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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INTERVIEW] 오재형 감독, 이선태 배우
2018-08-20 15:38:52
NeMaf <> 조회수 792

 

 2018년 8월 19일 오전 11시 인디스페이스 라운지에서 21일 상영과 GT를앞두고 있는 <봄날>의 오재형 감독, 이선태 배우를 만나 짧은 인터뷰를 가졌다.

 

 

 

영화 <봄날>의 기획 의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5.18 기념재단에서 해마다 기념 음반 제작을 하는데 올해는 특별하게 영상이랑 같이 제작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뢰를 받았어요. 마음대로 만들어도 된다는 조건이어서 제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처음 시작은 그렇게 되었지만 저도 고향이 광주이고 부모님도 5.18과 연관이 있으셔서 언젠가 한 번 다루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마침 기회가 찾아왔던 것 같습니다.

 

 

 

음악도 직접 만드신 건가요?

 

음악을 만드신 분은 류형선 음악 감독님이시고요. 그분이 음악을 맡고 제가 뮤직비디오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댄스 필름 형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계속 같이 만들어갔어요. 음악을 조금 보내주시고 저도 해당 부분을 구상을 하는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본인이 늘 하고 싶으셨던 실험적인 음악과 국악 베이스로 연결을 하셔서 신경을 많이 써주셨습니다.

 

 

 

한강의 작품 <소년이 온다> 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5.18에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이 문제에 관련해 제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인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어요. 형식은 댄스필름에 대해 관심이 있어 늘 염두해두고 있었구요. 소설 속 여러 군상을 끄집어와서 하나의 무형영화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용가 섭외와 안무는 도움주신 분이 따로 계셨을까요?

 

캐스팅은 제가 하고 디렉팅은 무용수분들께 맡겼습니다. 음악만 던져주었기 때문에 그분들은 안무가이자 무용가로 참여를 하게 된 거에요. 무용가 섭외의 경우, 이선태 배우는 작년 이맘 때 쯤에 인디포럼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출연하셨던 작품을 보고선 제안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머지 하이경, 천현아 무용수는 선태 씨가 소개해준 무용가였고 김수진 무용가는 제가 원래 알고 지냈던 무용수여서 섭외하게 되었습니다.  

 

 

 

왜 수어라는 매체를 이용하였나요?

 

장진석 선배님은 여러 독립영화제 개막식이나 폐막식 때 나와 수어 통역을 많이 하시는 분이에요. 여러 영화제를 통해서 자주 봤었는데 언젠가부터 제가 그분의 손짓이나 표정을 엄청 집중해서 보고 있더라구요. 작품을 구상하면서 생각이 나서 섭외를 하게 되었습니다. 수어 통역사라기 보다는 한 명의 퍼포머로 섭외를 하게 된 것 같아요. 수어의 내용은 ‘소년이 온다’의 마지막 부분으로 아들을 회상하면서 독백을 하는 부분인데 감정이 가장 격한 부분이에요. 제가 낭독을 하고 그분이 수어 통역을 해주셨습니다. 그 때 선배님이 쌍둥이를 출산하셨을 때라 감정적인 연기를 하는 게 힘드셨다고 하더라구요.

 

 

 

늘 국가 폭력에 관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배경, 환경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나요?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하면, 저는 원래 미대를 나와서 자연을 그리고 있었는데 2012년에 제주도 강정마을을 알게 되었어요. 거기 내려가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는 구나, 이게 국가폭력이라고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후에 세월호가 터지고, 사회 문제에 계속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몰랐던 많은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용산 참사 등 국가 폭력에 대해 유심히 지켜보면서, 나가서 활동가로서 활동하는 건 아니지만 최대한 작가로서, 작품으로서 나타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술학도인데 어떻게 춤과 몸짓에 대한 영상을 다루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댄스필름’이라는 장르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어요. 국내에서도 생소한 장르였구요. 그러던 중 무용가이시기도 한 김수진 씨가 네마프에서 연출자로 상영한 댄스필름을 보게 되었어요. 그때 많은 감명을 받아서 5.18 작품에 시도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저만의 해석을 더해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고 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장르가 있나요?

 

애착이 가는 장르는 당연히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예요. <보이지 않는 도시들> 같은 경우가 제 정체성과 가장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림도 그리고 연주도 하고 영화도 찍는다고 해주셨는데 독립적으로 보면 굉장히 아마추어예요. 영상도 전공한 게 아니구요. 이걸 다 합쳐 놓으면 제가 된 것 같아요. 대학교 때부터 영상도 관심 있었고, 지금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작가들처럼 다방면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촬영하면서 가장 많이 고려했던 것이 있나요?

 

영화에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후반부의 투사씬입니다. 새벽 3~4시쯤 휴대용 발전기를 이용해 빔프로젝터와 카메라를 동시에 들고 찍었었어요. 그게 아무도 없는 광주에서 영상을 투사했는데 마치 제가 광주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 같았어요. 도시를 위한 씻김굿을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고요.

 

 

 

앞으로 작업해보고 싶은 주제나 작업 계획이 있나요?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 작업을 계속하고 있고, 그 작품들을 모아서 단독 공연을 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합니다. 또 제가 만들었던 영화를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로 옮겨볼까 라는 생각도 들어요. 아예 오디오 비주얼 퍼포먼스로 준비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도시들>인데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을 기반으로 도시 하나하나를 만들고 있고, 한 달에 한편씩 유튜브로 올리고 있습니다.

 

 

 

 

이선태 배우님께 여쭤봅니다. <봄날>을 촬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선태: 인디포럼에서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무용계에서는 댄스필름을 찍어줄 분이 없어서 참여할 기회가 없었는데 운 좋게 기회가 되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시놉시스를 받기도 했나요?

 

이선태: 시놉시스보다는 <소년이 온다> 책을 받았었습니다. 정독을 하지는 못했지만 캐릭터 잡는 등 연구하는 데는 충분한 정보를 주었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맡으셨나요?

 

감독님: 소년이 온다에 나오는 20-30대 정도의 남성에 투영해서 역할을 디렉팅 했습니다. 구체적인 인물을 지시하지는 않았어요.

 

이선태: 연기가 아니니까 디테일한 캐릭터 분석은 하지 않았어요. 감정 상태에서 나오는 움직임이 더 중요했다고 생각을 했고, 과거에 있던 트라우마에 의해서 사소한 소리 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연기를 했습니다. 과거의 아픈 시간 속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어땠을까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상처 속에 들어와 계속 괴로운 상태였습니다. 그 상태에 집중을 하고 공간과 관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안무도 전적으로 맡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이선태: 제작한 음악을 보내주시고 저는 안무를 한다는 개념이었어요. 정확히 안무를 사전에 짜서 한다기보다는 나름대로 음악 속 파트를 구분 짓고 움직임의 원리나 방법을 바꾸어서 진행했던 것 같아요. 공간이 주는 힘이 강해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바꾼 것들도 많았습니다.

 

 

 

연기, 댄스필름,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선태 : 무용계에서는 작년에 댄스필름이 처음 시작되었어요. 제가 댄스필름의 씬에 있다고는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말해보겠습니다. 제 생각에 기존 춤추던 것과 많이 다를 건 없어요. 그런데 재미있죠. 관객의 시선을 바꿀 수 있고 연출을 다양하게 할 수 있거든요. 현대무용은 한정적인 부분이 있는데 댄스필름을 할 때는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너무 재미있습니다. 새로운 세계가 열린 느낌입니다. 무대에서는 한순간을 위해서 해야 하는데 댄스필름은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얻은 결과물들을 오래도록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단발성으로 끝나는 무대가 많이 아쉬웠었거든요. 요즘은 춤을 출 때 저 자신을 무언가에 맡기거든요. 한 번은 눈을 가리고 월광에 맞춰 즉흥적으로 춤을 춘 적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거든요. 제 몸에 집중하는 이 순간이 좋은데 이 즉흥을 했을 때 몰입되던 순간이 너무 아까운 거에요. 이 소중한 순간이 사라지는 점이 아쉬웠는데 필름으로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공연과 댄스필름은 항상 공존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봄날>, 완성작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드셨나요?

 

이선태: 일단은 제가 너무 잘 나와서 감사드리죠. 사실은 제가 조금 더 많이 나올 줄 알았어요. 춤을 리플레이해서 보면 댄서들은 자기만 봐요. 심리적으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데, 그렇다 보니 저는 저 밖에 기억이 안 나네요.(웃음) 제가 상대적으로 너무 연기를 했나 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오재형: 한마디 보태자면. 선태 씨는 무엇이로도 변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어요. 역동적인 에너지가 느껴지는 연기들이었고, 세 파트 모두 달랐어요. 그래서 저는 그 점이 오히려 더 좋았어요. 김수진 씨 같은 경우에는 한가지 혼에 빙의 되어서 따라가는 느낌이었는데 배우 분들마다 스타일이 다 달라서 저는 좋았습니다. 연출 의도 자체가 각각의 다른 트라우마들을 보여주는 것이었으니까요.

이선태: 처음에 얘기해주셨던 의도와 일관적으로 잘 나온 것 같습니다. 다만제 생각과 달랐던 부분은 많이들 ‘더 아트적이다, 대중적이다’ 라는 말을 하는데 <봄날>은 조금 더 대중 쪽에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금 그로테스크 하기도 하고 대중들이 봤을 때 혐오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대중적이더라구요.

 

오재형: 만약에 제가 댄스필름을 다시 한다면 더 과감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선태: 이제 조금씩 사람들이 아트를 알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님이 모든 부분에 있어 오픈 되어 있어서 좋았어요.

 

오재형: 잘 모르다보니…(웃음)

 

이선태: 항상 도전적이잖아요. 항상 도전적인 게 너무 좋았어요. 오재형 감독님 같은 분들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재형: 댄서는 본인 나름대로 의도를 가지고 춤을 추잖아요. 그런데 편집을 하면 컷이 되잖아요. 안무가로서 컷이 된 것들을 보면 아쉽나요?

 

이선태: 컷이 많이 된 것은 부족한 부분을 가리려고 하는 거에요. 컷이 많아지게 된다면 저희가 실력을 늘릴 필요가 없는 거에요. 그러면 억울하잖아요.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움직임의 흐름까지도 생각해서 만드는 건데 컷이 되면 그것이 드러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이 아쉬운 마음이 생기죠. 그래서 소통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댄서와 배우로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나요?

 

이선태: 사실 둘의 다른 점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환경이 다르다는 것 이있는 것 같아요. 지금 드라마를 하나 찍고 있는데, 바스트컷을 찍는 부분에서 제가 자연스럽게 몸 전체를 큰 동작으로 움직이고 있다거나 이런 부분들이 조금 부딪혔던 것 같아요. 저는 연기를 배울 때 라이브가 연기라고 배웠어서 모든 걸 라이브로 하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고요. 그런 지점들 말고는 같은 것 같아요.

연기를 배우면서 무용에 대해 제가 생각하는 개념이 달라졌어요. 몸을 움직이는데 이유가 생긴 거에요. 또 무용도 요즘 말을 많이 해요. 십 분 동안 계속 말을 한 적도 있어요. 국립현대무용단에서 했던 공연 중에 말을 하고 춤을 추는 공연이 있었는데, 최근 무용계에서 이런 형식이 많이 보편화되었어요. 무용계에서 연극을 하고 연극계에서 무용을 하기 시작했구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이선태 : 채널A에서 6년 만에 12부작 드라마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안무감독으로 참여를 하다가 연기도 하게 되었는데 12부작이 3막으로 나뉘고 2막에서 제가 좋은 기회로 배역도 맡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그 드라마에 집중하고 있고, 무용협동조합에서 신작도 하고 있습니다. 또 개인적으로 핸드폰이나 다른 기기를 이용한 영상도 공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근황은 새 삶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작년에 인문학에 빠져 철학적인 부분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고, 우주까지 갔다가 현실과 타협했습니다. 지금도 우주과학에 관심이 많아요. 시간에 대한 관심도 많다 보니까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졌어요.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착각하는 것. 깨닫고 인정하게 되니까 내가 착각하게 되는 것들, 잘못 보는 것들, 선동하는 당하는 사람들이 보이더라구요.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공익을 위한 삶을 살고 싶어요. 우리나라가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나라가 되는 것에 대해 힘을 실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끝으로 <봄날>을 보러 온 관객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재형: 봄날을 기획을 하면서 느꼈던 건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에요. 국가 폭력,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은 어떤 상처를 입으면 “나 이런 상처를 입었어” 하고 언어적으로 표현을 못 하잖아요. 트라우마는 기분이나 느낌이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되는 어떤 종류의 것인데 대사로, 언어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표정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영화를 보고 어렵고 난해하다고 말하기도 해요. 진짜 5.18을 겪으신 어르신들께서는 되게 어려워하시더라구요. 저는 애초에 겪으신 분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기보다는 세대와 세대를 넘어서 소통되기를 원했기 때문에 제 또래와 제 아래에 있는 세대에 맞춰 제작을 했고 그분들에게 5.18에 대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5.18에 대해 다시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선태: 아트적인 장르의 장점이 어떤 생각의 길을 제시하지 않아요. 작품을보고 자신이 스스로 생각의 길을 만들 수 있는 게 아트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5.18도 그렇고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그리고 그 사건에 대한 예술작품이 나왔을 때 의도를 따라갈 필요는 없어요. 스스로 본질부터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록│ 이혜진, 홍수진 루키

촬영 │ 전해라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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