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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GT]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 단편
2017-08-23 14:35:00
NeMaf <> 조회수 750

 

8월 21일 낮 12시, 탈영역 우정국에서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 단편> 프로그램이 상영되었다. 이 섹션에서 주목하는 것은 우리의 인식과 개념을 이루는 기호의 작용이다. 기호와 의미의 상관관계는 주체와 대상, 맥락에 따라 강화될 수도, 느슨해질 수도 있고 전혀 다른 관계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 자리에는 <줄긋기와 줄 지우기>의 박한나 작가, <너의 가로수가 되거나, 너의 베란다 울타리가 되거나>의 작가 임정수, 그리고 <언랭귀지드 서울>을 작업한 서울익스프레스의 홍민기 작가와 전유진 작가가 자리했다. 사회자 설경숙도 GT자리를 지켰다.

 

 

 

 

각자 자신과 작업에 대한 소개와 작업 의도에 대해 간단히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유진: 저희는 서울이라는 도시에 대해 표현하며 성가곡을 사용해 전시와 공연을 통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가지고 있는 복합적인 모습을 세 개의 멀티스크린과 아날로그 형 티비를 사용해 표현했고, 사운드적으로는 여섯개의 다른 언어로 구성된 가사와 심플한 형태의 성가곡으로 서울을 표현했습니다.

 

임정수: 이 영상은 퍼포먼스의 한 장면을 기록한 것입니다. 제목에 많은 요소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신체는 조형미가 느껴지게 하는 행동을 지시하는 지령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지령은 배경이 가지는 부분적인 조건을 지시했고 그것을 신체가 시도하면서 겪는 괴리감에 대한 작업입니다. 신체가 사물화되면서 겪는 경험을 그린 것이죠. 그런 과정이 가로수들, 인공적 식물이나 파편화된 베란다의 울타리들, 시스템 안에서 우연적으로 선택된 공간물이 되려고 시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목과 연결하여 이해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박한나: <줄긋기와 줄 지우기>를 작업하면서는 규정을 해야했던 것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자유로운 움직임도 규정되어야하고 줄 안의 것과 줄 바깥의 것으로 나누어져야 합니다. 스티리폼도 유용성을 가질 때에는 실용성 있는 물건이지만 그 실용성을 다하면 쓰레기가 됩니다. 쓰레기와 실용적 물건 사이를 규정하는 줄이 있고, 그것을 지우려는 과정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무언가가 실용적 가치를 잃었을 때의 표류한 상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홍민기, 전유진 작가는 ‘서울익스프레스’라는 팀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한 분은 사운드를, 한 분은 영상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있는데 어떻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작업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홍민기: 이 프로젝트는 한번도 서울에 오지 않은 외국 작가들과 함께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언어를 최소화하고 이미지만을 통해서 소통이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 결과였습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했는데 하나는 비언어적인 것을 가지고 소통이 가능한가에 대한 실험이었고 다른 하나는 서울이 가지는 욕망을 서울에 와본 적 없는 사람에게 이해시키고 소통하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에 대한 욕망과 비언어적이고 분산된 단어만을 가지고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했고, 그래서 영상도 최대한 단순한 이미지로 구성했습니다. 음악을 듣고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한 것이죠.

 

 

 

영화 속에서는 서울이라는 단서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나오는 파편적 기호와 사물들 속에서 소통이 가능한 것일까요?

홍민기: 예전에는 서울의 앰비언스 사운드를 녹음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탄핵정국이어서 시위하는 소리도 있었고 절 노래도 있었어요. 서울에서 발행하는 여러 이미지를 본 적도 있는데 그들이 생각하는 서울의 모습은 우리의 생각과 달랐습니다. 이런 다름 조차도 서울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이 욕망하는 바가 잘 드러나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에서는 서울이 여러가지를 포괄하는 것 같습니다.

 

 

 

<너의 가로수가 되거나, 너의 베란다 울타리가 되거나>는 말을 전복시킨 퍼포먼스를 기록한 영상입니다. 감독님은 그것을 시각적인 것을 촉각적인 것으로 바꿨다고 설명합니다. 촉각적인 것을 인칭이나 대상 사이의 관계로 표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임정수: ‘촉각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촉각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촉각은 촉감보다는 공기를 어떻게 봐야하는가에 지향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이야기하는 촉감은 주인공이 하는 행동과, 그와 관련된 사물이 되어보려는 행동인데 그 사물이 가진 질감을 행하거나 아예 그것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것의 표면이 되려는 최소한의 가능성을 가지려는 과정을 그렸습니다. 그 속에서 계속해서 괴리가 생겨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매칭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 공기를 만드려는 게 있어서 촉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대상이 하필 식물인 이유는 있나요?

임정수: 제가 생각하는 식물이 한국어로는 없는데, 식물이라기보다는 식물의 형상을 가진 조형물에 가깝습니다. 식물의 역할을 대신하는 구조물들입니다. 지금이 도시가 아니라면 다른 것들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있겠지만 시스템화가 되면서 도시를 담당하는 구조물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무언가의 역할을 수행하려고 지시를 받는 입장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줄긋기와 줄 지우기> 박한나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줄은 부정적인 것으로 읽히기도 합니다. 줄에 대해 관객이 어떻게 느끼길 바라셨나요?

박한나: 제가 느낀 건 그저 그 상태일 수는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언가를 규정하고 분리하는 과정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카테고리 안에 없는 애매한 상태의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들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고민 자체가 현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규정내리지는 못했지만 그 질문의 과정이 영화로 만들어 진 것입니다.

 

 

 

<언랭귀지드 서울>에서 말이 나타나는 방식은 비일상적이고 난무합니다. 이를 종교적 형태로 풀어서 표현했는데, 성가곡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홍민기: 저는 영상을 담당했지만 원래는 15세기 음악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15세기 음악이 아주 종교적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작업한 건 그 다음 세대의 음악인데 무반주로 아이들이 연주하는 게 집중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많은 악기가 들어가면 사유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죠. 그것들이 없어서 더 강하게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전유진: ‘언랭귀지드 서울’입니다. 그래서 서울을 말이 아닌 무언가로 표현하는 게 가장 큰 컨셉이었습니다. 음악에 있어서도 악기나 여러 멜로디, 선율조차도 랭귀지가 될 수 있고 가사 안에서 단어와 단어 사이가 가지는 컨텍스트도 하나의 랭귀지를 구성합니다. 하지만 그걸 다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어가 가지는 기본적 소통의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상과 언어의 기능이 없는 언어가 가지는 가능성, 더 직관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음악도 성가라는 포맷을 쓰게 되었습니다. 성가가 주는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힘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학적으로 봤을 때 서울이 주는 복합적인 양면성과 다면성을 성가 역시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비언어적인 것을 사용했지만 음악이 아이러니하게 전달해주는 것은 텍스트들입니다. 연결의 힘은 없는 텍스트들이지만 많이 전달되고 분산됩니다. 악기가 없이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성가라는 고유의 청각적 이미지와 결합되면 괴리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서울은 괴리감이 느껴지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런 도시의 이미지들과도 잘 어울렸다고 생각합니다.

 

 

 

<언랭귀지드 서울>을 볼 때 인간의 말을 들을 때의 자연스러운 사고과정이 방해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주는 감정이 있었는데, 이러한 감정이 어느정도 반영되길 원하시나요?

전유진: 총 6개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어서 전체적으로 모두 해석되면 맥락은 생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느껴지면 안된다는 의도여서 자막을 의도적으로 넣지 않았습니다. 청각적인 이미지가 모여서 하나의 직관적 이미지를 형성할 때는 만드는 입장에서 관통하는 맥락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거창한 건 아니고 언어와 말에 관한 것입니다. 하나의 통일적인 이야기는 성가에서 쓰는 말이나 현대적으로 맥락이 맞닿을 수 있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들 역시 언어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 즉 언어에 대해 언어가 메타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내러티브는 없지만 무얼 지시하는지는 명확한 편입니다.

 

 

 

줄에 대한 표현이 굉장히 개념적인데, 그것을 사물들 사이에서 찾아낸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포착해낸 과정이 궁금합니다.

박한나: 설정해서 한 작업은 아니고, 많은 소스들 중에서 내가 가진 테마를 중심으로 푸티지를 정리하고 추가로 촬영했습니다. 제가 그 당시 집착했던 주제인 살면서 느낀 답답함이 있었고 그를 중심으로 저를 건드리는 몇 가지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관객1: 저는 서울 사람이 아니지만 서울에서 본 이슬람 사원의 분위기를 기억합니다. <언랭귀지드 서울>을 봤을 때 성가인지는 모르고 이슬람 노래라는 생각을 해서 이민자에 대한 생각도 했었습니다. <줄긋기와 줄 지우기>를 보면서는 줄을 지우는 게 erase의 의미가 아니라 짐을 ‘지우다’의 지우다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어요. <너의 가로수가 되거나, 너의 베란다 울타리가 되거나>를 보면서는 음성을 들으며 생략되는 말이 많았는데, 그의 의도를 듣고싶습니다.

홍민기: 언어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고 소통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언어는 굉장히 불안정하고 완성되지 않은 것입니다. 많은 철학자들이 언어로서 이야기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죠. 저희가 주목하는 건 그런 지점입니다. 분절적인 언어만 가지고도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슬람 사원도 틀린 느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서울을 완벽히 정의하려 한 게 아닙니다.

임정수: 지시한 걸 행하는 게 목적이라기보다, 저는 퍼포먼스 작업을 하는데 설치작업 자체가 영상이 될 수 없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편들을 띄어쓰기 해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전달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어서 생략이 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박한나: 줄 ‘지우기’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참신한 생각 같습니다.

 

 

 

소통에 대한 바탕이 다들 깔려있었을 것 같습니다. 대중매체의 탓도 있겠지만 이러한 소통방식은 아직은 난해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일상의 소통 가능성과 예술 작품 사이의 괴리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생각이 있으시다면 무엇인지 묻고싶습니다.

전유진: 언어가 소통을 위한 것이라면 저희 작업도 마찬가지고, 다른 실험영화들이 난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직접적인 전달의 방식이 아닌 정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난해하게만 만들겠다고 생각한 게 아니라 그런 방식을 통해 줄 수 있는 감각을 설계하고 만듭니다. 또한 저희 팀은 그런 감각에 있어서 청각적인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음악에 중점을 두고 작업하는 편입니다. 설명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나 정보보다 두번째 감각일 수 있는 청각적 요소들이 사실은 더 직접적이고 직관적인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임정수: 저는 삶이나 예술이 지속될 수 있게 하는 게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낭만적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상상력이 직접적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정해진 언어 자체가 두루뭉실한 카테고리어서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것 같고, 카테고리화 된 것을 상상력으로 열면서 구체적인 소통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파편화 된 것을 불가능한 언어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전달 가능한 조건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러워졌으면 합니다.

 

박한나: 이미지가 가지는 또다른 소통방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 작가님이 말하신 것처럼 조금 더 직접적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 안에서 그게 항상 그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낯설게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열어주는 것이 영상이나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를 더 감각하고, 새로운 소통을 하길 바랍니다.

 

홍민기: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고 한다면 그게 온전하게 상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희의 작업은 저희가 느끼는 모순, 감정들이 전달되는 것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상대방이 어떤 감정을 느끼면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소통 방식이 감정의 측면과 정의를 넘어선 것을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다른 의미를 부여해도 그 자체가 소통이라고 생각해요.

 

 

 

관객2: 계속해서 대중매체를 통해서 언어적인 방식으로 소통했는데 비언어적인 소통을 보며 난해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말을 들어보니 그러한 소통방식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계획하는 작업이나 소감에 대해 한마디씩 듣겠습니다.

전유진: 저희는 이렇게 말이나 언어에 대한 섹션이 묶여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는데, 의미있는 섹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여성에 관련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른 배경을 가진 전 세계의 여성들을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에 음악이 가미된 공연 및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임정수: 전달하는 내용의 언어도 그렇지만 감정도 언어로 정립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에 너무 밝은 음악을 들었는데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보통 언어적으로 다뤄진 작품들은 감정도 카테고리화 된 감정으로 들어간 것 같아서 마음이 안좋습니다. 그런 감정을 벗어나있는, 그래서 더 진짜의 감정으로 갈 수 있는 네마프 같은 기회가 있어서 행운입니다. 작품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한나: 긴 시간 보시고 들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네마프에서 상영하게 되고,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과 맥락이 맞는 주제전에 초청받아 영광입니다.

 

 

 

기록 |  김혜림 루키

사진 |  변지혜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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