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 Inter-view
홈 > 대안영상예술 웹진 > ALT INTER-VIEW X TITLE 인터-뷰 X 타이틀

ALT INTER-VIEW X TITLE 인터-뷰 X 타이틀

[2019] [GT] 심혜정 특별전 장편: 욕창
NeMaf 조회수:2915 추천수:7
2019-08-21 12:59:20

8월 20일 오후 7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 2관에서 심혜정 특별전 장편 <욕창> 상영이 있었다. 이후 진행된 GT에는 심혜정 감독과 강애심, 김종구 배우가 참석하여 임종우 모더레이터의 진행 하에 관객들과 작품의 의미와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임종우: 우선 <욕창>이란 작품을 어떻게 시작하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심혜정: 저희 엄마가 오랫동안 앓고 계셔서 재중동포 분과 꽤 긴 시간 동안 실제 영화처럼 저희 부모님 댁에 계신 일이 있어요. 저희 부모님도 제가 가깝게 보고 주변 친구들도 부모님 때문에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봐서 ‘노령화, 노령화’ 얘기는 많이 하지만 실제적으로 노인 문제에 대해 그리고 이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야기까지 하고 싶다 생각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임종우: 보론 차원에서 제가 <욕창> 영화를 리서치 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전작인 <아라비아인과 낙타>라는 작업을 많이 언급해주시더라고요. 혹시 그 작업과의 연결성도 볼 수 있을 까요?

심혜정: <아라비아인과 낙타>는 다큐멘터리고요. 좀 전에 말씀드린 저희 부모님 집에 계신 재중 동포 간병인 분하고 저하고, 외부인과 내부인, 이주노동자와 선주민 사이의 신경전, 자리다툼에 관한 다큐멘터리고요. 그걸 만들면서 다큐멘터리가 이야기를 담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잖아요. 노인 이야기, 가족 이야기를 극영화를 통해 좀 더 풍부하고 다양하게 얘기하고 싶어서 만들게 됐습니다.

 

임종우: 캐스팅에 관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강애심 배우께서는 어떻게 함께 하시게 됐는지 캐스팅과 참여 과정 듣고 싶습니다.

강애심: 저를 너무 정성껏 떠받들어서(웃음) 찾아와주셔서 저는 감사하죠. 매체 연기를 많이 안 해봐서 저에게는 좋은 경험이었고 정말 즐겁게 촬영했어요. 저는 연극을 오랫동안 했는데 보통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배우들은 매체가 어렵고 쑥스럽기도 하고 분위기가 적응하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굉장히 편하게 깔깔깔 웃으면서, 내용은 그런 내용은 아니지만 재밌고 즐겁게 해서 감독님께 항상 감사하고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심혜정: 출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공으로 출연하신 김종구 배우분도 오늘 오셨는데요.

김종구: ‘이 영화를 하길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또 듭니다. ‘야, 이거 김종구의 대표작이다.’ (웃음) 감사합니다. 많이 와주셔서.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도 상영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거기서 좋은 소식이 있기를 바라고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개봉관이 많아서 많이들 보셨으면 좋겠어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이어 오늘 두 번째 보는데 영화가 너무 좋습니다. 심혜정 감독님, 사랑합니다. (웃음)

 

임종우: 감독님께서 두 배우분의 매력을 얘기해주신다면?

심혜정: 저는 배우분들 캐스팅할 때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오디션을 안 봐요. 사실 못 보는 걸 수도 있어요. 제가 오디션 진행을 잘 못 하는 걸 수도 있고, 순간을 가지고 판단하는 걸 제가 저를 못 믿어서. 대신에 공연이나 매체를 통해 제가 생각한 캐릭터를 저분이 하셨으면 좋겠다, 찜을 해놓고 제가 마음을 굳힌 다음에 직접 찾아 뵈면서 정성 들여 모시는 방식이에요(웃음). 독립영화가 조건도 좋지 않은데 기꺼이 함께 해주셔서 감사하고요. 보셔서 아시겠지만 배우분들이 꽉 채워주는 영화잖아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관객 1: 영화 너무 잘 봤고요. 두 분이 춤추시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그 장면에서 이주여성분을 위로해주면서 그 느낌이 이 두 분이 너무 나쁜 사람도 아니고 굉장한 복잡한 심경이 들게 만드는 장면이었거든요. 그래서 전체 영화가 다 좋았지만, 특히 그 부분이 너무 인상적이었어요. 배우분들이 그 장면을 연기할 때 어떤 느낌이 드셨는지 궁금합니다.

강애심: 영화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별로 디렉션을 안 주셨어요. 그래서 이렇게도 찍어보고 저렇게도 찍어봤어요. 처음에는 선배님이 아주 유혹하는 눈빛으로 웃으면서 손을 내미셨거든요. 그렇게도 찍어봤다가 아닌 것 같아서 인간적인 연민으로 나갔어요. 심혈을 기울여서 밤늦게까지 촬영했는데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편안하게 찍었습니다. 선배님께서 리드를 잘 해주셔서 편하게 찍었습니다

김종구: 오랫동안 그 집에서 영화를 찍었는데 심혜정 감독님께서 거의 시퀀스 순서대로 영화를 찍었어요. 배우 입장에서는 너무 다행이죠. 정서가 줄거리를 따라서. 그래서 춤을 출 때 유수옥을 몰래 따라다니던 열정, 사랑이 맴돌았어요. 나는 그 장면이 참 좋아요. 그런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때 심혜정 감독님께서 그런 걱정을 하셨어요. 잘못 카메라를 잡으면 남자와 여자가 나쁜 느낌이 들 수도 있으니까 몇 번을 찍었는데 감독님이 디렉션 주신 것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임종우: 사실 장편 프로덕션에서는 경제적인 측면, 관습적으로 장소 순대로, 낮과 밤 순으로 섞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배우분들께서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 영화이기도 한데요. 시간순으로 진행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심혜정: 중간중간 바뀌는 날짜는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웬만하면 시간순으로 찍으려고 했어요. 두 분이 연극 쪽에서 워낙 많이 활동하셨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감정이 쌓여가는 대로 찍도록 하려고 했습니다.

 

임종우: 이 영화를 제가 처음 봤을 때는 ‘스릴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점점 가면서는 ‘블랙코미디인가?’하는 생각도 들었는데요. 장르를 규정하는 게 의미 있다는 건 아니고요. 영화 분위기 전반을 잡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간, 장소, 색감, 앵글 등 다양한 장치와 선택이 있었을 것 같아요. 영화의 톤이나 분위기를 위해 감독님께서 주의를 기울이신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심혜정: 각각의 공간에 색감, 느낌이 드러나게 하고 싶었는데요. 제작 여건이 좋지는 않아서 집을 통째로 빌려서 한 공간 안에서 각각의 공간이 보이는 것처럼 찍었어요. 카메라 감독님, 조명 감독님이 되게 고생하셨죠. 조명 칠 공간도 별로 없고, 카메라도 좁은 공간에서 잡는 앵글이 되게 한정적이어서 그런 거는 아쉬움으로 남는데요. 언제나 그렇지만 최고를 고민하다가 영화는 늘 최선을 선택하게 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어쨌든 그 안에서 모든 스태프가 최대한 노력을 다했던 거 같아요.

 

임종우: 저는 간호사분이 오셨을 때 침대 앞으로 카메라를 두고 간호사분을 가운데에 두고 인물들이 배치되었던 앵글이 인상 깊어요.

심혜정: 오늘 이 자리에 간호사 역을 하셨던 분도 오셨어요. 일어나서 인사하도록 하겠습니다. 과일 사던 분도 오셨고, 옆에는 음악 감독님이십니다. 곡도 사실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다 만든 곡들이에요. 약간의 뽕짝 느낌이 나면서 서정적인 느낌으로 잘 해주셔서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드립니다. 작사는 또, 잘 상상이 안 되겠지만, 영화에서는 아버지랑 땐땐한 관계로 나오는 과일 장수 큰아들 역의 김재록 배우님이 하셨어요. (웃음) 음악감독님하고 김재록 배우님하고 금주 악단이라고 노래하시는 듀오에요. 너무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임종우: 극 장편 영화 GT의 매력은 함께해주신 분들이 객석에 많이 오셔서 같이 느껴주시니까 즐거운 것 같아요. 첫 장편 영화셨잖아요. 장편 영화가 더 큰 자본과 많은 스태프와 더 복잡한 프로덕션으로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상황이잖아요. 장편을 경험하시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점이나 특별히 재밌다고 느낀 점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심혜정: 재미는 항상 작업할 때마다 재미있는 것 같아요. 힘든 재미가 늘 있어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고요. 장편 영화를 하면서 힘든 건 제작비나 제작 여건이 좋지 않아서 함께하시는 분들을 본의 아니게 괴롭히게 되고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지속 가능한가 고민이 돼서. 좀 더 독립영화 하시는 분들이 조금 더 나은 조건에서 작업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임종우: 지난 주말에 <경계에 선 네덜란드 여성 감독과 한국 여성 감독의 경향> 포럼에 참석해주신 게 기억나요. 그때도 독립영화, 여성영화, 인권 영화, 여성 감독 영화에 대해 제작환경에 대해 말씀해주신 게 기억납니다. 그때 말씀해주신 내용, 잠시 언급해주실 수 있나요?

심혜정: 17일 토요일에 네덜란드 여성 감독과 한국 여성 감독의 경향에 대해 포럼을 했었는데요. 저는 네덜란드 같은 북유럽은 훨씬 더 여성의 지위가 우리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다고 했는데 여전히 비슷하더라고요. 방송, 영화 등 매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퍼센트가 적어서 깜짝 놀랐어요. 자기의 선택으로 독립영화를 할 수도 있고 주류 상업 영화를 할 수 있는데 주류 상업 영화에서 여성 감독이 많지 않았어요. 여성 감독의 성과나 여성의 서사가 흥행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가지고 애초부터 많이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영화학교에는 여성 감독들이 상당히 많잖아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등 다른 제작지원을 통해 많은 감독과, 많은 이야기와 함께 한국 영화가 같이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객 2: 영화 결말에 대해 궁금해서 여쭤보는데요. 감독님께서는 어떤 생각으로 영화 결말을 그렇게 지으셨는지 질문드립니다.

심혜정: 마지막에 연기가 들어차면서 그 집안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저희가 노인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미 다 삶을 산 사람들, 앞에 남은 것이 별로 없고 그들의 앞에 남은 삶은 단조롭고 별것 없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젊은 사람들보다 훨씬 불안하고 남은 삶에 대해서 역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불안한 존재들이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에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장치로 안개를 이용해서 안개 속에 가려진, 거기 안에서 어떻게 더 살아야 할지 이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싶었습니다.

 

임종우: 김종구 배우님과 전국향 배우님 같은 경우는 죽어가는 상황이었고 강애심 배우님이 연기하신 유수옥이라는 인물에게는 추방으로 이어지는 결말이잖아요. 두 배우분께서는 각자 마주하셨던 결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종구: 그냥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웃음) 마지막 장면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하시는데요. 그런 상황에 젊은이와 노인네들의 생각 차이가 뭐냐는 생각을 했어요. 젊은이들은 아직 많은 경험을 해보지 않았기에 또 다른 길을 도전할 것 같고 노인들은 오랜 삶을 살아오면서 쌓인 경험에 의해서 더 답답한 것 같아요. 저도 나이가 강창식과 거의 똑같거든요. 답답하죠. 여기서 좀 더 가면 노인 우울증에 걸릴 것 같고. 나이가 들면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아요. 뭔가를 하려면 ‘답답하다. 이제는 시도할 수 없다. 이제는 정리해야 한다. 그런 때다.’ 이런 생각들이 짓누르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그래서 그 장면에서 깜깜한 집안에 자욱한 연기가 드러나는데 자기가 계속 앉아있던, 내가 눌러앉아 있던 방석으로 겨우 연기를 쫓아내잖아요. 오브제가 많은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이 오늘 들었습니다. 대단합니다 (웃음)

강애심: 저는 새드엔딩도 싫어하고 해피엔딩을 좋아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생각하면 이건 열린 결말이지 안개 속에서 사라지듯이…… 불 난 거 아니잖아요. 사골만 태운 거예요. 일주일 지나면 냄새도 없어져요(웃음). 저도 추방당한다고 해서 정치사상범으로 몰려서 시베리아 감옥에 가는 건 아니잖아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예요. 새로운 정국을 맞이할 수도 있고 저는 열린 결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해야지 기분이 좋으니까.

 

관객 3: 영화 크게 흥행하리라 생각하고요. 2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영화가 상영될 때 객석에서 웃음이 많이 났는데 그게 연출하신 부분이었는지, 연출 의도와 관객들의 반응에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고요. 두 번째는 영화가 매우 다층적인 텍스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노인 문제도 있고 이민자 문제도 있고 여성과 남성의 문제도 있고 복합적으로 잘 융합되어있는 텍스트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 영화제가 젠더에 관한 것이니만큼 젠더에 관해 질문을 드리자면 영화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게 여성인데 또한 가족이라는 구조 때문에 힘들어하는 게 여성인데 가족을 지키고 있는 것도 여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의도하신 부분인지 감독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심혜정: 웃으신 장면은 제가 의도한 부분도 있고 배우분들이 웃음의 감각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리딩하고 촬영하면서 포인트를 캐치를 잘해주셔서 그런 부분이 관객분들과 호흡이 되는 것 같아요. 여성 문제에 관해 얘기를 하자면 돌봄 노동이 너무 중요한 노동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집안에서 돈을 버는 임금노동자가 주된 노동자로 중요한 노동을 하는 사람으로 비치고 딸 가족도 중산층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도 그렇게 보이잖아요. 그런 이야기들을 촘촘하게 안에 넣고 싶었어요. 오빠는 오빠의 콤플렉스를 얘기하지만, 사실은 돌봄 노동에서 벗어나 있고 오히려 며느리가 미안해하고 주눅 들어 있고 쩔쩔매잖아요. 돌봄 노동이 집 안에서 여성의 몫인 것처럼 여겨지고 남자는 뒤로 많이 빠져있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임종우: 영화에서 주된 인물로 4명의 여성이 세워져 있잖아요. 병실에 누워있는 나길순부터 유수옥, 강지수, 며느리 이 4명이 여성으로서 가지고 있는 보편은 무엇인가? 한 명은 이주여성이기도 하고 한 명은 노인이기도 하고 경제적인 상황도 다르고 내부의 차이도 있는데 여성으로서 커넥션이 되는 보편은 무엇이고 그 안에서 생긴 차이들은 무엇인가. 저는 그런 부분들을 집중해서 봤던 것 같습니다. 또 의견 나눠주실 분 계신가요?

관객 4: 저는 관계에 집중해서 영화를 봤는데요. 한 사람의 죽음이 굉장히 자연스러운데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죽음으로써 가족 안에서 갈등 상황이 발생하잖아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10대 딸이 나오는데 10대 학생과 노인의 대비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거든요. 죽음이라는 게 나이와 상관없음에도 불구하고 10대 학생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아요. 그런 관계들을 되게 촘촘하게 그려내서 이게 여성 감독의 힘인가 생각했습니다. 미라에 관해 얘기를 해주신다면?

심혜정: 다양한 연령층의 여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캐릭터를 설정했는데요. 10대의 여성은 엄마나 이전 세대의 행동을 어렴풋하게 보지만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 미라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고 사사건건 싸우고 다투잖아요. 흔히들 “딸은 크면 엄마 편이야”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왜 그런 이야기를 쉽게 할까 생각해봤는데 여성적 경험이 그 사람을 공감하게 하는 거 아닐까? 어렸을 때는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많은 세월을 보내면서 여성적 공감, 타자에 대한 공감 능력이 늘어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가장 어린 10대는 그 관계 안에서 이해하지 못하고 한 발 빠져서 보는 사람으로 그리고 싶었습니다.

 

관객 5: 강지수라는 인물이 부모와의 갈등, 자식과의 갈등, 남편과의 갈등이 많이 다뤄지고 그만큼 감정선이 많이 드러났다고 생각하는데 특별히 연출하고 싶었던 캐릭터의 특성이 있었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심혜정: 지수가 제 세대여서 더 많은 고민이 녹아있었던 거 같아요. 부모님 때문에 고민하고 집안의 애들도 있고 그런 세대 고민이 제 또래다 보니 현실적인 결들이 더 많이 들어오게 된 것 같아요.

 

관객 3: 가장 복합적인 인물 중 하나가 강창식이었을 거 같아요. 아내의 죽음을 앞에 두고, 본인도 노인으로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또 가부장제 안에서 권력자이기도 하잖아요. 대본을 처음 받으셨을 때 느낌과 어떻게 캐릭터를 해석하셔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두어서 연기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김종구: 인물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인간상이기 때문에. 감독님께서 디렉션을 잘 해주셔서 괜찮았습니다. 계속 찍으면서 강창식이라는 인물이 참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애들하고 싸울 때 가부장적인 남성의 모습이 드러나는데 ‘너무 심하지 않나?’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끝맺음을 잘해서 그래도 나쁜 남자가 안 된 것 같아요. 강창식이란 인물이 저랑 잘 맞아요. 나쁘지 않아요. 연기할 때 억지로 만들어내지 않았습니다. 나 같았습니다. 물론 저를 만나기 전에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는데. 그만큼 강창식이란 인물에게 보편적인 남성 서사가 담겨있는 것 같아요. 아버지 같기도 하고 삼촌 같기도 한 인물을 잘 뽑아내셔서 저도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어요. 그런대로 강창식의 삶이 괜찮았고, 괜찮은 남자라고 생각합니다. 따귀 때리는 장면은 저도 감독님과 싸워볼걸, 안 때리고 싶다고 말해볼 걸 그런 생각이 오늘 들었습니다. 제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강애심: 때리셨기 때문에 나중에 지수랑 며느리가 ‘헤엑’ 하고 놀랄 때 큰 웃음을 주셨어요. 안 때리셨으면 그 장면이 안 나왔을 거예요.

임종우: 지금 언급하신 것처럼 장면을 만드는 데에서 배우분들과 의견 차이가 있었는지, 협의해나가는 과정들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심혜정: 시나리오를 많이 고치지는 않았고요. 같이 사전에 리딩하면서 톤을 맞췄기 때문에 촬영할 때는 그런 거로 얘기하지는 않았어요. 기술적인 부분에서 NG가 났지, 연출적인 거는 그 전에 다 맞춰서 괜찮았습니다.

 

관객 3: 강지수가 끝까지 억누르고 참잖아요. 저는 언제 한 번쯤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끝까지 일부러 삼키는 거로 설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심혜정: 제목이 <욕창>이잖아요. 물리적인 질병, 욕창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노인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저마다의 위치에서 꼼짝 못 하는 현대인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이주 노동, 돈, 사랑, 콤플렉스 등 각각의 이유로 움직이기 쉽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고요. 아마 강지수가 터트릴 수 있었다면 남편의 바람부터 해서 그 전에 터트렸을 거예요. 히스테리컬하고 가족들 안에서 날을 세우지만 정작 자기가 가진 기반, 위치 자체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인물로 표현하고 싶어서 그렇게 설정했고요. 대신에 엄마에게 마지막에 위로받는 장면으로 나타냈습니다.

 

김현아: 강창식이 동네를 산책할 때 등장하는 할아버지들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강창식이 처음에는 할아버지를 떨떠름하게 보다가 두 번째는 피해서 반대 방향으로 가잖아요.

심혜정: 실제로 우리 동네에 그런 분들이 있었어요. 풍 맞아서 동네를 도는데 점점 상태가 좋아지는 걸 제가 마주했었고요. 이 영화에 그분을 넣었던 건 죽음을 상징하기도 해요. 피하고 싶지만 맞닥뜨리게 되는. 그런데 사실 요즘에 두려운 거는 점점 몸이 안 좋아지는 게 아니라, 나이 드신 분들이 점점 몸이 좋아지는 게 두렵지 않나, 계속 살아가야 하는 게 더 두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인의 상황을 역설적으로 얘기하고 싶었고 노인 문제를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싶었어요.

 

임종우: 끝으로 영화에 대한 소회를 나눠보겠습니다.

김종구: 영화 잘 봤습니다. 영화는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시 태어나도 배우를 하고 싶습니다. 배우가 참 좋은 직업인 것 같아요. 강창식이라는 인물이 괜찮았어요. 마음에 들었습니다

강애심: 좋은 배역을 맡은 것 같아서 저에게는 행운이었고요. 영화 직전에 제가 삭발하고 비구니 스님 역할을 했었어요. 그래서 영화에서 머리가 가발이었는데 눈치채셨나요? 비밀을 하나 말씀드렸습니다(웃음).

심혜정: 긴 시간 봐주시고 좋은 얘기 나눌 수 있어 감사하고요. 다른 곳에서도 여러분들을 만나 뵐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시고 감사합니다.

 

임종우: 심혜정 감독님과 두 배우님께 꾸준히 관심 가져주시고요. 영화 <욕창>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네마프는 24일까지 열리니까요. 다른 전시들도 많이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오늘 GT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 │ 김민주 루키

 
사진 │ 최예준 루키

SNS 공유 Line 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