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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데일리 [GT] 뉴미디어대안영화 <키들랏 타히믹의 밤부카메라>
2019-08-21 12:37:36
NeMaf <> 조회수 503

8 20일 오후 7,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서는 뉴미디어대안영화 섹션을 통해 배윤호 감독의 <키들랏 타히믹의 밤부카메라>가 상영되었다. 이어진 GT에는 설경숙 모더레이터의 진행 하에 배윤호 감독이 참석하여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영화는 키들랏 타히믹 감독님과 함께 남해 지역을 여행한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단순해 보입니다. 하지만 키들랏 타히믹 감독님의 영화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영화 곳곳에서 그가 나타내고자 하는 것, 그리고 배윤호 작가님이 어떻게 감독님의 방식을 이 영화에 재현하려고 했는지를 주목해서 보셨을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전작에서는 무엇인가 만들어지는 과정, 또 그 안의 도구들에 주목을 하셨던 것 같은데 이를 감안하며 <키들랏 타히믹의 밤부카메라>를 보다 보니 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재현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키들랏 타히믹 감독님의 눈과 입으로 우리 나라의 문화, 무언가를 칭하는 말 등이 어떻게 재현되고 보이는지가 영화 전반에 나타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이를 통해 나타내고자 했던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배윤호 : 키들랏 타히믹 감독님은 원래 몰랐다가 우연치 않게 같이 작업했던 허대경 작가가 저에게 문득 같이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더라고요. 때문에 영화를 만들자는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요, 정말 여행처럼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이게 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 구성원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갑자기 같이 차를 타고 무계획으로 떠난 여행을 기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특별한 목적은 없었고 기록하면서 나의 삶 속에서 이 여행이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또 영화를 계속 만든다는 것은 무슨 가치가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키들랏 선생님을 처음 보았을 때 제가 생각한 영화감독의 모습이 아니라 호기심과 질문이 많은 어린아이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주로 호기심을 갖기보다는 설명을 많이 해주거든요. 하지만 키들랏 감독님은 70대의 나이임에도 항상 질문하고, 호기심 많은 태도를 유지하면서 타인에 대해 배려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어서 저도 호기심을 가지고 그분을 따라가면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감독님의 눈을 통해 재현되는 한국의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고자 결정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배윤호 : 설명을 덧붙이자면, 그 당시에는 카메라맨 없이 저 혼자 찍었어요. 이로 인해 기술적인 문제가 있기도 했는데 편집하면서 든 생각이 키들랏 타히믹 선생님의 눈으로 본 우리가 평범하게 생각하는 일상, 예컨대 도로, 먹는 모습, 지나가는 것들 등 우리가 아는 모든 것들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지 않나였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이 부분과 맞닿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영화다운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영화 안에서도 키들랏 감독님이 시네마틱(cinematic)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촬영 스타일을 보면 상당히 홈 비디오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것은 의도하신 건가요?

 

배윤호 : 의도를 했다기보다는 장비의 열악한 조건과 최소 장비로 어떻게 찍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렇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다 보니 이것도 하나의 스타일이 된 것 같습니다.

 

편집 과정에서의 선택인지가 궁금했는데 그렇군요.

배윤호 : 영화관 안에서 처음으로 키들랏 선생님을 만나는데 영화관에서 영화감독이 보여주는 형태가 아니라 같은 일상에서 보일 때 어떻게 하면 가장 가깝게 영화가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이런 스타일을 차용한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조명이나 설정 등 모든 인위적인 것들을 쓰지 않았고 후반 작업에서도 믹싱, 사운드, 효과적인 것, 심지어 음악조차도 쓰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라디오 배경음이나 노이즈를 가지고 음악을 구성했고요, 전체적으로 영화가 쓰는 모든 기법적 방법들은 배제해서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녹음된 노이즈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았습니다.

 

키들랏 타히믹 감독님의 작품 세계와 이 영화의 언어는 어떻게 상응하는 건가요?

 

배윤호 : 키들랏 선생님은 불교 신자이기 때문에 인연이라는 것에 대해 항상 열려 있는 자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물에 가면 수영을 하고, 절에 가면 묵념을 하고, 음식점에 가서는 밥을 맛있게 먹는 등 참 자연스럽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과중 스트레스로 인해 공간이나 상황이 바뀌더라도 그 스트레스를 계속 갖고 있고 누군가가 설정해 놓은 대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리고 있죠. 그런데 키들랏 선생님은 순간순간 적응하면서 실제 몸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그 점이 신비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매 순간 인위적이지 않고 먹을 때 맛있게 먹고 잘 때 푹 자고 바다가 보이면 뛰어들고 절에 가면 묵상도 하는 등 순간순간 바뀌는 모습에 대해 굉장히 독특한 창작자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반인들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24시간이 전부 스트레스잖아요. 공간이 바뀌더라도. 어떻게 보면 꿈, 영화, 삶 이 모든 것이 구별되지 않는 동시성을 가지고 있는데 다만 스트레스 때문에 보지 않고 느끼지 않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 하곤 합니다.

 

한국이라는 곳에 오셔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배윤호 : 저는 선생님과의 첫 여행이었기 때문에 어떤 것에 반응하는지, 특히 핸드폰을 처음 드린 날이었기 때문에 그 핸드폰으로 무엇을 담을지가 궁금하더라고요.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에서 감독님은 핸드폰을 가지고 무엇을 만들까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찍게 되었는데 여행을 하다 보니 선생님의 태도에 대해 관심이 생겼습니다.

 

키들랏 타히믹 감독님이 계단식 논 등 고대 기술을 찬양하면서 사실은 아이폰을 들고 촬영하는 모습이 어찌 보면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느껴졌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윤호 : 그 점이 모순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또 긴 시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는 태도, 그러니까 고대 기술이든 첨단 기술이든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 촬영지를 특별히 남해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배윤호 : 키들랏 선생님이 계단식 논을 너무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전 세계를 다닐 때마다 꼭 나라별로 계단식 논을 다니셔서 허대경 작가가 남해 계획을 세웠습니다.

 

사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에는 작품에 계속 나오는 허대경 작가님이 연출자이신 줄 알았는데 그냥 대화를 따로 하고 계신 거였잖아요. 그리고 허대경 작가님과 키들랏 감독님 사이의 대화에서 상당히 재밌는 부분도 많다고 느꼈습니다. 예를 들면 은연중에 한국과 일본의 관계 같은 것들이요. 찍는 입장에서 둘의 상호 관계에서 특별히 끌어내고 싶었던 부분이 있었나요?

 

배윤호 : 특별히 의도한 것은 아닌데요, 허대경 작가와 키들랏 선생님은 사제지간이고, 개인적인 정이 많아서 제가 의도한 부분이 있다면 영화라는 것과 창작자로서 나이가 들어도 계속 유지하는 것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는 정도였습니다. 저보다는 허대경 작가를 통해 호기심이라든지, 나이 듦, 개인적 시간과 공동체의 시간 사이에서 선택의 문제 등을 유도 질문을 한 편입니다. 그리고 숙박업소에서 20 년 만에 처음으로 편집한 과잉 개발의 기억에 대한 것들을 보면서 관객은 없지만 처음 만든 영화, 최근 오랜 시간 편집해서 만든 영화, 이를 보면서 여행하는 것까지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관객 : 키들랏 감독님의 말씀을 듣다 보면, 그때그때 사물들의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러한 일관된 미학이 있는 한편, 사물에 대한 유한성이나 우연성 역시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키들랏 감독님이 불교신자라고 하셨는데 사실 불교의 공사상보다는 도가의 사상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윤호 : 말씀하신대로 불교보다는 더 공허하고, 비어있는 데에 관심을 보이고 이것이 또 사라지는 게 반복되죠. 키들랏 선생님이 바닷가에서 돌을 주우면 의미가 생기고, 놓으면서 의미가 사라지듯이 일반 극장 편집에서는 돌에 클로즈업이 들어가고 앞뒤 관계를 두 세번씩 보여주어야 의미가 생기지만 여기서는 키들랏 선생님이 카메라를 들고 관심을 보이는 순간마다 의미가 생깁니다. 사실 이러한 힘이 우리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사용한 카메라가 DSLR이라 매번 포커스를 잡으며 촬영하다 보니 노이즈가 많습니다. 하지만 키들랏 선생님이 처음 본 세상에서 애정을 가진 부분들, 예를 들어 독립운동가의 포스터 이미지, 물소리, 식민지 시대에 대한 아이콘, 미의식에 대한 선입견, 돌맹이, 쌀, 빛 방울 등이 의미가 없다가도 키들랏 선생님을 통해 가치가 부여됩니다.

 

도교의 카오스 속 질서처럼 거리를 두고 보면 그 안에 연결되는 의미가 나타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의도는 없었다고는 하지만 촬영 스타일이나 노이즈도 전체적인 분위기에 한몫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관객 : 상징적인 공간이 아닌 여정과 그 안의 사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이전의 작업과 다른 부분이 궁금합니다.

 

배윤호 : 이전의 <서울역>이나 <옥포 조선소>같은 경우에는 주로 근대 공간의 건축물이나 구조를 오랜 시간 관찰하여 공간과 그 안의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추적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업의 경우에는 이러한 프레임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여 지켜보고 바라보는 키들랏 감독님의 모습을 따라감으로써 무수히 많은 공간들이 태어날 수 있다는 것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통 시간과 돈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데 키들랏 감독님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길을 섬세하게 가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 제작까지의 과정에서 사실 많은 에너지가 소비되기에 그렇지 않고 밥 먹듯이 매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는데 은연중에 많이 배운 것 같습니다.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키들랏 감독님이 계속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시잖아요. 그렇다면 제목이 밤부 카메라인 이유가 무엇인가요?

 

배윤호 : 밤부 카메라는 키들랏 선생님의 상징적인 물건입니다. 독립영화의 아이콘으로서 필리핀의 대나무, 혹은 지역적인 캐릭터에 대한 상징, 그리고 제3세계에 대한 심벌이랄까요. 결국 전 세계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과 이야기를 찍어 올릴 수 있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에 영화라는 것이 과연 기존의 방법만을 고수해야만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영상의 세계가 열려있는 건지 질문이 있었기 때문에 밤부 카메라라는 제목을 사용하였습니다. 왜냐하면 요즘 태어나는 세대들은 영화로서 이미지를 처음 보는 게 아니라 핸드폰을 통해 영화를 보기 때문에 핸드폰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이 극장에서 첫 영화를 보는 세대는 이제 더 이상 없을 것 같기도 하거든요.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자신의 인생에 있어 첫 영화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핸드폰에서 보는 영화가 이 시대 젊은이들의 현주소겠죠. 그래서 다른 시대의 역사가 시작되는 느낌을 받아 밤부 카메라를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사용한 것도 있습니다. 또한 우리 시대의 밤부 카메라는 도대체 무엇인가, 모든 지구인들이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데 도대체 무슨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밤부 카메라가 상징하듯이 잊지 말아야 할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것과의 경계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한편 키들랏 타히믹 감독님의 눈을 통해 보니까 한국의 것이 새롭게 다가오더라고요. 계속 우리 것과 독일적인 것, 미국적인 것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작업하셨나요.

 

배윤호 :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때, 과연 그것이 한국적인 건지, 한국적인 것이 얼마나 남아있는 건지, 새롭게 등장한 기술적인 것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동시에 하게 되더라고요. 저 역시도 잘 모르지만, 평범해 보이는 것들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들이 사실 새롭게 해석되고 발견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고 이 순간에도 새로운 한국적인 것이 태어날 수도 있고 잊힐 수도 있겠죠. 그리고 한국적인 것이 뭐냐, 아시아적인 것이 뭐냐, 세계적인 것이 뭐냐는 물음처럼 지역적 경계로 구분하는 태도가 아니라 미디어 내에서 변형되고 혼합되면서 새롭게 해석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 중간중간의 질문은 배윤호 감독님의 아이디어인가요, 아니면 키들랏 타히믹 감독님의 아이디어도 많이 들어가 있었나요?

 

배윤호 : 제가 미리 인터뷰를 통해 유도 질문을 한 다음에 그 질문을 빼고 키들랏 감독님의 답변만 삽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떤 장면은 아무런 유도 없이 키들랏 감독님이 기상한 후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촬영한 것도 있습니다. 화장실 벽의 금, KT 등의 장면은 키들랏 감독님이 호기심을 가지고 스스로 찾은 부분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범한 미용실 이미지, 국립 공원의 이미지도 다르게 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본능적으로 아시아에 뿌려져 있던 자본적 캐릭터의 이미지들을 캐치하는 것 같아요. 특히 아시아 문명이 식민지화되는 과정 속에서 문명의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딱히 설명은 안 하셨지만 미의식에 대해서도 고민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취재 │ 정현경 루키

 
사진 │ 나재훈 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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