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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코리도라스 (류형석) – 이혜미 관객위원
nemafb 조회수:151 222.110.254.205
2021-09-01 12:33:26

슬럼프에 빠진 시인 동수는 아름다운 것을 가까이하기 위해 코리도라스를 곁에 둔다. 코리도라스를 바라보다 잠이 든 그는 지난 시절의 꿈을 꾸고 그가 살던 장애인 시설을 찾아간다.

 

비스듬한 고개를 따라 기울어진 지평선, 휠체어를 타고 경사로를 내달리는 속도, 하늘을 올려다보고 빙글빙글 도는 움직임 등 다양한 시선을 제시하는 화면은 동수의 성격을 대변한다. 관객은 바퀴 없는 객석에 앉아 그의 시점을 빌린다.

반면 세상이 동수를 프레임에 담을 땐 그의 장애를 포함한다. 서러웠던 기억을 풀어내는 시설이나 유튜브 영상의 반응들이다. 그의 시선과 그를 둘러싼 환경을 함께 보여준다. 그의 시에서는 볼 수 없던 일상에 틈틈이 찾아드는 슬럼프의 고통, 자립과 고독, 세상에 대한 분노도 드러낸다. 시를 통해 아름다움을 얘기할 때만 좋아해줬다는 사람들에게, 그가 아름다움만을 보고 있거나 느끼고 있지 않다고 말해준다.

동수가 어항에 바짝 붙어 코리도라스를 거울 보듯 바라본다. 어안렌즈 너머 모니터의 글자는 가장자리가 번지며 자간을 좁히고 이를 고스란히 관객이 본다. 동수가 바라보는 코리도라스로 시작된 시점은 다시금 동수 그리고 관객으로 이어져 동일시된다. 어항 안에서 벗어나 시선의 향유를 경험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동일시는 반복된다. 동수가 카메라를 보고 관객과 눈을 맞춘다. 그가 바라본 건 어항 속 코리도라스. 우리는 종종 볼록렌즈처럼 상대에게 보고 싶은 면만 도드라지게 본다. 코리도라스는 시 쓰는 동수를 보고 있다. 관객에게 코리도라스의 시선을 빌려 시 쓰는 그의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시를 잘 쓰고 싶어 살던 곳을 찾아가고, 게임이 힘든데 하고 싶고, 화려한 불빛을 좋아하고, 친구의 고장난 컴퓨터 상담을 해주고, 술 마시며 담소 나누는 동수의 일상을 비추다 한 줄씩 제시되는 생각은 삶 자체가 시 짓는 과정으로 보이게 한다. 시 한 편을 마무리 지은 그가 경쾌한 속도로 내달리다 길가의 꽃 앞에 멈춰 웃음 짓는다. "내가 왜 웃지? 내가 왜 웃어야 돼?"라는 토로 후에 그는 남들에게 아름다워 보이는 시가 아닌 자신을 웃음 짓게 하는 다음 시상을 찾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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