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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INTERVIEW] 최민혁 감독
NeMaf 조회수:2464 추천수:4
2018-08-18 12:18:24

최민혁 감독은 제 18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버추얼 리얼리티 아트 기획전X’를 통해 <공간소녀>를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최민혁 감독은 현재 CJ VR/AR Lab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공간소녀>로 세계 최대 IT·엔터테인먼트 박람회 '2018 사우스 바이 사우스 웨스트'의 가상영화 섹션에 초청되어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아티스트 토크 <가상 현실을 통한 예술의 확장>이 끝나고 최민혁 감독을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이번 제 18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 소감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영화과를 나오긴 했지만 뉴미디어에 관심이 많았어요. 스마트폰 인터랙티브 영화도 만들고 계속 작업을 했었거든요. ‘언젠가는 뉴미디어 페스티벌에 출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초청해 주셔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작품의 기획의도가 궁금합니다.

 

VR이라는 매체가 단지 프레임의 확장이 아니라 기존의 영화의 요소들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중에 프레임을 바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객이 체험하는 공간이나 무대가 달라지고 관객이 이야기 속에 존재함으로 인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극 중 인물과의 새로운 관계가 생성되고, VR이라는 매체에서 영화의 요소를 재매개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특별히 공간에 주안점을 맞춰서 했던 작업이구요. VR안에서 구현되는 영화적 공간이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감각을 줄 수 있을까’하고 생각했을 때 ‘자기 스스로 변형되는 공간이면 어떨까’ 조형적으로 변화되거나 그래픽적으로 변화될 수도 있지만 ‘인물의 감정에 연결이 되어서 변하면 어떨까’에서 출발하게 되었어요. 이야기보다는 매체에 초점을 맞춰서 시작 하게 되었습니다.

 

 

 

<공간소녀>를 만드는데 모티브가 된 작품들이나 구성 형식을 만들게 된 출발점이 있나요?

 

매체에 대한 생각과 관념에서 출발했던 것 같아요. 당연히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레퍼런스를 많이 찾아봤기 때문에 영향을 받은 작품은 있지만 모티브가 된 작품은 없어요. 스크린에도 어울리고 VR에도 어울리는 멀티 플랫폼에 대한 기획으로 시작했어요. 두 매체가 스크린을 확장하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공간을 어떻게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구요.

 

 

 

작품에서 중점적으로 볼 만한 관전 포인트가 많은 것 같아요. 마지막에 소녀가 가방에 들어간 장면이 어떤 의미를 담고있는지 궁금합니다.

 

공간들이 소녀의 노스텔지어를 보여주잖아요. 의식적인 기억이 아니라 자기도 모르던 기억을 보여주는 것인데, 소녀의 기억과 관련된 오브제를 통해서 판타지에서 빠져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챕터에 가방 안에서 살았다는 설명도 있고, 가방도 어떻게 보면 작은 공간일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가방을 넣게 되었어요. 기억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오브제일 수도 있고, 가방이라는 또 하나의 공간에서 소녀가 살았다는 설정에서 온 거라고 볼 수 있겠죠.

 

 

 

작품의 배경이 다채로운 색상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림같은 배경에 소녀만 실사 인물인 점이 인상적인데, 연출 의도가 궁금합니다.

 

배경을 작업한 툴이 ‘틸트 브러쉬’라는 툴인데, 공간을 딱딱하고 볼륨이 있는 공간처럼 보여주지 않고 흐물흐물하게 보여주는 대신 컬러는 선명하고 브러쉬의 느낌이 살아있는 게 장점이다 보니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실사 인물의 톤을 일부러 누르고 그런 건 아니었어요. 실사인물의 의상이나 그런 것을 잘 어우러지게 하려고 노력을 했었죠.

 

 

 

소녀의 옷 색이 바뀌는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그 공간이 별개의 공간이 아니라 집이 계속 변주하는 컨셉이에요. 다른 방으로 가는 것 같지만 자신의 방이 변형된다는 컨셉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그 공간이 보여주는 무드나 분위기에 맞춰서 옷도 다르게 설정한 것입니다.

 

 

 

작품에 대한 얘기는 마치고 감독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 해요. 감독님께서는 모바일 인터랙티브 영화, 다면 상영관 프로듀서로 활동하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영상을 시도하시는 데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가 있나요?

 

영화의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찾는다고 생각하거든요. 영화와 관객이 맺고 있는 시공간적인 관계가 기술에 의해 상당히 바뀌는 시점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언제든지 영화를 볼 수 있고 어떤 자세로도 볼 수 있구요. 영화가 재현한 가상 세계와 우리가 맺는 관계가 상당히 급변하는 시대잖아요. 단지 수용의 형식이 바뀌는 게 아니라 인터페이스가 바뀌면 재현된 가상세계의 감각이나 내용도 바뀌잖아요. 그 언어를 찾고 제시하고 싶은 거죠. 예를 들면 스마트폰 인터랙티브 영화에서는 터치라는 인터페이스가 들어갔을 때 스토리텔링이 바뀌는 것을 실험해보고 싶었고, 스크린X는 3면으로 펼쳐진 스크린을 통해서 재현되는 영화적인 세계라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영화라는 공간이 독특한 3면 영화관으로 재현됐을 때 그 공간의 경험이 어떻게 바뀌는지가 재미있었구요. VR에서는 훨씬 더 새롭게 탐색해야하는 언어가 많지 않을까 해서 재미를 느끼는 것 같습니다.

 

 

 

CJ에서 VR/AR Lab 프로듀서로서 활동 하고 계신데 AR과 달리 VR 작업 만의 매력이 무엇일까요?

 

현실은 조금 보여주고 가상을 많이 보여주는게 가상현실이고 현실을 많이 보여주고 그 위에 가상을 올리는게 증강현실 이잖아요. 당연히 가상을 많이 보여주는 게 재미있죠. 근데 중요한 건 우리가 VR/AR 이렇게 정의하는 것보다 앞으로는 이 스펙트럼이 주는 풍부함을 누리게 될 거에요. 쉽게 말하면 VR/AR을 바꿔가면서 할 수도 있고, 또 MR이라고 해서 AR처럼 현실의 이미지가 올려져 있는 것 뿐만 아니라 현실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책상에 고양이가 올라왔다 내려가는 식으로 훨씬 더 현실과 가상이 믹스가 되는 형태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거든요. 그런 모든 가능성이 재미있죠. 그거 대비 ‘VR이 진리야’ 이렇게는 말씀 못 드릴 것 같아요.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상의 경험들이 이러한 스펙트럼에 맞춰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인식 하에서 ‘나는 어떤 작업을 할까’의 차원인 거죠.

 

 

 

씨네21’에 작성하신 가상현실에 대한 기사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VR이 영화의 미래가 될 수 있는지 혹은 어떤 예술 형식 혹은 엔터테인먼트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VR이 영화를 대체할 것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다른 영역이고 쉽게 한 마디로 말씀드리기가 힘든데,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관객의 몸이 객석에서 해방되어서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거에요. 객석에 앉아서 거리를 두고 경험했던 관객의 신체가 바뀌는 경험인 거죠. 내가 둘러볼 수 있고 걸어갈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이런 가상 경험이 가능해지니까 그 점이 중요하겠죠. 그리고 두 번째는 관객이 처음으로 다른 관객과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에요. VR은 쉽게 말하면 영화와 컴퓨터가 만난다고 볼 수 있잖아요. 사진술에 입각한 영사기가 아니라 컴퓨터다 보니까 온라인으로 실시간 적인 스토리 텔링이 가능하고 온라인 경험이 제공 되어서 새로운 가상 컨텐츠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궁금합니다.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방식이나 관심 갖는 분야가 있나요?

 

VR 경험의 핵심은 스토리 세계 혹은 가상 세계 속에 보는 이가 현존감을 느끼는 게 중요한데, 가상 속에 내가 들어가 있다는 경험을 해본 적은 없잖아요. 현존했을 때의 감각이 아직 많이 발굴되지 않은 것 같아요. 지금 나온 작업은 카메라를 던져두고, ‘나는 무엇일 것이다’라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식의 설정이잖아요. 다른 인물들의 반응을 통해 내가 누구인지 유추할 수 있는 정도의 상황인데,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 세계를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지, 즉 관객이 이야기 속에 현존하면서 주체의식이나 감각을 더 갖게 될 부분에 대해 계속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간소녀>를 보러 온 관객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소녀가 꿈에서 깨어났을 때 자기 공간을 새롭게 보는 것처럼 관객 분들도 VR 안에서의 공간을 재미있고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 | 이혜은, 이혜진 루키

사진 | 지서영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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