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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LECTURE] 국가적 차원의 여성배제와 국가 정치에 도전하는 여성들
NeMaf 조회수:919
2019-08-20 12:48:22

8월 19일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 상영이 끝난 오후 4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1관에서 고정갑희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글로컬페미니즘학교 집행위원장의 강연이 있었다. 정치와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한 이날의 강연은 페미니즘 정치의 역사를 <서프러제트>, <델마와 루이스> 등 영화를 통해 살펴보고 앞으로 페미니스트 정당이 정당정치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안하는 것으로 끝마쳤다. 이날 진행은 김장연호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김장연호: 앞서 본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와 연관해서 페미니즘 정치에 관한 강연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글로컬페미니즘학교와 함께 합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가 10년 된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상당히 많은 여성활동가도 양성하고 여성학 이론, 글로벌 이슈를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이슈파이팅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리우스 집행위원장님 모시고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글로컬페미니즘학교라는 단체가 어떤 단체인지 이야기를 간략한 소개를 들은 후 곧바로 집행위원장님의 강연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리우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를 간략하게 소개드리면 2009년 4월에멕시코,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활동가들과 같이 창립한, 지구지역 액티비즘을 제안한다는 컨셉의 단체입니다. 2009년에 국제포럼을 통해 글로컬페미니즘학교를 열고 2010년부터 페미니즘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이 있으니까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고요. 이 자리에 초청해주시고 글로컬액티비즘을 대안영상활동과 매칭할 수 있게 돼서 영광입니다.

 

김장연호: 사실 저희가 이 프로그램을 꾸리기 위해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나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중앙대〮한국외대 HK+접경인문학연구단에 젠더X국가라는 주제로 소개하고 싶은 작품이 있으면 추천해달라, 작품에 맞는 강연을 요청을 드렸어요.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에서는 지금 보신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과 다른 작업을 하나 더 추천해주셨는데 그 작업은 배급사와 연락이 안 돼서 아쉽게도 초청을 못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는 고정갑희 위원장님께서 오늘 강연 안에 그 작업까지도 간략하게 소개해주실 예정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정갑희 집행위원장님 모시고 강연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정갑희: 이렇게 오후 4시라는 시간에 영화관에 와서 들어주시기까지 하니 감사드립니다. 오늘 제가 얘기하려고 하는 것은 네마프2019에서 젠더와 국가와의 관계를 특별기획전으로 하고 있어서 그 중에 일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오늘 강연 제목은 ‘젠더 국가와 페미니스트 국가 정치’라고 했는데 네마프 기획전에서는 곱하기가 들어갔잖아요. X가 다양한 연결점을 얘기한다면 저는 그걸 빼고 ‘국가가 젠더 국가다’라는 얘기를 할 거에요. ‘젠더 국가’라는 국가의 성격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정치를 했는지. 페미니즘 정치 중에 국가 정치라고 했을 때 정당정치, 의회정치까지 정당을 창당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한국에서도 페미당을 창당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페미당이 ~한 걸 해 줬으면 좋겠다’하는 바람까지 오늘 강의에 들어있다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은 계속 배제되어왔고 단순히 배제만 되어온 게 아니라 억압, 통제하는. 배제하는 방식이면서 동시에 배제를 통해 통제하는 방식을 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국가적 차원의 여성배제와 국가 정치에 도전하는 여성들>이라고 오늘 강연을 이름지었습니다. 네마프가 영화제이다 보니 영화를 중심으로 살펴보자면, <서프러제트>의 시대가 여성들이 국가 정치에서 통째로 배제된 거잖아요. 성인 남성에 비해 100년 뒤에나 투표권이 주어지고. 그래서 오늘 강연에서도 <서프러제트>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할 거에요. 국가 정치에 도전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창당 도전기가 앞서 보신 영화에 기록되어있는데요. 스웨덴에서 2005년에 사람들이 모이고 다양한 여성 활동가들과 교수들, 사회당의 대표로 있었던 사람도 들어가고 하면서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과정이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에 나와있습니다.

 

젠더 국가에는 여러 측면이 있겠지만,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고 몇 가지만 오늘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오래 전부터 학생들과 수업에서 <시녀 이야기>라는 소설 같이 읽었어요. 사실은 암울한 전체주의 국가의 이야기에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 같이 이야기 하다 보니 학생들이 되게 좋아하더라고요. 2015년부터 굉장히 한국 사회에 다른 현상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걸 봤는데, “<시녀 이야기>는 정말 잘 쓰여진 소설이고,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학생들로부터 들었어요. 저는 <시녀 이야기>가 그 어떤 이론보다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녀 이야기>라는 작품이 보여는 성 정치와 그것이 미국 사회에 불러일으킨 반향을 살펴본 이후에는 젠더 국가 안에서 페미니스트 국가정치를 어떻게 해 왔고, 해 나가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서프러제트>와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를 통해 살펴볼 거구요. 영화에서 보셨다시피 스웨덴에서 페미니스트 정당정치를 2005년부터 준비해서 2006년부터는 선거에 돌입했었는데 2014년이 되어서야, 10년이 지난 다음에야 유럽 의회에서 의원석을 가지게 돼요. 그때 그러면 의제를, 내지는 아젠다/이슈/정책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Feminist Initiative(2005년 스웨덴에서 창당한 페미니스트 정당)가 ‘우리는 51%를 대표한다’라는 생각을 하고 들어가는 거라면 저는 지금부터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창당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51%에서 출발하는데 99%를 위한. 그런데 이때의 99%는 지금까지의 99%를 얘기하는 게 아니고. 그건 그냥 다수파를 말하고요. 여성을 중심으로 51%에서 출발하되 여성의제가 너무 좁게 책정되어서 정당정치에서 공간을 확장하거나 페미니스트 정치를 더 이상 넓혀가기 어려운 상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99%를 다시 얘기하는 것입니다. 여성 운동, 내지는 정당정치를 하겠다는 쪽에서 평등equality라는 개념을 가지고 들어가서 평등이 민주주의고 평등해야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거라고 얘기한다면, 제가 제안을 해보는 것은 ‘이제는 체제를 고려하는 정당정치를 해보자’, ‘가부장 체제와 국가의 관계를 고려하는 정치면 좋겠다’라는 것이 오늘 얘기하려는 줄기입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서 젠더 개념의 변천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젠더를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어떻게 하세요? 단순히 성별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단어도 아니고 개념이 되게 복잡한데. 정신분석학에서 프로이트가 무의식을 발견했다고 한다면 페미니즘은 젠더, 가부장제라는 개념을 발견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젠더라는 건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된, 이분화 되어있는 성을 의미합니다. 제1의 성과 제2의 성의 이분법으로 구분해온 사회를 보부아르가 지적했다면 70년대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한 사람인 케이트 밀렛이라는 사람이 미국에서 <성의 정치학>이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그는 성 정치를 얘기하면서 침실에서 정치로, 침실에 있는 성을 정치로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데요. 성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젠더와 관련된다, 남성과 여성의 섹스, 성행위라는 것이 얼마나 권력적인가, 성행위부터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라는 걸 얘기했습니다.

난해하다고 많이 얘기되는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에서는 '이성애적 규범도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형성되고 만들어진 것인데, 만들어지고 구성된다는 것조차도 실은 없는 거라는 허수인데 실수인 것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사실은 근친상간을 통해 젠더가 형성되고 수행되는 것인데 실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생물학적 여성을 설정할 수밖에 없는 지점과 또 한편에서는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수행적이고 만들어지고 구성된 것인데 오히려 페미니즘조차도 이분법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라고 <젠더 트러블>이 얘기한다면 <젠더 무법자>에서는 트랜스젠더과 관련해서 체제 안에서 젠더를 수호하는 사람들이 있고 outlaw법을 어기는 사람. 둘로 나뉘면서 누가 젠더 수호자고 누가 젠더 무법자인가 따지려는 게 아니라 젠더라는 것이 트러블,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그것에서는 이미 다양한 젠더들이 있는데 젠더 퀴어, 논 바이너리, 엄청나게 많은 개념들이 스펙트럼으로서만이 아니라 서로 엉켜있는 계속 진행되고 변화하는 개념인 것 같아요 젠더가. 서양 페미니즘에서 젠더에 관한 논의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온 것에 비해 한국사회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젠더와 국가

  • 국가는 성별을 구분하는 젠더 국가이자 가부장적 국가다.
  • 국가는 젠더를 수행하는 단위이자 장치이다.
  • 국가는 젠더 이분법을 토대로 여성을 억압, 배제, 통제해왔다.
  • 소설 <시녀 이야기> (영화나 드라마로도 나옴)는 가상 국가 길리어드가 여성과 남성을 어떻게 갈라 통치하는지 잘 보여준다. 여성은 아내/시녀/하녀/매춘여성/비여성으로 구분되어 통치 당한다. 그리고 국가 정치는 남성들이 한다.
  • 여성의 생산력을 무보수, 무노동으로 만든 국가. 여성의 생산력을 무상으로 취하기 위해서는 여성을 국가 정치에서 배제해야 했다.
  • 국가는 정치에서 여성을 배제해왔다.

 

다음으로 넘어가서 젠더가 이런 개념이라고 한다면, 젠더와 국가의 관련은 어떠한가? 개인이 국가를 넘어서기는 굉장히 어렵잖아요. 국가를 움직이는 방식이 젠더를 깔고 있다. 젠더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성의 정치뿐만 아니라 성의 경제까지를 이야기하는 거고. 국가가 젠더를 남녀로 나누어놓은 이유가 무엇인가? 남녀로 나누어서 여성을 배제해왔던 가부장적 역사라는 것이 국가가 그것을 수행했던 하나의 단위이고 장치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성 장치로서의 국가를 생각해보자. 그래서 국가는 젠더 이분법을 토대로 여성을 억압, 배제, 통제해왔다. <시녀 이야기>가 이를 굉장히 잘 전달해주는데요. 길리어드라는 전체주의 국가에서 종교와 성을 토대로 억압적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가 실제로 <시녀 이야기>에서 보면 여성이 생산하는 것-임신, 출산을 토대로 국가가 움직이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로 미국에서 드라마화되어 시리즈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러한 통치의 방식이라는 게 여성은 여성으로서의 성적 계급, 아내/시녀/하녀/매춘여성/비여성으로 구분되어 통치당한다. 아내는 괜찮은데 시녀 계급이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지 못 하면 식민지로 비여성으로 쫓겨나는 국가체제인거죠. 그랬을 때 국가정치는 사령관과 천사 수호자 이렇게 되면서 남성들이 계급화되어 있는데. 여성들은 여성대로 성적 계급화되어 있는거죠.

그래서 여성의 생산력이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임신, 출산을 통해 노동력이 생산되는 것과 가사 노동을 포함합니다. 그럴 때 그것을 무보수, 무노동으로 만든 국가. 상품생산이든 취직을 했다, 거기서 월급을 받는다, 임금을 받을 때는 보수를 받는 거지만 여기서는 보수를 받지 않는, 여성의 생산을 무상으로 취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계속 이분법으로 나눠서 남성의 영역, 여성의 영역, 그러면서 또 가족이라는 제도, 결혼이라는 제도, 또는 연애라는 제도를 통해, 출산이라는 제도를 통해 이를 유지해왔다고 보면 되는데요. 총체적으로 보면 국가는 ‘정치’(좁은 의미의 정치, 즉, 정당정치 또는 의회정치)에서 여성을 배제해왔고 여성에게 조금씩 공간을 열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배제되어온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시녀 이야기>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젠더 국가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시녀 이야기>는 미국에서 2017년에 드라마로 각색된, 1985년 발표한 소설이고요. 배경은 여성을 인간을 생산하는 존재로 설정하고 남성과 여성을 계급으로 나눠서 통치하는 전체주의 국가입니다. 동성애자는 성을 배신한 '배성자'라는 죄로 처형합니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시녀는 식민지로 쫓겨나서 비여성으로 낙인 찍히는 형태가 되는 거죠. 21세기 중반의 ‘길리어드’에서는 여성은 배제되는 것뿐만 아니라 통치당하고 통제당하고 착취당하는 형태로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을 배제,통제,억압하는 국가의 전체적인 모습이 젠더 국가라고 한다면 페미니스트들이 등장하면서 이를 문제삼기 시작합니다. 여성의 날 제정부터 시작해서 페미니즘의 물결이 시작되었는데요. 페미니즘의 역사를 말할 때 흔히 언급되는 제1의 물결과 제2의 물결부터 시작해서 2019년까지 엄청난 물결을 만들어왔는데 이를 역사화를 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페미니즘 정치라고 했을 때 국가 정치 쪽으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녀 이야기> 복장을 한 시위대의 사진을 보시면 소설이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 정치의 장을 보여줍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시녀 이야기> 속 시녀 복장을 하고 반낙태법 시위를 하는 것이 미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 국가가 통제하는 여성의 몸과 낙태금지법

출산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역사상 세계 곳곳에서 흔히 보여졌습니다. 2016년 검은 시위가 있었던 것처럼 한국은 낙태죄가 폐지되기까지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싸워온 역사가 있으면서 올해 4월 11일 낙태죄가 헌법불합치한다는 판결이 내려진 상태잖아요. 낙태금지법 폐지 운동은 전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폴란드 같은 경우 가톨릭 국가고, 가톨릭 국가들은 낙태를 오랜 세월 금지해오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국가와 싸워온 많은 시위대, 의사들이 죽은 상황이죠. 지금도 검은 옷을 입고 시위를 벌이고 있고.

 

# 페미니즘 영화, 국가 정치의 장으로 진입한 여성들을 보여주다: <서프러제트>와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

젠더/가부장적 국가를 바꾸려는 페미니즘 정치를 다룬 영화에 대해서는 <서프러제트>부터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거기서부터 넘어오는 어떤 것이 있기 때문에. 저는 제도정치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는 사람이기에 서프러제트 운동이 젠더 메인스트림, 성 주류화 정책이라는 것에 대해 전체 사회와 국가와 세계에 구조적인 질문을 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데 실제로 영화를 보면서는 상당 부분 감동한 부분이 있습니다. '저렇게까지 투쟁을 했구나'. 한국에서는 해방 이후에 그냥 투표권이 주어졌잖아요. 모든 제도들이 서양에서 왔기 때문에. '우리가 싸워오지는 않았지만 그 이전에 싸워온 여성들의 덕을 보는구나'하고 영화 <서프러제트>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지금 보신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와 연결지어서 <서프러제트>를 생각해보면, <서프러제트>가 전체적으로 여성들이 투표권을 달라는 요구를 하는 움직임이었다면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는 투표권을 넘어서 피선거권까지 가는 거고. 그 다음에 정당정치와 의회정치로 나가면서 정당을 만들겠다.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더불어민주당이나 그런 당들이 창당되는 것과 페미니스트 당이 창당되는 것의 의미가 조금 다를 것 같거든요. 페미니즘을 표방하면서 정당을 창당한다는 건 굉장히 다른 의미로 다가오고 지금까지 여성운동이든 페미니즘 운동이 진행되어온 과정에서 창당까지 갔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가정에서 ‘정치’의 공간으로: 가정을 떠나 길을 나선 <델마와 루이스>의 두 여자, 가족의 장을 바꾸고 여성이 주도적인 공동체 <안토니아스 라인>의 여자들
  • 가정과 노동현장을 떠나 길을 나선 <서프러제트>,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자들’
  • 참정권 요구를 넘어, 피선거권을 넘어, 새로운 길인 페미니스트 정당을 창당한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의 여자들

 

# 개인에서 정치로: 거리로 나선 여자들

<델마와 루이스>에서는 개인 여성들이 가정을 떠나 길 위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길에 나서자마자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되는데요. 총을 든 두 여자들이 동지적인 관계를 취하는 못브이 나옵니다. 이번 네마프 특별전으로도 상영 중인 <안토니아 슬라인> 같은 경우도 페미니스트 영화의 고전 중 하나인데요. 차이가 있다면 <델마와 루이스>는 길 위의 로드무비로서 로드라는 것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데요. 그 길에 나서서 여성들이 어디까지 가는가 했을 때는 창당까지 가는 그 길 위에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에서 정치로 나아가는 과정이 <델마와 루이스>에 투영되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개인도 정치적이고 가정도 정치공간인데요. <서프러제트>의 두 여자도 마찬가지로 세탁 노동을 하면서 동지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어려운 시련들을 거치면서 투쟁을 통해 투표권에 도전하는 참정권을 얻게 됩니다. 한편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에서는 학생 운동을 했던 소피아와 사회당 대표를 지낸 구드런, 터키에서 이주해와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데브림, 이 세 사람을 당 대표로 선출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서프러제트>가 제도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해서 성적 평등, '남자들이 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어' 정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저는 <서프러제트>를 보고 본격적인 페미니즘 영화가 이후로 더 나오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동안 발굴하지 못 했던 역사화하지 못했던 현장들, 역사는 쌓였는데 영상 작업들이 따라가지 못한 부분들을 메꿔나가는, 페미니즘의 다양한 운동들을 소개하는 영화들이 나올 것을 기대해봅니다. 길 위에 서 있던 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 래디컬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아직 새롭게 이야기 되지 않은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들을 이제 기대하게 됩니다. 영화의 힘이 페미니즘과 만나 온 역사 속에서, 페미니즘이 제시하는 대안적 세계까지 나올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영화 <서프러제트>에서 보여주는 힘 같은 것들이 등장하는 여성들의 힘이기도 하지만 영화감독의 힘이기도 하잖아요. <델마와 루이스>가 갖고 있는 힘과는 또 다르게 <서프러제트>는 집단적인 여성의 움직임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프러제트Suffragette라는 뜻은 투표권을 뜻하는 서프러지Suffrage와 여성이름 어미 ette가 결합하여 참정권을 요구하는 여자들이라는 뜻인데요. “남자들은 도덕적 규범을 만들고 여자들이 그것을 따라주길 바란다. 그들은 남자들이 자신들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하고 옳은 일이라고 결정했지만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것은 옳지도, 적절하지도 않다고 했다.”라고 말하면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우기 시작한 것이 서프러제트 운동입니다. 영화 <서프러제트>가 다루는 것이 참정권 투쟁을 하는 서프러제트들의 이야기라면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 역시 이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엄마들, 딸들, 반역자들, 참정권 운동가들이 엄청나게 <서프러제트>에 등장하는데요. 다큐멘터리가 아닌 극영화여서 전달되는 힘이 있기도 합니다. 강연을 준비하면서 <서프러제트>의 대사들이 주옥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에멀린 팽크허스트는 “우리는 법을 어기는 자가 아니라 법을 만드는 자가 될 것입니다”, “노예가 되기보다 반역자가 되겠다”라고 했는데요. ‘법을 만드는 자가 되겠다’라는 말은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 법을 투표권을 주는 법으로 바꾸겠다는 얘기가 되는 거죠. 그런 법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이제는 정당 정치를 시작하면서 무수한 국가정책들을 바꿔내고 바르게 설계할 수 있는 데까지 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고요.

주인공 중에 한 사람인 모드 와츠는 “난 평생 남자들 말만 들으며 살았어요. 법이 아들을 못 보게 한다면 법을 바꾸기 위해 싸우겠어요”라고 말하며 남편이 아들을 뺏어가자 법과 싸우겠다는 선전 포고를 하고 짱돌을 던지고 창문 깹니다. 실제로 빈 상점, 빈 집을 불태우고 어떻게 보면 과격한 행동까지를 했는데 왜 이렇게 했느냐. “We break windows, we burn houses, because war’s the only language men listen to. (우리는 전쟁만이 남자들이 알아듣는 언어이기 때문에 창문을 깨고 집을 불태웁니다.)” 라는 말에서 폭력을 운동의 방법으로 택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그 외 대사들을 보면 “우리는 모든 가정에 있습니다. 우리는 인류의 반이고, 당신들은 우리 모두를 멈추게 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승리할 겁니다.”, “그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우리를 경멸하고 조롱합니다. 왜냐하면 당신들이 우릴 때리고 배신해서 더 이상 남은 것도 없으니까요.” 등이 있습니다. 또한 서프러제트 운동 초기에 주인공 모드 와츠와 서프러제트의 대화를 보면

“우리로 하여금 법을 준수하게 하려면 법이 정당해야죠. 우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뭐든 해야해요.”

“그건 정당한 짓이 아니에요.”

“법을 준수하라고요? 그럼 정당한 법을 만들어야죠.”

정당함이 누구의 정당함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요. 정당한 법이라면 지키겠다, 법 자체가 정당하지 않은데 지키란 말이냐, 법이 정당하지 않다면 outlaw하겠다는 거죠. 또한 '여자들의 몸이 아니라 정부의 창문이 깨져야 합니다. 노예가 되기보다 반역자가 되겠다'라는 말을 하는데 투표권을 얻기 위해 여자들이 감옥에 가야 한다면, 기꺼이 감옥에 가겠다는 선언들이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Deeds not words(말이 아닌 행동)'를 구호로 수상의 집 폭파하기, 우체통 폭파하기, 돌멩이로 유리 깨기, 추근대며 성추행하는 사장 손을 다리미로 지지기, 감옥에서 단식 투쟁하기, 경마장에서 왕인 조지 5세의 경주마에 뛰어들기, 버킹엄 궁에 매달려 경찰 공격하기 등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부분들을 <서프러제트>에서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투표권의 역사를 보면 굉장히 오랫동안 싸워오면서 얻어낸 결과라는 말씀 드리고 싶고요. 가장 최근에(2008년) 여성이 주권을 행사한 첫 선거를 치른 부탄부터 올해 처음 여성에게 참정권 부여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에는 여성 인권에 시차들이 있는거죠. 그렇지만 참정권, 투표권은 시민으로서 꼭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하고 생각합니다.

오늘 보신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는 2005년 봄의 다큐멘터리로 스웨덴 최초의 페미니스트 당인 페미니스트 이니셔티브(Feminist Initiative, 이하 FI)를 창당하기 위해 모인 다양한 여성들의 기록입니다. FI는 2014년 원외 정당 중에서 가장 다수의 지지를 받았고 유럽 의회에 당선되어서 세계 최초 의회 진출을 한 페미니스트당이 되었습니다. FI는 가부장적 피라미드 구조의 1인 책임체제를 타파하고 3인 책임체제를 택하여 3명의 당 대표를 뽑았습니다.

여성 정치인의 수가 늘고 우리나라에도 심상정, 신지애 등 생각해보면 여성 대표들이 많은데 실제로 페미니즘, 페미니스트를 표방한 당이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때문에 여성의 이익을 온전하게 대변하지 못 한다는 생각이 페미니스트 당을 창당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좌파당의 대표를 역임했던 구드런이 '정부와 정당에 포섭된 여성운동이 스웨덴 사회에 팽배한 가부장적 성 위계질서를 타파하는데에 어디까지 나아갔나?'라고 진단, 평가합니다. 지금까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비율이 비례대표제 등을 통해 늘어났지만 실제로 가부장적 성위계질서에 제대로 도전하지는 못했다는 결론을 내면서 이제 페미니스트들이 직접 정당을 만들어 독자적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풀어나가겠다고 선언합니다. 여성당이 아닌 페미니스트 정당이잖아요. 이 차이, 왜 women이 아니고 feminists라고 하는가. 페미니스트라면 젠더를 떠나 누구든 가입할 수 있다며 ‘여성당’이 아닌 ‘페미니스트 정당’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는데요. 저는 여기에도 의미가 있고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를 보셨을 때 이슈, 의제를 남녀 임금격차, 여성 폭력, 여성에 대해 폭력적인 강간으로 설정합니다. 그러나 FI는 2006년 9월 총선 결과 지지율 0.68%로 참패했습니다. 당 지도자들 간 노선 차이로 인한 갈등, ‘여성’ 이슈에만 주력해 다양한 유권자의 정책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 점, 기존 정당의 여성 조직들을 지나치게 비판해 결국 이들로부터 배척당한 점, 자금 부족 등이 패배원인으로 꼽혔습니다. 특히 영 페미니스트와 1970년대부터 활동한 페미, 레즈 페미와 이성애 페미, 시민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과 현실정치로서의 페미니즘 간 내부 분열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미디어는 FI 내부의 갈등을 집중 조명했고 많은 유권자가 실망해 지지를 철회했습니다. 이 과정들이 방금 보신 다큐멘터리에 나오죠.

 

에바 기억나시나요? TV에 출연해서 티나와 소피아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갈등을 일으켰고 이를 계기로 티나는 엄청난 마녀사냥을 당했다고 나옵니다. 에바 교수가 실제로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페미니스트 당을 만든다고 할 때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논쟁들이 있었는가. 그 안에서 내부적인 차이와 싸움이 사실은 당의 성격을 규정할 텐데 그렇게 규정한 당이 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까지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처음 티나가 얘기한 것 기억하시나요? 우리가 창당할 때 이슈를 뭘로 해야한다고 했나요? 이성애 핵가족을 문제 삼아야한다고 했는데 마지막까지 이것이 FI의 정책의 내용으로 드러나지는 못 합니다. 티나는 배척받지만 끝까지 같이하는 모습을 영화에서는 볼 수 있는데 레즈비언 페미니스트와 이성애 중심사회의 이성애자 페미니스트의 갈등, 시민사회 운동으로서의 여성운동을 하는 활동가와 정당정치를 하겠다는 목표와 상충되는 지점들이 있었고 또 언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했을 때 기존에 해왔던 이어달리기 같은 걸로 하자는 사회운동파들이 있었고. 반면에 정당정치는 어쨌든 대중들을 설득하고 대중들의 표를 얻어야 하거든요. 대중들의 표를 얻는 다는 것은 의제의 수준을 훨씬 낮춰야, 톤다운해서 기대보다는 훨씬 낮춰서 이야기가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고요. 그러면 뭐하러 정당을 만드냐는 질문조차도 나오게 되고 에바 같은 사람들도 70년대 여성운동을 해왔던 사람으로서 문제제기를 합니다.

 

이러저러한 내분으로 당장의 성공은 거두지 못 했지만 FI가 등장하면서 다른 스웨덴 정당들도 성평등 이슈에 더욱 관심을 쏟았고, 주목받지 못했던 이슈들이 사회적 관심을 받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스웨덴 내부 뿐만 아니라 2005년에 창당을 준비했던 이 움직임이 유럽의 다른 국가들로 확산이 됐어요. FI의 약진에 힘입어 노르웨이, 핀란드, 영국, 프랑스 등 각국 여성들도 페미니스트 정당 창당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성평등 이슈를 공공정책 의제로 만들고 남성중심적인 제도정치권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여러 나라에서 등장했고 유럽 연합 내 다른 국가들에서도 FI가 등장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하나의 움직임이 있으면 전염성이 있어서 다른 곳에서도 우리도 페미니스트 정당이 필요해라는 이야기를 하게되는 거죠. 그래서 노르웨이의 페미니스트 정당인 Feminist Initiative Norway가 창당됩니다. FIN도 마찬가지로 페미니스트 정당인데 인권운동가들 르네 닐슨이라든지 고용노동복지청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비롯해서 여성 65명, 남성 11명이 함께 창당했습니다.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FIN도 기존 성평등 정치의 한계를 지적하며 등장했는데요. 그 결정적인 사건이 바로 낙태죄 부활 시도입니다. 2014년 4월, 노르웨이 우파연립정부는 의사가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거부할 권한을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습니다. 2011년 좌파 연정 때 폐지된 법안을 2년만에 되살리려 한 것이죠. 여기에 거센 반대여론이 일자 정부가 법안을 철회했지만 여성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페미니스트 정당 창립까지 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FIN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얘기하고 있는 임금 격차부터 성범죄, 가정폭력, 강간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니다. FIN의 크리스티안센이 말한 것처럼 페미니스트 정당이 얘기할 수 있는 당만이 주도할 수 있는 이슈들이 있고 이런 이슈들이 정치권 안에서 제기되어야 하는거죠. 또한 슐츠-플로리는 “우리 당은 여성이슈, 기후변화, 평화와 인종차별 반대 문제가 얼마나 깊은 연관성이 있는지 지적할 거예요. 유권자들은 놀랄 겁니다”라고 말했는데요. 각 이슈들이 따로따로 노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사실 인종차별, 기후변화, 성불평등이 연동되어있다고 말합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오늘 생략하도록 하고요. 어쨌든 저는 이 문제들이 연동되어있다는 의식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FIN 역시 지지율 부진으로 의석확보에 실패했습니다. 창당한 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작은 신당이다 보니, 기존 거대 정당보다 조직력이나 의제 장악력이 부족했던 거죠. 우리도 앞으로 이런 현상들이 나타날 텐데, 한편으로는 좋은 현상이기도 합니다. 페미니스트 정당이 만들어지면 페미니스트 정당의 자극을 받는 다른 정당들이 나타납니다. 우리도 경쟁력이 있으려면 이런 의제들을 내놓아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거죠. 유권자들의 표를 유권자들의 공감을 생각하면서 움직이게 된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다음 장으로 넘어가겠습니다.

 

핀란드 페미니스트 정당, 페미니스텐 푸올루에(Feministinen Puolue )의 시의원 선거 홍보포스터에는 인종차별 없는 도시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김장연호: 당원들 사진에 <당신의 젠더는>에 출연한 두 분이 있어요.

고정갑희: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아까 보니 관객 분들 중에 <당신의 젠더는>을 아직 안 보신 분들이 많던데 젠더퀴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 <당신의 젠더는>도 시간나시면 꼭 봐주시고요

이처럼 노르웨이, 핀란드의 페미니스트 정당들의 특징은 여성 인권과 더불어 성소수자 이슈, 장애인, 난민, 불법체류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인권에 대한 것을 같이 내세웠다는 거에요. 정당정치를 하겠다고 했을 때 페미니스트 당이 누구를 대변하는 당일 것인가라는 질문을 51%와 99%와 연결해서 뒤에 다시 한 번 말씀드리겠습니다.

 

영국의 경우 2015년 5월에 창당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2005년에 시작한 오늘 보신 다큐멘터리가 출발점이 되었다는 걸 아실 거에요. '평등이 모두를 위해 더 나으니까'라는 슬로건 하에 여성평등이 창당되었는데요. 여기는 페미니스트 정당이라고 얘기했지만 이름 자체는 여성을 표방하면서 여성의 평등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내세웠습니다. 창당의 계기는 여성 정치 컨퍼런스에서 성평등 이슈를 제안하고 해결할 방법에 대해 논의하다가 ‘결국 총리 관저에 가는 것밖에 답이 없는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면서 절망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실제로 성평등에 주력하는 정당을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역사 속에서 정당을 만들어진다고 금방 뭐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선거에서 참패했지만 패배를 딛고 2020년 총선을 대비중인 웹의 웹사이트엔 이런 선언이 실렸습니다 “ 영국을 장악한 낡은 정치는 민의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며, 따분하고 여성들의 일상적인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변화를 원한다. 우리는 함께 모여 패배감에 젖으려는 유혹을 떨쳐 버려야 한다. 절망을 행동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여성들이 51%라고 보통 얘기하는데 페미니즘 정치가 누구를 위할 것인가? 51%를 위할 것인가? 99%를 위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금융위기 이후에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라는 운동들이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으로도 건너가고 한국에서도 여의도를 점령하라는 시도를 하긴 했는데요. 그 때의 슬로건을 보시면 ‘99%는 강하다. 우리는 99%다.’ 1%가, 특히나 금융자본가들이 이 세계의 돈과 권력을 갖고 있는데 우리 99%가 강하고 바꿀 수 있다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때 99%가 누구냐고 의문을 제기하며 ‘가부장제를 점령하라Occupy Patriarchy’라는 시위 안에 저런 팻말을 갖고 나온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99%야라고 하면서 월가를 점령하라는 운동이 한편에서는 남성중심적이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죠. 지금 이 문제는 한국이든 전세계적으로든 51%냐, 99%냐, 아니면 51% 안에서도 여성들 안에서도 차이를 놓고 갈등을 일으키잖아요. 성노동이 인정되어야 한다는 쪽과 성매매는 없어져야 한다는 쪽 등 여러 갈등들이 있는 상황에서 누구, 어떤 여성을 위한 정치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될텐데. 51%는 어쨌든 여성 전체가 51%라는 거고. 그 51%를 위한 정치를 시작하겠다가 페미니스트 정당입니다. ‘99%가 다 못살고 있어’라고 했을 때 ‘우리는 똑같은 99%가 아니야’라는 여성들이 ‘Occupy Patriarchy’라는 팻말을 들고 ‘We are not 99%, Women are 51%’라는 슬로건을 걸었기 때문에 페미당도 51%를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51%를 중심에 두고 가는 것, 그 부분에서 제가 질문하는 것은 페미니즘 정치, 특히나 국가 정당정치를 얘기한다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가부장적 99%에 묻힐 것인가? 51%를 위할 것인가? 아니면 그 51%를 바탕으로 다시 99%를 생각할 것인가? 이것이 오늘의 핵심주제입니다. 제 답은 51%에서 출발하되 그 51%를 바탕으로 하면서 99%를 생각해야만 정당으로서, 또한 페미니스트들이 대안 세계를 상상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 지금 현재 힘드니까 저항해야 하고 싸워야 하고 바꿔내야 하는데 그것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목표 지점을 크게 두자는 게 저의 생각이고요.

 

그래서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를 통해 본 FI의 고민과 문제들을 보면 내부의 차이, 외부의 공격들이 있었잖아요. 투표권을 갖고 있는 남성, 여성들이 가부장적 시선으로 공격해오는 것들이 있었고 자금 부족의 문제라든지 리더십을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 당의 주요 사안들을 어떻게 갖고 갈 것인가, 언론 활용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들도 있었는데요. 내부 불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세대, 현재의 위치와 경력들의 차이에 따른 갈등이 영화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1970년대부터 활동했던 페미니스트 전설들은 영 페미니스트들이 오랜 시간 활동해오고, 페미니스트 단체의 대표로도 지내온 자기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면서 또 한편에서는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티나와 이성애 가족 중심의 페미니스트 에바 사이에서의 갈등이 있었습니다. 앞서 보셨다시피 티나에 대한 마녀사냥이 보여주는 이성애중심적 페미니즘 이슈들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티나는 결국 3명의 당 대표에 포함되지 못합니다. 여성 이슈와 성소수자 이슈가 만나지 못한 상황인거죠. 또 터키 이주민인 데브림이 등장했을 때, 이주 여성에 대한 시민들과 경찰들의 공격과 위협 이로 인해 데브림이 불안에 떠는 모습이 영화에 나오고요. 한편에서 구드런과 데브림이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 거리 유세에서 나왔습니다.

 

숱한 갈등이 있었지만 어쨌든 이 사람들은 평등을 이슈로 잡고 갔습니다. 평등은 이뤄내야 한다 그런데 평등을 말로만 할게 아니라 평등한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구드런은 인터뷰했습니다. 계속 반복해서 노르웨이, 핀란드에서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육아 휴직, 여성에 대한 폭력, 특히 성적 폭력 근절을 중요한 이슈로 잡고 있는데, 의회 정치와 시민사회운동 사이의 딜레마가 발생합니다. 정당으로서 정치를 한다는 거 자체가 사회와 일정 부분 타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민사회운동은 자유로워요. 치고 나가면서 현실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더라도 이슈를 내놓기도 하고. 하지만 의회정치라는 건 또 다르다는 거죠. 정당정치로서 페미니스트 정당이 대중성을 가져야 하는데 그러면 운동 차원에서 어느 만큼 갖고 가는가 하는 본인들의 문제의식과 그러면 기존의 정당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 하는 갈등이 일어납니다. 이에 ‘난 차라리 의회정치를 안 하겠어’라는 형태로 간 게 에바죠. ‘의회주의가 풀뿌리를 이겼다’라고 선언하면서 탈당합니다. 그런데 에바가 영화에서 보여준 방식은 비열했던 거 같아요. 언론을 활용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고 하면서 자기는 일방적으로 언론에 나가서 상대방을 비난하는 게 인간적으로는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 티나가 가장 많이 당한 사람 중에 하나죠. 레즈비언으로서 퀴어로서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폭력적인 대우를 받게 되는데. 그 이전에 ‘누가 페미니스트인가’라고 했을 때 특히 한국 사회에서 2-30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남자는 배제하자라는 입장도 상당히 강하고 남자가 어떻게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남성이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나오게 됩니다. 이에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은 ‘남자 때리기’가 아니라고 말하며, 개인으로서 남성을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통제하는 권력구조를 미워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웨덴에서 사회민주당이 ‘페미니스트들’이라는 네트워크를 시작하고, 그 전국조직회장이 “남자들은 동물이다”라는 발언을 했는데요/ 이에 FI가 비난을 받게 됐습니다. 한편 어떤 남성 백만장자가 FI 당원으로 재정지원을 하게 됩니다. 본인은 어릴 때부터 페미니스트였다고 하면서 “나는 페미니스트다. 몸과 영혼으로 느낀다” 돈을 후원하는 것이 “That’s my way of taking two steps back so that women can get the same level with us”라고 말했습니다. 또 한편으로 영화에서 “왜 여성이 여성에게 투표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남편에게 물어보아야겠다”는 장면도 나오고 (웃음) 혹은 나는 오랫동안 사회민주당을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답을 듣게 되죠.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의 배경이 된 2005년에는 다른 양상인데 <서프러제트> 때에도 서프러제트를 조롱하는 포스터들이 다양하게 있었습니다. ‘키스 한 번 못 해 본 노처녀가 서프러제트가 된다’, ‘남자들을 타도하라’, ‘노처녀들에게 남편을’이라는 식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결혼 못하고 노처녀고 그러니까 참정권 투쟁하는 거라는 식의 남성중심적 풍자들이 횡행하게 됩니다.

 

한편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에는 서프러제트들에 대한 마녀사냥과는 성격이 다른 티나에 대한 마녀사냥이 나옵니다. 티나가 “남자와 자는 여자들은 자신의 성을 배반한 자들”이라고 했다고 에바는 폭로하자 티나는 “그런 말 한 적 없다. 여성이랑 살고 있지만 나도 한 남자와의 사이에서 두 아이가 있다. 사회적, 정치적 구성이 아닌 젠더는 없다.”라고 반박합니다. 이 논쟁이 미디어의 티나 마녀사냥을 촉발시켰고 언론들은 그걸 다른 형태로 전환시키는 게 아니라 티나가 대중들의 화살을 받게끔 만들었습니다. ‘나치 창녀’, ‘나치 페미니스트’라든지 이런 식의 언어들이 6주간 계속되었고 아카데믹 사기꾼이라는 비난과 더불어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됩니다. 티나 입장에서는 이성애 이슈인 낙태권이나 데이케어 등에도 동참했는데 억울한 거죠. 70년대에는 이성애 가족 이슈가 중심이 되었다면 2000년대에는 LGBT 이슈 역시 페미니스트 정당이 같이 갖고 가야 하지 않은가하고 말합니다.

데브림 역시 이주여성으로서 공포를 느끼고 나치의 위협을 받았다라는 얘기를 하고요. 제인 폰다가 “가부장적 암흑을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라고 한 것도 재밌는 표현이었습니다

 

다음으로 ‘51%에 토대를 두면서 99%를 어떻게 만들어낼까’라는 질문에 대해 구조, 체제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아젠다에 올려야하는 게 남성과 여성 사이의 임금격차, 동일임금, 성폭력 이런 구체적인 사안들도 있지만 더 크게 보기 시작해야 한다는 겁니다. 가부장 체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을 가지고 얘기해보겠습니다. 젠더 국가가 만들어내고 있는 성 체계, 가부장체제:성종계급체계의 피라미드가 맨 왼쪽 사진이고요. 중간에 공장 사진은 근대가 기계화된 공장 노동자를 남성으로 놓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래서 여전히 ‘노동자’가 중심성이 있는 것이죠. 여성들의 노동이라는 가사노동, 임신출산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노동이라고 보지 않는 거죠. 맨 오른쪽, 고기를 위해 키워지는 돼지들의 모습인데 돼지들의 노동을 같이 고려하는 정당정치 역시 가능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그래서 국가와 성종계급체계는 어떻게 연동되어 있는가라고 했을 때 가부장적 성종계급체계를 유지하는 게 국가라는 겁니다. 앞에서는 국가의 성질이 젠더 국가이자 가부장적 국가라고 말씀 드렸는데 국가는 영토에 기반하고 있고 노동에 기반하고 있고 여성, 자연, 동물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여성이 하는 일에 대해 가치를 매기지 않고 가족 제도를 기반으로 존재합니다. 가족과 관련하여 여성들의 임신출산은 사회와 노동의 영역에 넣지 않습니다. 모든 사회활동의 출발점인 가사노동에 대해 정당한 가치매김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낙태를 금지하는 법은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놓고 있는거죠. 이런 모순 체계를 만들어내는 장치로서 국가가 있으니까 국가를 바꾸려면 정당정치를 통해 국가정치를 해야합니다.

 

근대 이후 가부장체제2는 자본주의-제국주의-군사주의 체제인데 보시면 또 성별화되어있거든요. 성별화되어있는 체제를 페미니스트 정당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이 의식하면 좋겠습니다. 자본주의를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여성들이 임신, 출산을 하면서 인간을 생산하는 노동은 빠져있고 제국주의적인 영역에서 여성, 동식물들이 어떻게 억압당했가에 대해서도 빠져 있습니다. 피카소의 한국전쟁을 그린 작품을 보면 전쟁이 확실히 이분화 되어있는데 군사주의, 제국주의, 자본주의적인 게 같이 가고 있다는 것이 그림에서 나타납니다. 시민운동, 사회운동 차원에서 페미니즘이 해내야하는 것도 있지만 정당정치를 표방하는 쪽에서의 방향성도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근대 서구에서 자본주의와 함께 민족국가가 본격적으로 출현하는 것은 국가가 자본주의와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도 국가는 자본주의 체계를 수호하고 있죠. 그렇지 않으면 국가로서 생존하기 힘든 게 세계체제이고 지구지역 체계 자체가 그렇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라크에도 파병해야하는 식으로 가게 되는 거죠. 어떤 정부이건 간에. 진보가 집권하든 보수가 집권하든 통치 방식은 폭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근대의 발전관은 국가를 발전국가로 그리고 서유럽의 국가를 제국주의 국가로 만들면서 식민지배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식민지배는 이후 민족국가들의 독립과 출발을 낳았지만 출발지점이 다른 국가들 사이에 불평등은 지금도 양산되면서 국가에 속한 구성원들을 힘들게 합니다. 이 국가라는 것이 발전국가 체제를 취하고 있는 한 우리가 생산력이 낮아지면 국가 경쟁력이 낮아진다고 얘기하게 되는 그 안에는 군사력이라는 것도 과시를 하고 끊임없이 유지를 해야 하는, 이런 것들이 국가경쟁체제 안에 들어가있기 때문에 국가정치를 하겠다 했을 때 국가 정치라는 것 안에 이러한 국가 간의 경쟁체제에 대한 인식이 빠져버리면 안 됩니다. 세계적으로 극우 경향이 계속 드러나고 있는데 난민 정책을 어떻게 하는가. 전세계적으로 머리를 맞대야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해 계속해서 문을 닫고 그렇게 가고 있다면. 페미니스트 정당이라고 했을 때 출발은 ‘여성이 배제되고 억압당했다. 통제 당하고 있는 방식이 남성들과 다르다’에서 출발하더라도 실제로는 난민 문제까지 포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어있다는 말씀이고요.

 

국가는 영토를 보호하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이름으로 안보질서와 군대체계를 유지합니다. 이 체계 속에서 움직이는 국가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다른 국가들과 경쟁관계 혹은 공조관계에 들어가는데요. 사실 국가들이 서로 힘이 불균형한 상황에서 세계질서, 세계체제, 혹은 세계화는 국가간 불평등 구조의 다른 이름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국가나 체계는 현재 지구지역적 불평등을 양산하면서 가부장적 지구체계를 만들어냅니다. 지구지역적으로 다른 역사를 경험한 지역과 국가들이 서로 정치-경제-군사-종교-인종-민족적으로 얽히게 되면서 내전과 분쟁, 침공이 끊이지 않는 것이 현재 지역/국가 체제입니다. 어떤 정권이 주도권을 잡든지 간에 국가정권을 잡고 있는 사람이 구조적으로 폭력적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권력이 폭력이 되는 지점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이런 폭력적인 국가 내에서 페미니스트 정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지구지역적으로 페미니스트 정당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본다면, 이런 상상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FI가 지방 의회 진출에 성공하면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는데 “지금은 유럽에 만연한 인종주의, 나치즘, 파시즘 속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위해 싸워야할 때”라고 선언하면서 “인종주의자를 페미니스트로 바꾸자”라는 슬로건을 내세웠습니다. 즉,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2014년에 당원 수가 1500년에 1년 만에 2만명 이상으로 크게 늘고 성평등 의제를 넘어서 경제, 기후변화, 난민, 복지, 연금 등 다양한 의제를 다룬 것도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오늘 강연은 여기까지 끝내겠습니다. 가부장 체제와 국가의 성격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페미니스트 정당 정치가 펼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강연을 하게 되었고요. 감사합니다.

 

김장연호: 1시간 30분동안 페미니즘과 젠더정치 관련해서 많은 말씀해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세가지 미션인 인권감수성, 젠더감수성, 예술감수성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상당히 배제되어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 출품된 작품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개봉한 작품들이 거의 없어요. ‘왜 상업화된 작업이 아닌 작업들이 소개가 되었을까’ 이런 게 궁금하실 텐데 저희 쪽에서 작업을 소개하는 작가 분들은 내 작업이 자본을 통해 돈을 벌기 위해 작업하기 보다는 목소리나 자신이 갖고 있는 예술적 가치라든가 아니면 자신의 매체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대안적인 실험들을 하고 싶어서 영상작업을 하는 작가 분들이 상당히 많거든요. 이런 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많이 배제가 되죠. 자본주의에서는 돈을 벌기 위해서만 자본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여성이라든가 난민이라든가 장애인이라든가 자본을 획득할 수 없는 분들의 작업들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도 상당히 많습니다. 기존의 서사와는 다른 대안적 서사구조를 갖고 있다든가. 물론 이번에 회고전이 열린 마를린 호리스 감독은 상업 영화에서도 성공하긴 했지만 독특한 케이스죠. 페미니즘 이슈를 가지고 대중적으로, 또 주류영화계에서 인정받기가 쉽지 않은데 7-80년대 여성운동의 물결의 특혜를 받은 게 없잖아 있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하고요. (웃음)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라는 단체와 같이 보고 싶은 작업으로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를 구애해주셨는데 그 과정에서 10년동안 현장에서 다양한 페미니스트, 사건 이슈들을 접하시고 <페미니스트 창당 도전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해주셨어요. 한국 같은 경우에 아시아 가부장체제는 유럽이나 서구의 가부장체제하고는 결이 다르게, 깊게 뿌리내린 유교문화가 배어있어서 쉽게 사고전환이 어렵거든요.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여성도 마찬가지로 쉽게 변화되는 듯한 느낌을 받지는 못했어요. 요즘에야 미투 운동을 통해 활발하게 있지만 반대급부는 그런 거를 싫어하는 여성 분들도 있었고 그런 분들을 현장에서 보셨을 때 해결책, 어떤 게 현장에서 갈등을 조정하는 데 대안 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정갑희: 한국의 특수성이 있지만 유교적인 가족제도가 서구와는 다른 측면이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근대 세계라는 것이 서구 유럽으로부터 도입되어서 한편에서는 공통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과 한국의 가족제도가 오랜 전통으로 인해 강하고 공고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면 현장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한국 사회에서 그래도 낙태죄 폐지가 다른 유럽보다 먼저 헌법불합치를 받게 된 건 여성 운동이 강한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제도, 결혼, 연애 이런 부분, 데이트폭력, 여성살해같은 경우에 강남역10번출구에서 시작해서 여러 이슈가 쏟아져 나오는데 어떻게 같이 할 수 있을까. 현재 진영이 갈라져있는 게 래디컬하게 남자들과의 4B 운동(비연애,비섹스,.비혼,비출산)을 주장하는 쪽과 이성애 사회에서 그것이 실현 가능한가? 그게 아니라면 결혼제도, 가족제도, 연애관계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 안에서부터 운동이 출발해야 하지 않나는 쪽으로 나뉘어져있습니다. 결혼한 여성들은 거기서 어떻게 운동이 가능할까? 임신, 출산을 해서 어떻게 가부장체제를 인식하면서 바꿔 나가야 할까. ‘기존의 흐름과 완전히 다르게 가야해’가 아니라 대중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정당정치도 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밀양같은 경우는 가부장제에 협력하면서 저항하는, 성종계급체계에 대한 저항 뿐만 아니라 자연에 대해서도 보호하는 운동을 펼쳤는데요. 여성운동과 동시에 한전 송전탑을 막으려고 했던 현장에서의 움직임을 의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영화든 운동이든, 기록을 남기는 거도 중요하고. 페미니즘 이론, 연구가 진행되었음에도 알려지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연구 성과까지 같이 공유하는 정도까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장연호: 여기 유일하게 남자 관객 분께서 계신데,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어서 오신거죠? 오늘 강연 어떻게 들으셨는지, 특히 ‘남자는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의견 듣고 싶습니다.

관객1: 저는 생물학적 성에 관심을 가지다가 젠더에도 관심을 갖게 됐는데 제가 주장을 할 때에는 조심스럽죠. 비당사자니까. 여성들의 문제나 감정을 100% 공감해서 느끼지 못하는 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래디컬 페미니스트 쪽에서 ‘남페미는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도 공감해요.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하나’가 제가 페미니즘을 접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부분이에요. 한 번은 제가 학교에 다니는 선생님하고 같이 생리에 관해 사업을 했는데 지나갈 때마다 ‘나는 남잔데, 생리를 하지 않는데 내가 어떻게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가. 내가 생리에 대해 얘기하는 게 여성들에게 어떻게 공감이 되겠는가’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런 딜레마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고민은 되더라고요.

 

고정갑희: 생물학적 남성이라는 말조차 이제는 조심스럽고 어떤 면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어쨌거나 젠더가 구성되었다 하더라도 구성된 세계 속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 생물학적 남성/여성으로 나누어진 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죠. 그래서 운동도 ‘생물학적 여성만 모여’라고 하면서 남성 배제의 형태를 취할 수도 있는 건데. 저는 당사자라는 것에 대해 요즘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비당사자와 당사자. 여성 운동이면 자신을 시스젠더 남성으로 놓으면 비당사자가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성운동에서도 남성으로서의 당사자성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이 사회가 젠더라는 것은 남성, 여성으로 키우고 만들고 역할을 수행하도록 했으니까. 그럼 나는 이렇게 수행하도록 되었다라는 것을 얘기하는 당사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생리 문제 같은 경우도 ‘생리는 여성들의 것이니까 내가 얘기하거나 개입할 수 없어’가 아니라 그 생리에 대해서 나는 시스젠더 남성으로서 이런 변화된 생각들을 할 수 있다 정도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좀 달라질 것 같아요.

 

김장연호: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 출품하시는 분들이 생물학적 여성만 출품하신 건 아니거든요. 모든 분들이 출품가능하고요. 저는 현장에서 상당히 다양한 젠더들과 만나는데 남성으로서의 삶을 사시는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저희가 갖고 있는 이슈를 자신의 엄마, 누나에게 대입해서 그 관점으로 보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작업도 그런 작업들을 하려고 노력하시는 분들도 봤거든요. 어머니의 구술사를 만들어보려고 영상을 잡는다든가. 그런 식의 가족 간에서의 관계도 있으니까. 페미니즘 운동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성을 위한 운동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정갑희 집행위원장님 말씀듣고 강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정갑희: 국가가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지구지역적으로 변화가 일어나려면 정당정치도 그 수단 중 하나겠구나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그 정당정치가 기존의 정당들이 하는 걸 넘어서면 좋겠다, 그래서 좀 더 목표지점들을 잡고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남성도 페미니스트라고 본인을 정체화하고 노력한다면 가족 중 여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기를 놓고.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을 만든다는 건 남성도 남성으로서 수행하도록 만들었다는 거거든요. 남성으로서 너는 어떻게 길러졌는가. 언제 남성으로서 사회적으로 자리매김했고 어떻게 이를 거부할 수 있는가. 거기에서 다른 하나를 더 생각해야 할 것은 여성/남성의 이분법을 우리 자신이 벗어날 수 있는가. 어떻게 다른 곳으로 이행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이 좀 더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저도 래디컬 페미니즘을 다시 강의하게 된 이유는 거기서부터 퀴어로 가고 트랜스젠더로 가고 그 안의 성, 가부장체제에 대해 어떤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그것을 볼 수 있는 지점들이었던 거 같아요. 또 계속 적녹보라는 걸로 성종계급체계를 나타냈는데요. 보라색,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보는 성 체계, 생태주의적인 시각으로 보는 녹색, 맑스주의적 시각으로 보는 적색이 따로 가는 게 아니라, 서로가 교차하는, 교차성 페미니즘이 아니라 정말 함께 연동되어서 같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계급의 문제와 성의 문제와 종의 문제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데까지 가 있거든요. 적녹보라 패러다임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가부장 체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면서 이 체제를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나를 고민하는 자리들이 많았으면 좋겠고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재 │ 김민주 루키

 
사진 │ 최예준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