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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GT] 한국 장편 1 <남자, 화장을 하다: 아이 원트 제로지>
NeMaf 조회수:1947 추천수:2
2018-08-17 12:18:56

 

8월 16일 오후 7시 30분 인디스페이스에서 [한국 구애전 장편] 중 첫번째 영화인 현영애 감독의 <남자, 화장을 하다 : 아이 원트 제로지>가 상영되었다. 상영이 끝나고 현영애 감독, 제로지 보컬 김병삼 배우가 자리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나눌 수 있었다. 이날 GT는 미술 비평가 이양헌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젊은 분들이라면 익숙하지 않은 장르라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장르음악이나 헤비메탈에 친숙하는 않은 분들이라면 80년대 한국에도 중성적, 키치적 생산자가 있었다는 점에 놀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영상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이 세가지 있었는데 첫번째는 영상 맨 처음에 윤정미 작가의 작품 <핑크, 블루 프로젝트>입니다. 핑크 프로젝트, 블루 프로젝트로 ‘정체성이라는 것을 어떻게 획일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가’ 라는 주제 였고 두번째는 퀴어 퍼레이드 세번째는 뉴페미니즘을 촉발 시켰던 강남역 살인사건의 추모 공간이 나오게 됩니다. 이 작품이 결국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이야기 하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고 느꼈습니다.

제로지라는 생산자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현영애: 젠더 이분법에 늘 불만과 답답함이 있었어요. 한국 남성의 보수적이고 획일성인 부분이 지루했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글램락을 하는 외국 밴드에 관심을 가지던 중 제로지를 접하고 팬이 되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글램락이 쇠퇴하는 현실이 슬펐고, 젠더와 메탈씬의 이야기를 둘다 좋아했기에 제로지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김병삼선생님이 하신 이야기 중에서 신촌에서 공연을 하러 나갈 때 학생 운동을 하는 이들과 다툼이 일어났다는 부분이 흥미로웠습니다. 80년대라고 하면 군사정권에 대한 도전, 학생 운동, 반미 운동만이 기억에 남았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생각을 가진 이가 많은 점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병삼: 저는 제가 음악을 한 것도 운동이었다고 생각해요. 제 음악은 가창불량으로 방송에 금지곡으로 판정이 났었는데, 노래 같지 않다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앨범을 내고 라이브활동을 했어요. 노래를 통해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비판했습니다. 꼭 화염병과 피켓, 전경과의 싸움만이 사회운동이 아니라 우리 같은 사람도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는 것도 민주화에 이바지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영애: 덧붙이자면 우리 나라의 언더그라운드 문화, 다양성의 문화는 아직도 뒤쳐져 있어요. 진보적이라고 말하는 부류의 사람들도 그들의 편견에 의해 문화, 인권 의식은 아직 더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니 최근 안희정 판결이 생각나는데요. 80년대 시민운동, 학생운동을 하던 학생들이 90년대에 이르러 정치권에 편입되며 결국 정형적인 남성이 되어 버린 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현영애 감독님은 이전 작품 <서둘러 천천히>를 포함해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다루었습니다. 음악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현영애: 음악을 너무 사랑했어요. 음악을 동경하고 삶에 영향을 많이 주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음악이 소재가 되고 음악을 통해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김병삼 배우님은 새로운 멤버들과 제로지로 재결성하게 되었는데요. 이전과 현재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김병삼: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180도 다릅니다. 그 당시에는 락스타가 아이돌이었습니다. 굉장한 인기를 구사했죠. 지금은 전혀 다르기도 합니다. 아쉬운 점은 해외에서는 아티스트와 마니아들이 함께 나이를 먹어갑니다. 서로의 문화가 계속 공유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단절되었다는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공연하는 모습을 보며 당시 스타일과 동시대의 유니섹스 패션이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정체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페미니즘이슈가 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흥미로웠던 점이 있나요?

현영애: 저는 아름다운 남자를 보는게 즐거웠는데 남자들은 어땠을까라는 부분이 늘 한편으로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인터뷰에 남자가 많아요. 이야기를 들어보니 남자들도 이런 아름다움을 좋아했지만 ‘남자는 저런 거 좋아하는 거 아니야, 강해야 해’ 이런 고정관념에 혼자 집에서만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남자들도 가부장에 분노하고 자기 안의 여성성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병삼배우님은 앞으로도 활동을 계획하고 계신 건가요?

김병삼: 힘 닫는데 까지 계속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아들, 둘째는 딸인데 둘 다 음악을 하고 있어요. 제가 원한 바는 아니지만, 아이들은 아버지가 락스타였다는 자부심이 큽니다. 그래서 해야할 이유가 극명해졌어요. 제 주변 뮤지션은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음악도 변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각자 자기가 낼 수 있는 색과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시기의 트렌드를 다 따라간다면 역사가 과연 존재할까요? 관객이 있든 없든, 그 음악으로 먹고 살든 아니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객1 : 80년대라면 남성성과 여성성의 편견과 거부감이 지금보다도 컸을 시기인데 의상과 화장에 신경 쓴다는 점이 멋있었습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김병삼: 예전에는 해외 뮤지션을 접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지금처럼 유튜브나 음반 유통이 빠르고 쉽지 않아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통제를 받기도 했어요. 그래서 잡지 등에서 이를 보며 희열과 대리만족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시작하는 순간 당연히 저도 그렇게 꾸며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국악을 하는 사람이 한복을 입듯, 저도 머리를 기르고 의상을 만들고 구했습니다. 의상을 구하기가 힘들어 일본까지 가서 구하기도 했었습니다.

 

 

 

관객2 : 화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남성의 여성성, 여성의 남성성을 의도적인 편집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글램락의 화장은 젠더에서 볼 수 있는 화장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싱싱밴드의 예를 보면 완전히 여성화가 되어 노래합니다. 이것은 티렉스, 데이빗 보위와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도적으로 젠더의 대비를 강조 시키신 건가요?

현영애: 학생운동과 모스크바의 군중 신만 대비적으로 나타내고자 했어요. 같은 시기에 다른 문화적인 현상이 있음을 의도했고, 다른 부분은 대비가 아니라 지속성을 더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글램씬이 계속 지속 되는 것, 그리고 그 안에 다양성이 있고, 내면에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른 영화제에서는 화려함 까지 남자가 가져가야 하는 것이냐고 보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남자도 화려함과 화장을 할 수 있고 여자도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대비보다는 어떠한 성질을 가질 수 있는 지속성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정체성이라는 문제가 아무리 진보적이게 되더라도 사람은 자꾸 내 안의 틀에 맞추려는 행동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현영애: 탈 코르셋 운동이 유행이에요. 저는 극단적으로 틀을 만드는 것 자체는 지양합니다. 남자는 화장을 하면 안되고 여자는 의무적으로 해야하고, 이런 틀을 깨고 싶었습니다.

 

 

 

관객 3 : 음악은 계속 영향을 받고 피드백을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하고 노래하면서 영향과 영감을 어디에서 받나요?

김병삼: 어린 시절에 비해 많이 변했어요. 동물 농장만 봐도 눈물이 나거든요.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감성이 더 맑아진 것 같아요. 많은 곳에서 영향을 받고 음악적인 부분은 원래 제로지의 색에서 벗어나지 않는게 목적입니다. 앞서 말했듯 본래 지니고 있는 색을 유지하되 완숙미를 보이고 싶어요. 다작보다는 한 곡, 한 곡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요. 여러 번 재 녹음하고 가사 속 단어도 신중히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김병삼배우님과 같은 음악에 접근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요?

김병삼: 락과 헤비메탈의 강점은 역시 라이브입니다. 제로지의 음악을 유튜브에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과 현장감은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라이브에서 느껴지는 사운드와 압도감 때문에 관객들이 공연장에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라이브로 보시는 게 뮤지션들이 하고자 하는게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록 | 이혜진, 홍수진 루키

사진 | 김진우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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