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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SYMPOSIUM] PART1. 감각의 접속, VR 접경
2019-08-24 11:44:30
NeMaf <> 조회수 191

8월 23일 오후 4시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는 <감각의 접속, VR 접경>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이 열렸다. 정찬철 부집행위원장의 진행 아래 유태경 중앙대 컴퓨터예술학부 교수와 반기현 중앙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전우형 중앙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 교수가 참석해 중앙, 한국외대 HK+접경인문학연구단의 의제를 가상현실 콘텐츠로 제작하려는 방법을 논의했다. 또한 VR 콘텐츠의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과 시각적 스토리텔링 모델 및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민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찬철: 이번 <접경에 선 VR 영화 특별전>은 처음으로 연구소와 공동 기획한 기획전인데요, 함께해주신 중앙대 HK+ 접경인문학연구단께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접경’이라는 테마를 통해 에두아루도 헤르난데즈의 <난민>, 아사프 마크네스의 <국경>, 그리고 가야트리 파라메스와란의 <홈 애프터 워>라는 세 편의 작품을 상영했는데요, 심포지엄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작품을 어떻게 보셨는지 간략하게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반기현: 저는 로마사를 전공하고 디지털 휴머니티(digital humanities) 분야에서 고대 유적지를 VR로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현장을 복원하거나 발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인 갈등을 빚을 염려가 없기 때문에 가상공간에서의 고대 유적 복원을 활성화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미흡한 수준입니다. 저는 VR를 어쌔신 크리드(Assassin's Creed)라는 게임으로 먼저 접했는데요, 고대 도시를 재현해 암살자가 되어 도시 곳곳을 탐방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콘텐츠에 익숙하다 보니 관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홈 애프터 워>가 가장 와 닿았습니다.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해 내레이션을 들을 수 있고, 직접 부비트랩을 작동시킬 수도 있다는 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정찬철: 말씀해 주신대로 <홈 애프터 워>가 가장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활발했던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렇다면 이제 VR 콘텐츠로 어떻게 접경이라는 의제(agenda)를 구체화할 수 있는지 논의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총 세 가지 주제를 다룰 텐데요, 첫 번째는 HK+ 접경인문학연구단의 의제를 소개하고 그다음으론 연구단이 장차 VR 콘텐츠로 구현하고 싶은 접경의 주제들에 대해 논의한 뒤에 마지막으로 이러한 VR 콘텐츠의 기술적인 실현 가능성과 이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작품들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전우형 교수님께 연구단의 의제와 그동안 구상해온 주제들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전우형: 저희는 접경을 주제로 한 VR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목표를 갖고 연구단 내 TF팀을 구성해 정찬철 선생님, 유태경 선생님을 만나 고민을 이어왔고, 오늘 네마프에서 마련해주신 자리를 빌려 그간의 논의 내용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선 우리 연구단이 추구하는 콘텐츠로서의 접경(Contact Zones)이란,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경쟁하고 공명하는 사회적인 무대로써, 이질적인 것들이 만난다는 점에서 분명 갈등과 분쟁, 충돌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정립하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거칠게 말해 ‘접경’에서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삶들이 존재해왔음을 인식하고, 공간의 특성상 분쟁 해결에 대한 외면이나 침묵이 있었단 생각에 그 삶과 노력을 잘 드러내고 싶단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또한 1년 넘게 접경 지역을 연구하다 보니 이곳이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기억과 감각, 그리고 실제 삶이 보존된 아카이브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학문적인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콘텐츠의 제작이 갈등 지역에 화해와 공존을 심기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원천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7월 UC 버클리의 한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이민자에 대해 적대적인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가로지르는 분홍색 시소를 설치했는데요, 이는 그 공간에서 아이들이 시소를 타고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하게 하는 설치예술 작품이었습니다. 이는 접경이 갈등과 분쟁의 현장이기도 하지만 그 현장을 해결할 수 있는 상상의 공간이기도 하며, 실질적으로 어떤 소통이나 화해가 일어나기도 한다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저는 이러한 주제들을 3차원 가상현실로 옮겨올 필요가 없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경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접경이라는 공간은 과거에 멈춰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DMZ(비무장지대)도 50~70년 전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고 말해지지만 결국 이것은 시간이 멈추어 있다는 진술이 아닐까요.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VR 콘텐츠는 이렇듯 산일되어 있는 다양한 기억과 기록, 감각에 접속하고자 하는 시도로, 이를 통해 분할된 화해의 해결책들을 찾아보는 방식이 될 것 같습니다. 정체된 기억과 감각에 접속해서 새로운 시간을 부여하고 진행해보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말해 50년 전에 멈추어버린 DMZ와 같은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공간의 시간을 재구축해보는 겁니다. 이는 소설이나 영화로도 할 수 있지만,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이 말했듯 인간의 감각과 운동기능을 확장하는 것이 미디어라면 VR 미디어는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정찬철: 접경 지역은 그 어느 곳보다도 삶이 유동하는 공간이자 복원되어야 하는 공간인 동시에 삶과 삶이 만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VR 미디어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현실에 발딛고 있다는 감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미디어이기 때문에 접경이라는 인문학적 지식을 콘텐츠로 만들었을 때 가장 적합한 미디어가 아닐까 합니다. 다음으로는 유태경 교수님께 VR 미디어에 대한 기술적인 이야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유태경: 저는 VR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으로서 VR 매체에 대한 설명해 드리고자 합니다. “Contact Media”라는 제목을 붙여봤는데요, ‘접경’이라는 주제를 다루다보니 VR(virtual reality)이라는 것도 가상과 현실이 접해지는 지점에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접경’답지 않나, 이미 VR 자체가 접경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를 만든 Palmer Luckey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VR is a way to escape the real world into something more fantastic. It has the potential to be the most social technology of all time.”(VR은 현실 세계를 벗어나 더 환상적인 무언가로 도피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는 이제껏 있었던 모든 기술 중에 가장 사회적인 기술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저 역시도 VR이 그 이전의 미디어에 비해 자신이 한 체험을 올곧고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소셜 테크놀로지(social technology)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사 매체로서의 VR이 갖는 가장 큰 차이점은 현존감(presence)입니다. 그 이전의 매체에는 관객과 화면 사이에 거리가 존재했다면, VR은 실제로 그 자리에 존재하는 느낌, 즉 몰입감을 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현존감이 어떻게 서서히 형식으로 들어왔는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먼저 2D 스크린에서 시작해보면, 360도의 파노라마가 만들어져 헤드셋을 쓰고 볼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비디오 형식을 삼육공(360) 비디오라고 합니다. 관객이 어디에 시점을 둘지 선택할 수 있어 몰입형 비디오, 구현 비디오라고도 하는데요, 가장 단순한 VR이라고 할 수 있죠. 사진 분야에서 파노라마는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비디오가 파노라마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의 일입니다. 일반 카메라 6대 정도로 리그(rig)를 구성해서 겹치는 부분을 접합하는 스티칭(stitching)을 거치거나 180도를 커버할 수 있는 어안렌즈가 있는 두 대의 카메라를 통해서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비디오는 큰 구에 영상을 입혀놓고 보는 느낌이기 때문에 몰입이 아주 강한 편은 아닙니다.

 

360 비디오가 하나의 비디오로 보는 것이라면,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보는 비디오 두 개를 동시에 보여주는 조금 더 복잡한 형식도 있습니다. 이를 스테레오 360 비디오라고 하는데요, 한쪽을 두 대의 카메라를 통해 보는 것이기 때문에 입체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만들 때는 마찬가지로 6면씩 리그를 만들어 스티칭 과정을 거치거나 어안렌즈를 사용합니다. 이때 위아래로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이 볼 수 있는 비디오를 배치해 플레이하는데, 이를 탑앤바텀(top and bottom) 이미지라고 하며 양쪽 옆에 배치할 경우엔 사이드바이사이드(side by side)라는 형식이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 제작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필요한 데이터양과 헤드셋의 성능도 두 배가 되기 때문에 몰입감은 배가 되지만 아쉽게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형식은 아닙니다.

 

유태경 : 제가 관심 있는 부분은 조금 더 확장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셨던 것은 3 DOF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DOF는 Degree of Freedom이라고 해서 자유도가 몇 가지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3 DOF라고 하면 머리를 도리도리하고 끄덕끄덕하고 갸우뚱하는, 이 세 가지의 회전만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현존하는 것처럼 느끼기 위해 다가가도 피사체가 다가오지 않는 거죠. 그런데 VR 헤드셋에 센서가 확장된다던가 깊이를 인지할 수 있는 카메라가 달리게 되면 위치 이동을 할 수 있어요. 그래서 X와의 지축, 그러니까 앞으로 위로 깊이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을 6 DOF라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조금 더 몰입이 되는 콘텐츠가 나오게 됩니다. 때문에 저희가 3 DOF, 6 DOF가 가능한 헤드셋을 보통 나누어 놓죠. 주로 통신사에 서비스가 된다던가 모바일 기기들은 3 DOF이고 데스크탑이나 랩탑 혹은 더 복잡한 기계일 경우에는 6 DOF가 필요하죠.

 

아까 제가 보여드렸던 360 비디오로 만들 때 보여드렸던 장비로는 깊이 있는 영상을 찍을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Volumetric Videos라고 하는데 돔 형태로 카메라를 위치시켜 놓고 전 방향에서 비디오를 같이 찍습니다. 그 후, 이를 기준으로 3차원 상에 존재하는 픽셀들을 다 저장하는 거죠. 그렇게 되면 회전하던 움직임에서 깊이 있게 들어가도 그 깊이가 전부 보입니다. (영상 재생) 이 장비는 인텔에서 구축한 것인데 이런 장비를 통하면 이런 장면이 가능한 거죠. 이것은 <매트릭스>에서 쓰였던 타임 슬라이스가 아니라 360도가 전부 컴퓨터 안에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지금도 어떻게 보면 하나의 카메라를 통해 보여주긴 하지만 실제로 이 데이터를 가지고는 유저가 어디 위치하든 그가 보고 싶은 것을 보게 해줄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보셨다 싶이 어마어마한 장비나 기술, 노하우가 필요하고 저런 데이터를 획득했다고 해도 수정하기가 여의치 않습니다. 때문에 콘텐츠 생산자 입장에서는 저런 것들을 물리적 공간에서 취해오는 것보다 현실에 있음 직한 정도의 포토 이미지를 취해와서 그래픽 만드는 것이 더 수월하죠. 이것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여러분들이 즐겨 하는 게임을 만드는 게임 엔진들이 최근 들어 아주 하이 퀄리티의 그래픽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 게임 엔진들은 그때그때 유저가 바라보는 지점을 보여줍니다. 이를 리얼 타임 렌더링이라고 해요. 그래서 이 이미지처럼 <스타워즈>의 한 장면은 이런 게임 엔진으로 만들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미지를 만드는 게 아닌 화면만 그대로 캡처하면 영화의 퀄리티가 나올 정도로 실시간 게임 엔진이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 엔진을 아주 복잡한 영역에 많이 사용하고 이를 실시간 개발 엔진(Realtime Development Engine)이라고 합니다.

 

조금 더 몰입감 있는 영상을 위해 6 DOF가 도입되었다고 한다면 여기에 또 하나 필요한 것이 인터렉션(Interaction)입니다. 제가 말하는 인터렉션은 게임 컨트롤러(Game Controller)로 하는 수동적인 게 아니라 모든 물리적인 형태의 신호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게임 장비의 경우 게임 컨트롤러가 허용하는 인터렉션만 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VR/AR 콘텐츠를 만들 때는 창작자가 원하면 보다 직관적인 신호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큐브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데 제가 손을 올리면 그 큐브들이 갑자기 붕 떠올라요. 그러다 순간적으로 손을 내리면 마치 중력이 없어진 것처럼 박스들이 무너져 내리죠. 이전의 게임 컨트롤러에서 하나의 인터페이스만 바뀐 건데도 훨씬 다른 체험을 하거든요. 이런 인터렉션이 확장되면 VR 이상의 것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VR이라는 콘텐츠를 거론할 때 VR이냐 AR이냐 같이 형식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하시는데 지금은 과도기적이고 기술과 창작욕이 만나는 모호한 상황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VR도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고 나머지 매체들도 개발되는 단계이기에 이 모든 노력들이 몰입감을 높이는 콘텐츠를 위한 흐름으로 보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연출했던 <조의 영역>이라는 VR 웹툰이 있는데 콘셉트는 상당히 단순합니다. 여러분들도 VR을 체험할 때 느끼신 분이 있으실 텐데 어지럽습니다. 물론 이것이 몰입감 있는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연출하기 힘든 점이 있어요. 이동을 함부로 시키지 못하고, 이동을 시키더라도 등속으로 시켜야 하죠. 그래서 저는 웹툰을 온라인상에서 스크롤 하면서 보는 것처럼 한 장 한 장 넘겨 보면 어지러움이 없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실제로 3차원 공간을 넘겨가면서 체험하는 VR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어쨌든 제가 생각하는 VR은 가상과 현실 사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래서 오늘 거론되고 있는 접경이라는 지점을 가장 표현하기 좋은 매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VR 체험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에서 가상으로 들어가는 행위이기 때문에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마법 같은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있어서 형식을 빌려 하나씩 설명했던 과정에서 오는 현존감, 이것이 저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보입니다.

 

접경인문학연구단은 한달 전에 처음 뵈어서 그동안 두 번 정도 만났었어요. 그때 전우형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이런 소재를 어떻게 VR로 만들 수 있냐 같은. 사실 실제 제작 경험이나 매체에 대한 이해가 많이 있진 않으시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단순하지만 제시해주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로 이야기되었던 것이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구성해 거기에 있음 직한 스토리텔링을 하고자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입니다. 그런데 VR은 아직까지는 헤드셋을 써야 하기 때문에 제약일 수도 있지만 헤드 트래킹이 됩니다. 그래서 어디를 쳐다보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해 임시정부청사가 프랑스 조계지에 생기는 거죠, 이로 인해 해외 열강들의 이해관계 속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경우 스토리텔링을 공간적으로 나열해 놓고 관객이 어디를 쳐다보느냐에 따라 스토리텔링을 바뀌게 할 수도 있고 쳐다보는 지점의 사운드가 다가와 들릴 수도 있죠. 그리고 두 번째로 거론되었던 것이 두만강 다국적 도시 프로젝트입니다. 여러 국가들이 접경하는 두만강 하구에 새로운 자유경제도시를 VR로 만든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논의 중입니다. VR이라는 것이 캐릭터도 중요하지만 공간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미디어입니다. 제가 예를 들고자 했던 작품은 선댄스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The Dial>인데요, VR 작품은 아니지만 하얀 면으로 된 집을 만들고 그 위에 프로젝션 매핑을 합니다. 이를 핸드폰으로 보면 AR로 보이는 거죠. 그래서 집은 프로젝션 매핑으로 물리적으로 구현이 되어 있고 그 위의 캐릭터나 나머지 인터렉션들은 AR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4명의 유저가 짝을 이루어 움직이는데 유저의 방향에 따라 스토리가 바뀝니다. 이처럼 저희가 VR로만 국한하지 않으면 조금 더 물리적인 공간의 것과 인터렉션이 가능한 콘텐츠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저는 두만강 프로젝트를 들었을 때 처음 떠올랐던 것이 물리적으로 두만강 프로젝트의 도시를 미완으로 만들어 놓고 유저가 MR 헤드셋을 쓰거나 AR 기기를 통해 보면 나머지 것들이 완성되어지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보는 사람들이 소셜로 함께 들어와 다국적 사람들이 함께 볼 수 있는 그러한 콘텐츠를 생각했습니다.

 

정찬철 : 유태경 교수님의 이야기를 들으니VR 미디어라는 기술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앞질러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상상하느냐가 문제이지 기술적인 문제는 해결된 것 같습니다. 콘텐츠로서 무엇을 만들까를 상상하는 인간의 문제만 남은 것 같네요. 그럼 이야기 들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아이디어, 의견 등을 자유롭게 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객 : VR은 시각적 커뮤니케이션의 여러 양상 중 하나인 플랫폼인데 두 가지 프로젝트에 VR이 가진 매체적 특성과 기존에 있는 매체와 차별점이 있는지를 고려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굳이 VR로 해야 하는지, 특히 영상이나 사운드 설치로 하면 안 되는지 등 VR로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제 생각에 VR의 가장 효과적인 측면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공간 자체를 현존감을 갖고 느낀다는 것이거든요. 공간이라는 것이 사실 실제 있었던 공간일 필요는 없고 일종의 인터페이스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입체적인 인터페이스로 프로젝트에 담긴 생각들이 전달될 수 있을까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우형 : 말씀하셨던 것처럼 VR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현존성 때문에 어젠다를 VR로 잡았습니다. 또한 접경이라는 공간이 소외되거나 외면되거나 실질적으로 정체되어 있는데 이것에 시간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문자나 2차원적 영상이 아닌 현존성을 보여주는, 그러니까 VR을 통해 5-60년이 흘렀구나를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까 언급한 패치워크처럼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만들어내는 결과물보다는 여러 사람의 손이 가고 그들의 노력이 덧붙여져 만들어지는 작품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이 어찌 보면 더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것을 꼭 VR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하나의 큰 사진만이 아니라 공간을 입체적으로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자원들이 활용되는 이질적인 지점들이 하나의 거대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서 왔습니다. 그리고 접경이라는 갈등의 공간에서 화해하고 평상시의 일들을 해왔던 삶들을 기억하고 복원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관객 : 참여자 간의 인터렉션 부분이 궁금합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내가 접속하기 이전의 사람들에게도 온라인 세상이 생기는데 VR의 경우에도 이러한 세상을 형성하는 게 가능할지, 그리고 VR 작품의 경우 스토리텔링의 형식을 갖게 되는 건지 아니면 동작 위주인지 질문드립니다.

 

유태경 : 실제로 그런 소셜 VR 플랫폼들이 존재합니다. 접속해서 같이 만나 아바타를 통해 만날 수도 있고 인터렉션도 가능합니다. 말씀하신 온라인 게임처럼 NPC라고 하죠, 게임 내 자동으로 만들어져 있는 디지털 휴먼과 인터렉션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이 프로젝트에서 소셜 미디어를 이야기했던 것은 그 지점을 중심으로 분할을 한 다음 각 방향성 있는 접속자들이 들어오게 되면 그쪽 측면의 지형에서 불이 켜진다던가 하는 인터렉션이랄까요. 참여를 통해 지형을 바꾸거나 건설의 단계를 바꾸는 것도 참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접속 자체가 큐가 될 수 있고, 접속자들이 하는 활동이 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궁무진하죠. 하지만 라이브 하게 계속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은 비용이 많이 들죠. 두 번째 질문은 포맷이 정해져 있냐는 것인데 포맷이 정해져 있지는 않고요, 둘 다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법 혹은 체험에 집중하는 것 둘 다요. 저희가 VR 콘텐츠 제작에 있어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입니다. 체험을 강조하면 스토리텔링이 약해지고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며 체험이 약해지거든요. 그래서 VR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은 그 안에서 접점을 찾는 것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관객 : 감각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 촉각이라는 것이 참여자 간의 인터렉션을 통한 촉각인지 아니면 다른 감각을 활용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유태경 : 확실히 정해진 것이 있지는 않습니다. 소셜 VR을 의도한다는 것은 온라인으로 생각해 본다면 어디서 건 접속할 수 있는 형태가 되기 때문에 트래픽 문제도 있고 해서 인터렉션을 많이 하기는 힘듭니다. 온라인처럼 확장하면 인터렉션은 적어지는 반면 소셜이라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공간에 모여서 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예를 들어 실제로 물을 바닥에 깔아놓고 두만강을 걷는 것처럼 피지컬 하게 인터렉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해놓은 게 아니라 브레인스토밍 과정이기 때문에 제안을 많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우형 : 저희가 절실히 원하는 공간, 우리가 가지 못해 경험하지 못했던 감각들이 있는데 사실 상영하거나 전시하는 환경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경험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두만강 국제 도시 프로젝트를 만들었을 때 이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촉각이 있다면 큐를 통해 유도를 해서 만짐으로써 두만강 고유의 촉감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니까 상영 환경에 따라서도 충분히 가변적인 것이죠.

 

정찬철 : 접경이라는 공간은 우리가 가기 힘든 공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쟁이 일어났거나 막혀 있는 혹은 상상을 해야 하는 공간인 거죠. VR 미디어는 물리적으로 접근 불가능한, 하지만 가고 싶은 공간을 가상을 통해 체험케 하는 좋은 미디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더욱 더 시각적인 측면의 가상을 넘어 촉각적인 차원의 감정을 개입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Home After War>의 오리지널 버전은 4D인데요, 지금으로써는 저희들이 상상하는 것의 프로토타입에 해당하는 작품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취재 │ 이예진, 정현경 루키

 
사진 │ 나재훈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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