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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GT] 한국구애전 장편 <야광>
2019-08-17 18:44:26
NeMaf <> 조회수 299

8월 16일 오후 4시 홍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는 한국구애전 장편 부문의 <야광>이 상영되었다. 상영 이후 GT에서는 임철민 감독이 참석해 관객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행은 이양원 모더레이터가 맡았다.

 

<야광>을 만들게 된 계기와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야광>은 먼저 2017년에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동일한 제목의 공연 버전으로 초연을 올렸고, 영화의 경우 작년 9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첫 상영을 했습니다. 애초에 영화로 출발했지만, 작업하는 과정에서 공간이나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펼쳐지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 같아 영화와 공연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두 가지 형태가 짝을 이루는 방식으로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극장이라는 공간에 대해 관심이 있었는데, 서울의 유명 극장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서 이 주제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90년대 사이에 남성 성소수자들이 서울의 몇몇 극장들을 주된 만남의 장소로 점유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크루징 스팟(cruising spot)이라고 불리는 그 공간들을 찾아가면서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영화에는 바다극장이나 파고다극장 같은 오래된 극장들이 나오는데요, 특히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는 극장의 단편적인 모습을 담은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간을 촬영할 때 어떤 기준이나 방식을 채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해당 극장들을 체험해보지 않은 세대로서 이를 다루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공간들의 목록을 만들어 무작정 찾아가 볼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막상 찾아가 보니 제대로 남아있는 곳이 거의 없더라고요. 극장 터나 건물 자체가 사라지고 물류창고나 고시원, 유흥공간으로 바뀐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바다극장의 경우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크루징 스팟이었던 극장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야광>을 상영하게 되었단 소식을 전하러 촬영 이후에 찾아갔을 때는 바다극장 역시도 모 상업 영화의 오픈세트장으로 활용되어서 일제강점기 극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계속해서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 공간들인데, 재밌는 건 많은 극장의 기본적인 구조나 형태는 계속 유지되고 남아있었다는 점입니다. 거기서 얻은 감흥들로 영화로써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다고 느낀 것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극장성의 사유와 정체성에의 물음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자면, 어둠으로 시작되는 첫 장면과 꿈에 대한 대화, 극장과 관객 등의 요소들은 극장과 관련된 매체적인 조건을 암시한다고 느꼈습니다. 그에 반해 정체성과 관련된 부분은 직접적으로 표현되지 않은 측면이 있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영화를 만들면서 굉장히 많이 고민한 부분이었습니다. 이 공간들이 성소수자들이 공공연하게 드나들었던 곳이 아니라, 굉장히 은밀하고 비밀스럽게 그들끼리 공유되는 어떤 정보들만으로 점유되었던 공간이었기 때문에 그런 속성들을 이 영화에도 반영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인 이야기나 저희가 자료조사 과정에서 한 인터뷰의 내용을 많이 걷어내게 되었습니다. 또한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의 상당수가 성소수자 당사자분들이셨고, 전면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셨기 때문에 내러티브가 들어가도록 영화를 만들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와 스텝 모두가 그 극장을 체험해보지 않은 세대였기 때문에 멜랑꼴리(melancholy)하거나 노스텔지어(nostelgia)한 방향으로 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세 명의 퍼포머(performer)들이 등장해 특정한 스코어 혹은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관련 지시를 직접 내리신 건지, 퍼포머들과 협의를 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처음 영화의 컨셉 촬영을 할 때는 남성으로 패싱(passing)되는 인물들이 나와서 시나리오를 수행하는 꼭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영화와 결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영화는 계속해서 틈을 만들어내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진행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시나리오의 경우 형식이 닫혀있는 측면이 있어서 이를 방해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스코어로 전환하자는 아이디어에 따라 아주 간단한 텍스트와 몇몇 이미지들로 스코어를 구성해서 스텝들과 퍼포머분들과 함께 8회차 정도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스코어의 전반적인 내용은 공간을 몸을 통해서 다시 투영(projection)하는 것이었고, 이를 수행하는 과정을 다시 촬영했습니다.

 

해당 작품이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출품되어 큰 상을 받으셨다고 들었는데요, 이 작품을 장르적으로 다큐멘터리로 정의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 이전 영화들에서도 그랬지만, 영화를 만들고 상영할 기회를 가지면서 실험 영화, 다큐멘터리, 극영화 등으로 영화의 장르를 구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처음 영화 작업을 했을 때는 제가 그런 구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약간의 저항심이 있어서 체킹 박스(checking box)에 모든 항목을 다 선택해 제출하기도 하고, <프리즈마>의 경우 각각 픽션과 다큐 양쪽 모두로 상영하는 과정을 거치며 답답했던 게 있었던 것 같아요. 단순히 낯설고 어려운 것을 너무 손쉽게 실험 영화로 규정하는 것이 불편했거든요. 근데 <야광>에서 조금 달랐던 점은 기록되어야 하는 공간이 있었고, 그 지점에서 출발한 영화이기 때문에 충분히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 1: 관객이 영화를 보다가 눈을 감는 모습을 담은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앞부분의 꿈에 대한 대화가 연상되기도 했고 현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에 대한 묘사를 시도하신 것 같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어떤 연출 의도가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네, 말씀해주신 측면도 있고요.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를 만들게 된 개인적인 계기 중에 어느 기간 동안 극장에 가면 계속 잠이 드는 증상과 현상들을 겪어서 병원에 가기도 하고 특정한 병명을 부여받기도 하는 경험이 있었어요. 그 장면의 경우 처음부터 기획된 것은 아니었고 작업 과정에서 삽입된 스코어였는데, 한 퍼포머 분께서 극장 자체가 나온 영상과 조응하면서 만들어낸 장면에 속했습니다. 처음에 이 영화는 어떤 공간을 다루는 과정과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록하는 것으로만 시작했었는데 영화를 진행하다 보니 상영의 기제까지 포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 장면을 마련하고, 뒤이어 빛의 삼원색이 나와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빛이 작용할 수 있게끔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관객 2: 후반부에서 삼원색을 사용해 입체적이고 이질적인 효과를 주신 장면의 연출 의도가 궁금합니다.

영화를 시작할 무렵 가상의 낙원을 3D 프로그램으로 구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이때 낙원은 지금의 남성 성소수자들의 주된 공간인 종로의 낙원동을 의미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혐오 세력이 꾸준히 주장하는 논리가 성경에서 오는 것이 많은데, 성경에서 말하는 낙원과도 닿아있습니다. 영화에 사용된 푸티지(footage)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구현하는 과정 자체를 잘라서 넣은 것이었어요. 렌더링 과정에서 여러 가지 폴리곤(polygon)이나 매핑 버전이 순차적으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노말맵(normal map)이라는 게 눈에 띄었어요. 노말맵은 삼원색을 각각 밝은 톤, 중간 톤, 어두운 톤으로 인식하게끔 해서 2D 이미지로 미세한 질감이나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과정인데요, 영화에서 보셨던 형광의 화려한 이미지가 노말맵이 드러난 모습입니다. 또 3D 이미지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나온 공간들도 실사 이미지 자체를 노말맵화해서 두 가지 이미지를 병치 시켜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향후 계획 혹은 다음 작업으로 구상하고 계신 것이 있으신가요?

관심이 있는 것들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서 구체화되면 그때 작업을 완성해서 여러분들과 다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렌더링(rendering): 수치와 방정식으로 서술된 2차원 혹은 3차원 데이터를 사람이 인지 가능한 영상으로 변환하는 과정

* 폴리곤(polygon): 3차원 컴퓨터그래픽에서 입체형상을 표현할 때 사용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다각형

 

취재 │ 이예진 루키

 
사진 │ 나재훈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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