 만들잖아요. 가장 고전적인 방식은 시작-중간-끝의 배치이겠죠. 그런데 만약 끝을, 중간 자리에 놓으면 굉장히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지거든요. 그렇다면 배치가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세계는 어떤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배치에 따라 전혀 다른 실체들이 되거든요. 현실이라는 것은 배치에 따라서 달리 구성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관객2: 앞서 말하신 <푸드주식회사>는 선생님 설명에 따라서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김종갑: <푸드주식회사>는 잡음이 없고 날 정보가 그래도 드러나요. 우리가 먹고 있는 음식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사육하는 것에서부터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든요. 실제적인 충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의미는 해설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예술 작품은 허구거든요. 19세기까지는 감상을 했는데 20세기는 감상이 아니라 해석이에요. 해석을 하면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충격효과가 범퍼효과라고 무뎌지죠. 그래서 아무리 급진적인영화를 만들지라도 해석의 과정을 거치다보면 충격이 하나도 없어져버리거든요. 그래서 현대사회에서 새로운 예술을 시도하는 게 정말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의 발견이 가능한 것인가 싶은 고민도 듭니다.

 

 

관객3: 강연 제목이 “겉도는 말, 헛도는 삶”이잖아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종갑: 그 문제의식을 외국에서 공부한 사람은 가지고 있어요. 한국의 현실을 살고 있는 우리가 왜 뉴욕의 이론으로 한국 현실을 설명하는가. 내가 하는 말과 삶이 얼마나 위배되는가. 모든 말이 다 겉돌지 않는가, 그러면 겉도는 말에 어떻게 진정성을 부여할까. 이것이 제가 고민 하는 건데 영화도 마찬가지죠. 내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그것을 어떤 영화적 장치와 기법을 통해 표현해야하기 때문에 나하고 영화작품은 서로 겉도는 거죠. 그래서 언어가 언어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언어가 우리 삶의 위선이 되죠. 그런 점에서 이야기를 했던 겁니다.

 

 

 

정리 | 김지안 루키

사진 | 변지혜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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