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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 뉴미디어 대안영화 단편 1
NeMaf 조회수:2112 추천수:2
2017-08-20 13:15:02

 

8월 18일 5시 탈영역 우정국에서 뉴미디어 대안영화 단편1이 상영되었다. <기억 박물관-구로> 권혜원, <내 귓속에 묻힌 묘지들> 김현주, <설계자> 민병훈 모두 세 작품이 선보였으며, 민병훈 감독이 자리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개막작이기도 했던 <설계자>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이날 GT는 모더레이터 백종관 감독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가장 기본적인 질문인데 <설계자>라는 영화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민병훈: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 두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외적인 부분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제가 프랑스 외교의 감독 초청을 받아서 마르세유에서 제 전 작품들을 상영을 하게 되었어요. 초청을 받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줬는데 이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이 기회를 살려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적인 부분은 비행기 안에서 시작됐어요. 남의 이야기를 할 필요 없이 나의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또 영화감독은 영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봐요. 사석에서 '영화는 뭐라고 생각해요?'라고 물어보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한 번쯤은 제 이야기를 정리를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이런 영화를 빌어서 영화는 어떤 것인지 제가 텍스트를 써서 제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주인공이 저라고 생각해서 만든 거죠.
중요한 건 제목 <설계자>는 애초에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었어요. 설계가 있어야 건물을 짓지만, 인간 모두가 신이 창조한 이미 설계되어있는 결과물이에요. 저 자체도 이미 설계가 되어있는 거고요. 큰 설계자가 이미 설계되어있는 형태의 인간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었어요. 그리고 주인공이 가진 사랑의 감정을 통해서 무언가를 힘껏 갖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제 생각이 들어간 것 같아요.

 

 


민병훈 감독님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2012년도의 한 인터뷰지에서 <터치>,<사랑이 이긴다> 그리고 <설계자>라고 생명에 대한 영화 삼부작을 만드신다는 이야기를 봤어요. 그때 <설계자>가 이 <설계자>인가요?

민병훈: 완전히 다른 기획이에요. 지금 설계자는 이 내용을 생각해서 바로바로 뱉어낸 거고요. 질문하신 영화는 지금 <겁쟁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4월에 촬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목과 관련해서 조금 더 질문을 드릴게요. 감독님 영화를 보면 가톨릭과 관련된 모티브나 혹은 크레딧에 지원이라고 나오는 경우도 있던데요. '설계자'를 불어로 검색해보니 사도행전에 그 단어가 들어간 문구가 있더라고요. 혹시 그것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민병훈: 그걸 사용하면 너무 좋지만 차마 그럴 순 없고요. 제 종교가 가톨릭이에요. 우연하게 가톨릭 문화원이든 어디든 영화를 할 때마다 저에게 필요한 손길을 내주는 분들이 있으세요. 그런 의미에서 신부님이나 그런 단체에 대해서 되게 감사해요.

 



배우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여배우도 프랑스에서 캐스팅하신 건가요?

민병훈: 마르세유에 거의 한국인이 안 계세요. 그곳에 대학원이 있는데 여자 배우분이 졸업하기 전에 제가 온다고 하니까 영화를 보러 오셨어요. 그래서 제가 보다가 캐스팅을 했죠. 이런 내용으로 하면 어떨까요? 하고 공손하게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해보자고 하셨어요. 본인 스케줄이 있어서 옷도 두 번 갈아입어가며 하루동안 촬영했죠. 촬영상 동굴도 가야 해서 가이드 역할도 해주셨어요.
 

 


남배우의 캐스팅도 궁금합니다.

민병훈: 저희 연출 쪽 분이었어요. 들어올 때 조건이 있었어요. 같이 일할 때 학원은 가지 마라. 연기하려면 영화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준비하고 있는 영화, 만들고 있는 영화, 후반 작업 영화 이 세 개를 동시에 하고 있거든요. 이 작업을 하는 동안 와서 배우면 배우를 하는데 에너지가 온다고 이야기했죠. 아는 게 더 중요하지 학원에 가서 누군가를 흉내내는 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요. 이 친구가 연출에서 일했으니 뭘 원하는지 알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를 불러서 작품을 촬영하게 됐죠.
 

 


관객1: 감독님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자 하셨는데요. 한 장면 중 어느 여자분이 와서 한국어를 할 수 있냐고 물었을 때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부산에서의 기억들을 갖고 있기도 했죠. 그런 장면에서는 어떤 생각이나 태도를 이야기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민병훈: 한국 영화계 사회에 대해 얘기이기도 해요. 제 태도이기도 하고 제 이야기이기도 하죠. 어떤 분들은 비겁하다. 혹은 용기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영화와 혼연일체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것 같아요.
 

 


영화의 내용 중 영화가 상영되기 전 소개 멘트를 들은 감독의 표정이 굉장히 안 좋다고 생각을 했어요. 무엇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건가요?

민병훈: 모더레이터가 소개할 때 ‘입양된 한국인’이라고 설명을 해요. 이 부분이 너무 짜증이 나는 거죠. 나는 프랑스 사람인데… 실제로 만나 뵌 입양된 분들이 많아요. 한국이 입양률이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나라인데,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을 영화제에서 만나면 의도적으로 저를 피하세요. 다들 한국말도 하고 한국도 와봤어요. 그런데 한국을 싫어해요. 그 부분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데. 연출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이미지가 너무 매혹적이었어요. 로케이션은 마르세유라고 들었는데 한국에서 부산을 택하신 건 같은 항구도시여서인가요? 어떻게 부산 로케이션이 결정되었나요?

민병훈: 조사를 해보니 예전에 입양될 때 실제로 부산항에서 마르세유로 갔다고 해요. 비행기가 아니라 부산항에서 이박삼일 밤새며 마르세유에 도착했다고 해요. 그런 사례가 있어요. 부산 말고도 제주도, 서울 촬영이 있었어요. 그런 공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과거에 작업하셨던 작품들도 그렇고 이번 작품에서도 하나의 풍경 속에서 걸어가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런 장면을 어떤 식으로 연출하고 촬영하시나요?

민병훈: 저는 공간을 굉장히 중요시해요. 맛집 같은 경우도 맛보다는 그 집의 분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가 엄청 오래 찍을 거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촬영도 그렇고 회식도 빨리 끝내는 편이에요. 저는 장면의 감정을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로 새벽 시간대에 촬영을 많이 해요. 아니면 황금시간대라고 불리는 5시부터. 그 시간대부터 촬영을 하고 낮에는 공간 헌팅을 하죠.
조수 생활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거든요. 오래 촬영할수록 집중력도 떨어지고요. 일을 벌이거나 술자리가 길어질수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걸 아니까 나만큼은 절대 그러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짧고 굵게 하는 것을 좋아해요. 다만 물리적으로 준비하고 만드는 시간이 필요해요. 여기서 준비라는 건 배우분들이 어느 정도 저의 스타일을 아는 것이라고 봐요. 그렇게 어느 정도 준비가 되면 느낌이 나오는 거죠. 이런 식으로 공간의 형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에서 이미지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감독님의 생각이 되는 나레이션도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중에서도 구체적으로 알랭 레네를 지시한 부분도 있는데요. 많은 감독 중에서도 알랭 레네를 언급하신 이유는 좋아서 쓰신 건가요?

민병훈: 알랭 레네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감독인데요. 물론 좋아하기도 하죠. 제가 찍고 있던 마르세유라는 공간이 알랭 레네와 잘 맞았어요. 개인적으로 그렇게 상상이 되었어요. 사실 기억도 잘 안 나요. 그 순간에 집중해서 만들고, 직접 독백을 적어 삽입을 했어요. 오히려 나레이션으로 보는 제 영화의 생각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게 작년의 생각이었지만 2017년인 지금도 유효하구요.

다른 얘기지만,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받은 인터뷰 질문이 생각나네요. 물론 이 나레이션에는 들어가진 않았지만 저는 한국영화가 세월호처럼 기울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기울어졌느냐면 침몰 직전이라고 판단해요. 침몰이면 누가 호루라기를 불어야죠. 잘못되었으니 탈출하라고. 그러면 탈출을 도와주는 역할은 국가가 해야 되죠. 스크린 독과점의 형태에 있어서 범인은 특정 영화도 배급사도 아닌 국가에 있어요. 국가가 이 과속 질주를 막고 기울어져 있는 배의 상태를 원상 복귀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평등까진 아니어도 출발선은 같게 해줘야죠. 제 동료, 후배들이 보고 있는데 제가 과연 소신 있게 영화를 만들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게 더 비겁하다고 봐요. 이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보고요.

 



관객2: 저는 영화를 공부하고 있는 학생인데요. 영화 하는 사람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작업이나 자세 같은 점들을 말씀해주셔서 굉장히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어제 개막식에 이어서 오늘 두 번째로 보는데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이라는 프레임에 가장 잘 맞고 잘 담아내신 것 같아요. 그래서 감명 깊었다는 말씀 꼭 전해드리고 싶었어요.

민병훈: 고맙습니다.

 

 


남자가 여러 공간을 돌아다니는 데 가는 곳마다 똑같은 여자를 만나는 건 현실성이 없지만 영화적으로는 굉장히 여운이 남기도 해요. 이렇게 비현실적이지만 배우와 배우가 만나는 장면은 어떻게 연출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민병훈: 말이 안된다는 것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러니까 영화를 만들죠. 보시는 분들도 이성적으로 다 아시잖아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감정상의 동의를 얻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인물과 얼마나 감정의 동요가 있는지를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제 설계의 도면을 들여다보면 저에겐 재능도 있고 모난 부분도 있겠죠.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재능은 신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또 다른 것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가면 된다고 봐요. 예술가가 되어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좋으면 예술가가 되는 것이니까요. 최선을 다해서 작품을 만들어주는 게 저의 희망과 꿈인 것 같아요. 이 소중한 공간에 초대해주시고 저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설계자>가 상영되어 저도 얻어가는 게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록 | 신민정 루키

사진 | 김지원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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