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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4. [리뷰] 흰담비들
NeMaf 조회수:90
2021-08-22 21:22:41
흰담비들 스틸컷

 

 

미술관 계약직으로 일했던 <흰 담비들>의 주인공은 해가 지면 족제비 사냥을 나선다. 족제비를 잡으러 가는 길은 어둡고 침침하다. 족제비가 있어야 할 곳에는 짙은 어둠과 무성하고 뺵빽한 풀숲만이 존재한다. 족제비를 찾는 풀숲에서 <소공녀>의 한 대목이 흘러나온다. 소설 <소공녀> 속 주인공 새애러 크루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부유한 가정의 소녀에서 하루아침에 하녀의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새애러는 부유했던 때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이내 아버지가 남긴 재산으로 인해 다시 풍족해지지만 그것은 원래부터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소공녀>에서 새애러는 왕족이나 부자들만 입을 수 있었던 흰담비 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흰 담비들>의 주인공도 번듯한 미술관에 근무하며 그럴듯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계약직 자리를 전전하고 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노동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경제적,환경적 불안함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여성에게 안정적, 질적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계약직으로 미술관에 고용된 주인공은 미술관의 고서를 ‘나르면 나를 수록 가난’ 해진다고 이야기한다.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미술관에서 일을 하면 할 수록 불안해지는 상태와 스스로의 노동이 지속 불가능함을 확인하게 되는 모순적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말미 족제비를 잡지 못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오르는 주인공에게서 어쩌면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찾고자 한, 우리 시대 노동하는 젊은 여성의 삶을 투영할 수 있었다.

 

 

 

 

글 | 이지윤 홍보팀 ALT 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