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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GT] 한국구애전 아파트 : 도시의 욕망 삶
2019-08-19 00:27:44
NeMaf <> 조회수 329

 

8월 16일 오후 2시,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는 한국구애전 장편 <아파트 : 도시의 욕망 삶>이 상영되었다. 재건축이라는 소재를 통해 사라지는 도시 속의 공간과 시간, 그리고 삶의 의미에 관하여 고찰하는 작품, <아파트 : 도시의 욕망 삶>의 상영이 끝난 뒤에는 김시연 감독, 박서은 감독이 참석해 작품 소개와 함께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날 진행은 고동연 모더레이터가 맡았다.

 

각자 어떤 부분에서 서로 협업을 하셨는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서은 : 굳이 분야를 나누기 애매하다고 할 만큼 철저한 협업이었습니다. 처음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빈 공간을 보았을 때, ‘우리는 저 기록을 남겨야 돼’ 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리고 글을 진행하며 쏟아진 에피소드들, 구룡마을 파트는 김시연 감독의 기억들이 작용을 했고, 그 뒤에 나온 아파트에 대한 사념은 저의 기억들이 작용을 해서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더해진 기록들입니다. 영상은 철저히 김시연 감독의 시선이 담기면서 공간을 담아내는 그 장소에서 저희가 함께 바라본 시선을 담아낸 내용입니다. 이름이 나란히 들어가는 작업에 가장 맞게 작업한 결과물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왜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으며,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한 어떤 기억을 가지고 출발하셨는지?

김시연 : 저는 어릴 때부터 쭉 아파트에서 살았는데요. 작품에서도 나오지만, 구룡마을에 살던 제 초등학교 짝꿍인 봉근이라는 친구가 있었어요. 그 때문에 구룡마을을 처음으로 가 봤고, 그 당시, 특히 비닐하우스 촌에 산다는 것은 그렇게 풍족한 생활을 한다는 뜻은 아니었어요. 그 친구의 집에 놀러 갔던 기억이 이 영화를 지배했던 것 같아요. 한참 뒤에 다시 가 봤을 때, 구룡마을은 여전했어요. 반면 그 길 건너편은 굉장히 발전했어요. 예전의 아파트라는 공간과 지금의 아파트라는 공간의 의미는 굉장히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거기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접근과 저의 사적인 이야기를 섞어서 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다시 현재로 와서, 우리 모두는 쫓기듯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누구나 다 그렇다,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박서은 :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어느 날 도로를 가다 하늘을 가린 아파트를 발견했어요. 2년 사이 갑자기 들어선 아파트 때문에 시내로 가는 제 눈 앞에 아파트 세 채가 존재하는 것을 보고 ‘아, 내가 기억하는 시간이 저 공간에 의해 가로막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돌아봤더니 우리 집 앞에 있던 동네가 사라지고 깨끗하게 밀린 채로 있는 거예요. 그게 2015년 말에서 2016년 초 즈음이었는데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섰어요. 공간 자체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을 느끼면서 ‘아, 이 기록이 10년 뒤에는 또 다른 공간의 기록으로 바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작품에서 표현한 데이터라는 워딩의 의미는 무엇이며? 왜 하필 데이터라는 단어를 쓰셨는지?

박서은 : 저희가 작년부터 했던 작품 중에 시티 리빙이란 작품이 있었어요. 그게 도시인들의 움직임, 이동량에 대한 데이터 작업이었고, 그 작업을 하며 느낀 사실이 도시는 모든 기록들을 다 품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이동량, 건물, 건축 방식, 전력 사용량, 통신량 등 모든 것들이 데이터고, 그렇다면 도시는 데이터로 끊임없이 기록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되었어요. 따지고 보면, 건축이 가진 재료들도 데이터로 기억이 되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 시절에 남는 것이 단순히 수치화 될 수 있는 것들만이 아니라 기억, 장소, 시간이 가진 재료들, 이것들이 데이터이고 도시는 데이터를 품고 기억하고 남기고 있다는 생각이 이 작품의 전체적 맥락의 테마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와 대화를 하는 듯 한 내레이션이 인상 깊었는데 그런 개인적인 대사를 넣게 된 이유와, 엄마에게 어떤 질문을 했을 때 질문하는 내레이션은 삽입되었지만, 답변하는 엄마의 내레이션은 없는 독특한 내레이션 형식을 구성하게 된 목적이 무엇인지?

김시연 : 사실 이 작품이 부모님에게 하고싶은 이야기이기도 해요. 실제로 어느 날 부모님 집을 갔을 때 아빠가 집 이곳저곳을 닦고 계시는데, 왠지 기분이 좋아 보였어요. 아파트값 상승이 원인이었어요.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해서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사를 갔다는 상실감이 우리 가족을 줄곧 지배했었거든요. 지금은 분가해 살고 있는데, 제가 작업할 때는 집에서 잘 안나와서 대인관계가 단절돼요. 그 무렵에 엄마가 전화가 와서 그랬어요. 누가 가뒀냐고. 이런 부모님과의 대화들을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실 거라 생각해요. 아파트란 공간이 누군가에겐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제 자신이 부모님과 아파트에 관해 나눴던 이야기를 인용하였습니다.

박서은 : 일단 대화의 방식 자체가 일상적으로 표현됐잖아요. 굳이 답을 요구하지 않는 공간 안에 우리는 살고 있으니까. 누군가가 묻고, 은근히 예상되는 답들을 그냥 그대로 품고 아, 하고 넘어가는 시간들. 그게 부모님과의 대화에선 일상적이잖아요. 김시연 감독과 아버지와의 대화는 어른들의 정서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기 좋은 대목이 아닌가 싶었어요. 어른들 뿐만이 아니라 저도, 욕망이 발현되는 순간들이 있더라구요. 그 표현을 하기 제일 좋은 방법이 일상적인 대사일거라 생각했고, 제일 와닿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담론을 다루는 서사에서, 어떠한 흔적들이 ‘사라진다’는 얘기는 클리셰처럼 반복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형태가 변한 채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그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음’에 관한 의견은 무엇인지? 관객들이 그것에 어떤 의도를 갖고 접근하면 좋을지?

박서은 : 우선, 저희는 ‘사라지다’라는 말의 의미를 ‘쌓인다’로 해석하였습니다. ‘공간은 사라지지만 우리가 품고있는 기억은 그대로 쌓이기 때문에 새롭게 생성되는 도시가 좀 더 많은 고민을 거치고 구성되어야 하지 않을까’라는게 우리의 제일 큰 생각이었어요. 인간이 도시 발달이나 진화에서 무책임해지지 않고 내가 살 도시의 생성을 고민해나가야 하지 않을까를 생각해야 되겠습니다.

김시연 : 사실은 파트8에서 갑자기 존재의 이야기를 한 것이, 우리가 형이상학적으로 생각했을 때 눈에 보여지는 것만 존재로 여길 수 있잖아요. 근데, 마지막에 둔촌동의 풍경들을 생각해 보니까 멜랑꼴리해지기도 했지만 한 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2015년 응암동에 이사를 왔을 때, 겨울이었고 재개발이 한창이었는데, 웬 떠돌이 요크셔테리어가 길을 잃고 역주행으로 차도를 달려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광경을 본 장면이 뇌리에 깊게 남아 있거든요. 다시 둔촌동의 현수막을 떠올려 보면 재개발이 될 때 반려동물을 대하는 스탠스가 지역마다 다른 것이 자본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합니다.

 

음악이 강렬했고 감정적인 동요을 불러 일으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은 어떻게 선정하셨는지?

김시연 : 갑자기 생각난 것인데, 화면의 프레임레이트가 안맞아서 버드아이뷰 숏에서 블랙화면이 끼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음악의 경우에는 불완전한 음악을 주로 만드는 정재연 작곡가라는 분이 있어요. 그 분과 작업하였고, 음악 소리를 키운 이유는 불편함을 유도하고 싶었던 것이 맞습니다. 정확히 보셨네요. 그 곡은 ‘한숨’이라는 곡이고 2대의 피아노로 연주되었어요. 중간중간 사운드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음악을 통해 감정선이 말보다 더욱 잘 표현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존재에 대한 노스텔지어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음악도 사용했습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도시의 유목민이 되는 것에 대한 긍정으로 결론이 난 것인가요?

김시연 : 결국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슬픔도 기쁨도 아니고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서은 : 질문 받기에 앞서 들려 드리고 싶은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집주인과 세입자가 등장하는 씬이 있는데요. 집을 자신의 형제들이 여러 채 사서 재건축되며 수억의 차액을 얻게 된 집주인 분이 부끄러움에 인터뷰를 꺼려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어요. 또 제가 다니면서 느낀 것들, 오늘도 그렇고. 사는(Living) 집과 사는(Buying) 집에 대한 시선이 모두 다르고, 살았던 사람들은 아쉬움이 있는 반면에 파는 사람들은 속시원하고 후련한 감정이 교차를 하는 거예요. 응암동에서도 보상을 잘 받고 떠난 동네는 대기의 기운이 어딘가 풍족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게 사람들이 떠난 곳이 후련해 보이는 곳이 있는 반면에, 용산처럼 살던 사람들이 치열하게 다투다가 떠난 곳들은 방문해 보면 안타깝고…. 그 곳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어도 공간이 품은 기운이 얘기를 다 전해 주는 듯 하더라는 그런 얘기를 해 드리고 싶었어요.

 

관객 1 : 영화 속에 인용된 화학전에 대한 구절의 출처가 어딘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박서은 : 한 도시학자가 쓴 책에서 인용한 구절인데 정확한 저자의 이름은 제가 검색해본 뒤 알려드릴게요. 화학전에 관련된 문장임에도 제가 그 부분을 인용한 이유는 그 때는 공기 자체가 살인 무기로 작용한 것이어서 대기 자체가 공포를 불러 일으켰지만, 지금은 인간이 만들어낸 정서적 공기나 물리적 공기 그 모든 게 공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도로 인용한 문구였습니다.

 

관객 2 : 공중샷에서 화면이 뚝뚝 끊기는 현상이 보였습니다. 의도하신 것인지?

 

김시연 : 출력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내일은 체크 후 상영하겠습니다. 원래는 유려한 무빙의 영상입니다.

박서은 : 관객이 의도적인 연출로 해석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김시연 : 작품을 만드는 것은 저지만 공개 이후 해석은 관객의 몫이라 생각합니다. 촬영에 드론을 많이 사용한 이유는, 저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호흡하는 자연 그 자체가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폐허나 방치해 둔 내추럴한 공간이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볼 수 없었던 뷰에서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관객 3 : 장기간 작업하셨다고 하셨는데, 처음 기획부터 결말을 생각했었는지, 아니면 작업 도중에 결론이 달라진 건지가 궁금합니다.

 

박서은 : 결론을 짓고 시작하진 않았어요. 건축으로 시작했다가 사람과 도시의 데이터로 서사가 옮겨가면서, 시간과 공간의 몫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아보고 싶었어요. 또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어요. 사라진 공간들이 존재로 내 옆에 잇는 게 아닐까 하는. 그래서 X의 대사가 등장하는 거에요.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우리는 여기에 있다’고 얘기하는 그 수많은 시간과, 개체와, 개인과, 그들의 기억들이 다 쌓이고 난 다음에도 우리가 이동하는 곳은 결국 집이라는 것이 긴 촬영 동안 얻어낸 결론이었습니다. 긴 작업이었지만 일종의 답을 찾아가는 여행 기록 같은 영상이었습니다.

김시연 : 저는 프랑스에서 공부를 했는데 프랑스는 건물을 함부로 철거하지 않더라구요. 한국에 돌아와 보니, 건물을 부수는 광경을 많이 보았는데 그게 고통이었습니다. 또 이렇게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들이 많은데 왜 내가 발 뻗고 잘 공간은 없지 하는 의문에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답변 감사하고, 모두들 참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취재 │ 안진영 루키

 
사진 │ 김하영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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