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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GT] 한국 단편1: 몸짓 영화
2018-08-22 17:34:56
NeMaf <> 조회수 1151

8월 21일 19시 30분, 인디스페이스에서 한국 단편1: 몸짓영화 섹션의 GT행사가 진행되었다. 이 날 GT에는 <rotation>의 김윤지, 문종인 감독, <호접몽>의 이승엽 감독, <봄날>의 오재형 감독, 이선태 배우, <그 책>의 이정식 감독, <풍정. 각(風精.刻) 골목낭독회>의 송주원 감독이 자리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GT행사는 곽창석 모더레이터의 진행으로 이루어졌다.  

 

올해 네마프 예심에서부터 두드러졌던 면이, 내러티브 보다는 다른 측면을 강조한 다양한 포맷의 작품이 많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몸짓, 행위가 두드러지는 작품들을 위해 '몸짓 영화' 라는 별도의 섹션이 만들어졌는데요. 섹션의 이름은 관객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붙여졌고 그렇기 때문에 작품을 온전히 담아내는 제목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감독님들께 질문을 드리자면, 몸짓, 행위를 연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준 부분이 어떤 것이지 궁금합니다.

 

송주원 : 저는 무용가입니다. 안무를 하고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기도 하구요. 저는 도시 장소를 기반으로 한 작업들을 해나가고 있고, 이 작업의 경우 몸짓은 옥인동 재개발 지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옥인동 골목을 무용수들과 다니면서 골목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춤으로 만들었어요. 연습실에서 철저히 무브먼트를 만든 뒤 실제 장소에서 구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방식으로 원테이크 촬영을 하고자 했지만, 구현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더라구요.

이정식 : 몸짓이라는 것에 대해서 고민하고 만든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쓰여져 있지 않은 하얀 종이로 17분의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시각적으로 어떤 것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하얀 종이의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종이를 쓰다듬는다거나 펄럭이거나 하는 동작들을 집어넣어 만들게 된 것 같습니다.

오재형 : 저도 댄스필름이라는 장르를 처음 시도해보았는데요. 몸짓 같은 경우 무용수들에게 따로 디렉션을 주지 않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 라는 책을 주고 직접 표현해보라고 했습니다. 다들 안무가이자 무용수로 참여해 주신 거죠. 이후에 제가 몸짓을 재구성하는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승엽 : 저는 댄스필름을 만들면서, '내가 과연 나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가 궁금했고, 거기에서 영화는 시작했습니다. 가면을 벗고, 벗겨도 또 가면이 있는 모습, 즉 남에게 얼마나 나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가, 그리고 그 모습은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인가, 가면을 다 벗고 난 뒤의 검은 얼굴도 내가 알지 못하는 나의 모습 아닌가 하는 데서 착안했습니다. 박진영 안무가와 함께 상의하면서 안무를 발전시켜 나갔구요.

김윤지 : 인간의 생각, 감정을 몸짓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제가 원래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 동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색감 같은 것들로 그동안 표현을 해왔거든요. 몸동작이나, 시간에 흐름에 의해 변화되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번 작업에서 음악하시는 분과 협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 저는 인간의 신체 중에서 가장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손짓 연기는 옆의 문종인 친구가 맡아서 해주었습니다.

문종인 : 저 손동작을 찍을 당시만 해도 어떤 주제를 할 지에 대해 이야기가 없는 상황이었어요. 항상 무엇을 먼저 정해놓지 않고, 그때그때 표현하고 싶은 것을 하거든요. 달걀들을 손에 움켜질 때마다 손 모양이 전부 달라지는데, 작업을 하면서 손 모양 자체에서 나올 수 있는 표현들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선태 배우님께서는 댄서로서 참여하셨는데요. 표현에 있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이선태 : 오재형 감독님께서 5.18 광주 사태를 예로 들어주셨어요. 제가 그 사태를 겪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구요. 그것을 전제로 두고 그 사태를 겪은 사람의 트라우마 속에 들어갔을 때의 심정과 감정을 최대한 몸짓과 움직임으로, 그 공간과 함께 섞이게끔 표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번 영화는 모두 행위나 몸짓이 주가 되는데, 그 공간 또는 배경을 선택 및 구성하실 때는 어떤 점을 고려하셨는지 궁금해집니다. <r o t a t i o n> 같은 경우에는 심해나 우주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 배경이 있었는데요. 어떤 것을 염두에 두셨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윤지 : 이 영화는 추상적인 주제, 생명체의 진화나 시공간에 대한 세계관같은 것들을 담고 있는데요. 전 3차원의 세계가 아닌 상상 속의 판타지적인 시공간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속 물방울들의 움직임은 물방울 하나하나 색을 입혀 합성을 한 진짜 물의 움직임입니다. 그걸 통해 관객에게 행성이나 빛 덩어리를 연상시키고, 판타지의 시공간으로 넘어가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손의 움직임으로 굉장히 빠른 진화의 단계를 보여주는데, 이건 인간의 시간이 아닌 영원 속의 시간, 인간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 같은 상상 속의 단계들이구요. 꿈을 꾸면 배경이 잘 기억나지 않듯이, 물의 배경에서 다른 배경으로 넘어갔을 때 무의식적으로 상상하고 있던 시공간 안의 이야기들을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어떤 시작의 이미지, 진화의 은유를 담은 작품으로 적절한 배경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이승엽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네마프에게 익숙한 문화비축기지에서 촬영을 하셨는데요, 날것의 이미지와 동시에 인공적인 느낌도 가지고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죠. 어떻게 선택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이승엽 : 이 영화 자체가 현실 같으면서 아닌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많이 공개되지 않은 특이한 공간을 찾고 있었습니다. 제가 촬영했을 때가 문화비축기지 오픈 첫 주였는데, 오픈 전 방문했다가 촬영지로 고르게 되었습니다.

 

 

 

오재형 감독님께 질문드립니다. 왜 광주라는 공간을 선택하셨는지, 또 광주가 감독님에게 각별한 공간인 걸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재형 : 5.18 기념재단이라는 곳에서 매년 기념 음반을 만듭니다. 작년에는 영상과 함께 음반을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셔서, 자유롭게 모든 걸 만들 수 있다는 조건으로 영화 제작을 맡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광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부모님께 관련된 이야기들을 들어왔었고 그걸 언젠가는 영화로 표현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무용수들과 함께 촬영했던 장소들은 폐허의 이미지를 중점적으로 찾아낸 곳들입니다. 새벽 아무도 없는 광주의 거리에 영상을 투사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고 애착이 가는 부분입니다. 마치 제가 광주에 제사를 지내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이정식 감독님께는 공간이 주제와도 많이 맞닿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백색의 공간이 검은색과 굉장히 대비되는데 색깔 선정의 이유와 주제와의 연관성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이정식 : 공간 색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 작품을 시각예술적인 작업으로 방향성을 잡았기 때문에 화이트 큐브의 느낌, 화이트 톤으로 색감을 정했어요.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이 저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서사적인 삶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삶 하나하나를 하나의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이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제가 썼던 글 중에 자존감이 낮은 한 여성이 빗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내용의 글이 있었어요. 그 여성은 자기가 종이라면 빗속에서 녹아내릴텐데, 녹아내린다면 자신에게 쓰인 문장들은 어떤 색으로 녹아내릴까 빨간색일까 파란색일까라고 생각을 해요. 그때부터 낮은 자존감을 해체되는 종이의 이미지로 생각했었고, 내 이야기, 내 책에 대한 작업을 할 때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언젠가는 파쇄되어, 사라질 하얀색의 책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송주원 감독님께는 왜 옥인동이었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쇠락한 골목의 분위기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 꽤 많을 텐데, 왜 옥인동을 선택하셨나요?

송주원 : 먼저 영상의 장소는 옥인동의 재개발 지역입니다. 저희 집이 부암동인데 수많은 골목으로 다니는 걸 좋아해요. 옥인동이라는 곳은 저의 산책길 중에 하나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무용수들이 계단에 앉아있을 때 정면으로 보이는 곳은 1910년대에 지어진 원형이 남아있는 윤씨고택이에요. 서촌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사람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가 된 곳이에요. 메인도로에는 굉장히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데 그 안에 있는 골목들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더라고요. 그 안에도 사람들의 삶이 있고, 따뜻함이 있고, 정서가 있고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도요. 특히나 그 골목에 우리의 삶처럼 울퉁불퉁한 길이 있고 양갈래 길이 있고, 선택을 하면서 가야한다는 것 그런 부분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관객1 : <풍정, 각 골목낭독회> 감독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옥인동에서 공연을 하시고 그것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방식을 취하셨는데요. 퍼포먼스는 일회적이고 사건적인 측면을 잘 보여주는 반면에, 그것을 영상으로 기록했을 때는 영원성과 반복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새롭게 가지게 되잖아요? 영화 끝부분에서 퍼포먼스가 순환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이런 공연과 영상에 상반된 성격에 대해서 의식을 하시고 영상을 만드시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송주원 : 무용이 가지는 특성은 일시성, 한시성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영상이라는 매체는 다시 재생할 수 있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죠. 실제 옥인동은 지금 많이 바뀌었어요. 영상으로 그 시간을 저장한다는 것이 저에겐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영상이 시간을 정지시키지만, 동시에 계속 흐르게 만든다는 걸 계속 생각하면서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이선태 : 무용수들이 캐릭터가 잘 잡혀있는 것 같은데, 캐릭터를 미리 정하고 그에 맞는 장소를 선정하신 것 인지, 또 연습실에서 안무를 짠 뒤 그 안무에 적합한 장소를 정하신 것인지 순서에 대한 부분이 궁금합니다.

송주원 : 우선 골목에 대해서 서치를 많이 했구요. 무용수들하고 골목 답사를 한 뒤 각자의 삶 속에서의 골목에 대한 기억들을 소환하도록 했어요. 그런 기억으로부터 움직임을 만들고, 발전시켰습니다. 그 중에서 장소에 맞는 것들을 선택해서 영상에 담게 되었고, 무용수 각자의 서로 다른 표현을 통해 확장시켜 나갔습니다.

 

 

 

네마프에 참여하신 소감, 마지막으로 한마디씩 부탁드립니다.

송주원 : 저는 원래 블랙박스에서 춤을 추고 만드는 사람인데, 영화라는 프레임안에서 춤이라는 매체를 가지고 저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설레고 특별한 일 같아요. 또 9월달부터 낙원악기 상가에서 <풍정, 각> 시리즈의 1편부터 8편까지의 모든 영상이 붙여진 4시간 반짜리의 영상전시를 준비하고 있구요. 올해 하반기에도 단편을 준비해볼 생각입니다. 춤이라는 매체가 확장되는 과정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고요. 그렇기 때문에 춤이 무대라는 장소가 아닌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이정식 :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다고 느껴져요. 네마프를 통해서 제 작품을 보여드리게 되어서 감사하구요. 이 섹션에 댄스필름이 다섯 편이나 있는지 몰랐는데 다른 감독님들의 영상 너무 재밌었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9월부터 대전에서 공간’구석으로부터’에서 전시를 합니다. 전시보러 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선태 : 저는 재작년부터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되어서, 혼자서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네마프에 감독으로서 참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은 연기도 같이 하고 있는데 영화에 춤을 녹여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9월부터 시작되는 채널A의 ‘열두밤’이라고 하는 드라마에 참여 하게 되었어요.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오재형 : 네마프가 유일하게 댄스필름 장르에 관하여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첫 작품도 네마프에서 상영되었기 때문에 네마프와 인디스페이스라는 이 장소가 항상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편집이 작년 12월에 끝났는데, 이제서야 작품과 거리두기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맘에 들지 않는 부분들이 오늘에서야 보이는 것 같아서 집으로 돌아가서 다시 편집 프로그램을 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승엽 : 저는 영화과를 졸업했기 때문에, 원래는 내러티브 영상에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이번 영상 작업을 하면서 미디어아트나 실험 영상에서 오는 다른 종류의 희열과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호접몽> 을 찍기 전에 판소리와 현대무용이 섞인 작품을 하나 더 찍었었고, 내년 1월 대학원 졸업작품으로 네러티브 영상 작품을 찍어보고자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문종인 : 오늘 선보였던 작품의 음악은 사실 여러 대의 스피커를 설치하고 라이브 퍼포먼스와 같이 하는 형태로 제작된 음악이어서 음악의 반이 없는 상태로 상영이 되었어요 다음에 다시 상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라이브 퍼포먼스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앞으로는 공간을 활용해서 음악적 특성을 드러내는 작업에 집중할 예정이구요. 비디오 자체를 음악적 재료로 활용해서 음악 일부로 어떻게 나타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9월 13일 부터 한남동에서 제가 몸담고 있는 통영국제음악제에서 기획한 믹스앤매치 시리즈의 국악기와 서양악기가 함께하는 연주회가 있는데 많은 관심 부탁 드리겠습니다.

김윤지 : 저는 그림만 그려서, 이런 영화제에 초청될지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런 귀한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음 만들 때를 돌이켜보면,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다른 스탭없이 저희 둘이서 조그만 카메라로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사실 오늘 작품은 제가 하는 작업의 연장선, 설명적인 측면의 작품이었는데요. 앞으로도 오늘 작품처럼 좀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서 고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록 | 이혜은, 전동현 루키

사진 | 지서영, 전해라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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