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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GT] 대항기억과 몸짓의 재구성 단편
NeMaf 조회수:2280 추천수:3
2018-08-19 15:24:25

8월 18일 12시 30분,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된 대항기억과 몸짓의 재구성 단편 프로그램에서는 총 5편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설경숙 모더레이터의 진행 아래 이어진 GT 시간에는 네마프2018의 개막작 중 하나인 <닫힌 말, 열린 말>의 차미혜 감독이 참석하여 관객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선 <닫힌 말, 열린 말> 이라는 제목에 대해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미혜: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는데요. 실제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촬영을 했습니다. 평소에는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장소들이 몇 군데 있는데, 그 중에서 ‘교화장’ 이라는 공간에 끌렸어요. 수감자들의 의식을 전향하기 위한 공간으로 마치 어떤 무대처럼 홀과 단이 있는데, 수감자들은 일방적인 언어들을 듣고 받아들여야 하는 장소였어요. 그리고 그 곳에서 수감자들이 듣게 되는 언어들의 성격이 일방향적이고, 강압적이고, 수동성을 요구한다는 점에 관심이 갔어요. 제목에서의 ‘말’은 이곳에서 수감자들이 하고자 했지만 할 수 없었던 말이라고 생각했고, 몸의 언어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몸의 언어가 사실은 발화될 수 없던 언어들의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닫힌 말이라는 말은 이걸 말하는 것입니다.

 

 

 

영화에서 이 장소의 형태들에 대해 유동적으로 고민해보고자 한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유동성과 몸의 언어, 대화를 어떻게 표현하고자 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차미혜: 작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퍼포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들이 느꼈던 것들에 대해 들어보고, 제가 그려졌던 이미지들에 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퍼포머들과 나눴던 대화 중 인상적인 부분이 여자 퍼포머분이 화려한 천창을 보면서 ‘천장을 걷고 싶다’ 는 이야기를 했었던 부분이었는데요. 그런 문장들과 제가 생각했던, ‘공간성의 딱딱함을 비틀고 싶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해서 이 내용을 이미지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했습니다. 서대문형무소에 창고 같은 공간들이 몇 있는데, 그 안에 창고의 자재들, 망루나 벽돌조각 같은 것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불러오고 싶었어요. 흔들리고 비틀리는 물건들을 소재로 무용수들이 그걸 움직여보고, 비틀림을 일으키면서 운동성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관객1 : 말소리를 철판이 내는 소리로 생각했는데 왜 철판을 선택하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소통하는 교화장과 형무소에서 나오는 말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지, 왜 장소를 서대문형무소로 선택하셨는지 궁금했습니다.

 

 

 

차미혜: 철판은 아니고, 두꺼운 종이, 비치는 알루미늄 종이인데, 일단 소재 자체는 처음에 뭔가 ‘반영되는’ 소재를 떠올렸습니다. 천장의 이미지를 바닥에 깔고, 반영되면서 공간성이 움직이길 바랬어요. 소재를 선택해서 붙여보고, 퍼포머가 자유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보고 했어요. 퍼포먼들에게 제가 요구했던 것들에 소리적인 부분도 있었어요. 물질이 흔들리면서 내는 소리, 혹은 물질 자체에서 내는 소리, 삐걱거리고 끼익거리는 소리 자체를 무용수들이 잘 써줬으면 좋겠다, 이게 한 요소가 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언어, 소리, 비명이자 울림 같은 것을 만들어보고자 했고, 그걸 해석하는 건 다양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교화장에서 있을 법했던 언어들이 다른 형태로 변주되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의 시점에서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통해서, 그 공간에 있었을 분들의 형태를 상상할 수도 있고, 지금과 만날 수도 있는, 그런 소리와 움직임이 나타나기를 바랬습니다.

'왜 형무소여야 했는가?'는 오히려 형무소가 나를 부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프로젝트 자체는 형무소 측에서 제안을 해주셨는데, 문화의 날에 형무소에서 진행되는 행사에서 미디어작업을 행사의 일환으로 보여주고 싶다는 제안이었어요. 저희는 거기서 더 깊이 들어가본 것인데 관람객처럼 볼 수 있는 것만이 아니라, 좀 더 진지하게 공개되지 않은 공간도 천천히 볼 수 있었고 자재들이나 보여지지 않는 부분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무거운 마음에 작업할 자신이 없었고, 에너지가 강하고 소재로써 소비하고 싶지 않다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무용수들과 함께 다시 가서 감옥의 공간 안에 있는 인물들의 상태에 접근하고, 몸으로도 표현도 해보니 이미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운드 이야기를 좀 더 덧붙이자면, 완전히 소리가 없는 부분이 있고 충격을 주는 듯한 소리가 나타나기도 하고 계속 변형되는데.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차미혜: 시작은 어쨌든 몸과 언어들이었어요. 그것을 어떤 이미지, 움직임, 소리로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했고 그러던 중 구두언어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그걸 어떻게 작업으로 나타낼지는 처음부터 정하지 않았고, 남자퍼포머분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공간이 일제시대 이후에도 감옥의 역할을 했던 곳이고, 누군가는 책을 읽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나누게 되었어요. 그때 박완서 작가님이 형무소 앞에 살면서 책을 썼다는 글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 작가님의 글 중 공간을 이루는 것을 사람과 비교한 부분이, 짧은 부분이기도 하지만 느슨하게 작품과도 연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구절이 맘에 들었고, 퍼포머들이 그 책을 읽으면 어떨까 생각 해보았을 때 조각이 맞춰지는 느낌, 발화가 되는 느낌이 들어서 그 부분을 읽는 것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기록 | 이혜은, 전동현 루키

사진 | 전해라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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