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dience 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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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 신두꺼비(정유진) - 박이빈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222 추천:1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주술에 가까운 듯한 동요의 음성이 중첩되고 우뚝 솟은 개포주공 아파트 위로 두꺼비집이 뒤덮인다. 가족관계를 중심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의 상이한 생존 방식에 대해 드러내는 것은 <신두꺼비>의 주목되는 지점이다. 엄마는 열심히 살면, 부동산을 공부하면 헌 집도 새 집이 될 것만 같고 작지만 큰 내 집 마련의 꿈이 이루어질 것만 같다. 엄마를 이루고 있는 원동력은 노력에는 일정 보상이 주어질 것이라는 신자유주의적 믿음과 부동산 불패 신화에 대한 믿음.
    반면 &l...
  • 숲이라는 이름에 묻힌 나무(김시연, 박서은) - 박이빈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242 추천:0
    <숲이라는 이름에 묻힌 나무>는 제주 사려니숲을 모티프로 한 디지털 작업이다. 파도 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이곳이 바다인가 싶지만 곧 숲으로 연결되고 숲은 내부에서 외부가 된다. 작품은 십 분 가량 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들을 숲보다도 넓은 사유의 장으로 초대한다.
    저 멀리 덩어리가 보인다. 어떤 변덕과 모순도 없이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모습의 덩어리. 그것에 숲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려는 순간 덩어리는 나무들이 된다. 숲이 수많은 나무와 점들이 되고, 모였다가 흩어지고, 가까워졌다가 멀어진다. 이 의도적인 해체의 과정은 작품에서 ...
  • 멜팅 아이스크림(홍진훤) - 김현준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195 추천:0
    늘 그렇듯, 주목해야 할 탐험은 예측하지 못한 대상의 발견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창고에서 수해로 훼손된 의문의 필름 뭉치가 우연히 발견된다. 형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흐물흐물해진 필름들을 어렵사리 복원하는 과정에서, 카메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민낯을 현장에서 순간 포착해온 일군의 프로들을 한 명씩 대면하기 시작한다. 격동의 현장을 물심양면 쫓아다닌 그들이 마주한 건 그토록 염원하던 민주주의가 순전히 허상일지도 모른다는 짙은 불안이었다. 그들의 증언을 생생히 뒷받침하는 일련의 푸티지 영상은 인권 회복에 ...
  • 화광: 디아스포라의 묘(김소영, 이애림) - 김현준 관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179 추천:1
    도입부를 장식하는 '한진' 작가의 <그 고장 이름> 중 한 구절은 이주민들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비록 머나먼 이국 땅에서 거주 중일지라도 시간의 흐름을 되돌아보는 단계에서 도달하는 건 한민족이라는 한핏줄이다. 피치 못할 역사의 소용돌이로부터 고국과 이별하게 된 이들의 역사는 한국 민족사를 거론하는 자리에서 반드시 언급해야 할 주요 챕터다. <화광: 디아스포라의 묘>는 서로 다른 공간에 속해있을지라도 동일한 뿌리를 공유 중인 고려인들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애도하는 위령제를 마련한다. 1955년에 캄차카로 이주 노동한 두 북한 소녀들의...
  • 금정굴 이야기(전승일) - 김현준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200 추천:0
    말 그대로, 소리와 청각의 영화다. 1950년에 발생한 금정굴 학살의 짤막한 설명자막이 끝나자마자 무자비하게 쏟아지는 탄창소리는 관객의 폐부를 시작부터 사정없이 찔러댄다.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의 취임을 필두로 대한민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수립되면서 피로 얼룩진 한국 근현대사의 서막은 그렇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금정굴은 암울했던 그날을 상징하는 또 하나의 공간이자 거센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결코 소멸되어서는 안 될 역사의 편린이다. 일제 강점기에 금 채굴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가 폐광된 수직 갱도에서 경찰은 아...
  • 메이·제주·데이(강희진) - 김현준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186 추천:0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거론하는 자리에서 늘 굵직한 존재감을 차지하는 건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일제의 독재 치하에서 벗어난 한민족은 자주 국가로의 앞으로를 꿈꿨지만, 그들이 꿈꾼 미래는 장밋빛 희망 대신 첨예한 이념 갈등으로부터 분출된 시뻘건 피로 물들었을 뿐이다. <메이, 제주, 데이>는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제주 4.3 사건의 생존자들이 건넨 증언을 토대로 가슴 아픈 지난 시간을 복기한다. 사건이 발생한 지 70여 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무장대와 군경 토벌대가 자행한 학살의 기억은 여전히 생존자들을 고통으로...
  • 끝섬(정혜정) - 김현준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192 추천:0
    도입부에 등장한 다소 괴이한 형태의 펭귄 한 마리는 기존의 인식과 사고체계가 스크린 속 공간에서만큼은 전혀 효력 없음을 일찌감치 방증한다. 인간과 동물이 자연스럽게 합치하는 공간으로서, <끝섬>은 더 이상 지구에 존재하지 않는 멸종된 생명체들을 위해 정혜정 작가가 제안한 또 다른 친자연적 공간이다. 육안으로 마주하지 못했기에 인간의 기억 속에서 생존 못한 이들을 복원하려는 작가의 시도는 대상의 단순한 재현을 넘어 가상으로나마 인간과의 공생을 실현시키기 위한 의도가 내포되었다. 발이 달린 펭귄을 필두로 생명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끝섬...
  • 지도 바깥_수직방향으로(정혜정) - 김현원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204 추천:0
    <지도 바깥_수직방향으로> (이하 지도 바깥)에 등장하는 지도는 우리가 흔히 알고 지내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그것은 어떤 기호도, 축적도, 평면도 존재하지 않는 지도이다. 오히려 작가가 원하는 것은 지도에 하나도 담겨있지 않다.
    그래서 작가는 관객에게 그녀가 완전히 새로 그린 지도를 함께 읽을 것을 제안한다. 그곳에는 기호 대신 자살 신고를 알리는 표지판이, 축적 대신 석촌 호수에 둥둥 떠 있던 러버덕이 그리고 평면도의 자리에는 이러한 입체적인 덩어리들이 놓여있다. <지도 바깥>이라는 이름처럼 정말이지 지도에는 포함된...
  • 다시 찾아가는 세원빌라(조영주, 조유진) - 김현원 관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203 추천:0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취미에 대한 소개로 글을 시작해보려 한다. 나의 취미는 ‘로드뷰 산책’이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인터넷 지도의 로드뷰를 이용해 즐기는 산책, 가상 현실에서의 산책이다. 나는 이것을 주로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픈 마음이 들 때 사용한다. 산책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로 도망쳐서 콱 숨어버리고 싶을 때, 지겨운 집구석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아주 유용하다. 산책을 하고 나면, 그 마음이 어느 정도 상쇄되기 때문이다.
    나는 단순 여행의 목적 외에도 내가...
  • 나와 내가 아닌 모든 것(박소현이) - 김현원 관객위원
    [2022] nemafb 2022-08-27 조회수:224 추천:2
    여기 타인의 고통에 누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 소녀가 있다. 소녀의 이름은 진하. 어릴 적 우연히 티비 속 배고픔으로 고통받는 난민의 모습을 목격한 뒤, 충격으로 말을 잃은 그녀는 발화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러한 점은 영화 속 진하를 굉장히 유별난 인물로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 진하의 부모님조차 끈질기게 함구하며 수어를 배우러 다니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그녀를 달래보기도 하고 화를 내보기도 하지만 역부족이며, 그럴수록 그녀 머릿속에 그려지는 끔찍한 이미지는 더욱 강해질 뿐이다.
    사실 이 같은 진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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