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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vol 9. [인터뷰] 뉴미디어시어터 최재훈 작가
NeMaf 조회수:92
2021-08-26 17:22:32

 

2021년 8월 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는 제 21회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
 홍대 롯데시네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상영하는 107편의 영화 그리고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 중인 전시의 11개 작품을 통해 ‘예술과 노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그 중, 전시<나와 너의 몸:예술가의 조건>은 ‘주체와 타자의 몸’을 주제로 창작된 11명 작가 각자의 세계를 보여준다. 지난 19일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상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고민하는 최재훈 작가와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는 발열 체크 및 손 소독을 한 후 진행됐습니다. 사진 및 영상 촬영을 위해 인터뷰이를 제외한 전시팀 전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네마프의 유일한 관객 참여형 작품입니다. 아무래도 관객과 참여를 하는 라이브적인 성격이 강하다보니 상황의 변수나 현장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존재하는데요. 물을 사용하다보니 방수 관련도 그렇고 이번 전시에서 특히나 걱정되는 부분이 존재하나요? 그리고 이러한 관객 참여형 작품 전시 경험 또한 여러 차례 있으신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 해결해보신 일화가 있나요?
 우선 상처의 계곡, 이 작업은 작년 개인전 때 문래동 스페이스x라는 지하공간에서 했던 작업입니다. 당시에는 이번에 함께 전시된 영상작업이 없었고, 시도하는 단계였기 때문에 관객 참여는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첫 전시과정에서 지금 보고 계시는 영상, 드로잉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우려하는 점들에 대해 말해보자면 작업실에서 상당히 많은 테스트를 했었어요. 관객 분들이 자신의 글을 쓴 종이가 수조에 다시 담기고 펴지는 시간들을 많이 테스트를 하면서 여러 경험이 축적되었어요. 작년에 조금 다른 형태로 진행이 됐지만 동일한 수조에서 테스트를 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없었어요. 1차 작업을 했을 때, 관객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그렇게 많이 참여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50분 정도 참여를 했었거든요.
 그 때의 결과물로 여러 시행착오를 겪었죠. 작업의 타이틀처럼 타인의 상처를 바라보는 시선을 궁극적으로 이미지화시키고 이를 통해서 태도에 대한 문제를 관객들과 다루고 싶은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에서 저도 더 많이 배울 수 있었고, 현재 전시에서는 매우 공들여 설치를 했기 때문에 이번 전시에선 문제될 건 크게 없습니다.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수성이 가지고 있는 특성 상, 물 속에서 녹아드는 과정의 형태를 보여주기 위해서 사용했습니다. 1차 작업 진행 때는, 수성 사인펜을 사용했었는데 아무래도 덜 번지더라구요. 관객 분들의 소중한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그것을 스스로 마주한면서 자신과의 접점을 찾는 시간이라는 점에 주목해서, 준비과정에서 도구에 대한 고려를 했었어요. 잉크가 번져나가는 느낌을 관객 분들이 더 많이 받을 수 있게끔 디테일에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 


-작가님의 이전 전시에서는 일정한 수위를 유지하기 위해 조금씩 물을 추가했다고 하셨는데 이번 전시는 매개체 즉, 상처가 적인 종이가 빨아 들어 줄어가는 수위를 ‘증발’로 표현하고 싶으셔서 물을 따로 더 채우지 않겠다고 답변해주셨습니다. 언급해주신 증발의 의미에 대해 여쭤보고 싶은데요. 수조의 물은 제의적 행위를 수용하는 개인과 공동체의 상처와 염원을 수용하는 가상의 공간이 된다고 하셨는데 이러한 공간이 줄어드는 것을 증발로 보아도 되는 건가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1차 작업에서는 동일한 수위를 유지하면서 현재 전시 중인 영상 작업을 잘 기록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진행했습니다. 수위를 고려하게 된 건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서 요소 하나하나를 신경쓰면서 시작된 것 같아요. 관객들과 함께 하는 작업으로서 배려하면서 공간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관객들이 자신의 상처를 적어서 던져놓고 종이(상처)가 공간을 흡수하고 그 글씨들이 다시 ‘증발’해버리는, 저만의 시스템의 단계로 접근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런 과정으로 관객들에게 잊어버리고 싶고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는 시간과 함께 그 과정을 이미지화하는 장소로 마련한 것이죠.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는 드로잉 작업을 아예 빼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고 있거든요. 저번 전시에서는 종이를 일일이 건지고 말려서 관객들에게 보이는 글씨(내밀한 본인의 이야기)를 잉크로 덮어서 그 굴곡들이 나온 드로잉들을 전시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종이를 그대로 침잠시키려고 해요. 잉크가 빠져나가면서 종이도 가라앉아요. 관객들의 참여의 형태와 내용들이 결과물로서 보여지게끔 만들려고 합니다. 바닥에 계속해서 층층이 쌓이는 거죠. 그게 쌓이다보면 하나의 지층이라고 할까요. 마치 우리가 산에서 역사나 시간을 탐구할 때 지층을 연구하듯이 말이죠. 한편으로 사람이 서로 오랫동안 쌓아왔던 시간과 지층의 이미지를 연결시키고 싶었어요, 그래서 수조 속에서 관객들이 던진 종이들이 펴지면서 상처는 증발하고 관객들이 남긴 형상들만 남은 상태가 계속 쌓여서 하나의 지층이 되는 거죠. 그 결과물을 그대로 말린 덩어리로 우리가 다시 만나 또 다시 타인의 상처나 기억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마 다음 작업과 연결되는 지점인 것 같아요. 또 한 번 그 작업으로 관객 분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3. 이 작품과 참여 과정을 통해 관객들이 각자의 상처를 외면하기보다 오히려 들추어내어 직면함으로써 이겨내길 바란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최재훈 작가님의 내면적인 상처를 극복하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이전 제 작업 중에 <역사적 상처>라는 작업이 있어요. 그 작업은 어떤 거시적인 역사가 아니라 개인 그리고 저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에요. 거울처럼 보이는 스테인리스 앞에 제가 서서 실탄을 사격해요. 거울 속에 있는 저를 향해 쏘는 거죠. 실탄의 흔적, 움푹 파여진 거울을 보면서 저의 상처를 들춰내는 방식으로 <역사적 상처>라는 작업을 했어요. 그 작업도 관객 참여가 가능한 작업이거든요.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면서 내면의 상처를 끄집어내는 방식을 취해서 “내면의 상처들을 우리가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써 작업을 했던 작품입니다. 이번 작업과 연계가 되어있는 작업이에요.
 저번 작업으로 제가 제 상처를 드러내고 제 아픔을 마주하려고 했던 거죠. 저에게도 4-5년간 개인적으로 휘몰아치는 시기가 있었거든요. 누구에게나 올 법한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건 자신이 마주하는 것이고 제 고통을 타인이 알아주기란 쉽지 않죠. 동일한 선상에서 ”타인의 상처를 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고민이 출발한 것 같아요. 타인의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선 내 상처를 감추기보다 내가 스스로 이겨내는 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나를 극복하지 않고서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과정은 형식적인 것 같아요.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사건을 보면서 감정을 느끼는 건 일시적이잖아요. 그런 것들을 살펴보는 방식에서 보다 깊이 서로를 공감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결국 이 작업은 태도에 대한 얘기거든요. 자신의 상처를 단순히 던져서 잊는다는 제의적 행위를 끌고 왔지만, 우리가 타인의 상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는 지에 대한 태도로서의 작업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여기서 파생되는 결과물과 같은 형식적인 것보다는 관객이 참여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행동과 태도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자세한 인터뷰 영상은 네마프 유투브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글  박민수 홍보팀 ALT 루키
인터뷰어  김혜주 전시팀 ALT 루키
사진  이지윤 현장기록팀 ALT 루키
촬영/편집  송유진 현장기록팀 ALT 루키