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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17] 100미터(강대왕) – 임종우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3755 추천수:2 14.39.255.154
2017-09-04 12:27:53

 

영화 <100미터>가 드러내는 정치성은 명확하다. 이를 보여주는 영화적 방법 중 시점 쇼트만큼 직관적인 기술은 없을 것이다. 영화는 관객을 지체장애인의 자리에 앉혀 비장애인 중심 사회체계가 장애인에게 가하는 폭력을 체험하도록 한다. 작가는 이 체험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려 하는데, 이 효율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휠체어를 탄 영화의 화자는 산책로에서 세 종류의 개인 혹은 집단을 만난다. 이들은 상당히 무례한데 동시에 연극적이다. 어떤 여성은 아이에게 ‘잘못하면 장애인이 된다’며 실언하고, 어떤 남성은 무작정 휠체어를 붙잡으며, 어떤 비영리기구의 사람들은 선의를 내세워 주인공의 이동을 방해한다. 의문스러운 것은 영화의 비판적 수행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인간 군상을 재현하는 데 가령 ‘맘충’과 같은 혐오 코드나 선의를 위선으로 치부하는 조롱적 대중 정서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로 차용은 재생산에 기여한다. 한편 화가 난 주인공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데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방금 지나친 비영리기구 사람들은 그를 발견하지 못한다.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주인공의 물리적 이동거리는 매우 짧았고 그들은 정해진 곳에 머무르고 있기에 기이하다. 시혜적이더라도 직업상 도덕성을 담보하는 그들의 시야에 분명 주인공이 있을 텐데, 그들은 마치 ‘증발’한 것 같다. 비현실적 소멸은 주인공의 고립을 극대화한다. 영화가 비윤리적 스펙터클을 생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한편 <100미터>는 버드아이 쇼트로 주인공이 사라진 휠체어를 보여주면서 증발의 이미지를 반복 재현하는데, 이는 전자와 다르게 어떤 윤리적 한계선을 긋는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양가성은 <100미터>를 보다 논쟁적으로 만드는 근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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