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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유비호 작가 인터뷰
NeMaf 조회수:3233 추천수:5
2016-08-07 14:25:23


 유비호 작가는 2000년부터 개인전 그룹전 프로젝트전 등을 통해 뉴미디어 아티스트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작가의 작업은 주로 개인과 그 주변 환경(사회, 정치, 자연환경)의 관계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작품 [이너뷰 Inner View] (2015)는 국내 대참사의 당사자 및 가족 8명의 인터뷰로 제작되었다.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시대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물었다.

 

 
[이너뷰]를 작업하게 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로는 저의 내적인 것도 있고 외적인 분위기도 있었어요. 그 두 가지가 같이 묘하게 맞아 떨어진 시기는 작년, 2015년 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적으로는 우울증이 심했어요. 우울증이 개인적인 것도 있겠지만, 작가로서의 것도 있거든요. 작가로서의 우울증이라는 게 개인적인 우울증의 차원을 넘어서는데, 작가로서의 우울증이라면 미술적 활동에 대한 회의감도 있을 수 있겠고.. 시대적인 상황에 대한 고민일 수 도 있겠고.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이 반영된 거죠. 그리고 외적인 상황이라고 한다면 아직 사회적으로 뭔가 치유되지 못한, 여러 가지 마음속에 묻어둔 아픔들이 있잖아요? 큰 사건들도 많았었고?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반영된 된 외부적인 어떤 여건상황..  이런 것들이 제 개인적인 것과 맞물리면서 작년에 제작했던 작업이에요. 그러다 이번 네마프에 다시 발표가 된 거죠. 원래는 공간에 풀어 놓은 래퍼런스가 많았어요. 그것들이 서로 많이 상호작용을 하죠. 그런데 그 중에 하나만 딱 잘라서 왔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다 전달하기엔 개인적으로 좀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작업 내용이 국내 참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가족이나 당사자 분들에 대한 인터뷰라 오히려 저의 목소리보다 이 분들이 이 사회에 하고 싶은 말들을 들려주고 보여주는 하나의 자리가 마련이 돼서 저는 이것도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을 해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재난에 마주해야 하는 자세를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작가도 삶을 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언론과는 다른 거리감을 가지고 있어요. 문제에 대해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는 능동적인 차원은 아니에요. 물론 그런 것들을 사회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요. 작가로서 발언을 해야 될 점들은 사건상황에서 거리를 두고 거기서 좀 더 면밀히 관찰하면서 이 사회가 놓치고 가는 부분들이 과연 무엇인가 라는 것에 고민하고 다른 관점을 얘기를 해줘야 한다고 봐요.
  재난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항상 똑같이 볼 수가 없잖아요. 중요한 건 이런 상황들을 맞이했을 때 문제를 해결해가는 사회 커뮤니티의 성숙도라고 봐요. 성숙도라고 한다면 우선, 인본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서로의 차이는 있지만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서로 아픔을 보듬어 안아 가는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려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사회 자체가 소속된 집단의 이익이나 요구에 조금만 어긋나면 배척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픔을 주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저는 재난을 맞이했을 때의 방식은 가장 중요한 것은 인본정신이고 ‘문제를 다 같이 풀어보자’ 하는 열린 마음과 생명존중을 바탕에 두고 풀어나가자 하는 대화, 그리고 그걸 실천시키는 행동력. 이게 중요하다고 봐요. 어쩌면 지금 상황에서는 이상적인 방식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현실에서 그게 이뤄지지 않으니까 이상적인 말이겠죠. 그치만 먼 얘기는 아닐 것 같아요. 그냥 기본적인 상식으로 생각하면 당연히 풀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렇지 못한 사회의 한계이지 않나 싶어요. 우선은 인본적인 생각 그 다음에 서로 대화로 풀고 그걸 실행하는 실행력 그런 요소들이 중요한 것 같아요.

 


덧붙여 그들을 애도하는 방안에 대해 말씀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제가 인터뷰를 해보니까 한 가지 중요하다 생각한 게 있어요. 오랫동안 서로 싸워왔던 동료들이 어느 누군가의 힘에 의해, 전향을 유도하는 요소들이 있죠. 예를 들면 ‘돈을 얼마 줄 테니까...’ 같은. 그런 유혹으로 함께 하다가 떨어져 나갈 때 느낀 외로움이 힘든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외부의 어떤 조작과 같은 것들이죠. 그런 것들이 싸우는 데에 있어서 힘들고 외롭게 하더라구요. 또, 평범한 사람이 운동가처럼 되는 현실이 문제가 있는 거죠. 사회가 해결해주지 못하니 평범한 주부가 분노에 차서 발언을 하는 건데 운동가처럼 활동을 하고 있어요. 지금의 사회 자체가 불행한 거 에요. 주부는 주부로서 다시 되돌아가고 사회가 그걸 해결해주어야 하는데. 그래서 그 분들이 상처가 깊어요. 불신감이 굉장히 심하고 분노도 많고요. 자신의 딸이 죽고 자기 피붙이가 죽었는데 그걸 사회가 해결하지 못하니까 원한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그걸 당장 사회가 해결해주면 좋지만 그러지 못하니 주변사람들이 잘 귀 기울여주고 마음을 헤아려주어서 이 분들의 정상적인 삶을, 분노를 해결할 수 있게 길을 찾아야하고. 면밀한 관찰과 관심을 가지지고 힘들어도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네마프 올해의 슬로건이 가상의 정치입니다. ‘가상의 정치’와 [이너뷰]의 연결 고리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그건 이제 기획자 선생님의 의도인 것 같은데(웃음) 아마 프로그램 기획자 분이 제 작업과 슬로건에 연결고리가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고.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가상의 정치니까 보이지 않는 정치죠. 보이지 않다‘는 명명백백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고 뭔가 숨겨지고 가려져있는 거죠. 재난이 발생하면 거의 다 인재거든요, 사회의 어떤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일어난 사고니까요. 그걸 해결하지 못한 사회에 가지고 있는 분노? 그걸 은폐하거나 전향을 시키려고 유도하거나 이런 것들이 어쩌면 보이지 않는 어떤 힘들이지 않을까. 이런 속성들이 어쩌면 ’가상의 정치성‘과 연관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좀 드네요. 그래서 연락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을 통해 네마프 관객들이 어떤 것을 느꼈으면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인터뷰 내용이 굉장히 슬퍼요. 마음이 굉장히 아프거든요. 그냥 그 자체로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느끼는 바가 있을 거예요. 아주 큰 비극이잖아요. 당사자들의 삶이기도하고. 그 사람들의 인터뷰 내용이나 감정을 듣고 추적하다 보면 사람인지라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인간적인 연민이나 이 사회가 포용하지 못하는 어떤 한계라던가 자연스럽게 느낄거라 생각해요. 그리고 요즘 사람들도 언론이라든지 매체를 통해서 알테구요. 그래서 그걸 꼭 ‘공감해야 된다’라고 강요적으로 하면 오히려 더 역효과가 날거라 생각해요. 그냥 한 인간으로서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말들에 경청해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봐요. 이념적인 거나 능동적인 어떤 으쌰으쌰하는 힘을 가지고 큰 여론의 관점으로 보는 게 아니라 말하는 당사자 개개인의 비극적인 삶의 아픈 이야기를 듣는.. 듣는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듣고 으쌰으쌰 해야 된다고 생각은 안 해요.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앞으로의 작업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주 커서 어떡하지? 엄청 큰 얘긴데.. 쉽게 설명하면 실존적 소설과 리얼리티와 그 다음에 약간의 마술적 사실주의와 남미문학이 가지고 있는? 그런 요소들을 가지고 좀 영화적 언어, 영상적 언어로 작업을 좀 더 할 것 같아요. 아주 서사적으로. 큼직하게.

 


 대형 참사들의 인터뷰를 작품으로 만든 유비호 작가는 인터뷰 내내 으스댐 없이 차분히 생각을 전했다. 작가는 사회적 재난의 고통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아픔이라 말했다.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작가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제안하고 있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 라는 말이 있듯이 작가는 듣기를 통해 우리 모두가 함께 멀리 나아가기를 소망하고 있다. 이번 네마프기간 동안 유비호 작가님의 매세지가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닿기를 희망한다.

 

 

2016.07.26

 

취재 │ 정솔지 최상규 루키
기사작성 │ 정솔지 루키
사진 │ 강보람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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