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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로컬구애전 예심 구애평 [장편]
NeMaf 조회수:3608
2014-07-22 19:14:49

 

올해 글로컬 구애전 장편 부문에 출품된 작품들은 장르와 형식의 측면에서 매우 다양한 경향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로맨스, SF, 스릴러 등 익숙한 장르 공식을 변주한 영화들이 한 축을 이룬 가운데, 퍼포먼스, 사진, 파운드 푸티지 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활용한 흥미로운 실험으로 영화 매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대안적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품들이 다수 눈에 띄었다. 어떤 하나의 경향에 치우치기보다는 각각의 경향을 고르게 포괄하면서 그 중 가장 나은 영화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을 선별하고자 애를 쓴 결과, 해외 작품으로는 <타인의 오브제(It For Others)>와 <매직 미러(Magic Mirror)>, <디지털 시대의 유물(TERRAQUEOS : Remains of a Digital Age)>, 한국 작품으로는 <국민 매니페스토><늘샘천축국뎐><재> 등 모두 6편을 최종 선정했다.

<타인의 오브제(It For Others)>(Duncan Campbell)는 아프리카 미술의 상품화와 서구 식민주의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조명한 크리스 마르케와 알랭 레네의 <조각상도 죽는다>(1953)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아프리카 미술품에서 현대 사회의 각종 상품들까지로 논의를 확장한 이 영화는 연출된 퍼포먼스와 다큐멘터리 영상, 아카이브 푸티지의 결합을 통해 ‘물체’의 상품화와 교환가치의 의미를 재구성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고드는 시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매직 미러(Magic Mirror)>(Sarah Pucill)는 프랑스의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클로드 카훈의 사진 이미지와 그녀의 저서 <거부된 고백>의 텍스트를 조합하는 실험에서 비롯된 흥미로운 작업이다. 삭발과 가발, 다양한 의상과 분장 등을 이용해 젠더의 경계를 허무는 카훈의 포토콜라주, 그 이미지를 재연하고 독창적으로 변주하는 활인화(活人畵)의 퍼포먼스와 보이스 오버로 흐르는 카훈의 사색적 언어를 아우른 이 작품은 섹슈얼리티와 정체성에 대한 입체적인 탐구를 보여준다.

<디지털 시대의 유물(TERRAQUEOS : Remains of a Digital Age)>(Frederico Ruas)는 다양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와있는 '동영상'들 선별하고 편집해서 만든 일종의 '편집영화'이다. '파운드 푸티지'의 개념을 한층 확장시킨 그 발상도 신선하지만,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순간을 담은 동영상부터 공적인 순간을 담긴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미지들의 재구성을 통해 '디지털 시대' 지구촌에 대한 커다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는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국민 매니페스토>(최윤)는 가장 상투적인 이미지(달력 속의 풍경사진)와 사운드(웅변조로 '편곡'한 대중가요)의 몽타주라는, 가장 단순하고 간결한 영화적 방법 속에, 그 상투성의 지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통렬함을 내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늘샘천축국뎐>(늘샘)은 중국에서 인도에 이르기까지, 254일간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유랑과 청춘의 생기발랄한 기록으로, 여행지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꿈과 다양한 삶의 모습, 길 위의 경험과 성장을 인터뷰, 사진, 극적 또는 시적으로 재구성된 영상과 노래, 애니메이션 등으로 풍부하게 살려냈다. <재>(오민욱)는 부산의 다양한 도시풍경을 '구조영화'적 방법론을 통해 응시하고 해부하면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대항 역사 쓰기를 시도하고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변성찬/ 영화평론가

황혜림/ 독립영화 프로듀서,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