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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 CRITCISM - 해파리와 함께하는 비평 웹진

[2020] 그라이아이 : 주둔하는 신 (정여름) - 정원 관객구애위원
nemafb 조회수:1263 추천수:1 222.110.254.205
2020-09-14 12:21:59

사르트르는 '디즈니랜드가 실제의 미국 전체가 디즈니랜드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 존재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용산에 있는 미군 기지는 우리가 사는 나라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을까. 정여름 감독의 에세이필름 <그라이아이 : 주둔하는 신>은 주한미군 기지라는 비가시적이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베타적인 장소의 정체성을 한 겹씩 벗겨내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것은 감독 자신의 특정한 의견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하나의 장소가 갖고 있는 고유한 논리를 파악하여 더 큰 세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기 위한 시도에 가깝다.

정여름 감독의 눈에 따르면 미군 기지는 또 다른 헐리우드다. 병사들의 향수병을 예방하기 위해 "미국스럽게" 다듬어진 장소는 미국의 프랜차이즈 식당, 쇼핑몰, 산을 깎아 만든 골프장 등이 존재한다. 여기서 감독은 한 겹을 더 까서 "미국스러움"이 어디서 기인하는지에 대해 묻는다. 미국스러움은 미디어의 위에 존재하고, 미디어는 이념 위에 존재하나 이념을 지탱하는 건 하나의 눈을 가진 신이다. 그는 눈을 뺀 자유의 여신상이다. "단 하나의 수를 위하여 나머지가 지워지는 수"가 이 신의 이념이라면, 그리고 감독의 말대로 대비가 예언의 속성이라면 우리는 대비를 하기 위해 무엇을 믿어야 할까.

용산 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기지가 사라진 자리에는 시민공원이 생길 예정이다. 지도에서 시민의 농지였던 곳이 허구였던 녹지로 바뀌었다가 다시 실제 녹지가 되는 것이다. 그곳은 신이 주둔하고 있던, 신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마치 그가 다른 곳에는 주둔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 장소는 다시금 특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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