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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GT] 한국 단편 5: 장르의 가능성 Ⅱ
NeMaf 조회수:3394 추천수:9
2018-08-22 17:31:23

8월 21일 오후 5시 인디스페이스에서는 한국 단편 5 장르의 가능성Ⅱ 프로그램을 통해 <360˚의 구름>,<그냥 걷기>,<contrast of yours>,<#cloud>,<303끝없는 밤> 총 5개의 작품이 상영되었다. 그 중, <contrast of yours>의 이은희 작가, <#cloud>의 백종관 작가, <303 끝없는 밤>의 정지나 작가가 GT에 참여하여 작품 소개와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날 진행은 안예지 모더레이터가 맡았다.

 

 

이번 장르의 가능성 섹션에 있는 작품들은 본인만의 고유한 영상언어적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들로 묶여져있었는데요. <Contrast of Yours>의 이은희 작가님, <#cloud>의 백종관 작가님, <303 끝없는 밤> 정지나 작가님 모셨습니다.

간단하게 작품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은희: <Contrast of Yours>의 이은희입니다. 작업에 대한 설명을 드리자면 영상 안에서도 설명된 것처럼 최근에 안면 인식 기술을 사용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것에 인지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영상입니다.

백종관: <#cloud>를 만든 백종관입니다. 벌써 오래전 일인데 2016년 어떤 무용수 겸 안무가 겸 퍼포머인 지인이 있었어요. 그분께 자신의 공연을 촬영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는데, 그분은 단순한 촬영을 원하셨지만 제가 그분의 안무를 보고 촬영디자인을 하여 작업을 하게 했습니다. 그 후에 무용수나 안무가분들하고 협업을 하게 되었는데, 그분들이 하시는 말이 자신들의 공연이 끝나고 휘발되는 것이 아쉽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영상으로 재현되는 공연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가 그 고민을 특이한 방식으로 구현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개념과 아이디어들이 구름에 수증기가 모이고 비가 내리듯 하나의 작품으로 가도록 만든 작품입니다.

정지나: 안녕하세요 <303 끝없는 밤>을 감독한 정지나라고 합니다. 뒤에서 보셨다시피 많은 스텝 분들이 함께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버스 안에 있는 소녀로 시작해서 조금씩 이야기를 확장해나가는 방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정지나 감독님께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303 끝없는 밤>을 봤을 때 충격적인 이미지들이 계속적으로 배치됩니다. 그 이미지를 통해서 저희가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는데 동시에 이해할 수 없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사 없는 이미지들의 나열이 어떤 의도인지 알고 싶습니다.

정지나: 제가 풀어내는 방식이 극영화, 장르 영화와는 다르기 때문에 받아들이시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여러 실험적인 이미지를 나열하고 관객들이 판단하시고 느끼실 수 있도록 했어요. 아무래도 영화다 보니까 컷들이 서로 부딪히며 각 이미지와는 다른 의미들이 생긴 것 같아요. 제가 편집했지만 저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달라서 이미지 실험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관객분들이 느끼시는 대로 느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네마프에서는 주변부, 소외된 것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대안적인 것에 집중하는 작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은희 작가님의 <Contrast of Yours>에서는 권력 중심이라고 할 수도 있는 감시시스템에서 인식되지 못하고 거기에서 벗어난 실존인물 4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네마프와 성격이 잘 맞는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계기로 소외되거나 중심에서 벗어난 주변부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은희: 계속 영상을 만들었었는데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디지털 매체 작업을 하면서 감시 권력체제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으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찾는 것이 오히려 감시를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보았습니다. 더 이상 얼굴을 가린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다른 식으로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나오는 네 명의 인물들은 어떻게 찾으셨나요.

이은희: 충분히 논란이 됐었던 이야기들입니다. <hp 컴퓨터는 인종차별주의자야> 부분의 ‘데쉬’라는 인물도 당시 화제가 많이 되었고요. 찾기 어려운 사례들은 아니었습니다.

 

 

 

<#cloud> 백종관 감독님께 질문 드리겠습니다. 영상 속 사람들 사이에 버퍼링이 생긴 것처럼 끊기는 현상이 있잖아요. 확대해석 일 수도 있겠지만 ‘클라우드 안에서 데이터를 다운 받았을 때 버퍼링이 생기는 현상을 표현한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목에 이러한 의도가 있나요?

백종관: 그런 의미와도 유사합니다. 구름이라는 이미지를 다룰 때 쓰였던 기표가 지금은 디지털 디바이스(클라우드 서비스) 를 쓸 때도 사용된다는 점과 과거의 것을 재현하지만 여전히 그것의 존재에 대해 말하기 힘든, 하지만 동시에 나타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제목을 착안했습니다. 어떤 이미지나 영상에 대해 말할 때면 인덱스, 지표성 등을 얘기하잖아요. 하지만 결국 이런 건 다 과거이고 존재하지 않는 곳에 있는 것입니다. 잡히지는 않지만 실재가 있는 이 구름의 성질도 그렇거든요. 이러한 구름의 메타포가 흥미로워 제목으로 정하게 되었습니다.

 

 

 

관객1: 정지나 감독님께 질문합니다. 영상의 다양한 사물들과 여러 가지 상징성이 깃들여 있을 것 같아요 양을 보고 종교적 이미지를 느꼈는데 이 양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요?

정지나: 이 이야기에서는 소녀가 사회적인 규율과 종교에 억압됩니다. 사회에서 돌봐줘야 할 사람이 받는 억압을 표현하려고 이러한 이미지를 가져왔어요. 일반적으로 양은 순종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런 순종에 대항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등장시켰습니다.

 

 

 

관객2: 백종관 감독님께 질문합니다. 무대 위에서 실제로 진행되는 공연을 영상으로 담아내려면 둘의 성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작업을 하면서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백종관: 저와 퍼포먼스 협업을 하는 사람들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의뢰를 받은 작업일 경우에는 의뢰자의 요구에 전적으로 따릅니다. 하지만 제가 기존에 하고있는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순간순간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중점적으로 둡니다. 질문에 첨언을 하자면 제 영화에 주로 나오는 장면은 재작년 가을에 완성했어요. 작년에 후쿠오카에서 설치 영상을 만들던 와중에 ‘과거에 있던 것을 어떻게 재현해야 하는가’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때 떠오른 아이디어는 느슨했지만 묵혀두고 있던 숙제를 해결하듯 작업해나갔습니다.

 

 

 

관객3: 정지나 감독님께 질문 드리고 싶어요. 감독님이 영화 속에서 소녀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묻고 싶습니다.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이미지들이 많이 나오는데, 공포적으로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소녀를 탐닉적인 육체적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는데 그 의도가 궁금합니다.

정지나: 소녀는 그 공포 속에서 벗어나기를 바랬지만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죠. 뫼비우스처럼 고통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소녀에 대한 감정을 담기 보다는 소녀의 시선을 객관화해서 만들었어요. 오히려 그녀를 객관화시켰기에 영상 속의 다른 이미지들이 소녀의 마음을 더 잘 보여준 것 같아요. 소녀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소녀를 객관적인 존재, 흔히 그 나이 또래에 있을 수 있는 객관화된 대상으로 두었어요. 경계선에 있는 시간, 아이와 어른의 사이에 있는 혼란, 사회적인 사람들이 보는 시선 이런 것들 속에 있는 어떤 경계인으로서 말이죠. 소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과도한 관심 같은 것을 카메라로 비췄습니다. 그런 육체성이 소녀에게도 적용되는지는 저도 방금 관객분의 이야기 듣고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소녀에게 그런 육체성을 많이 주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관객4: 이은희 작가님께 궁금합니다. 중간에 권력체계에서 인식되지 못하는 얼굴들을 관상학자에게 가져가 관상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은 왜 넣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은희: 무언가를 예측하거나 알고자 하는 게 기술의 기반이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것이 관상학과 비슷한 욕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테크놀로지가 없었던 때에 ‘이런 얼굴이 어떻다’는 게 지금의 안면 인식 시스템과 닮았다고 생각해서 넣게 되었습니다.

 

 

 

관객5 이은희 작가님께 질문 드립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 간의 차이를 찾아내고 뚜렷하게 구별한다고 생각하시잖아요. 그러면 감독님은 흐릿함이 대안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이은희: 대안을 찾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냥 작품을 하며 혼자 생각하게 된 것인데 흐릿해서 잘 보이지 않게 만들거나 어떤 기술이 홀로 무언가를 결정짓게 하지 않게 하는 것이 대안 중 하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답안이다’라고 할 수는 없고요.

 

 

기록 | 이혜진, 홍수진 루키

사진 | 김진우, 전해라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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