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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18] 463 - Poem of the lost(권아람)-김소연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4030 추천수:7 222.110.254.204
2018-08-29 17:13:30

태국에서 발견된 문서에 적힌 내용을 근거로, 463명의 위안부들의 흔적을 따라가는 작품은 무언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덜그럭거리는 태국 열차를 타고 담담히 그녀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태국의 평화로운 정경들과 함께 그녀들의 흔적을 따라가 마주한 장소들은 그때의 황폐한 기억을 오롯이 지니고 있던 곳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수용소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장소들로 변했다. 
지난 세월들과 함께 처참했던 기억들을 지니고 있던 장소들 역시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 시절 그곳에서 자랐던 자국민들에게 묻는다. 그들의 기억은 어떨까?
그들의 기억에서 그 시절은 어느새 빛이 바래 버렸다. 위안부라는 이름은 그저 어린 날의 추억에 엑스트라 같이 존재할 뿐이다. 어떤 이들은 아예 이들을 모른다고 한다. 이 한국 여인들을 게이샤라고 칭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그들에게 그저 남성들의 유희를 위해, 대가를 받고 일하는 하나의 직업으로만 보였던 것일까? 어린 소녀들과 여인들이 강제로 혹은 어려운 가정 살림에 돈을 벌게 해준다는 속임에 넘어가 타국에서 입에 담지도 못할 몹쓸 짓을 당했다. 일본군들의 사기를 돋운다는 일념 하에 그들은 인격이 박탈당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남은 그녀들에 대한 기억은 그저, 어여쁜 일본식 옷을 입은 여인들, 유희를 위한 게이샤일 뿐이다. 
이들과 상반되게 등장하는 것이 악몽 같은 기억에 대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기록들이다. 빛바랜 그들의 기억들과는 상반되게 그녀들의 기억은 어제 일처럼 상세하다. 조국에 돌아가지 않고 타국에서 오랜 세월 거주하게 되면서 모국어는 잊었지만, 그녀의 그 당시 기억만큼은 누구보다 명확하다. 
그저 먼 옛날의 추억을 회상하듯, 이야기하는 그들의 악의 없는 발언들은 그녀들의 고통을 기억하는 이들에겐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진다.
그저 그들의 인터뷰와 특정한 장소들을 담았을 뿐이지만, 감독은 관객들에게 그녀들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기억은 세월이 지날수록 퇴색되고, 너무 많은 범위의 일들을 추억이라는 틀 안에 가두려 한다. 환기시켜야 한다. 잊지 말아야 할 기억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를 인식하고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복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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