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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GT] 한국구애전 단편 : 뉴-장르 I
NeMaf 조회수:606
2019-08-17 18:34:30

8월 16일 오후 2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는 한국구애전 단편 : 뉴-장르 I 프로그램을 통해 <룸>, <Das Ding>, <Love Letter>, <파편들>, <모스크바 닭도리탕>, <파슬리 소녀>, <르모>, <책상과 의자>, <빛 빛에 관하여>까지 총 9개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그 중, <Das Ding>의 정현석 감독, <Love Letter>의 박정연 감독, <파편들>의 은고 감독, <모스크바 닭도리탕>의 오재형 감독, <파슬리 소녀>의 노영미 감독이 참석해 작품 소개와 함께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진행은 안예지 시네-미디어 큐레이터가 맡았다. 

 

한국 단편 뉴-장르 I은 실험적인 작품이 많았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이것들을 활용하여 콜라주하고 몽타주 하는 작품들로 구성이 되었는데요, 이 작품들을 보고 있자니 포스트 인터넷 세대에서 볼 법한 영상 작품을 구현하시는 작가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제 작가분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간단한 자기소개와 작품 설명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영미 : 안녕하세요, 저는 <파슬리 소녀>를 연출한 노영미입니다. 저는 저작권이 자유로운 소스들만 모아 작업했고,  파슬리 소녀라는 이탈리아의 오래된 동화에 저작권자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접목하여 만들어 보았습니다. 

은고 : 안녕하세요, 저는 <파편들>을 작업한 은고입니다. 저는 항상 소통이 영상화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고 그중에서도 유튜브 식 vlog 소통 방식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1년 동안 사진과 글로 블로그를 연재했고, 그 연재된 블로그를 가지고 저만의 vlog를 만드는 작업을 하였습니다.

정현석 : 안녕하세요, <Das Ding>을 연출한 정현석 감독입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기능을 상실해 지워진 존재에 관한 작업입니다. 6년 전 서울역에서 누워있는 노숙자를 발견했는데 그 모습이 마치 기능을 상실해 아무렇게나 놓인 사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 당시 즉각적으로 촬영을 하게 되었고, 작년에 작업을 했습니다.

박정연 : 안녕하세요, 저는 <Love Letter>를 만든 박정연입니다. <Love Letter>는 가상의 애니메이션 팬과 원작자의 이메일 대화를 구성하여 가상 존재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업이었습니다. 

오재형 : 저는 <모스크바 닭도리탕>을 만든 오재형입니다. 작년에는 누구나 겪을 법한 가벼운 우울감을 겪은 시기였는데 그때 마침 부모님과 북유럽 패키지여행을 갔습니다. 처음 갔던 곳이 모스크바였고 한인들이 있다 보니 처음 먹었던 것이 닭도리탕이었습니다. 그 당시 장소성을 제거하여 사진과 영상을 찍는 것에 재미를 붙여 마치 농담처럼 만들어 본 작업입니다. 

 

말씀 들으셨다 싶이 이러한 작품들은 정말 신선하고, 그리고 신선하다 못해 관객분들은 혼란을 느끼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어쩌면 그 이상의, 감독님의 의도를 넘어서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작품 보면서 궁금하셨던 점은 자유롭게 질문해 주시면 됩니다. 질문 있으신가요?

 

관객1: 안녕하세요, <Das Ding>에 대해 질문드립니다. 설명을 간단히 들었을 때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계층이 마치 사람이 아닌 사물로 느껴졌다는 것은 와닿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사진이 줌인 되면서 영상 효과가 굉장히 강렬하게 들어가더라고요. 이러한 영상 효과를 통해 작가님이 어떤 의도를 표현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정현석: 사실 그 작업의 최종 목적은 마지막의 줌이 아닌 스케일을 늘려간 것에 있습니다. 스케일을 늘렸을 때 이미지가 손상되는데 사실 현대 사회에서 이러한 이미지는 불필요합니다. 쓸모가 없어진 이미지랄까요. 저는 그 단계까지 도달하는 것이 이 작업의 목적이었고 그 도달하는 과정에서 전멸하는 것들을 보면서 전멸하는 존재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 구조 영화들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구조 영화감독들 중에 마이클 스노우 같은 분들의 영향을 받아서 본능적으로 연출을 했던 것 같아요. 플리커링된 연출 방식 같은.

 

관객2: 안녕하세요, <파슬리 소녀>에 대해 질문하고 싶습니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 속에서 프리 소스만 이용해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노영미: 인터넷에 부유하고 있는 소스라고 했을 때, 진짜 잘 부유하고 있는 소스는 저작권자로부터 자유로운 소스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작권자가 있는 소스들은 주인의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가를 지불하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지만, 계속 재생산되거나 끊임없이 열화가 되거나 광범위하게 쓸 수 있는 소스들은 저작권자가 없는 소스들을 이용했을 때 이야기가 더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로열티 지급을 안 하고 쓰는 경우도 많지만 소유의 개념이나 해방 이러한 단어를 언급했을 때 저작권자로부터 자유로운 소스들로 해야지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3: 인터넷에 떠도는 저작권이 자유로운 자료를 활용하여 작품을 만드시는데 보통 내러티브를 동화에서 가져 오시더라구요. 동화와 연결되는 지점을 어떻게 만드시나요? 작품 제작 과정이 궁금합니다. 먼저 그 동화를 선택한 다음 정보를 수집하는지, 아니면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이것과 연결되는 동화를 선택하시게 된 건가요?

노영미: 사실 예전 작업들도 동화 기반인 것이 많습니다. 이야기의 원형으로서의 동화를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동화가 윤색되고 바뀌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현실 사회와의 관계점을 관심 있어 합니다. 그래서 저는 동화 전집을 꾸준히 읽어요. <하녀들>과 <파슬리 소녀>는 저작권료, 저작권자에 대한 관심이 있을 때 딱 맞물려서 아이디어를 얻은 케이스고, 이다음에 만들어진 <KIM>이라는 영화는 동화는 아니지만 저작권이 자유로운 소스들을 합쳐서 만든 것입니다. 

 

관객4: 저작권에 대해 거부감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만약 거부감이 있다면 왜 저작권이 문제인지, 본인의 작품을 누군가가 저작권 없이 사용한다면 뭐라고 말씀하실 건가요.

노영미: 불만이 있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저작권이 당연히 생기는데 그것이 만료되거나 자유로워졌을 때 생겨나는 엄청난 양의 범람하는 이미지들, 마치 새롭게 태어난 생명체 같은 듯한 것들이 뭘까라는 궁금증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부감이랄까 이런 건 아닙니다. 저는 이러한 작업의 시리즈를 3개 만들었는데 재밌는 지점은 이렇게 취합해서 만들면 이 저작권은 또 제 것이 되잖아요. 이게 저의 소유물로 온다는 것도 되게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결국 소유권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기보단 소유권이라는 말 자체에 대한 흥미에 가깝습니다.

 

관객5: <Love Letter>를 보고 질문드립니다. 사실 만화나 영화를 보면 누구나 할 법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에게 굉장히 애착을 가지는 것에서 할 법한 상상이라고 느껴지는데 감독님께서는 혹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라든지, 개인적인 경험이 묻어난 건지 궁금합니다. 

박정연: 개인적인 경험은 아니고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긴 하는데 가끔 애니메이션을 다 보고 댓글을 살펴볼 때 특정 서사에 대해 분노하거나 특정 캐릭터가 만든 결말에 대해 과몰입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팬의 입장에서 보다가 반대로 원작자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그들은 그 작업의 뼈대부터 만들잖아요. 그리고 너무 깊게 알면 오히려 대상에 대해 냉소적이게 변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원작자의 입장과 원작자가 만들어낸 대상을 보고 실제처럼 느끼는 팬들의 입장이 충돌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같은 가상의 인물도 이렇게 실제와 가상이 넘나드는 감정을 지닐 수 있는 점이 재밌다고 느껴져서 여러 가지 파편화된 일화들을 보고 대화를 재구성해 만든 작업이었습니다. 

 

관객6: <파편들>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아까 말씀하셨다 싶이 작품이 나오게 된 이유는 유튜브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요즘 세대에 대한 거부감인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왜 그런 거부감이 드시는지 궁금합니다.

은고: 거부감이 있다는 것은 유튜브에서 vlog를 볼 때 다 개인의 이야기를 하는데 거리감이 항상 너무 좁게 느껴지는 거예요.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을 굉장히 잘 아는 사람처럼 소통하는 방식이 개인적으로는 거부감이 들었고, 만약에 제가 저의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소통할 수 있을까, 조금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방식이 어떤 것일까 고민했습니다. 원래는 영상이 아닌 사진과 글로 소통을 했고 이를 다시 영상화했을 때는 그것들이 파편적으로 분할되어야 제가 조금 더 편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사진과 텍스트가 분절되었고 그렇게 만든 게 <파편들> 입니다. 

 

관객7: 오재형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모스크바 닭도리탕>에서 계속 줄을 잡아당긴다는 내용을 언급하시는데 그 행위가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내레이션을 직접 녹음하신 것 같은데 녹음을 했을 때 당시의 톤, 특히 느슨한 말투 같은 게 인상적이었는데 녹음 당시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도 궁금합니다. 

오재형: 술 먹고 녹음했냐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건 아니고요. 그렇지만 취해서 녹음한 건 맞아요. 어느 날 꿈을 꿨고, 여행을 갔다 와서 아침에 일어나 잠결에 취해 꿈 내용이 재밌다 싶어 녹음을 했는데 내레이션 내용이 바로 이 내용입니다. 그래서 그 줄이 무슨 의미냐고 물어보시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꿈을 꾼 내용을 그렇게 녹음했습니다. 그리고 한 편의 부조리극 같은 느낌도 들었고 아까 말씀드렸다 싶이 그 당시 가지고 있었던 가벼운 우울감 그리고 여행지에서 찍었던 농담 같은 풍경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지도라고 생각을 해서 내레이션을 그렇게 녹음했습니다. 

 

관객8: 저도 오재형 작가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 역시도 내레이션이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되게 몽롱하고 나른하고. 그래서 나조차도 꿈에 취한 기분이다 이런 느낌으로 보게 되었는데 영상 속에 앤티크 액자가 계속해서 나오더라고요. 그것은 내가 지금 꿈을 보고 있어, 이러한 의도로 만드신 건지 궁금합니다.

오재형: 제가 여행지에서 찍었던 게 그 나라의 랜드마크가 아니라 그 반대의 것을 찍었잖아요. 합창을 한다던가 그런 것들이요. 보통 우리가 특별한 사진이나 이미지,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화려한 액자 속에 넣는데 저는 그 반대의 방식으로 장소성이 싹 제거된 풍경을 화려한 액자에 넣으면 되게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액자를 구매해서 넣었습니다.

 

감독님들의 추후 활동에 대해 간략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노영미 : 시나리오 작업 중입니다. 이 작업도 NeMaf를 통해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은고 : 영상화되었을 때 이상하게 느꼈던 것들을 또 영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다음에는 공연을 영상화하는 작업에 대해 고민하고 관련된 전시를 할 것 같습니다. 그 영상도 다시 한 번 NeMaf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현석 : NeMaf가 첫 입봉인데, 조금 난해한 작품을 냈어요. 그렇지만 최근에 만든 작품은 대사도, 내러티브도 있어서 그렇게 난해하진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러한 실험영화들 더 열심히 만들어서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박정연 : 다음에는 실사 배우들을 이용해서 작업을 해볼까 구상 중입니다.

오재형 : 최근에 피아노 독주회를 열었는데 피아노만 치는 것이 아니고 <모스크바 닭도리탕>을 포함해서 제 지난 모든 단편들을 1시간 30분 분량으로 공연을 마친지 얼마 안 되어서 지금은 별 계획 없이 휴식 중입니다. 하지만 피아노는 꾸준히 연습 중이라 하농을 완벽히 치는 것이 지금 당장의 계획입니다. 

취재 │ 정현경 루키

 
사진 │ 나재훈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