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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GT] 한국 단편 6: 젠더와 네러티브
2018-08-20 16:06:36
NeMaf <> 조회수 1194

8월 20일 오후 7시 30분 인디스페이스에서는 '한국 단편6: 젠더와 내러티브' 프로그램을 통해 <꽃과 거짓말>, <관찰과 기억>, <뱃속이 무거워서 꺼내야 했어>, <통금> 이 상영 되었다. 이어진 GT 시간에는 네 작품의 감독이 모두 참석하여 관객과 함께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활발히 의견을 나누었다.

 

 

 

설경숙 : 네 작품 모두 다른 형식으로 된 작품들이지만 전부 여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사회적 미명 하에 여성의 욕망을 억누르고 있는 기제들을 말씀하고자 하는 작품들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먼저 감독님들께 한 질문씩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꽃과 거짓말> 감독님께, 영화 속에서 성관계에 대해서 흔히 나를 속이고 있는 말이라는 걸 자주 듣게 되는데. 성관계에 있어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계속 꽃을 보여주셨는데요. 꽃과 나비, 수동적으로 수정하는 꽃의 입장을 보여주시면서 상투적인 성관계 속의 젠더 역할을 뒤집고 그 안의 거짓말을 보여주셨어요. 꽃을 여성이라고 표현하신 이유가 무엇일지 설명 부탁 드립니다.

심혜정 : 꽃이 성기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의미도 있었구요. 공동작업을 같이 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꽃의 생존 방식은 성기를 드러내는 방식인데 수동적이라고 보이지만 사실 그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거죠. 우리도 이데올로기에 의해 그렇게 말을 하고 있지만 어쩌면 거짓말이지 않을까, 거짓말이 어떻게 왔다갔다 하는걸까 하는 말놀이를 하고 싶었습니다.

 

 

 

설경숙 : <관찰과 기억> 은 실제 사건에 기반을 둔 작품이신가요? 작품의 동기가 궁금합니다.

이솜이 : 네. 실제 기반이구요. 다큐멘터리임과 동시에 실험을 하려고 했습니다. 실제로 겪었던 일들이 시나리오화 되었을 때 캐릭터화 되고, 터트려야 하는 서사적 지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겪은 것은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파편적인 것 같아요. 기억하고 잊는 것을 계속 반복하게 되니까요. 한 공간 안에서 다른 것들이 혼재되고 있는 것을 만들어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해서 만들어보게 되었습니다.

 

 

 

설경숙 : <뱃속이 무거워서 꺼내야 했어>는 어머니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보이는데. 어머니의 고통에 대한 대물림을 이해하고자 한 시도라고 보여지기도 해요. 작품 이후에 변화된 것은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조한나 : 서로 거리를 이해하는 것들이 저는 전보다 더 좋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서로에 대해서 모르고, 이해를 못했다면 지금은 나쁜 말이지만 알고 하는 말이잖아요. 다만 전 화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전에 있던 좋은 상태로 돌아가는 게 화해인데, 일단 이전에 좋은 상태가 없었고, 돌아가려고 해도 이전의 상처가 있으니까요.

 

 

 

설경숙 : <통금> 작품은 많이들 웃으셨던 작품인데요. 친구끼리 대화를 하면서 통금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심헤정 작가님과의 작품과도 분위기는 다르지만 상통하는 게 있었어요. 사회적인 거짓말들, 보호라는 이름의 억압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이 인상적이었죠. 대화 장면에서 무언가 먹으면서 진행하신 면이 식욕을 표현한 부분인 것 같은데,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소람 : 사실 의도하지는 않았어요. 같이 인터뷰를 해주는 친구들이 고마워서, 뭐 좀 먹으면서 하자라고 했던 건데 정희진 작가님의 문구와 맞으면서 그렇게 이해되었던 거 같아요.

 

 

 

관객1 : 저는 영화 동시녹음 일을 하고 있는데요. 저는 남들에 비해서 체격이 큰 편이라 저 스스로는 밤거리가 무섭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저보다 키가 작은 남자인 친구들은 밤거리를 오히려 무서워하고는 해요. 그래서 저는 느끼지 못하지만 많은 여성 분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보통의 남성분들이 느끼지는 못하지만 제 친구가 느끼는 두려움이 완전 다른 성질의 것인가, 저는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소람 : 모든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만 성폭력의 1차 피해자는 여성인데요. 여성이 성폭력에 가장 먼저 피해자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밤거리를 무서워하는 공포는 모두 공유하겠지만,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밤거리에 대한 무서움에 더하여 내가 성폭행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나타나지 않나, 여성들의 공포란 이런 것들이 다 포함되어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관객2 : <꽃과 거짓말>에서 꽃 장면들이 계속 나오는데요. 중간에 꽃 이외의 물결도 보이고, 엔딩장면에서는 비가 많이 오는 장면을 선택하셨어요. 저는 소극적이던 욕망이 분출되고 터져나오는 것으로 느꼈거든요. 작품대로 표현하자면 저도 터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어떤 생각으로 연출하셨나요?

심혜정 : 다른 작품에선 하나하나 공들여서 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흐름 위주로 구성했어요. 말이랑 어긋나거나 유사하거나 하는 것들을 이미지와 섞으려고 노력했었어요. 마지막에는 젖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게, 누군가에게 무언가 제공하기도 하지만 자기 몸에서 스스로 차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성적 욕망과도 같다고 의미하고 싶었구요. 엔딩에서는 스스로의 쾌락 뿐만 아니라 세상이 모두 촉촉하게 젖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넣었던 것이었습니다.

 

 

 

관객3 : <관찰과 기억>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봤을 때 한번에 파악되지 않는 편집 방식인 것 같아요. 그래서 두 번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 정도로, 분열적인 편집 방식이라고 느끼기도 했구요. 마지막에 김애란 작가님의 소설에서 어떠한 분위기나 느낌으로만 남아있다는 그 구절에 맞게 정말 감각에 맡겨서 편집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집 구성과 기획을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솜이 : 편집이라는 건 어떻게 직감적으로 느끼신 것 일수도 있는데, 저도 찍는 내내 ‘이게 나왔으면 좋겠다’ 가 확실하진 않았어요. 낚시하는 것처럼 제가 일했던 학교에 가게 됐고, 거기서 동네 아이들이 카니발 페스티벌을 구경하는 장면을 우연히 마주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장면 하나하나는 제가 한 공간 안에서 느끼는 감정과 닮아있을 때 제가 푸티지로 채집한 것이구요. 맨 처음 가족끼리 소풍간 그곳이 정말 즐거워서일 수도 있고 정말 우울해서일 수도 있다는 거죠.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계급적인 감정들이 느껴진다는 게 편집과정에서 많이 드러난 거 같아요.

김애란 작가님의 텍스트를 말하셨는데, 증거는 없지만 표정이나 양식으로 남아 있다는 거죠. 그 사람의 표현, 분위기와 양식이 가지고 있다는 걸 함의하고 있고요. 김애란 작가의 텍스트 자체가 젠더적 감수성을 건드리는 텍스트가 아니고 권력적, 위계적인 질서 안에서 교통 사고가 난 상황에서 정교수가 임시 교수에게 ‘너가 했다고 하면 안되냐’ 라고 말해서 덮어쓰고 밀려나는 이야기거든요. 그런 권력적인 내용들을 다루고 싶었고, 개인적인 기억을 통해서 언제, 어떻게, 왜가 아니라 펑퍼짐하게 펼쳐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설경숙 : 남성 관객분이 질문해주셔서 감사하네요. 남성들에게 어떻게 전달이 되는가도 함께 이야기 나눠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관객4 : <관찰과 기억> 감독님께 질문 드립니다. 지금 진행중인 많은 사건이 그러하듯이, 실제 원인이 되었던 문제들도 해결이 안된 채로 자신의 희미해지는 기억만으로 해결 해야 한다는 것을 영화적으로 복기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중간에 현실인지 기억인지를 섞어둔 장면들이 있고, 직접적인 묘사가 드러나는 장면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스크린만을 보고도 느껴졌는데요. 영화 자체가 기억과 함께 존재하는 데에서 심리적인 영향을 어떻게 미쳤는지 궁금합니다.

이솜이 : 복기하기에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죠. 제가 스무살이 되어서 처음으로 알바를 했던 때였어요. 거의 9년 넘는 시간이 흘렀구요. 당시에는 직접적으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제도화된 것이나 어떤 운동 조차도 없었습니다. 이게 내가 정말 예민한 것인가하는 자기반성적인 복기와 반성을 할 수밖에 없었어요. 이런 것들이 진짜라고 이야기하고 성추행이라는 완전한 단어로 이야기할 때,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더라구요. 시간이 지나고 영화를 다시 보면서 뭐가 빠졌을까를 생각했어요. 이게 무엇이다, 라는 말이 없더라구요. 그때 저 혼자서 인터뷰 장면을 진행해서 오프닝장면으로 집어넣었고, 2018년도 작업이 끝난 것이죠.

 

 

관객5 : <관찰과 기억>에서 남자 아이들이 놀면서 쿠폰이 있어야만 놀 수 있다면서 전개가 되는데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넣으신 거 같은데 장면이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권력에 대한 이야기인지, 다른 무언가에 연계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이솜이 : 둘 다 맞구요. 그때 아이들과의 서사적인 사건들이 있었는데 뺐어요. 그 학교 학생이 아니면 잔디깔린 운동장에서 놀지 못하는 그런 학교에서, 제가 학교 직원이기도 했지만 관찰과 제지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거든요. 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계급화되어 있는 걸 어떻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지를 고민한 장면입니다.

 

 

 

관객6 : 조한나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쭈삣쭈삣 서는 경험을 했는데요. 애니매이션 연출하면서 어떤 연출 방향이 있었다거나 에피소드,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는지요?

조한나 : 저는 애니메이션을 공부하거나 누군가에게 배운 사람은 아니에요. 그냥 애니매이션으로 이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고, 그 과정이 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프레임마다 1/3씩 그려가는 게 저에게 고통을 주었는데 그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선택했던 거죠. 누구에게도 도움을 받지 않기도 했구요. 번역 말고는 혼자 그린다는 것, 그냥 이게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설경숙 : 어떤 상처나 기억을 말이 아닌 방법으로 혼자 풀어오셨고. 어머니와 말로 대화하는 방법을 병행하셨는데, 영화에 나오는 상형문자들이 실제로 만드신 글자 같거든요. 말이 아닌 방식으로 대화 했던 것과 내면에서 어머니께 많이 표현했던 것. 그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떻게 느끼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조한나 : 저는 인터뷰를 처음 시작하면서 느꼈던 게, 어머니 앞에서 대면하고 이야기하는 게 처음이라는 거였어요. 용기있게 한마디도 못했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상형문자도 그 문자를 만들어서 일기를 썼고, 그 안에는 욕도 많이 담겨 있었어요. 사실 인터뷰하는 과정 내내 이걸 말로 인터뷰로 풀어내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추구하는 방향과는 다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엄마가 인터뷰로 들려준 말에 대한 대답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거 같아요.

 

 

관객7 : 조한나 감독님 영화 보면서 많이 공감했습니다. 일단 저는 어머니와 말을 많이 하려고 하고, 옛날의 힘들었던 일을 풀어내려고 하는 타입이거든요. 그렇지만 아직도 힘들어요. 어머니도 모성애를 강요 받아 살아 오셨다 보니 힘든 방향으로 진행한 거 아닌가, 저는 그렇게 이해하려고 해요. 그래서 도망쳐 나오고 거리를 두려고 계속 반복합니다. 대화를 하려고 할 때마다 ‘아 잘못된 선택이었구나, 계속 거리를 둬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머니가 사회적으로 정해준 모성애를 받았듯이 저도 첫째 딸로써의 역할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거든요. 거리를 두고 싶고 독립하고 싶지만 딸로서의 역할도 느끼면서 어머니에게 다가가게 되는 그런 경험을 해보신 적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조한나 : 제가 느끼기에 딸로서의 역할은 가족에게 딸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모성애, 여성성를 대물림받는 가장 큰 존재로서의 역할인 것 같아요. 미래의 엄마가 될 사람이 바로 저인 거에요. 여성성이 나약한 느낌이 아니라 더 강하고, 아픈 것이 아니라 나약한 거라는 그런 바라봄이 아닌가 싶어요. 제가 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게 좀 두려운 거 같아요. 대물림 된다는 것이, 다큐멘터리 속 느낌처럼 저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항상 다짐을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알 수 없는 운명을 강요받는 느낌이 있었던 거 같아요.

 

 

 

설경숙 : 작품들을 보면서 제 안의 거짓말을 대면하게 되고, 내면의 관념들을 마주할 수 있었던 작품들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이솜이 : 좋은 질문 많이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재 준비중인 작업은 큰 단어로 이야기하면 ‘군대’, ‘트라우마’ 이구요. 기억이라는 것 자체가 젠더적 이분법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권력적 매커니즘 안에서 풀어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좋은 곳에서 다시 만나요.

조한나 : 저는 뭘 할지 잘 모르곘어요. 여기저기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 처음이어서 많이 떨렸는데요. 감사합니다.

심혜정 : 함께 상영한 다른 작품들이 다 좋아서 재밌게 봤어요. 저는 <욕창>이라는 장편작품을 하나 편집 중이구요. 많이 기대해주시고, 네마프도 응원하겠습니다.

김소람 : 저는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아요. <통금> 막 끝냈을 때는 워킹맘, 모성애, 경력단절 여성 같은 ‘어머니’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인터뷰 섭외가 어려웠어요. 요새는 피해자다움과 정조에 대해서, 화나게 하는 그런 단어들을 찢어버리고 싶어서 시도 중입니다.

 

 

기록│ 이혜은, 전동현 루키

촬영 │ 지서영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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