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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정범연 감독
NeMaf 조회수:2833 추천수:3
2017-08-18 22:55:36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 얼마 남지 않은 무더운 여름날. 홍대에 위치한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정범연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프랑스에서 영화와 작곡을 전공으로 했던 정범연 감독은 2013년부터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기술감독으로 함께하고 있다. 최근 VR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던 그는 이번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대안장르:버추얼리얼리티아트특별전X’에서 <의자>를 상영하게 되었다. 그의 상영작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와 작곡을 함께 전공하셨습니다. ’대안장르:버추얼리얼리티아트특별전X’에서 감독님의 작품 이 상영되는데요, VR전시인 만큼 사운드에도 각별히 신경을 쓰셨을 것 같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배경음악의 작곡을 직접 했었어요. 마야 데런(Maya deren)의 오후의 올가미(meshes of the afternoon), 1943년도에 제작된 이 영화를 좋아하는데요. 이 영화가 이번 <의자>의 음악작업을 하면서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이번에 상영하는 <의자>의 줄거리에서도 주인공이 벤치에 앉아 있다가 우연히 공연 전단지를 나눠주는 베트남 아르바이트생에게 홀린 듯이 따라가는 장면이 있어요. 특히, 회전계단을 뒤따라 올라가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 곳의 음악을 잘 들어보시면 감상이 더욱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가 호치민 연극영화대학과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과의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베트남 호치민에서 촬영을 했었어요. 촬영하면서 느꼈던 게 한국과 베트남의 정서가 비슷한 부분이 많더라구요. 그리고, 역사속에서도 한국과 베트남은 그 관계가 깊죠. 이번 작업이 한국배우들과 베트남배우들의 화합, 더 나아가서는 양국간의 화합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너무 한국적인 음악에만 치우치지 않고, 그렇다고 베트남 음악이 아닌 두 나라의 음악을 어떻게 하면 동시에 표현할 수 있을까를 고민을 많이 한 것 같습니다. 고민한 만큼 그 부분이 잘 표현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몽환적이면서, 한국스러운, 그리고 베트남스러운, 그런 음악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런 부분을 신경써서 작업했다는 것에 유념하셔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VR과 영화를 접목하게 된 계기와 이유는 무엇인가요?

VR(가상현실)매체는 이전에 전혀 없었던 것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되고 시도되어 왔어요. 최근까지도 VR은 시뮬레이션 교육용으로 많이 활용됐었죠. 최근들어, VR은 영상기술의 발전과 매체의 관심도가 가세를 해서 크게보면 2010년도 부터 그 영역이 많이 확장되고 있고, 2015년 초 시리아내전을 체험하는 VR저널리즘이 널리 알려지면서 VR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이 제기되었고 장르 또한 다양해져 가고 있습니다.

 저는 VR과 영화의 관계가 사실은 독립적인 경계가 아니라 프레임의 확장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스크린에서 점점 더 넓게 보자고 하는 욕망은 계속해서 이어져 왔습니다. 렌즈로 얘기하자면 인간의 시야각은 정면을 쳐다봤을때 28mm정도까지 볼 수 있습니다. 생각했던것 보다 꽤 광각이죠. 그래서 과거의 프레임레이쇼(frame ratio)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현재의 대안적인 영화들에서는 프레임의 다양한 변화를 시도합니다. 그런 프레임에 따른 관객들에게 전해지는 감정선을 잘 활용하면 더 좋은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이런 화면비율에 관심이 무척 많아서 프레임을 반대로 축소시키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요, VR은 그런 프레임의 경계를 허물었다고 보면 됩니다. VR 같은 경우에 2D와는 달리 360도가 다 열려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표현에 있어서 더 많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고, 구성할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작품을 2D로 찍을 때와 VR로 찍을 때 어떤 점들이 달랐는지 궁금합니다.

앞선 질문의 대답에 연장선인 것 같아요. 2D 같은 경우에 현장에서 스텝들 모두가 카메라 뒤로 숨어요. 그러면 완벽해지죠. 관객분들도 프레임에 가려진 현장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이럴 것이다, 하고 상상을 하면서 봐요. 그런데 VR은 상상하는 부분까지 다 보여주는 거죠. 프레임만 생각해도 6배이상 더 늘어나고 컨트롤 해야 하는 대상들이 늘어나는 차이점이 있어요. 그래서 2D와는 다른 새로운 연출법과 포맷을 만들어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배우에게도 기존의 2D와는 다른 연기 디렉팅을 해야 했습니다. <의자>의 공원에서 찍은 첫 씬에도 많은 보조출연자분들을 배치했어요. 그리고 정확히 몇분 몇초에 누구와 누가 여기서 만나야 한다, 이런 식으로 모든 등장인물의 등장과 퇴장의 동선 부분에서 모든 시간적 계산을 완벽하게 짜놓고 했어요. 야외 자체가 연극의 무대가 되는거죠. <의자>를 연출을 하면서 연극의 기본개념을 다시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연극 <관객모독>을 재구성해 작품을 제작하셨습니다. <관객모독>의 어떤 점에 끌리셨나요?

각본은 작년 가을부터 “어떤 주제로 해야 할까”에 있어서 많은 논의가 있었어요. 처음에는 한국과 베트남과의 관계성에 있어서 많은 고민과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언어도 통하지 않고 정서 부분에서 교류가 없었던 한국과 베트남 배우들이 어떻게 하면 이 프로젝트에서 어우러지고 화합을 할 수 있을까, 에 중점을 두게 되었습니다. 시나리오 수정도 계속해서 있었구요, 많은 고민과 논의 끝에 '관객모독'이라는 연극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관객모독’ 연극의 원작은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건을 벌이는 배우, 사건을 관람하는 관객의 역할과 위치를 거침없이 비판합니다. 기존 연극의 틀에서 탈피한 실험극입니다. 이런 형식이나 규정 없이 서로 어우러지는 모습이 언어가 다른 그리고 알아듣지 못하는 서로간의 장벽을 없앨 수 있지않을까 생각했구요, 새로운 매체로 자리잡아 가는 VR에도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관객들이 작품을 볼 때 주의 깊게 봐주셨으면 하는 포인트가 있을까요?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저는 <의자>가 야외에서 진행되는 연극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360도로 열려있는 VR의 특성도 그렇고, 영화 후반부에 재구성한 <관객모독> 연극을 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고요. 그래서 연극적인 요소로 전체를 꾸며보고자 했어요. 연극적인 포맷의 VR 연출법이라든지,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동선이라든지, 서 있는 위치나 장소라든지, 어떤 방향에서 등장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퇴장한다던지,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보시면 훨씬 더 재미있는 관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고 앉는’ 행위에 대해 의식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너무나 일상적인 행동이기 때문일 텐데요. ‘의자’라는 오브제에 특별히 주목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베트남 소극장에서 벌어지는 <관객모독> 연극 안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앉아 있으면 편안해지기만 합니다”, “여러분 일어서십시오”, “일어서서는 오히려 역할을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의자>라는 작품안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대사이기도 한데요, 그 짧은 말 안에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있습니다. <관객모독>의 실제 대본을 꼼꼼히 읽어봤는데 한 줄 한 줄이 의미가 되게 깊더라고요. 중요한 말들이 많이 채용되었는데 저는 그 대사가 의자에서 일어나는 행위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언가 하지않으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의자'의 의미가 어찌보면 거창할 수도 있지만, 저항의식도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마치 전구에서 저항인 필라멘트가 없으면 빛이 나지 않듯이 의자에서 일어나는 것 자체가 기존의 틀에서의 저항인 거죠. 그리고 그 행위들이 사건을 일으키고요. 물론 엉망이 될 수도 있지만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서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게 됐어요. 주인공이 벤치에 앉았다가 베트남 아르바이트생을 따라가지 않고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다면 그 뒤의 일들은 일어나지도 않았죠. 그리고 영화 속의 연극 장면에서도 나오라고 했는데 일어나지 않고 계속 앉아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잖아요. 어찌보면, 모든 사람들이 무심코 지나쳐버린 본인의 일상적인 행동인 의자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다시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VR에 흥미가 많이 생겼어요. 이미지 표현의 도구는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왔는데 과거 페인팅에서 1839년 사진으로 그리고 1967년 모니터로 2017년 현재는 새로운 매체에 관한 또 다른 도약의 시기라 할 수 있습니다. 1895년에 영화가 시작되었는데요 대략 100년전인 그 당시의 매체의 변화 분위기와 현재의 분위기가 많이 닮아있다고 봅니다. VR에 대해서 연구를 더 하고 싶고 VR만의 편집 포맷이나 연출방식이나 연기방식을 계속 만들어나가고 싶은 생각이에요. 최근에는 <회색비둘기>라는 작품(별 볼 일 없는 하루 일상을 유튜브에 올리는 유튜버가 평소와는 다르게 VR 카메라로 일상을 찍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페이크 다큐 영화)과 <The Twins>라는 (실제배우들이 연기를 한 것을 촬영, 그것을 리터칭한 뒤 여러이미지들을 콜라주 하는 방식) VR 셀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네마프2017를 찾아주신 분들께, 그리고 네마프2017를 함께 이끌어가고 계신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마프가 인권문제, 탈 장르들을 주로 다루잖아요. 대안 장르, 뉴미디어, 소외권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냈었는데 관객분들도 항상 그런 생각을 잊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런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하고 작품도 관람하고 있어요. 또 올해의 주제가 <말, 분리, 표류의 가능성>인데 다들 뗏목을 타고 표류를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저도 13년도부터 네마프의 기술팀에 참여했는데 계속 표류해왔죠(웃음). 네마프를 찾아주시는 모든분들이 항상 이런 부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는데요 올해도 다양한 문제와 대안적인 것들에 대해 같이 고민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구요, 스태프분들도 좋은 일이니 만큼 여름에 덥고 고생하지시만 모두 조금만 더 힘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VR과 영화의 조합이 아직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앞으로 VR이 다양한 콘텐츠와 접목하여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던 그의 말처럼 영상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 한편 그의 상영작 <의자>는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의 ‘대안장르:버추얼리얼리티아트특별전X’에서 관람이 가능하다.

 

 

 

취재 및 정리 │ 신민정 루키

사진 │ 이자인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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