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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매칭토크: 홍이현숙작가전X
NeMaf 조회수:2469 추천수:4
2017-08-21 15:43:16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X프로그램’ 중 하나로 기획된 ‘홍이현숙작가전X: 수행의 간격’ 전시의 매칭 토크가 8월19일 아트스페이스오에서 열렸다. 매칭토크에서는 이충열 페미니스트 미술가의 진행으로, 홍이현숙 작가의 작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의 질문 시간도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충열: 안녕하세요. 페미니스트 미술가 이충열입니다. 오늘 홍현숙 작가님을 모시고 매칭 토크를 진행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입구에서 나눠드린 글 <“어째서, 나는, 여태껏, 대체, 왜, 홍이현숙 작가님을 몰랐을까?”>에서도 썼듯이 이번 매칭 토크 제안을 받고서 홍이현숙 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에는 여성들이, 여성 작가들이 많은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결되지 못하고 역사화 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페미니즘에 집중하면서 미술계에서도 남성중심적인 질서들, 시각들이 많이 있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젊은 작가들과 페미니즘 아트리서치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도 ‘페미니즘과 미술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라는 문제의식을 느끼던 차에 이런 기획에 참여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본격적으로 작업에 관련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이번 전시 작업 중 <광화문 풍경>이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 이전 작업으로 <피케팅>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실제로 작가님께서 청운동에서 1년 동안 세월호 피켓을 들고 있고, 광화문에서 머무르시면서 진행된 작업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청운동에서, 작가님과 다른 요일에 피켓을 2년 넘게 들고 있어요. 저같은 경우에는 그런 과정을 작업으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는데요. 작업하시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홍이현숙: 광화문이 아시다시피 많이 바뀌었잖아요. 저는 근처에 있는 풍문여중, 진명여고를 나와서 항상 광화문이 학교 같아요. 그래서 광화문 앞이 익숙한 공간이었는데, 그 안에 들어가서 작업을 하려고 눕기도 하고 놀고 해보니 또 다른 장소성을 가진 공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굉장히 복잡하고 정신 없는 곳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포근한 방 같은 느낌도 들고요. 그런 여러 가지 느낌을 통해 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충열: 저에게는 광화문이 경찰 대치 혹은 최루액을 맞았던 기억을 연상시키는 데요. 그래서 작가님 작업을 보고 ‘이 공간을 이렇게 전유할 수 있구나’ 싶어서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피켓팅> 같은 경우도 청운동에서 경험했던 힘들고 치열한 과정들을 가지고 작업하신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피켓팅을 거리에서 시작하면서야 비로소, 불특정 다수 앞에서 스스로가 젊은 여성으로 보인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남성이 피켓팅을 할 때보다 훨씬 많은 공격과 위협을 받아야했어요. 그래서 저에게는 피켓팅이 굉장히 힘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작가님께서 <피켓팅>에서 표현하는 것은 피켓팅이라는 행위를 통해서, 마치 놀이처럼 다른 사람과 다른 방법을 가지고 접속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작가님의 청운동에서의 경험과 작업으로 연결된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홍이현숙: 피켓팅을 실제로 하면서 만나는 것들은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피켓팅은 현수막과는 달리 내가 들고 움직일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내가 직접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는 건데, 거기서 발생하는 미묘한 기류가 있어요. 상대방은 계속 피켓을 지나쳐서 안보고 가려고 하고, 나는 보여주려고 하고. 어쩌면 일방적인 폭력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조금 경쾌하고 즐겁게,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광화문 광장에서 생활하는 정말 다양한 층의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곳이 자기 삶의 장소인 분들이 일으키는 공간의 기류들이나 주고-받음 같은 것들이 재밌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주제로 조금 더 작업을 해보려고 해요.

 

 

 

이충열: 작가님의 최근 작업부터 보려고 하는데요. <폐경 폐경>과 <조촐한 추모>를 묶어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두 가지는 어쩌면 <우리집에 왜왔니>라는 작업에서부터 연결되어왔다고 보였습니다. <폐경 폐경>을 통해 여성들의 몸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그러면서 동네 언니들 이야기인 <우리집에 왜 왔니>라는 작업을 하게 되셨고, 노래 ‘우리집에 왜왔니’의 이야기를 아시면서 <조촐한 추모>로 이어진 것으로 압니다.

홍이현숙: <우리 집에 왜왔니>는 동네 아줌마들이 자기 집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기 집에 대한 얘기를 하는 거예요, 제일 중요하게 여긴 건 한 분이 얘기를 할 때 다른 분들이 어떤 리액션을 취하는지, 얼마나 공감을 하는지였어요. 상상했던 것보다 더 공감도 높고 얼마나 엎어지면서 웃는지 되게 재밌었어요. 그런데 ‘우리 집에 왜왔니’라는 노래가 일본에서 매춘 소녀들을 공출할 때 나왔던 노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집에 왜왔니1>에 이어서 <우리집에 왜왔니2>를 통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충열: 가부장제 사회에서는 생식 능력이 있을 때만 ‘여성’으로 인식합니다. 폐경, 이제는 ‘완경’이라는 말을 쓰는데요. 심리적이고 육체적인 변화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여성이 아니게 된다는 부분에서 상실감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작업으로 보여주시는 작업들이 <폐경 폐경>, <구르기>, <날개>인 것 같아요.

홍이현숙: 저는 털에 좀 페티쉬가 있다고 할까요. 털하고 머리카락, 몸에서 자라는 것들에 대해서 되게 많은 생각과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삭발을 한 적이 있는데요. 시아버님이 굉장히 받아들이지 못하셨어요. 사실은 좋으신 분인데, 제가 삭발한 모습을 보고는 분노하셨어요. 그런데 우리가 그런 상황을 만났을 때 어떻게 가볍게 부딪힐 것인가, 바꿀 것인가의 고민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견인하는 힘을 가져야한다고 봐요.

 

 

 

이충열: <북가좌 엘리지>와 <구르기>의 요가 장면과, <폐경 폐경>에서 담을 넘고 뛰어 다니는 모습들을 보면 작가님께서 신체를 참 잘 쓰신다는 생각을 해요. 보통의 인식으로는 체조를 하고 몸을 잘 쓰고 하는건 젊은 몸이잖아요. 우리는 보통 젊고 튼튼하고 건강하고, 그리고 남성으로 상상되는 몸을 ‘몸’으로 떠올립니다. 그래서 작가님 작품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몸이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르기>처럼 신체를 사용한 유머도 돋보이고요. 이런 작업들이 가능했던 건 신체를 숙련하는 과정 덕분일까요? <사자자세>를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충열: <사라지다> 이야기도 안할 수 없는데요. 누군가는 땅을 파서 건물을 짓는 자원으로써 몽골초원을 보겠지만 작가님은 그냥 느끼시고 지나쳐 사라지신단 말이에요. 만물의 영장으로써 지배하고, 개척하고, 영토화하려는 인간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써 인간을 상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자자세>를 통해 사자가 되기도 하고, <폐경 폐경>에서는 새처럼 날으시기도 하고, 그런 수행적인 작업들이 <사라지다>에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되기’들을 시도하면서 어떤 생각들을 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홍이현숙: 당장은 서울역 광장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질문을 통해서 더 많은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관객1: 작업들을 보면서 아줌마의 상징인 ‘꽃무늬 원피스’가 눈에 띕니다. 슈퍼맨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슈퍼맨의 옷이 떠오르듯이 작업에 등장하는 옷에 대한 정신성을 쌓기 위해서 작업을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한편으로는 옷 자체에서 어떤 힘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옷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홍이현숙: 그 원피스는 모래내시장에서 5천원 주고 산 냉장고 원피스예요. 내가 아줌마이니까 더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의상을 선택한 거기도 해요. 다른 측면에서는 제가 사실 여러 가지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작업의 전체적인 통일감, 연결성을 주는 것이 옷의 힘이기도 해요. 그런 시각적인 연결성을 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관객2: 육아와 엄마로서의 경험이 작가님의 작업과 세계관, 작업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홍이현숙: 아이를 낳고 나서부터는 항상 과거를 기억할 때, 당시 ‘큰 애가 몇 살이었지?’라고 생각해요. 삶의 연대기 자체가 큰 애랑 붙어있는 거죠. 그리고 사실 상 육아를 하면서 삶이 분리가 안 되죠. 그렇지만 결혼을 안했더라면 또 다른 경험과 감정이 있었을 거예요.

 

 

 

관객3: 작가님은 스스로를 1세대 설치미술 작가, 여성주의 작가, 미디어 퍼포먼스 작가 등등 어떤 수식 내지 분류를 원하시나요?

홍이현숙: 사실 그 모든 게 다 섞여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훈련이라는 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다양하게 만드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변할 수 있고 바뀌어간다는 것,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관객4: 전시를 샅샅이 보고 나니 선생님께서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만나는 방식, 특히 위안부 문제를 만나는 방식이 중압감을 덜어내며 비장하지 않으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성 신체에 대한 혐오, 혹은 장소에 대한 상실감 역시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문제의식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유쾌함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사건에 침잠하지 않으면서 무거움을 덜어내는 방식은 어떻게 가능한가요?

홍이현숙: 바닥을 밟으면 올라갈 수가 있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좀 더 가라앉아 보는 것을 택해요. 확 놔버렸을 때 오히려 잡아주는 게 생기기도 해요. 제가 최근에 산을 다녔는데, 처음에는 높은 곳에 가면 발이 안 떼졌어요. 그리고 계속 다리가 떨렸어요. 여러 번 훈련을 하고 나니 같은 산이 그냥 편하게 올라가지더라고요.

 

 

 

관객5: 이렇게 오랜 시간 작업을 하게 되는 동력은 무엇일까요?

홍이현숙: 사실 저는 작업 말고 다른 할 것이 없어요. 작가가 정말 어려운 게, 뭘 해야 할지를 계속 해서 스스로 결정해야한다는 거예요. 예전에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는데, 작업은 아침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을 해야 해요. 또, 계속 자기 자신을 추스르고, 자신감 혹은 자만감을 가져야 하고. 그래야 결국 다른 사람들의 에너지를 잡아끄는 힘이 만들어집니다. 나이가 드니 버팅기기 시합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관객6: 조각을 하시다가 퍼포먼스 작업을 하시게 된 것으로 압니다. 퍼포먼스 작업의 매력이 뭐가 있을까요?

홍이현숙: 설치도 하긴 해요. 설치미술 할 때도 그렇고, 언제나 유머를 잃고 싶지 않아요. 영상이 그런 점에서 장점이 되는 부분이 있죠. 물론 설치도 되게 재밌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공공미술이나 설치작업도 하면서 최대한 재밌고 산만하게 작업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충열: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은 반복되는 수행으로부터 생기는 자신감, 에너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 자리를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고, 작가님의 작업을 만나게 되어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취재 | 김지안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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