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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GT] 뉴미디어대안영화제작지원
NeMaf 조회수:754
2019-08-21 12:55:07

820일 오후 4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는 <뉴미디어 대안영화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만들어진 이연 감독의 <직전의 밤>과 고싫싫 감독의 <헬로우! 옐로우!>가 상영되었다. 상영 이후에는 두 감독이 참석해 제작 과정에서의 고민과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행은 심혜정 모더레이터가 맡았다.

 

심혜정: 네마프는 대안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해 올해 <뉴미디어 대안영화 제작지원> 사업을 진행했는데요, 오늘 상영된 두 작품 모두 2년 동안 네마프 사무국과 많은 논의를 거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이연 감독님의 <직전의 밤>은 전부터 갖고 있던 푸티지(footage)를 사용해서 작업한 사적 다큐멘터리였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연: 혼자만의 두려움에서 빠져나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세상과 마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영화를 만들고 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때마침 그 시기에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어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여러 푸티지와 기억, 사건들이 쌓이면서 그토록 방대하고 무거운 것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저한테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중간에는 작업을 못 하겠다고 생각했고,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되게 많이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든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저의 이야기를 세상에 꺼내놓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셔서 제가 간직하고 있던 푸티지와 하지 못하던 이야기들을 모두 꺼내 본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만들 수 있었습니다. 마침표는 아니더라도, 쉼표를 찍는 마음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심혜정: 사적 다큐멘터리 작업 자체가 자기 안에 있는 것들을 서랍처럼 계속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 같아요. 한편 영화에 삽입된 필름 사진들이 인상적이었는데요, 그 이미지들은 어떻게 모으신 건지, 사진 작업을 계속하고 계신 건지 궁금합니다.

이연: 필름카메라로 찍은 푸티지를 많이 사용했는데요. 사실 작업이라고 할 만큼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고 있진 않고, 영화에 쓸 거라는 자각도 없이 그냥 놀이 삼아서 친구들 혹은 제 애인이었던 친구와 함께 제가 봤던 풍경, 우리가 있던 공간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했던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기억을 되돌아보면서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를 뒤져보니까 그때 제가 놀이 삼아 찍었던 풍경이나 기억들이 무언가를 말해주기도 하겠다, 더 나아가 그 시간을 증명해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필름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영화에 넣게 되었습니다.

 

심혜정: 영화에 삽입된 인용문들은 어떤 식으로 선택된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이연: (영화 구성상 총 네 개의 조각 중에서) 인용문이 삽입된 것은 첫 번째 조각인데요, 제가 한동안 말을 잘 못 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일상생활에는 어려움이 없는데 진짜로 하고 싶었던 얘기나 가지고 있는 비밀들이 절대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던 시간을 겪었습니다. 그 시간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고민하다가 그때 제게 힘이 되어준 것들은 제 마음을 대변해줄 수 있는 책의 구절들 혹은 영화 장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을 빌려서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시기였기 때문에 실제로 그 시절에 많이 읽었던 책들을 인용하게 된 것 같습니다.

 

심혜정: 이번에는 고싫싫 감독님께 질문드릴게요. 처음엔 다양한 입장의 성 노동자 이야기를 다루려고 하셨고,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가 섞여 있는 실험영화를 만들기로 계획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제작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동 사항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헬로우! 옐로우!>의 제작 과정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고싫싫: 제 관심사가 여성운동이라서 관련 사안의 최전선에 있는 성 노동 문제에 대해 취재를 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인천 남구에 위치한 집창촌인 일명 옐로우하우스에서 종사해 왔으나 지금은 생업을 잃고 주거지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거주자들의 투쟁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원래 작업에서는 보편적인 노동문제를 함께 다루려고 했었는데 점점 연대 활동에 집중하면서 계획을 바꾸어 현재 현장의 상황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영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생존이 걸려있는 투쟁 현장에서 예술 관련 작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았고, 단순 취재차 방문했다가 운동의 중심부에서 사람을 모으기 위해 노력하는 입장이 되어버려서 두 가지를 병행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완성도가 많이 떨어져서 관객분들께 죄송하단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심혜정: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지만,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고 자본과 도시개발, 성 노동 문제가 겹쳐져 있는 만큼 작업을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영화에서는 오랫동안 리얼타임(real time)으로 현장을 보여주면서 그 분위기를 직접 느낄 수 있게끔 하셨는데요, 현재 중요하고 급박한 운동이라고 말씀하신 만큼 구체적인 사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고싫싫: 이곳은 다급한 동시에 외면되고 있는 현장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성 노동자 관련 사안보다 전선이 명확한 편인데요, 피해자들이 퇴직금과 이주보상금을 요구하고 주체적인 투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 노동을 인정하는 진영과 반성매매 진영 모두가 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를 통해 한 분 한 분을 만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철거민 투쟁이 다 그렇듯 이곳도 생존권 투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단지 성 노동 집창촌이라는 이유로 고립되어 있고, 기본적인 권리 역시도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함께 투쟁하고 계신 대표님께 더욱 자세한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창이: 안녕하세요. 저는 옐로우하우스 이주대책위원회 대표 창이입니다. 지금은 다른 가게는 다 헐고 가게 한 곳에 일고여덟 명이 거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합장 측에서는 명도 소송도 완료되지 않은 상태인데 망치로 유리를 깨는가 하면, 철거 과정에서 석면이 발견되어 작업 중지 명령을 받은 상황인데도 포크레인을 몰고 와 이것을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습니다. 쓰레기를 투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CCTV를 설치해서 저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등 저희를 사람으로 보는 것 같지 않은 행동들을 하고 있는데도 관할 관청에서는 사유재산에 개입할 권리가 없다고만 얘기해서 아주 답답합니다. 저희가 바깥의 사람들과 소통해본 적이 없는 만큼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제 9개월 가까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희도 힘들지만, 당사자들이 처음으로 하는 투쟁인 만큼 전국의 성 노동 여성들이 함께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 힘을 합해주시면 좋겠고, 많이 연대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심혜정: 마지막으로 두 감독님의 향후 계획이나 작업 마무리에 대한 발언을 부탁드립니다.

이연: 이번 영화는 제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이야기와 너무 무거워서 다 정리되지 않았던 이미지들을 꺼내 본다는 생각으로 작업해서 부족함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저와 감정적으로 맞닿아있는 부분이 많아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요. 말씀드린 것처럼 큰 산을 하나 넘은 느낌이어서 조금 더 거리를 가지고 이야기를 잘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고싫싫: 미완성의 영화를 보게 해드려서 사과드립니다. 완성된 영화로 다시 네마프에 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 │ 이예진 루키

 
사진 │ 나재훈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