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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장줄리앙 푸스 감독
NeMaf 조회수:2690 추천수:6
2017-08-22 02:18:50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 <울림>이라는 작품으로 함께 하게 된 장-줄리앙 푸스 감독은 애니메이션과 영상 작업을 하는 프랑스 감독이다. 중국 무한에서 태어나 작품에도 그러한 문화적 분위기가 녹아있다. <울림>은 제주도 해녀와 피레네 산맥의 염소농가 여성이라는 두 여성 노동자의 삶을 촬영한 영상 설치 작업이다. 8월 25일 4시 10분에 인디스페이스에서 관람할 수 있다.

 

 

 

먼저 이번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와 작품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을 처음 구상하게 된 것은 서정희 작가를 만난 후입니다. 서정희 작가님은 원래 재단 지원으로 설치미술을 할 계획이었고, 공동작품을 하고자 했습니다. 또 당시 한불교류의 해였기 때문에 한국과 프랑스를 촬영하고 싶어 하셨어요. 또, ‘노인’에 대한 주제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두 나라에 있는 나이 많으신 분들을 주제로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고민을 거친 후 시골에서 노동을 하고 계시는 노인분들을 찍기로 했어요.

그 중 한 직업은 해녀였는데, 저는 원래 해녀에 대한 사진을 봤었고 외국인으로써 신비로움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카리스마 있고 강한 인물을 프랑스에서 어떻게 찍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종종 다니던 산맥의 촌락에서 염소를 키우는 부부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촬영을 진행한 후 1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재편집을 거쳐 <울림>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전 작품 <Sous L'eau>는 이방인의 입장에서 서울을 관찰하는데요. 닿을 수 없는 것들, 그래서 분절된 것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번 전시 <울림>에서는 공간적 차이를 뛰어 넘어서 어떤 연결성을 표현하신다고 하니 흥미로운데요. 두 지역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연결성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원래 두 지역을 시각적으로 연결할 계획이었습니다. 서정희 작가님이 상징적인 방식으로 연결하고 싶어 하셨어요, 그래서 우유와 바다, 염소의 젖과 바다의 해물, 그런 것들이 연결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연결시키는 작업이 하고 싶었습니다. 반대로 서정희 작가님은 이러한 연결성이 적절하지 않다고 보셔서 별개의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이렇게 멀리 떨어진 두 국가에서, 자연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삶이 비슷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저는 산업화된 세상의 반대편에서, 스스로의 몸을 이용하여 고강도의 노동을 하시는 분들에게 감탄을 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삶은 항상 이웃보다 더 많이 가지고, 더 많이 생산하는 삶을 살게 되는데, 두 분은 자기가 필요한 만큼의 양을 스스로의 노동을 통해서 만든다는 점이 대단합니다.

 

 

 

두 지역은 동일한 공간이 아닌 만큼 각각의 독특한 점들이 있을 것 같아요. 두 지역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 듣고 싶고, 프랑스와 한국이라는 나라, 그리고 피레네와 제주도라는 지역을 선택하신 계기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현실적인 부분들을 적절하게 고려하여 두 지역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사실은 한국은 아직 낯설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이해해가면서 고정관념을 깨나가고 있습니다. 프랑스인으로서는 프랑스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외국에 사는 만큼 프랑스에 대해서도 오해를 하고 있었다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두 지역 간의 중요한 차이점이 있는데, 피레네 촌락에서 염소를 치는 부부는 자연 속에서 동물과 함께 지내는 낭만적인 삶을 추구해서 그런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 물질적 고난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촬영 2년 후 부부를 다시 만났을 때, 두 분의 이가 거의 빠져있었어요. 가난한 삶의 증거인 것이죠. 그 사실에 매우 마음이 아팠습니다.

한편으로 한국의 경우 해녀 분들은 그 직업을 ‘선택’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제주도에 태어나서, 자신의 어머니도 해녀였기 때문에 해녀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프랑스의 상황처럼 낭만적인 마음으로 어려운 삶을 선택하는 것보다 한국의 경우처럼 선택권은 없지만 잘 하려고 노력한 경우에서 더 행복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랜 세월동안 한 가지 노동을 수행해온 사람들의 일상을 이해하는 과정이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제주도와 피레네 산맥이라는 공간적 거리뿐 아니라, 전통적 삶이라는 시간적 거리 등 두 지역과 두 노동자의 삶에 대해 어떻게 이해하고 계신지, 그들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짧은 기간 동안 촬영한 까닭에 피상적인 이해 수준일 것 같아요. 양쪽 모두 몸도, 마음도 매우 강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피레네 산에서 인상 깊게 남은 장면이 하나 있는데, 밤에 어떤 소녀가 염소들에게 둘러싸여 서있는 모습이에요. 아직도 마음에 많이 남아있는 장면입니다. 한편으로 염소를 치는 부부는 자기 노동의 리듬 때문에 쉬는 시간이나 휴가가 거의 없어요. 1년 내내 2명이서 염소 40마리를 돌봐야 합니다. 그래서 자꾸 세계 반대쪽에 있는 아름다운 섬에 사는 것을 꿈꿉니다. 염소를 키우느라 자식도 낳지 못했어요. 대신 이들은 동물들과 아주 특별한 관계를 맺으며 사는데, 모든 염소의 이름과 성격을 압니다.

해녀들의 경우에는 다른 삶을 꿈꾸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촬영 당시 제가 이미지와 사운드를 동시에 관리하느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또 한국어와 제주도 방언이라는 언어적 한계도 있었고요. 해녀의 삶은 힘들지만, 건강한 생활양식 덕분에 장수를 많이 한다는 점도 신기해요. 해녀 분들이 이야기하시는 것처럼 제주도 여성들이 아주 강한 편입니다. 확실히 해녀 분들이 자신의 삶에 만족을 하실 것 같아요.

 

 

 

두 지역, 그것도 도시가 아닌 굉장히 전통적인 지역들을 오가며 작업을 하면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는지 혹은 촬영 작업에서 어떤 에피소드는 없었을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이상적으로는, 제가 오랫동안 다녀오고 싶었던 곳이었어요. 그러나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장비가 많이 없어서 그냥 수영을 해서 촬영했습니다. 11월에 수중촬영을 하니 물이 많이 차가워서 추웠어요. 그래도 가급적 열심히 집중했더니 물에서 나온 후 무릎이 다 까져있더라고요.

 

 

 

도시에서 살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환경이란 그다지 유의미하지 않고 큰 차이 없는 것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ous L'eau>가 경험하는 분절들은, 사실 단기적 관계만을 맺게 되는 도시인들의 전체적인 감정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런 의미에서 환경과 관계를 맺으며, 그것을 존중하는 <울림> 속 노동자들의 삶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도시에 살면서 매일 장을 볼 때마다, 식품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궁금증이 커졌습니다. 그리고 식품 첨가물과 식품 생산, 노동 문제가 얼마나 디스토피아적인지 알게 되었고, 그건 상당한 충격이었어요. 이제 장을 본다는 것은 전 성분을 다 보아야하는, 힘든 일이 되었어요. 그래서 농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친환경 생산자 협동조합 같은 것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옷 등 거의 모든 소비들에 있어서 노동자를 존중하는 소비를 하려고 해요.

 

 

 

육체적 노동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혹은 그것이 이미지화될 때 보통 남성 노동자의 모습으로 많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여성 노동이라면 가사 노동으로만 이미지화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노동이라는 주제의식을 가지고 여성노동자, 여성이 수행하는 노동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 까요?

한국에 와서 여성들이 처한 조건과 성평등에 관심이 많아져서 관련된 기사, 책,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습니다. 태어난 시점부터 우리는 타고난 성별에 따라서 좁고 엄격한 틀에 들어가게 됩니다. 여기에는 문화적 차이도 있는 것 같은데요. 한국은 특히 ‘여자다움’ ‘남자다움’ 같은 것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직 여성해방이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예를 들어 제주도 같은 경우는 모권이 강한 사회가 있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앞으로 성평등과 여성들이 처한 조건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작업을 하고 싶은데, <울림>에서도 조금은 보였을 것 같습니다.

 

 

 

이번 작업을 통해 관객들이 어떤 ‘울림’을 가지길 바라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울림>의 내러티브는 루즈하고 리듬도 느립니다. 관객 여러분이 열린 마음과 참을성을 가지고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앞으로의 상영계획은 다른 유럽과 미국 영화제에서 <울림>이 상영예정에 있어요. 그 다음에 옛날 해녀들의 삶과 성평등에 대한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한국 분의 도움이 필요해요. 혹시 제 작품에 관심이 있는 PD,기자,연구자,페미니스트 활동가 분이 계시다면 연락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취재 및 정리 | 김지안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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