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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생존에서 너에게로 (최민경, 디나 미미) – 이혜미 관객위원
nemafb 조회수:97 222.110.254.205
2021-09-01 12:30:15

민경과 디나는 한국과 팔레스타인에서 영상편지를 주고받는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은 각자의 문화권에서 소속감과 괴리감에 대한 이야기로 유대한다.

 

베란다의 쇠창살 너머 똑같은 외관의 아파트들을 훑어보는 민경은 커튼을 닫아버린다. 가족이 사는 거실에서 그린스크린을 입고 카무플라주되는 그는 아군 소속이 아니면 죽임 당하는 전쟁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린스크린 옷과 가면,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에 그의 모습 대신 외부 풍경의 이미지가 크로마키된다. 내가 놓인 환경에서 고유한 나는 생존에 불리하기에 자신의 일부를 구체적인 개성이 아닌 거리를 둘 수 있을 만큼 추상적인 이미지로 위장한다. 그에게 영사되는 거스를 수 없을 것 같은 외부환경의 이미지는 시위와 행진의 이미지로 바뀌며 질문한다. 자존과 생존은 특권일까.

민경이 닫은 커튼을 열 듯, 디나가 거실의 블라인드를 걷자 생존의 자양분인 햇빛이 비춘다. 카메라를 향해 레이저를 쏘아 관객을 겨누며 주시, 저격, 전쟁이 연상되는 긴장을 안긴다. 입에 모형 눈알을 문 디나가 가슴께에 모형 물고기를 올려놓고 소파에 누워 도합 5개의 눈이 관객을 바라본다. 홀수가 주는 불안정과 주시당하고 있다는 불안감을 유발한다. 그의 몸에 바닷속이 영사되고 모형 물고기는 그의 들숨날숨에 따라 상하로 움직이며 헤엄치는 듯하다. 모형 물고기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건 다름 아닌 그의 숨이다. 존재의 일부를 다른 이미지로 대체하고 있지만 살아있음을 역력히 알리는 분명한 생존신고다.

디나의 몸에는 거실의 이미지가 영사되고 그를 둘러싼 배경은 암흑이 되어 그는 실루엣만을 남긴다. 어둠에도 가장 돋보이는 모형 눈알이 여전히 관객을 주시한다. 마찬가지로 극장의 어둠에 동동 떠 있는 관객의 눈도 디나를 주시하며 관객과 스크린 사이 팽팽한 긴장감을 만든다. 관객의 눈이 관찰자이자 저격수로 그들을 겨누고 있었음을 일깨워준다.

 

끝내 관객은 그린스크린에 가려진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텅 빈 거실을 비추는 화면 가득히 군체를 이루지 않고 단독생활하는 말미잘의 이미지가 겹친다. 거실을 둘러보지만 그들의 모습은 사라졌다. 눈앞에 있는데 안 보이는 걸까. 생존해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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