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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19] Love Letter(박정연)-김소영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1591 추천수:1 222.110.254.204
2019-09-06 14:10:28

 

“카오루의 죽음은 작가님의 실수예요.” 21화를 본 독자가 작가에게 편지를 보냈다. 심상치 않은 편지를 쓴 독자는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카오루라는 캐릭터의 팬인 듯하다. 다소 과격한 편지를 받은 작가의 답변은 팬의 열렬한 사랑만큼이나 냉랭하다. “솔직히 카오루는 죽을 수 없습니다. 살아있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서브컬쳐였던 팬 문화는 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의 빛과 어둠을 동시에 도맡는 주류 문화가 되었다. 박정연 감독의 <러브레터>는 팬과 작가가 주고받는 가상의 메일을 담은 애니메이션이다. 메일을 주고받는 주체는 팬과 작가이지만 메일로만 짐작할 수 있는 카오루가 갈등의 중심이 된다. 카오루라는 존재의 기묘함은 두 가지를 닮는다. 첫째는 디지털 세계 자체이다. 실재와 환영, 가상과 실제를 넘나드는 지금에 우리는 ‘진짜인가 아닌가’보다는 ‘진짜처럼 보이는가 아닌가’를 묻는다. 둘째는 팬 문화이다. 창작자의 손을 떠난 창작물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에게 곧이  곧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데이터의 집합체일 뿐인 창작물은 누군가에게는 현실 그 이상의 존재가 된다. 특히 팬은 적극적으로 창작물을 소비하는 집단이다. 그럴 때 창작물을 둘러싸고 조성되는 창작자와 팬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러브레터>에서 읽을 수 있다.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서 <러브레터>는 매우 다르게 다가온다. 당신은 작가일까, 팬일까, 혹은 카오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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