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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TALK]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 토크
2017-08-25 11:02:16
NeMaf <> 조회수 245

 

8월 24일 오후 4시, 인디스페이스에서 이번 주제전에 대한 토크가 진행되었다. 설경숙 프로그래머는 이번 주제전인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세 작가와 변성찬 영화평론가와 함께 그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토크에는 <개의 역사>를 작업한 김보람 작가와 <언랭귀지드 서울>을 작업한 서울익스프레스의 홍민기, 전유진 작가가 참여하였다.

 

 

 

설경숙: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은 통합과 비판에 대한 작업이 계속해서 언어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착안했습니다. 우리는 익숙해진 언어의 코드를 쓰면서 분리와 차별의 코드에 익숙해져 있죠. 그래서 우리가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며, 이로서 의미를 형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담은 작업을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개의 역사>는 한국구애전에 속한 장편이고, <언랭귀지드 서울>은 주제전에 속한 단편작업입니다. 이 두 작업은 사뭇 달라보이지만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업이 관객과의 소통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어떻게 완성되고 확장되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변성찬: 사실 영화에서 말과 언어가 아주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비평이나 이론에서는 덜 다루어진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문제를 떼어놓으면 계속해서 다른 문제와 함께 그 문제를 이야기하게 되더라구요. 이번 섹션을 보면서 의식적으로 언어적인 요소만 생각하려 하니 진전이 잘 안되고 어려웠습니다.

 

 

 

설경숙: 우선 작가님들이 어떤 생각에서 작업을 하게 되었는지 묻고 싶습니다.

전유진: 저희 작품 자체는 전시와 공연이 결합된 형태입니다. 저희 기획 전체는 서울에 와보지 않은 해외 아티스트 3명과 함께 말이 통하지 않는 상태에서 서울에 대해 비언어적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총 다섯 작품이 이 프로젝트 안에 속해있죠. <언랭귀지드 서울>은 이러한 가능성의 실험에 대한 과정을 풀어낸 작업입니다.

 

김보람: <개의 역사>라는 작품은 제가 살았던 서울 후암동에서 발견한 개와 그 개를 보면서 했던 생각을 풀어낸 작업입니다. 저는 일상이 잘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강하게 느낀 시기를 겪었습니다. 그때 동네의 백구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죠. 저의 감정의 근원을 찾고 싶다는 생각에 <개의 역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제 감정이 어떤 한 가지 큰 일로부터 온 게 아니라 공기 중에 떠도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변의 사소한 풍경과 존재를 통해 이야기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설경숙: 언어 자체에 대한 탐구는 이전에도 있어왔어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 언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홍민기: 서울은 도시에요. 도시라는 건 참 특이한 것 같은데 우리는 가보지 않은 도시라도 그 도시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있죠.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는 어떤 도시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어요. 우리가 아는 서울과 서울에 사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더욱 광범위하게 이 도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게 언어와도 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

 

 

 

변성찬: 그런 점에서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언랭귀지드 서울>은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서울이라는 공간과 그 기표가 갖는 이미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개의 역사>는 자신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서울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굉장히 성격이 다른 두 작품이지만 공통적으로 서울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언랭귀지드 서울>을 볼 때, 이 작품에서 서울이 어디 있는지에 대해 묻고 싶고, 그를 전달하기 위해서 이러한 작업 방식을 택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홍민기: 저희의 작업은 외국작가들과 언어적인 것을 최소화하고 소통한 결과물이에요. 모두 서울에 대한 인상이 있는데, 그 세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에 대한 대답이죠. 그러한 세계에 대한 설명은 구체적인 이미지나 언어를 통해서 획득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조각조각 흩어진 단어와 파편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넘쳐납니다. 이에 대한 해석은 관객 나름인 것 같아요.

 

 

 

변성찬: <개의 역사>는 비전형적이고 비관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취합니다. 개나 할머니, 작가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느슨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고, 어떠한 연결은 급작스럽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교방문 에피소드나 친구의 이야기가 왜 들어갔는지는 궁금해요.

김보람: 작업 과정에서 몇 가지 변화가 있었어요. 백구의 이야기만으로는 제가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모두 전달되지 못한다는 깨달음으로 작업을 몇 달 동안 진행하지 못한 시기가 있었죠. 두 가지 문제점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나는 개라는 소재를 썼을 때 사람들이 기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는 어려움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촬영 도중 갑작스러운 백구의 죽음이었어요. 제가 소외되거나 관심이 없는 식으로 접근했던 대상이 사라졌을 때, 그 부재로 인해서 오히려 백구가 그저 백구로서 존재했던 시간이 확 다가온 순간이 있었죠. 백구가 죽기 전과 죽고 난 후에는 작업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다른 대상을 찍은 것들은 사실 <개의 역사>에 넣으려고 찍은 건 아니었는데 그러한 전혀 다른 이야기도 백구의 이야기를 보는 것 같다는 피드백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제 마음가짐이 같다면 뭘 찍어도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친구나 모교 방문 에피소드를 넣은 건 제 배경이 설명되지 않고서는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때 제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까를 생각했는데 제가 주인공이 된다거나, 나와서 어떤 행동을 한다는 건 영화와 잘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제가 찍은 사람들처럼 스쳐 지나가는 모습으로 보여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저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들만 넣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변성찬: 이 영화의 궁극적인 화자, 즉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관객들은 간접적으로만 듣게 되어있어요. 자기 발언이나 노출은 최소화 되어있죠. 그래서 저는 내레이션이 절대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끝나갈 무렵에 등장해요. 왜 내레이션을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보람: 영화 전체가 저의 돌려 말하는 화법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일상에서는 불편함을 못 느꼈는데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전달이 안된다는 고민이 많았죠. 이런 애매한 이야기를 애매하게 전달하면 누가 이해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스스로에게 많이 들었어요. 마지막 내레이션은 충동적으로 만든 부분이었는데 하고싶었던 말을 다 해보자고 생각해서 일기를 긁어와서 낭독하듯 읽었어요. 그리고 그에 맞는 화면을 찾아서 붙였죠. 중복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지만 중복이 강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설경숙: <언랭귀지드 서울>은 성가풍의 노래를 아이들이 부르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그러한 목소리를 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유진: 음악은 시각적인 것의 뒤에 오는, 두번째 감각으로 다뤄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익스프레서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음악을 앞으로 끌어오자는 측면이 있어요. 청각적인 것은 텍스트나 이미지에 비해서 정보전달이나 지식전달력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그것이 가지는 직관적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성가는 아주 심플한 형식의 음악이에요. 이러한 미니멀함이 줄 수 있는 청각적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게 실제적으로 분산적인 형태의 가사와 맞물렸을 때의 괴리감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어린이의 목소리도 꾸밈이 없고 원초적이라는 점 때문에 가져왔어요. 저희는 작가의 의도, 즉 무언가에도 다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최소화하고 싶었어요. 그런 의도가 없다는 걸 역으로 보여주고 싶어서 영상도 절제되어 있고 군더더기가 없죠. 그런 방식이 줄 수 있는 직관적 감정이 더 강한 힘을 가진다고 생각했어요.

 

 

 

변성찬: 그러한 미니멀함을 교란시키는 것이 아날로그 티비에 등장하는 테스트들이에요. 어떨 때는 가사와 상응하기도, 또 충돌하기도 하죠. 그러한 언어가 청각적 목소리의 흐름과의 관계가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홍민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포루투갈어를 모르지만 포루투갈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하거나 이미지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최소한의 이미지나 정보라도 제공하죠. 그게 최초의 의도와는 다를 수 있지만요. 그래서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의미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 조각난 언어와 단어를 가지고 서울이든 뭐든 감정적 교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입장에서 텍스트는 무언가를 하나 사람들에게 던져주었을 때 의미화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서 사용했습니다. 방해요소가 될 수도, 생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죠. 재료를 하나 더 준 것입니다.

 

전유진: 저희가 ‘비언어’라는 단어로 작업을 설명했지만 사실 이에 대해서 정확한 정의를 내려야 했어요. 저희는 우리가 아는 언어의 형태, 즉 완벽한 구조의 언어가 아니라 이처럼 분산되어 있고, 떨어져 있는 것도 언어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것이 가지는 소통의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죠. 아날로그 티비로 한 작업은 같은 가사임에도 다른 의미로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텍스트를 쓰지만 굉장히 언어적이지 않은 파편적 형태로 보여주죠. 그 방식이 보여주는 이미지적인 언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홍민기: 제가 <개의 역사>를 본 후기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요. 인간은 사실 백구의 생각에 대해서 완벽히 알 수 없잖아요. 주변인들이 백구를 보는 시선도 결국 인간의 시선입니다. 결국은 무의미하죠. 하지만 이러한 무의미가 백구와 다른 인간의 삶에 비춰지면서 관계성을 맺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이야기와 세계를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 저희의 작업과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변성찬: 제목을 바꾸라는 이야기는 없었나요? 제목은 애초에 첫번째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잡았던 것인데.

김보람: 제목은 시작하는 순간부터 제 마음 속에서는 바뀌지 않았어요. 개가 백구를 지칭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저이기도 하고, 제가 만난 사람들이자 비둘기일 수도 있죠. 백구는 백구의 삶이 있었고 저도 제 삶이 있는데 그걸 백구에게 완전히 투영하려는 건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실패한 지점이죠. 그 이후에도 그런 순간들을 경험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말하고 싶었던 지점에 대해서는 공통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를 중심으로 영상들을 모았습니다.

 

 

 

설경숙: 내레이션을 넣으시면서 다른 작품을 참고했다면 무엇이고, 그와 비교를 한다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김보람: 사실 참고한 영화는 많았는데 그걸 특별히 화자, 감독에 초점 맞춰서 보지는 않았어요. 무책임한 말일 수는 있지만 그러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 캐릭터를 설정하고 현장에 간 건 아니고 사람들의 질문과 함께 인터뷰가 시작되는 방식을 택했죠. 참고한 영화는 세 가지 다큐멘터리인데 <시 읽는 시간>, <아들의 시간>, <의사가 되는 법>이에요. 이 작품들과 <개의 역사>를 비교해보면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다들 있었던 것 같아요. <시 읽는 시간>이 말하고자 한 주제와 제 주제는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저와는 작품 구성 방식이 달라요. <의사가 되는 법>은 형식이 비슷하나 촬영 방식은 다르죠. <아들의 시간>은 푸티지 구성이 비슷하지만 그와는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설경숙: 네마프에서 소개되는 작업들이 그 동안의 소통 방식과 다르다는 점 때문에 어렵다는 말도 많아요. 작업하신 분들로서 소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어요.

홍민기: 보통은 소통이 자신의 명제를 상대방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예술 작품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예술은 진리나 명제보다는 세상을 설명하려는 나름대로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사실 설명이 불가한 것이죠. 설명이 불가한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했을 때 정확한 명제보다는 그 사람의 인상과 이미지를 통해 영감을 받는 것이에요. 저는 어떤 명제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만이 소통이라기보다는 이미지나 작가가 가지는 감정을 관람객의 개인적 경험에 비춰서 다른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이 소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김보람: 저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영화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작업을 이어나갔어요. 제 딴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대한 언어를 만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떨어지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는 원치 않았어요. 이렇게도, 저렇게도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상영하면서 관객 분들이 저에게 거꾸로 단서를 던져주기도 해요. 저는 그런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고 좋았습니다.

 

 

 

변성찬: 이러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은 상투적 관습이라는 것에 어떻게 균열을 내고 해체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고민은 정치적 고민, 미학적 고민이 뗄 수 없이 결합된 작업으로 나타나죠. 이러한 작업이 소통의 첫 출발 같아요. 제목처럼 일단은 분리시키는 것이 소통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록 | 김혜림 루키

사진 | 변지혜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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