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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구애전X 본선 구애 총평
NeMaf 조회수:2238
2019-09-03 13:34:58

한국 구애전X 본선 구애 총평

 

한국구애전 X 섹션에서, 90여 점의 출품작 중 예산 심사를 거쳐 본선에 오른 출품작은 모두 9편이었다. 모든 출품작은 저마다 열정 가득한 면모와 실험을 통해서 각자의 미학을 탐구한다. 어떤 출품작은 진지하고, 어떤 작품은 도발적이며 또 어떤 작품은 재기발랄함을 선보이기도 한다. 다만 다수의 본선 출품작은 필름 형식에 기초한 미디어아트 영상 작업이 주를 이루고, 단지 몇 작품만 조각적 설치와 연동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인다. 뉴미디어페스티벌이라는 행사에 걸맞은 미디어아트의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골고루 볼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면 아쉽다고 하겠다.

2인의 구애위원이 본선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흥미로운 점은 다수의 신진 작가가 선보이는 특정한 미디어아트의 형식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뷰와 아카이브를 기초로 한 다큐멘터리 유형의 다수의 출품작이 구글 맵이나 인터넷 리서칭 장면을 영상 작업의 부가적인 소스로 삼아 작업을 하는 일련의 트렌드와 같은 상황을 목도한 것이었다. 긍정적인 관점에서는 오늘날 인터넷 세계와 친밀한 관객과 더욱 용이하게 소통하려는 노력으로 읽히기도 했지만, 부정적 관점에서는 인터넷상의 정보를 쉽게 활용하고 가공하는 편의의 창작 방식으로 일정 부분 이해되기도 했다. 오늘날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그 문법에 익숙한 신진 작가들이 인터넷상의 자료를 채집하고 가공해서 액세서리처럼 다루는 편집 방식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넘치지만, 보기 드문 특유의 관점으로 미디어 미학을 탐구하는 작가들을 만나는 것이 기대만큼 쉽지 않았다.

한국구애전X 최고구애상 수상작은 김방주 작가의 작품 〈A Teleportation Through Two Chairs, I Don't Have a Problem with Berlin Because I'm Not Late Also I Am Invited〉 (Video installation, 11 min 2 sec, 2017)이다. 이 작품은 두 개의 의자만을 사용하면서 독일 서남부 도시인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 있는 자신의 거주 공간으로부터 독일의 동북부의 베를린(Berlin)에 있는 한 전시 공간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퍼포먼스로 기록한 영상이다. 퍼포먼스를 이루는 규범은 지면에 발을 접촉하지 않는 상태로 이동하는 것이다. 한 의자에 발을 딛고서 다른 의자를 목표 방향으로 옮긴 후 발을 옮겨 딛는 과정을 두 개의 의자를 통해서 지속하는 이 단순한 퍼포먼스는 먼 물리적 거리를 의자로 걷거나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고단한 육체적 노동력이 필수적으로 요청된다. 이러한 무모한 일은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되고, 관객에게 감동을 준다. 마지막 목표 지점인 갤러리에 도착해서 이층의 공간으로 연결된 계단을 오르기 위해서 의자의 앞과 옆, 두 개의 다리로부터 여덟 개의 다리에 이르기까지 계속 톱으로 잘라가며 퍼포먼스를 지속하는 수행은 경건하기조차 하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서 땀을 훔치면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던 작가 김방주가 이윽고 자신의 두 다리로 일어나서 걸어 나오는 마지막 장면은 진한 감동마저 전한다. 그깟 예술이 다 뭐라고!

이 작품은 어떤 면에서는 20세기 미술사에서 발견되는 일반적이고 상투화된 몸의 퍼포먼스로 보이기도 하지만, 영상을 대면하는 진지한 태도와 몸의 고행이 함께 작동하는 고난의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수작의 영상미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더욱이 고난의 행군을 담은 이 퍼포먼스의 제목 ‘순간 이동’은, 인생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가 된다. 마치 우리가 인생에서 겪었던 길고 긴 고난의 여정이 과거가 된 이후에는 그저 한순간이었다고 아련하게 되뇌듯이 말이다.

한편, 현대 도시에서 횡행하고 있는 몰카 범죄의 가해자를 추적하고 배후에 담긴 사회적 문제의식을 극영화와 다큐멘터리의 중간 지점에서 탐구하는 이다은 작가의 작품 〈이미지 헌팅 (Image Hunting)〉(Single channel video, 29 min 8 sec, 2018)은 일정 부분 거칠게 접근하는 미디어 문법이 아쉽기는 했지만, 미디어아트의 미학적 담론을 사회학적 방식으로 풀어나갔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따라서 심사위원들은 예정에 없던 ‘특별언급’을 만들어, 상금 없는 언급일 뿐이지만, 작가의 향후 창작을 응원하고 격려하기로 했다.

최고구애상 수상자 김방주와 특별언급상의 이다은 외, 비록 수상은 못했지만, 매우 도발적인 실험적인 영상 작품으로부터 재기발랄함과 유쾌한 소통을 지향하는 영상 작품 그리고 지루함의 미학을 탐구하는 진지하고도 명상적인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출품 작품을 선보인 나머지 7인의 작가들(김혜이, 이시마, 홍석진, 박철환, 정성진, 주다은, 권희수)의 미래가 빛나기를 기대한다. ●

 

2019. 8. 20

 

한국구애전X 구애위원 김세진, 김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