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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GT] 한국구애전 단편 : 뉴-장르 II
NeMaf 조회수:1653 추천수:1
2019-08-18 22:25:53

 

8월 16일 오후 4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는 [한국구애전 단편 : 뉴-장르 II] 섹션의 <다리의 감정>, <프놈펜에서 온 편지>, <버섯의 건축>, <하모니 디렉토리>, <경계없는 벽>이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난 뒤에는 <프놈펜에서 온 편지>의 서원태 감독과 이혜원 PD, <버섯의 건축>의 박선민 감독이 참석해 작품 소개와 함께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진행은 고동연 모더레이터가 맡았다.

 

전반적으로 이번 섹션의 단편들을 보며 공통적으로 느낀 흥미로운 지점은 격언과 농사짓는 법 등의 ‘정보’가 많았습니다. <프놈펜에서 온 편지>를 보면서 궁금했던 점이 있습니다. 캄보디아 프놈펜이 과연 어떤 곳이고 그 곳에 어떻게 방문하게 되셔서 제작하게 되셨는지?

서원태 : 원래는 이혜원 PD께서 쓰신 장편 시나리오였는데, 이것을 영화화 해보자고 저에게 제안하셨어요. 하지만 이것을 극영화로 제작하기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때 이 PD께서 캄보디아행을 제안하셔서 따라갔습니다. 이 PD께는 아티스틱 리서치 같은 느낌의 여행이었고 제게는 영화 만들기 였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왜 영화로 만들 것을 제안을 하셨는지요?

이혜원 : 제가 지난 몇 년간 환경에 관련된 전시를 기획했었는데, 전시를 설치하고 부수는 그런 과정들이 환경운동과는 반대되는, 다시 말해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제가 관심 있는 주제와 굉장히 상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뭔가 물질적인 피해를 남기지 않는 작업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평소 표현하던 주제를 영상으로써 담아내 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지라 서원태 감독에게 제안하게 되었다.

 

<버섯의 건축>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와 제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박선민 : 버섯을 먼저 생각했고, 건축이라는 요소는 뒤에 덧붙였습니다. 이전에 근시 정글이라는 영상 작업에서, 연출된 인공의 밀림을 마치 실제처럼 찍기 위해 근시적인 초점거리를 이용한 작업이 있었습니다. 2015년 작품인데, 그 이후 들은 질문이 결국 서울에서 태어나 살며 보게 된 자연은 연출된 것들이고, 결국 진짜 자연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생겼습니다. 본연의 원시림에 대한 호기심에 일단 숲으로 가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숲을 돌아다니며 균류 식물(버섯)들의 클립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버섯의 영상들이 쌓이고 나니, 이것들을 어떤 테마로 연결지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때, 숲에서 버섯 클립을 채집하며 즐겨 듣던 유튜브 건축 인터뷰 스크랩이 떠올랐고, 버섯이 상징하는 ‘자연’과 건축이 상징하는 ‘문명적인 것’이 대비되지만, 사실은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주제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기 좋은 구조라는 생각이 들어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해 보았습니다.

 

왜 내레이션이 불어였는지, 화자가 계속 언급하는 ‘아빠’는 누구인지?

서원태 : 저는 이혜원 PD가 예전에 기획했던 전시의 참여작가였어요. 저는 항상 건축으로 비유하자면, 벽돌공(기술자) 같은 느낌으로 항상 이 PD가 기획한 전시에 참여를 해요. 이번 작업이 흥미로웠던 것은 이 PD와 저의 관심사의 결이 조금은 다른데, 비유하자면 버스킹같다는 생각입니다.

이혜원 : 원래 제가 쓴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데요. 서원태 감독이 제가 쓴 스토리 라인을 보고 편지 문체로 바꾸었어요. 엄밀히 따지자면 제가 쓴 것은 아니긴 한데. 기본적으로 이 프로젝트를 생각하면서 먹이사슬, 식물에 관련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어요. 쌀, 밀, 콩, 사과 등 네개의 에피소드를 가진 스토리를 막연히 생각했는데 서원태 감독이 그의 어법으로 편지를 쓴 거예요. 불어가 낯설수도 있을텐데, 캄보디아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습니다. 환경 문제가 서구 식민주의의 영향이 컸잖아요. 또한 화자의 ‘아버지’에 대한 언급은 유럽 식민지 문화와 기독교적 사고 체계가 동식물에 영혼이 있다고 믿는 애니미즘을 미신으로 치부해버리는 것에 대한 고발의 형식으로써 주기도문의 형식을 빌려온 것입니다.

서원태 : 맞아요. 주기도문 형태를 썻고요. 식민 지배에 대한 비판으로써 딸이 경험이 많은 아버지에게 농사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형태로 컨버팅 되었습니다.

 

<버섯의 건축>에서는 건축가들의 인터뷰가 흥미로웠습니다. 이 목소리들은 어떻게 선택된건지?

박선민 : 얼핏 보면 연관이 없어 보이긴 하지만 버섯을 탐험하는 여정과, 불멸과 건축에 대한 것들의 연관성을 탐구해 보았습니다. 어떤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각각의 서사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처럼 이어지도록 스크랩했습니다. 그들의 인터뷰에서 저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번 섹션은 뉴-장르 II인데, 이번 작업의 장르를 어떻게 정의하시는지?

 

서원태 : 저는 극영화같았는데 보는 사람들은 다큐라 인식하는 것 같아요. 내레이션은 모두 허구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있는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에 근거해 만들어졌지만 구성에 있어선 허구라 할 수 있겠습니다.

박선민 : 저는 장르를 잘 모르겠어요. 단순한 영상 작업이었지, 스스로도 장르에 대한 구분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이 영화를 제 3자가 볼 때는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하네요.

 

관객 1 : 촬영 하시면서 재밌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서원태 : 이혜원 PD가 열대 과일을 썰어 주시길래 받아 먹었는데 배탈이 나서 3일간 설사를 하며 촬영했던 기억이 납니다.

박선민 : 저는 혼자 숲에 들어가다보니 재미보다는 무서웠던 기억이 있네요. 인적 드문 시간에 촬영을 해 보고 싶어 동 튼 직후에 혼자 숲에 들어가려 했다가 너무 무서워서 숲을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고라니와 맞닥뜨린 기억도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관객 2 : 이미지와 텍스트를 매치시킬때 어느 기준을 두고 작업하셨는지?

서원태 : 텍스트 자체는 별 의미 없고,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불어를 선택한 이유는 컨텍스트의 레이어를 쌓기 위해서였습니다. 캄보디아의 역사와 식민 지배 등의…. 한 가지 재미있던 점은 내레이션을 해 주신 분이 프랑스로 입양 간 분이어서, 친아버지를 모르세요. 이 분이 내레이션상에서 아버지를 호명할 때 어떤 생각을 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도대체 누구를 떠올릴까 하는. 그리고 보낼때 배리에이션이 있어도 좋다는 얘기도 덧붙였어요. 그 덕에 본인도 흥미롭게 작업했다고 하시더라구요. 원래는 국문 버전이었어요. 그 버전은 좀 울컥한 느낌이 있어요. 이건 좀 건조한데.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불어를 선택한 이유는, 인식이 안되는 언어가 이 영화에서 기능하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박선민 : 확실히 이미지와 서사가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버섯의 이미지와 인터뷰의 서사가 점점 가까워지는 순간들이 와요. 퍼즐처럼 의미가 만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연관성이 없는 이미지와 텍스트를 선호하지만 작업 도중 이가 맞는 퍼즐을 발견해 낼 때 외려 더 큰 집중력을 얻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의 단어들이 개인으로 하여금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키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정보도 있었고, 도덕 메시지, 시각 재미 등을 모두 주는 흥미로운 세션이었습니다. 네마프에 앞으로도 계속 스크리닝 되고 있으니 많은 것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취재 │ 안진영 루키

 
사진 │ 김하영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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