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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17]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짓을 합니다. 제가(안정윤) – 임종우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4645 추천수:5 14.39.255.154
2017-09-04 12:28:36

 

영화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짓을 합니다. 제가>는 2013년 케냐 테러 이후 희생자 가족에 스며든 트라우마에 대한 기록이다. 어느 희생자의 남동생은 사건 이후의 생활상을 고백한다. 하지만 질문하고 싶다. 영화는 정말 ‘증언’하고 있는가. 작품을 본 관객이 가지는 감정 한 켠에는 의구심이 자리 잡고 있다. 화자가 실제 인물인지 확인할 방법은 영화 속에 없다. 다시 말해 관객은 그의 존재를 신뢰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작가는 가상의 인물을 만든 것인가. 만약 영화가 주체를 지우고 있다면 대신 그 자리에 누가 앉아야 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증언의 형태로 제시된 텍스트는 소리 없이 화면 위에 떠 있다. 기묘한 점은 텍스트의 배열 속도가 마치 희곡같이, 혹은 인격을 요구하는 것처럼 불균질하다는 것이다. 대본의 형태로서 텍스트는 시네마를 무대로 만든다. 그리고 소거된 음성의 주체는 관객이 된다. 한편 영화는 뉴스 파운드 푸티지 앞뒤로 유사한 구도의 쇼트를 배치한다. 뉴스 앞에 놓인 재난 이미지는 수차례 반복 재생되는 반면, 이후에 재현된 한국의 풍경은 지속성을 잃지 않는다. 전자는 잔상이 되어 후자가 나타내는 시공간에 징후로 개입한다. 이렇게 <세상에서 제일 쓸데없는 짓을 합니다. 제가>는 스크린 앞에 있는 모든 사람을 증언자로 만들어 애도의 공동체를 형성한다. 그리고 ‘먼 나라 이야기’라는 호명이 주는 거리감은 비로소 무화된다. 영화는 특수한 재난을 보편적 기억과 사태로 만드는 장치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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