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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 vol.6 [기획] 자아(self)와 세계(world): 피아노 프리즘
    NeMaf 조회수:481 추천수:1
    2022-08-30

     지난 21일 홍대 메가박스에서 서울국제대안영상페스티벌 <아시아/뉴 대안 영화전: 지금 여기>의 세 번째 섹션인 '피아노 프리즘(Piano Prism)'이 상영되었다. <아시아/뉴 대안 영화전: 지금-여기>는 새로운 상상, 새로운 쓰임에 대한 사유 그리고 여성주의, 아시아&제3세계, 대항적 대안 영화로서의 관점에서 기획된 테마이다. 이어서 100분가량의 작품 상영 후 남기웅 모더레이터의 진행 하에 GT가 진행되었다. 작품 특성상 '배리어 프리(barrier free)'의 요소가 깊이 개입되어 있는 관계로, 신명순 수어 통역가가 참여해 토크의 동시통역이 이루어졌다.

     <피아노 프리즘(Piano Prism)>은 은퇴한 화가이자, 피아니스트를 꿈꾸는 오재형 작가의 삶과 사유가 그의 필모그래피와 얽혀 드러난다. 삶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리고 세월호, 강정마을, 광주 5.18 같은 사회적 이슈에 반응하는 그의 영화에도 항상 피아노가 함께 한다. 피아노를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삼기로 결심하던 어느 날, 그는 한 기획자로부터 단독 공연을 제안받는다.

     본 작품은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영화로, 오재형 작가가 직접 녹음한 음성 내레이션과 자막이 제공된다. 작업실 한 켠의 피아노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보고, 덮개와 뚜껑을 열고, 빔 프로젝터로 일렁이는 파도 영상을 쏘아보는 오재형 작가. 윤학준의 '마중'이라는 곡을 연주한다. 약간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분위기.

     장면이 전환되고, 광화문 광장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노란 실루엣의 천막들이 늘어져있고, 안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희생된 아이들의 사진이 놓여있다. 컷(cut). 피아노 레슨실에 도착해 메트로놈을 켠다. 선생님께 손가락을 세우고, 눞여 연주하는 소리가 다르다며 투정한다. 다른 날의 레슨으로 전환되고, 드뷔시의 '달빛(Clair de lune)'을 연주한다. "연주가 너무 격양돼있어. 북극 지방에 오로라 있죠. 그게 떠오르는 그런 느낌이어야 하는데" 피드백을 받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밥을 먹으며 유튜브로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감상한다.

     잠에 곯아떨어진 오재형 작가의 모습. 그의 코골이 소리가 하나의 음표가 되어 떠다닌다. 여러 개가 모여 마디를 구성하고, 피아노 선율이 흐른다. 쇼팽의 에튀드 1
    (Étude Op. 10, No. 1). 컷(cut). '제주도의 풀 한 포기도 건드리지 마라.'라는 현수막과, 언성을 높여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흐릿하게 잡힌다. 동화를 읽어주는 듯한 내레이션이 들려온다. "테클라의 건설 공사를 왜 이렇게 오래 진행되는 겁니까?", "아직, 붕괴되지 않았으니까요."

     광주 독립영화제 40주년 기획 행사에 참여한 오재형 작가. 그는 본인이 광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독재 정권 당시 부모님께서 자주 시위에 나가셨다고 소개한다. 컷(cut). 광주의 전경이 훤히 보이고, 슈만의 '트로이메라이(
    Träumerei)'가 흘러나온다. 한 무용수가 거리를 걷는다. 걷다가도 갑자기 몸이 뒤틀린 것처럼 아파한다. 허리가 꺾이고, 팔과 다리가 마구잡이로 흔들린다. 다시 바로 걷는 여성.

     단독 공연을 제안받은 그는 피아노 연주에 몰두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피아노 앞에서 보내는 오재형 작가. 거듭된 연습으로 나무 건반이 부서지고, 다시 연습하고, 연습하고. 마침내, 공연 당일이 되고 긴장한 듯한 모습. 조용히 연주를 시작한다. 울고 웃는 관객의 얼굴들이 스쳐 지나간다. 연주를 마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번쯤은 저를 이렇게 소개해 보고 싶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오재형입니다." "저는 아무도 모르게 화가로 데뷔해서, 아무도 모르게 은퇴했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닌데, 화가로서의 정체성이 끝난 거 같았어요. 그래서 피아노와 함께 화가로서의 은퇴 전시를 하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은 마음들을, 전시하면 어떨까…"

     

    <아시아/뉴대안 영화전: 지금-여기>, <피아노 프리즘>
    [기획] 자아(self)와 세계(world) End.

     

     

    글 천가민 홍보팀 ALT 루키

  • [2022] vol.6 [인터뷰] 홍민키 작가
    NeMaf 조회수:913 추천수:1
    2022-08-26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하 네마프’) 개막 3일차를 맞이한 지난 20서울 마포구의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홍민키 작가를 만났다이날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도도와 트레이서퀴어와 막장 노동자를 기억하는 방식라운드 테이블에서 그는 스스로를 ‘10년 전에 커밍아웃했고더 이상 커밍아웃 할 곳이 없어서 영화제에도 커밍아웃하러 온 홍민키라고 소개했다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안녕하세요먼저 작가님과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안녕하세요. <들랑날랑 혼삿길>이라는 다큐를 만들었고작품에 얼굴이 나오진 않지만 주인공인 홍민키입니다. <들랑날랑 혼삿길>에는 성소수자 당사자 입장에서의 커밍아웃과커밍아웃 이후의 고민거리를 제 가족들과 함께 나누는 작업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님께서 직면하고 계셨던 문제가 작품에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들랑날랑 혼삿길작업은 작가님께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요?
     
    : 제 작품이 사적인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당연하게 여러 가지 의미가 생겼던 것 같아요가장 컸던 것은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핑계로 가족들에게 하지 못했던 질문들을 던질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것입니다게이라는 것을 (제 가족들이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질문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제 삶이 다큐 이후로 달라지지는 않았죠하지만 (다큐를 만들면서가족들에 대한 이해가 되었습니다.
     
     (<들랑날랑 혼삿길>가족들에 대한굉장히 사적인 이야기잖아요하지만 가장 사적인 텍스트가 가장 공적인 텍스트가 될 수 있다는 힘을 느끼는 것 같아요이 영화 보고 나서 저에게 (커밍아웃과 성소수자로서의 삶에 대한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은 관객 분들이 계셨어요제 사적인 텍스트가 사회적인 담론이 되고 의제가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다면 <들랑날랑 혼삿길>을 보시는 분들은 작품의 어느 부분에 초점을 두고 감상하시는 게 좋을까요?
     
    : 제가 게이 유튜버를 많이 찾아봤어요요새는 (성소수자 분들께서커밍아웃도 전보다는 많이 하시고오픈리 퀴어가 전보다 노출되고 있더라고요성소수자 분들의 그러한 개인적인 경험들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저는 이 다큐를 통해서 그 외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저는 게이 당사자의, ‘커밍아웃 이후의 질문거리들에 대해서 다루고 싶었어요대부분의 퀴어가 두려워하는 지점은 커밍아웃 이후의 순간들인 것 같아요커밍아웃의 무게감은 그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에서 발생하는 것입니다저는 게이 당사자로서 커밍아웃 이후의 질문들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형의 상견례 장소에서 제가 게이로 존재할 수 있는지조카에게 삼촌인 저의 성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을지 같은 질문들이요게이 당사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당사자가 아니면 그런 고민들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게이 당사자들은 당연한 것을 못 누리는 삶을 살고 있거든요.
     
     


    마지막 질문입니다제가 가장 드리고 싶었던 질문이기도 합니다. <들랑날랑 혼삿길>에는 영상 원본이 변형되는 모습도 종종 보이고디지털 환경이 작가님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디지털 환경이란 작가님께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 저희 세대를 묘사하는 여러 가지 단어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디지털 네이티브가 있죠저는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의 여가 시간을 게임 속에서 보냈어요디지털이라는 공간은 더 이상 특이한새로운 세계라고 볼 수 없습니다디지털 환경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 특수조건이 아니라 필수조건입니다그리고다큐멘터리에서 작가의 개입이 자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큐멘터리에서개입 축소가 과연 가능할까요결국 다큐멘터리 자체가 감독의 시선으로 찍히는 것이잖아요디지털 환경이 오히려 더 다큐멘터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약 달을 촬영한다고 하면카메라에는 달의 앞면만 담길 때 달의 뒷면은 디지털 기술로 제시할 수 있는 거잖아요작가적 개입으로 달의 뒷면도 드러나게 되는 것이니까사실을 더 담고자 하는 것에 디지털은 필수적일 것입니다.
     
     (<들랑날랑 혼삿길>에서제 남자친구와의 일상은 일반적인 카메라로 촬영되었지만 부모님과의 대화 장면은 가상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죠저는 결혼생활이 마치 심즈생활’ 처럼 보여요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룬 공간은저에게 이상적인 공간이자 가상의 공간으로 느껴집니다이처럼 감각이나 신체적인 정동이 디지털적인 개입으로 더 묘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제 삶에는 일반 카메라에 담기지 않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들랑날랑 혼삿길>에서 주인공인 홍민키 작가는 목소리로만 등장할 뿐, 얼굴은 한 번도 보이지 않는다그는 라운드 테이블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그 자리를 일부러 비워 두었다고부모에게형제에게성소수자인 가족 구성원으로서 하고 싶었던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으로만 그치길 원치 않는다고마이너리티라는 이유로 사회로부터 받는 차별 때문에자기혐오를 지속하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글 김새흰 홍보팀 ALT루키
    인터뷰어 김새흰 홍보팀 ALT루키
    사진 신비아 현장기록팀 ALT루키
    촬영/편집 신비아 현장기록팀 ALT루키

  • [2022] vol.6[기획] 자아(self)와 세계(world):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2
    NeMaf 조회수:681 추천수:1
    2022-08-26

     

     

    지난 20일 홍대 메가박스에서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1: 기억과 신체의 지평-칠레 동시대 작가전>에 이어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2: 지형도는 오류, 불은 치유, 영화는 연기>와 연계 강연이 연달아 추진되었다. 강연은 네마프 설경숙 프로그래머의 진행하에, 다니엘라 릴로(Daniela Lillo) INVE 디렉터와 펠리페 엘게타(Felipe Elgueta) 감독이 참여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세 가지 테마의 칠레 특별전을 관람한 관객들은 연계 강연을 통해 작품에 대해 통찰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2: 지형도는 오류, 불은 치유, 영화는 연기>의 상영작 중 <리튬>의 경우 연계 강연의 핵심이 되는'3D 모델링'과 '딥러닝'을 구현한 작품으로서 큰 호응을 얻었다.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2: 지형도는 오류, 불은 치유, 영화는 연기>는 인간과 생태계 양자 관계에 대한 시각적 서술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중 자연을 가장 직접적인 형태로 드러내는 두 작품을 소개한다.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2: 지형도는 오류, 불은 치유, 영화는 연기 Focus on Chilean Vidio Art 2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흙빛만 보일 뿐이다. 넓은 사막의 낮과 밤, 계절의 흐름에 따른 모습들이 빠르게 오버랩(overlap) 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눈을 감으면 적색 잔상이 남아있을 정도이다. 교차되는 순간순간에 심장박동 소리가 들린다. 물속에 들어가 있는 듯 먹먹한 고래의 초음파 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빗소리, 새싹이 트는 소리도 들린다. 태양이 작열하고, 있는 그대로 빛을 들이받는 사막. 흙먼지가 일고 바람이 강하게 분다. 밤이 되자 오르는 달의 모양이 전구를 닮았다.

    ...

      

     칠레 북부와 아르헨티나 북서부의 전통 지역인 아타카메뇨, 아이마라, 칼차키 디아귀타의 안데스산맥에서 촬영된 <알티플라노>는 고대의 염전, 화산 사막, 유색 호수로 이루어진 지질학적 공간 내에서 제작되었다. 땅과 하늘, 낮과 밤, 심장 박동과 산, 광물과 무지개 빛깔의 구름이 융합되어 밝고 푸른 태양이 핏빛으로 물든 붉은 달을 위협적으로 가리는 풍경을 보여준다. <알티플라노>는 화산, 간헐 온천, 칠레 청고래 등을 초저주파 불가청음(infrasound)에서 발생한 음악적 파노라마와 결합하여, 색과 형태의 충돌을 통해 생생한 시각적 리듬을 만들어낸다. 풍경은 고동치고 움직이며 동시에 장시간 존재하는 공간으로 변환한다. 한 세기 동안의 초석과 질산염 채굴, 그리고 최근의 지열 개발로 위협을 받고 있는 자연 생태계의 중심에 위치한 <알티플라노>는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것을 증언하는 고대의 땅을 보여준다.

     거대한 소용돌이를 연상케하는 흐릿한 형체들이 하늘색 배경에 깔려있다. 스쳐 지나가면 옅게 흝어지는 재질이 마치 구름 같다. 태풍의 눈 같기도 하다. 여러 각도에서 이 정체 모를 구름을 관찰할 수 있다. 영화 <천공의 성 라퓨타>의 한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곧, '본 영상은 아타카마 사막의 쓰레기 더미를 촬영한 후 3D로 재구성했다'는 자막이 등장한다. 구름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던 관객들은 금세 숙연해진다.

    ...

      

     

     4분도 채 되지 않는 위 영상은 의류 쓰레기 더미들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후 3D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거쳤다. '아타카마 사막에서 벌어진 에코 사이드(ecocide)에 대한 시각적 여정'이라는 모티브만큼이나 짧고 강렬하다. 얼핏 봐도 버려진 의류가 얼마나 되는지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옷들이 형형색색의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다. 절대 보지 않으려 하면 볼 수 없는 이곳. 관객들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운 쓰레기 더미를 관람한다.
    에코 사이드(ecocide): 생태 학살이란 뜻으로 대규모 생태계 파괴행위를 일컫는다. [네이버 지식백과]

     작품과 관련해서 생각해볼 점은, 바로 '방글라데시의 의류 산업'이다. 세계 최강의 의류 산업 유통망을 보유한 방글라데시는 사실 그로 인해 몇 차례의 내진을 겪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인건비를 줄이고 빠르게 옷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들은 안전 수칙을 준수하지 않은 채 지어졌고, 그 결과 내부 발전기의 진동으로 인해 갑자기 붕괴되는 일이 빈번했다고 한다. 붕괴 현장에는 버려진 옷들과, 그곳에서 일하던 친구, 동료, 가족을 찾는 전단지가 흩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공장을 짓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저렴한 비용의 유통망에 대한 유명 의류 브랜드들의 수요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에코 사이드. 보지 않으려 한다면 절대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이어지는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X INVE 세미나에서는, 다니엘라 릴로(Daniela Lillo) INVE 디렉터와 펠리페 엘게타(Felipe Elgueta) 감독이 참여해 인공지능의 딥러닝을 접목한 실험영화에 대한 강연을 진행하였다. 그중 일부를 공개한다.

     

    설경숙 프로그래머: 
     안녕하세요, 강연 진행을 맡은 프로그래머 설경숙입니다. 앞에 계신 작가분들을 간단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Proceso de Error’라는 실험영화 페스티벌의 주최자로 활동하고 계신 다니엘라 릴로 디렉터님과, 펠리페 엘게타 감독님이십니다.

     

    펠리페 엘게타 감독: 
     안녕하세요, 좋은 저녁입니다. 우선 이 자리에 초청해 주신 네마프 관계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요. 참석해 주신 관객분들께도 감사를 표합니다. 사실 칠레와 한국은 거리상 지구 반대편에 가까워서, 저희가 여기까지 와서 여러분들을 뵐 수 있는 것에 대해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앞선 소개와 같이, 저희 페스티벌 이름은 ‘Proceso de Error’입니다. 2014년부터 시작해 국제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작업실에서 아티스트 분들의 레지던트 또는 전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칠레 지도를 보시면, 칠레는 굉장히 긴 나라입니다. 저희는 ‘발파라이소(Valparaiso)’라는 지역에서 활동하지만, 이와 더불어서 라틴아메리카 전역의 아트를 함께 수집하고 전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실험영화’에 대해 저희가 숙고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칠레는 지진도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자체적으로 지형적인 어려움들이 있습니다. 지리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면이 존재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희도 독재 정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왔는데요. 이 실험영화를 통해 땅과 몸, 그리고 독재 정치를 지나왔던 칠레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네마프에서 상영된 칠레 비디오들은 저희가 실제 겪어왔던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64년쯤에 신자유주의와 함께 독재 정치가가 등장하면서 고문을 당하거나 실종된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습니다. 인간성 자체를 상실한 시대였다고 말할 수 있겠네요. 문화 활동이나 교육기관들이 말살되기 시작했죠. 이 때문에 예술가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추방되는 일이 빈번했습니다. 정체성을 잃는 거죠. 당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유토피아를 빼앗기고 방황했지만,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안전했던 칠레 외부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저희는 침묵하는 칠레 정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습니다. 본래 문화라는 것이 이런 통제된 환경에서는 숨이 죽기 마련인데, 외부에서 활동하니 여러 제약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었죠.

     80년대 말에 어둠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칠레의 새 시대가 도래했는데요. 여전히 검열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숨어서 예술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안에는 실험영화도 함께 존재했습니다. 사실 칠레를 포함한 모든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전체적으로 굉장히 암울한 시절을 거쳐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사가 저희 정체성의 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깊고 강렬한 성격의 영화들이 자리를 잡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예술가로서는 그 시절을 견뎌온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그들이 지켜왔던 정체성에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지금 보시는 사진은, 1988년에 많은 아티스트들이 거리에 나와 당시 상황을 폭로하는 시위 장면입니다. 칠레 민주주의의 시발점이었죠. 저희가 네마프를 통해 소개해 드렸던 칠레 작가 글로리아 카미루아가' 마찬가지로 노스탤지어나 정의로움 같은 이념을 바탕으로 칠레 외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분이었습니다.

     

      글로리아는 시적인 표현으로 페미니즘을 구현하고, 정부에 의해 고문 받았던 여성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그녀는 직업여성들의 일상이나 가족의 회복과 같은 것들에 주목했습니다. 비디오 아트는 당시 단순 예술로만 자리하던 것이 아니, 기술적인 면들이 결합되 상징성이 부여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개개인이 가진 카메라로 좀 더 사적인 작품들을 다룰 수 있게 되는 거죠. 이전까지 영화 자체가 창작의 활동으로 여겨졌다면, 이후로는 일상의 모습들을 들여오는 사적 영역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2003 칠레에 자본주의가 성행하면서, 영화의 범위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것에서 의무적이고 이상적인 것들로 교체되기 시작합니다. 이때 서서히 국제 교류도 이루어지고, 칠레 공립 영어학교가 다시 문을 열게 되죠. 그러면서 다큐멘터리 같은 여러 장르들의 교육이 시작되었고요. 영화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주류 영화에 편입되지 못한 언어들을 새로운 섹션으로 전부 집어넣는 시도들이 나타납니다14년까지도 실험 영화를 특히 주목하는 기관이나 교육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교육 단체를 결성하게 되었죠. 디지털 기술 등을 접목해서 새로운 기회들을 만들어내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다니엘라가 그런 기술 쪽을 담당하고 계시기 때문에, 관련해서 소개해 주시겠습니다. 

    다니엘라 릴로 디렉터: 
     네. 저희는 최근 4-5년 동안 인공지능, 3D 기술을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는데요. 어떤 사유를 바탕으로 기술들을 접목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예술을 위한 새 터를 마련하게 됩니다. 미학적으로, 또 내레이션에 있어서 창조 자체에 변화를 야기한 거죠.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은, 여러 개의 사진 혹은 비디오 파일들을 가지고 하나의 장면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2019년에 저희가 실제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후 세워서 모양을 만든 것입니다. 칠레의 한 마을 광장인데요. 굉장히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를 살해한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네요.  컬렉티브를 완성하는 데는 저희가 촬영한 사진 이외에도 기존 인터넷에 만연하던 여러 사진들이 필요했습니다. VR 안경을 착용하고 작품을 감상하면 시위 현장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습니다. 칠레 민주주의를 위한 시위의 과정, 즉 흩어진 과거의 사진들을 모아 재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죠.

      본 작품은 오늘 상영을 마친 <칠레 비디오 특별전 2>의 <알티플라노>인데요. 아타카마 사막의 한 공간이 점차 사막화가 되는 과정에서 찍힌 여러 사진들을, ai 기술을 통해 재창조한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흩어지는 가루처럼 보이는 공간이 생기는 거죠. 딥러닝을 통해 발달된 인공지능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공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실험 영화라는 장르가 기술 융합을 통해 트랜스 모더니즘에 입각했는데요. 저희는 실제적인 것들을 해방시키고, 인공지능을 이용해 흐르는 시간 속 지금 현재를 반영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메인 스트림과 구분되는 비주류 영화의 비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네. 저희 참여해 주신 관객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 또한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설경숙 프로그래머:
     오늘 강연을 빛내주신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2: 지형도는 오류, 불은 치유, 영화는 연기>
    <칠레 비디오예술 특별전 X INVE 연계 강연>
    [기획] 자아(self)와 세계(world) End.

     


    글 홍보팀 천가민 ALT루키

     

  • [2022] vol.5 [리뷰] 프란체스카
    NeMaf 조회수:607 추천수:1
    2022-08-25

     

    프란체스카
    알베르트 카노
    2021 Spain 7min
    글로컬 부문 2: 감각하는 인간; 이산의 불안

     

    "차가운 밤이 오래된 프랑켄슈타인 성에 내려왔다. 과학에 도전하고자 하는 과학자 빅터는
    그의 야심찬 계혹을 실행하고자 한다. 그가 존경하던 프란체스카를 되살리는 계획이다.
    그의 귀중하고 사랑스러운 조수 이고르의 협력 여부와는 관계없이, 빅터는 일생일대
    가장 큰 도전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프란체스카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눈이 단추로 된 인형으로 영화를 시작한다. 이로 인해 비슷한 이미지의 애니메이션 영화인 코렐라인을 연상시켜 무서움을 형성시킨다.

    영화를 계속 관람하니 인형이 아닌 생체 실험으로 느껴졌고, 마지막 부분의 과학자가 복수를 당하는듯한 장면에서 피해자들이 복수를 한다고 해석된다. 스토리는 대체적으로 무서운 느낌이지만 애니메이션 형식을 사용하여 무섭지 않고, 접근이 쉽도록 재해석 한 것으로 와닿았다.


     


    글 유가은 홍보팀 ALT루키

     

     

  • [2022] vol.5 [리뷰] 오페어
    NeMaf 조회수:654 추천수:1
    2022-08-25

    * 이 글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페어
    다비드 페레스 사뉴도
    2021 Spain 21min
    글로컬 부문 2: 감각하는 인간; 이산의 불안

     

    "‘세련된’ 파리지앤느 나디아는 어린 네스토르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위해
    스페인의 중심으로 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네스토르의 아버지이자 그녀의 수상한 고용주인 페르난도를 만나게 된다. 평화로운 오페어 체험처럼 보였던 것이
    무언가 이상하고 불안한 것으로 변한다."

     

    네스토르는 내성적이어서 방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같이 밥을 먹지도 않아 친해지기 어려운 타입의 인물이었다. 나디아가 일상을 보내던 중 마지막 부분에서 네스토르는 무기를 들고 나디아를 죽이러 간다. 이 장면에서 네스토르는 살인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살인 상황이 담긴 카세트를 보관함에 넣는 장면에서 네스토르는 매 살인상황을 영상에 담아 보관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지 알 수 있다.

     

     

     


    글 유가은 홍보팀 ALT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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