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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17] 율리안나(김도준) – 전효정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4576 추천수:4 14.39.255.154
2017-09-04 12:29:58

 

'율리안나'는 주인공으로 나오는 박복순 할머니의 세례명이다. 그리고 할머니가 사는 곳은 영화의 배경이 되는 정릉스카이 아파트이다. 실제로 서울 성북구에 있었던 이 아파트는 약 48년 남짓 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로, 올해 철거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이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대규모 판자촌이 자리하고 있었다.
 공사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는 아파트에는 박복순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아 홀로 지내고 있고 이곳을 한 누추한 차림의 남자가 찾아온다. 삶의 의미도 잃고 별로 살아가려는 의지도 없는 남자와 삶의 추억이 남아있는 이 아파트에서 마지막까지 살고자 하는 할머니. 물도 전기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두 사람은 잠시나마 서로에게 기대어 지낸다. 어느 날, 깜깜한 밤중에 남자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끝내 실패하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다음날 아침 아파트 앞 차가운 땅 위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발견한다. 움직임 하나 없는 할머니를 오래 바라보다 담담하게 담배 하나를 꺼내 무는 남자.
 영화는 그들의 이야기를 와이드한 앵글로 길게 바라본다. 때로는 정감 가고 따뜻했고 때로는 안타깝고 어두웠던 그림들. 영화의 끄트머리, 기도하며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씩씩했던 할머니가 왜 땅 위에 차가운 몸으로 발견됐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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