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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글로컬 파노라마3> GT 현장
NeMaf 조회수:2991 추천수:5
2016-08-10 11:45:07

 

8월 9일 오후 7시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글로컬 파노라마 3>가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난 후 임창재 감독의 진행으로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의 노영미 감독과 강진아 배우가 참석하여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독님의 필모그래피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작품을 작업하시게 된 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노영미(이하 노): 저는 원래 미술을 전공했고 영화 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을 1년 정도 수료했습니다. 그동안 동화나 명언 등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가치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는 작업들을 해왔습니다. 이번 작업은 ‘백설 공주’라는 동화를 소재로 삼았고 동양의 꿈 해몽으로 재번역해서 만들어 본 작업입니다. 

 

 

실사로 작업한 것은 처음인가요?


노: 네, 그런데 프레임 단위 별로 씬 마다 지정을 하고 실사를 스톱시키고 선택한 이미지들로 다시 작업했기 때문에 저는 이것도 스톱모션이라고 불러요. 실사 촬영 한 것을 한 번 더 애니메이션처럼 효과를 주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화면 효과가 눈에 띄었는데 특별히 효과를 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노: 이펙트를 준 건 하나도 없고, 모든 실사를 찍은 후 편집을 거쳐 프레임을 4에서 24프레임으로 지정했어요. 그리고 매 프레임마다 열 몇 개 종류의 종이들 중에서 장면이나 이야기의 굴곡에 따라 종이를 선택한 후 세 종류의 프린터를 이용해서 15,000장정도 인쇄한 거예요. 사과를 먹고 죽은 장면에서는 한 달 정도 비를 맞은 종이를 사용했어요. 산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연두색이나 초록색이 많이 들어가요. 그 잉크가 떨어졌을 때는 파란색이 나오는 등 잉크 카트리지 상황에 따라서 우연적인 상황들이 발생하는데 그런 우연성을 그대로 살렸죠.

 

 

후반 작업에서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 같습니다.


노: 네, 사전 작업에도 많은 기간이 소요되었고 촬영은 일주일 정도 걸렸어요. 그리고 후반 작업에서 정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하루에 많이 작업하면 30초 완성하고 그랬죠.

 

 

영상 중간 중간에 자막으로 나오는 글들이 영상의 흐름과 맞는 것 같은 때도 있고 아닌 것 같은 때도 있는데 그렇게 배치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노: 이 작업은 백설 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해피엔딩 서사의 원형이 되는 민담 설화를 꿈 해몽으로 번역해서 만든 거예요. 민담 설화는 보통 부모의 죽음으로 시작해서 주인공이 집을 나오고, 어려움을 겪고, 조력자를 만나고, 결혼과 동시에 지위를 얻고 끝나는 구조잖아요? 그런 이야기에서부터 파생되어 여성행복동화가 많이 나왔는데 그 이야기를 단순화 시켜서 꿈 해몽으로 바꾼 거예요. 동양의 꿈 해몽 같은 경우, 꿈 내용과 해석 결과가 반대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지점에서는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아예 반대되는 부분도 있어요.

 

 

그럼 그 문구들은 직접 쓰신 건가요, 아니면 책에서 가져오신 건가요?


노: 꿈 해몽 책을 6권정도 보고 거기에서 발췌해왔습니다.

 

 

강진아 씨가 배우로 출연하셨는데 어떻게 섭외를 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노: 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만들 때 만났었고 워낙 독립영화에도 많이 출연하신 배우 분이셔서 이번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산에서 촬영 하셨는데 힘들었던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강진아(이하 강): 저희가 충북 단양에서 촬영을 했는데 그 곳이 저희 외가댁이기도 하고 알고 보니 촬영감독님 친가이기도 하더라고요. 그 곳이 굉장히 아름다운 곳이어서 찍기만 하면 멋진 풍경이 담기는 곳이었어요. 그래서 영화 같은 순간들이 많아서 신기했어요. 대사는 모두 나레이션으로 들어갔고 촬영 때는 대사가 없었기 때문에 역동적으로 산을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저는 너무 흥미로웠어요. 작품을 보신 분들은 힘들지 않았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보다는 스태프 분들과 감독님들이 장비를 갖고 이동하시느라 더 힘드셨을 거예요. 의상이 치마여서 상처가 나기도 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이 흔치 않기 때문에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았어요. 작년 여름에 촬영했는데 올해 여름이 되니까 작년 촬영이 그리울 정도로 좋았습니다.

 

 

관객: 제목에 담긴 의미가 궁금합니다.


노: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중에서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말, 사자’라는 제가 좋아하는 그림이 있는데 잠자는 여인인 것 같기도 하고 말처럼 보이기도 한 중첩된 이미지로 그려진 그림이에요. 이 작업에서도 여자가 산을 오를 때와 내려갈 때의 고난이 해소되는 상황들이 해몽으로 풀이됐을 때 상반된 의미를 갖기도 해요. 그런 중첩된 의미를 가진 세계를 보여주고자 해서 <보이지 않는 잠자는 여인, 뒤집힌 배 그리고 나비>라고 지었습니다.

 

 

두 분의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서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노: 저는 망점으로 한 스톱모션을 짧은 호흡으로 여러 시도를 하고 있고요, 또 긴 프로젝트로 지금 제가 짓고 있는 동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어 보려고 준비 중입니다.


강: 저는 작년에 작업했던 결과물들이 이제 나오고 있어요. 이번 달에 영화 <범죄의 여왕>에 잠깐 출연하고 곧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카이 : 거울 호수의 전설>에 성우로 참여해서 ‘하탄’이라는 눈의 여왕 역할을 더빙했습니다. 또 처음으로 제가 독립장편 주연을 맡게 되었어요. 첫 시집을 준비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을 곧 촬영할 예정입니다. 그 영화도 이 작품처럼 꼭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2016.08.09


진행 │ 임창재 감독
기록 │ 정솔지 루키
사진 │ 강보람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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