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홈 > 커뮤니티 > 데일리

데일리

게시글 검색
vol 8. [리뷰] 왜냐고 묻지 마세요
NeMaf 조회수:75
2021-08-25 15:38:04
왜냐고 묻지 마세요 스틸컷

 

시끄러운 기계 소음과 폭언이 난무하는 택배 아르바이트 현장, 분류 작업을 하던 기주의 눈에 애벌레 같은 형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을 마치고 터벅터벅 걸어와 어두컴컴한 방안에 누워 벽을 바라보아도 벽지엔 애벌레가 기어 다닌다. 지옥 같은 택배 아르바이트 현장을 벗어나고자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지원해보지만 돌아오는 건 경력도 없는 사람에겐 최저 시급도 못 준다는 소리뿐이다. 남들이 퇴근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캔과 과자 안주도 기주에겐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계산대에 올려놓은 맥주 한 캔, 과자 한 봉지, 빵 하나만 해도 6000원이 넘어간다. 결국 기주는 먹고 싶었던 빵을 빼고, 그런 기주를 무시하는듯한 아르바이트생의 태도는 기주의 이성을 잃게 만든다.


영화 속 등장하는 벌레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기주가 받는 스트레스의 척도가 아니었나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택배 아르바이트 현장에서 보였던 흰 선의 형체들이 방안에서는 벌레가 되고, 편의점 사장, 아르바이트생의 얼굴에까지 번지게 된다. 이 벌레들은 기주가 받는 고통과 스트레스의 정도를 표현한 것 같았다. 


<왜냐고 묻지 마세요>는 우리 사회의 소외된 청춘들을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미래도, 희망도 없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기주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 내면의 깊게 자리 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무시와 핍박, 어두운 현실을 볼 수 있었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감정을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글    김일호  홍보팀 ALT루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