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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붕괴 GT
NeMaf 조회수:2275 추천수:7
2015-08-08 10:14:33

 

8월 7일 산울림소극장에서 글로컬 파노라마 섹션 중 장편에 속하는 ‘붕괴’를 상영했다. 붕괴는 문정현, 이원우 감독이 공동 연출한 작품으로, 둘째 아이가 장애아일 수 있다는 통보를 받은 후의 감독의 내면과 감정을 다뤘다.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 관객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아쉽게도 이원우 감독은 함께 하지 못했다. 이하는 변성찬 영화평론가의 진행으로 이뤄졌던 문정현 감독과 관객들과의 대화를 일부 기록한 것이다.

 

영화를 보면 2004년부터의 촬영본이 나오는데, 영화가 시작된 시점이 정확히 언제부터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영화는 2010년부터 기획에 들어갔고, 영화에 나오는 장면들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의 촬영 장면입니다. 제가 평소에 활동을 할 때 기록하는 습관이 있는데, 이 영화와 관계없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이 있어서 2003년부터 영상을 찍었어요. 그런데 생각과 달리 이야기가 잘 풀리지 않았고, 그러다가 둘째 아이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었죠. 그러자 그동안 함께 했던 상황들을 통해 영화를 제작하는 제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하면 붕괴의 제작 시기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로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둘째 아이에 대한 소식을 들었던 것이, 방향전환보다는 그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구체화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군요.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요 소스라고 볼 수 있는 녹음은 언제부터 하기 시작하신 건가요? 자막을 보면 ‘의식적으로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고 표현하는데요.

 

첫 번째 장면에 나오는 2003년 정도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이 영화가 끝난 다음부터는 스스로 해방되었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전까지는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에 중압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소스를 찾아다니던 당시의 저에게, 장애인과 함께 활동하며 매주 전화를 하는 것은 인상적으로 다가왔죠. 이 사운드를 통해서 새로운 의미생성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이 친구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기 위해 녹음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또 다른 의문점이 생겼던 부분은 내레이션입니다.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감독 본인의 이야기인데, 내레이션을 하는 목소리는 본인이 아닌 여성의 목소리죠. 왜 1인칭이 아닌 목소리를 사용했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이 영화를 기획할 때는 내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았어요. 사운드나 자막과 같은 장치들만으로 충분히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중반 이후부터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레이션을 생각했고, 그동안 제 목소리를 사용한 영화가 많아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싶었죠. 그런데 제 내면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동년배의 남성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하면,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시도를 하다가 같이 연출한 이원우 감독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하기로 했죠. 나의 위선을 혐오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질책하듯이 딱딱하게 보여주는 것이 감정적인 것과 충돌할 수 있어서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16번째 내레이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왜 해당 내레이션만 3인칭이 아닌 1인칭을 사용하셨나요? 이 내레이션은 앞에 나왔던 내레이션과 같아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르기도 합니다.

 

그 내레이션에 큰 의미는 없고 다만 방점을 주고 싶어서 그렇게 표현을 했어요. 나중에 제가 이 영화를 보게 되었을 때, 어떤 인간이었는지 스스로 상기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제 영화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어떠한 현상이 반복되지만 그 반복 사이에서의 어떤 차이들에 대해 영화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죠.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정작 이원우 감독은 내레이션에 대해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았어요.

 

이원우 감독과의 작업 이야기를 들으니 궁금해집니다. 어떻게 이원우 감독과 공동 제작을 하기로 결심하셨나요?

 

제가 2010년에 두리반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상영회를 갔는데, 이원우 감독 영화를 다 보게 되었어요. 그때 저는 이미 둘째 아이의 상태에 대해 듣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죠. 그런데 이원우 감독의 영화를 보고 저와 굉장히 닮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은 달랐지만, 이원우 감독의 영화에 굉장히 이입이 되었죠. 그래서 이원우 감독에게 아무것도 묻지 말고 5개월 후에 같이 영화를 만들자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이원우 감독이 알겠다고 하며 정말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저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 같이 작업을 하자고 했더니 선뜻 승낙해줬죠.

방금 말씀하신, 두 분의 연출 스타일이 같지는 않지만 영화가 닮아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면 서로 다른 연출 방식의 장면을 볼 수 있어요.

 

전체적인 부분은 제가 기획했지만 섬세한 부분은 이원우 감독이 표현했죠. 이원우 감독은 디지털로 표현하지 못하는 정서를 필름 작업을 통해 표현하는 능력을 가졌어요. 그래서 저는 이원우 감독의 촬영분이 좋았고, 이번 작품에서 많이 쓰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심지어 이 영화를 위해 찍은 장면이 아닌데도 정말 좋아서 넣었던 장면도 있죠. 또한 이 영화에서의 필름 작업은 한국에서의 마지막 필름 영화이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17번째 내레이션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서, 이 시간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7번째 내레이션은 제가 아직 하지 못한 이야기를 심어놓고 싶었던 부분이에요. 저 빈자리를 앞으로 살아가면서 채워야하고, 또한 그 빈자리를 절대 잊지 말자는 의미죠. 그 장면을 연출하면서 재미있었던 점은, 17번째 내레이션에서도 마찬가지였다는 거예요. 이 빈 공간에 대해서 이원우 감독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죠. 정말 쿨한 감독이에요.

 

※붕괴는 8월 9일 일요일 오후 세시 인디스페이스에서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진행  |  변성찬 영화평론가

참여 작가  |  문정현 감독

기록  |  문지은 루키

사진  |  김재아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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