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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9호] <깨어난 침묵> GT 현장
2016-08-12 12:09:46
NeMaf <> 조회수 1580

 

8월 11일 오후 7시 반, 인디스페이스에서 박배일 감독의 <깨어난 침묵>이 상영되었다. <깨어난 침묵>은 막걸리 ‘생탁’을 만드는 부산 협동양조 노동자들이 직접 촬영한 2년여에 걸친 투쟁 과정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상영이 끝난 후 임창재 감독의 진행으로 박배일 감독과 관객이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에 이 작품을 완성하셨는데 작업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영화는 2014년 4월 파업에 돌입하신 협동양조 노동자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파업에 돌입하셨을 당시 그 상황들이 언론에 보도가 잘 안되어서 제가 활동하고 있는 오지필름에서 속보 형식으로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그때 제가 전작 <밀양 아리랑>을 작업 중이었기도 하고 제 개인적으로도 내적 고민들로 인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에 속보 형식은 되지 못했고 지금에서야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협상이 거의 끝나가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속보 형식으로 만드시려다가 그렇게 하지 못하셨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를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원래 30분 정도의 속보 영상을 만들려고 했었어요. <밀양 아리랑>의 개봉을 준비 할 때도 생탁 파업 현장 촬영을 계속하긴 했는데 <밀양 아리랑>의 개봉 후에 ‘영화가 관객들에게 다가가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스스로 의심을 했던 것 같아요. 현장에 1년, 2년 있으면서 영화를 만들고 개봉을 했는데 관객 수는 천 명, 이천 명 밖에 안 되니까. 저는 영화를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했는데 ‘이 도구가 이 시대에 적절한 건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많았죠. 그 고민들로 한 1년 정도 영화를 안 만들고 시간을 그냥 보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간들이 잘 쌓여서 <깨어난 침묵>의 마무리 작업을 할 때는 그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는 했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지? 영화가 뭐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꽉 찼던 시기여서 저 스스로 한 발짝도 못 내딛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인 내적 고민이 많았던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영상이 전부 흑백으로 되어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영화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60% 정도는 노동자분들이 직접 찍은 영상들을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었어요. 제가 <밀양 아리랑>까지는 그 분들의 이야기를 제 나름대로 대중과 만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서 전달하여 대중들로 하여금 그 사안에 동의하게 하거나 행동을 바꾸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은데 앞서 말씀드렸던 개인적인 고민 이후에는 제가 현장에서 체험했던 것들이나 그에 따른 느낌들을 영화 속에 많이 녹여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깨어난 침묵>을 작업할 때도 제가 생탁 파업 현장들을 접하면서 체험했던 것, 느꼈던 것들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흑백으로 거칠게 표현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영상들을 흑백으로 하지 않았을 때는 노동자분들이 조끼를 입고 나오시기 때문에 화면 대부분이 빨간색이에요. 사람들이 빨간색으로 찬 화면을 보면 혹시나 선입견을 가질까 우려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또 영화에 담긴 노동자들의 현실이 짧은 시간 내에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안타까운 현실을 표현하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관객: 영화의 앞, 뒷부분에서 노동자 분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영상을 넣지 않고 화면에 나레이션을 넣는 방법을 선택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선 나레이션은 아니고 전부 직접 인터뷰 했던 사운드를 넣은 거예요. 이 영화를 만들 때 협동양조 노동자분들의 얼굴을 직접 보고 싶고, 또 사람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지금 투쟁하시는 분들이 다섯 분이세요. 그래서 누군가를 주인공으로 할 필요 없이 다섯 분의 이야기를 모두 넣자고 결정했죠. 영화 제목이 ‘깨어난 침묵’인데 저는 침묵이 깨어났다는 것은 다시 침묵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 했어요. 침묵의 상태에서 용기를 갖고 외침으로 깨어났지만 여러 주변 환경 때문에 그 외침을 다시 침묵하게 만드는 그런 것을 구조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은 안 나오지만 행동을 담은 영상에 인터뷰 한 사운드를 넣었죠. 처음에 노동자분들의 얼굴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촬영하기 전에 투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말해달라고 부탁드렸어요. 그리고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카메라를 응시해달라고 했죠. 어떤 분들은 기뻤던 순간을 말씀하시고 어떤 분들은 슬펐던 순간을 말씀하시기도 했어요.

 

 

관객: 영화 중간에 새를 꽤 오랫동안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음식을 만드는 공장에 새가 들어와 있다는 것은 위생적으로 잘못된 환경입니다. 그런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협동양조 노동자분들이 취재한 영상이에요. 그리고 숨소리를 통해서 이런 공간에서 노동자분들이 숨차게 노동을 하고 계셨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화면에 슬로우 효과를 주기도 했어요.

 

 

협동양조 노동자분들에게 촬영을 부탁했을 때 어려워하시거나 하지는 않으셨는지?


영상들 대부분은 누가 시켜서 찍은 것이 아니라 노동자분들이 회사의 불법 행태를 고발하고 자신들이 합법적으로 파업을 하고 있다는 증거를 남기기 위해서 찍으신 거예요. 저희가 파업 발생 50일 정도 후에 찾아갔는데 이미 찍고 계신 상황이었어요. 그 영상을 보고 이걸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물론 저희가 가지 못하는 공간이나 상황들이 있기 때문에 노동자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찍어주시기를 부탁한 적도 있어요. 노동자 분들은 촬영이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촬영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으셨던 것 같아요.

 

 

부산 협동양조 파업을 다룬 방송들도 있는데 그 방송 영상들을 활용하지 않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처음엔 속보 영상을 계획했었는데 KBS, MBC 그리고 뉴스타파가 이 문제를 다루면서 이 사안을 잘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냥 그것들을 소개하면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속보 영상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고,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고민했죠. 그래서 나온 결론은 제가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협동양조 노동자 분들로부터 들었던 것, 그리고 제가 체험했던 것을 영화 속에 녹여내는 것이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내가 찍은 것과 노동자 분들이 찍은 것 외에는 쓰지 않고 내가 체험한 것을 드러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는 원칙을 세웠죠. 사진들도 노동자 분들이 다 직접 찍은 것들이에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최근에 작업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요즘 독립영화관들이 많이 문을 닫는 상황인데 부산에 있는 영화관 한 곳도 올해 연말에 폐장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영화관을 중심으로 영화나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제가 살고 있는 부산광역시 사상구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5년 전부터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 완성까지는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2016.08.11.


진행 │ 임창재 감독
기록 │ 정솔지 루키
사진 │ 강보람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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